명급리

의신른 조각글 모음

과거 썼던 것 타싸 재업

수시로 찾을 때마다 추가합니다.

백호의신 21.08.28

…백호? 언제부터 있었….

콜록. 조의신은 웅얼거리다 마른 기침을 뱉었다. 마저 자라. 백호는 서늘해보이는 눈으로 조의신을 눕히고 그의 어깨까지 이불을 끌어올렸다. 아, 내 주력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나오는 꿈인가? 조의신은 약간의 이상한 생각을 하며 순순히 누웠다. 나 물 마시고 싶은데. 생각만 한다는 것이 목소리로 나간 모양이었다. 웅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백호는 미지근한 물병을 들었다. 물 따르는 소리가 났다. 눈꺼풀이 무거웠다. 입가에 컵이 닿자 조의신은 입술을 벌려 받아 마셨다. 이제 자라. 백호의 묵직한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 그의 말처럼 눈이 감겼다. 잠깐,… 내가… 대답을… 했던가… ….

백호는 맥 없이 잠든 조의신의 이마에 손을 댔다. 주름이 졌던 이마는 그의 손이 닿자마자 풀어졌다. 손이 차갑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지금 당장 조의신의 이마는 너무 뜨거웠다. 그나마 한 번 깨고 나니 쉬는 숨도 한결 나은 듯 했다. 물기를 짜낸 물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왕! 신수가 문가를 서성이다 뛰어 들어왔다. 백호는 신수를 안아 올렸다. 조의신의 잠을 깨우지 마라. 방금 잠들었다. 신수의 꼬리가 힘 없이 쳐졌다.

황호의신 21.08.28

"그래, 이 몸은 너를 좋아한다."

황지호는 숨기던 걸 들킨 것치곤 태연하게 굴었다. 애초에 숨길 것이 아니었다는 것 처럼. 도리어 말이 없어진 건 조의신이었다. 그냥… 그냥…. 나는 대체 확인 받아서 뭘 하고 싶었던 거지? 꿀 먹은 벙어리인냥 대답 없는 그를 황지호는 굳이 재촉하지 않았다. 조의신은 입술을 달싹이다 굳게 다물었다. 애초에 황지호의 눈이 문제였다. 아니, 어쩌면 그 전에 혹시 널 좋아하는게 아니냐 귀띔한 맹효돈이 너무 감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고. 그냥 맹효돈의 말을 듣고 괜히 의식하다 황지호의 눈에 홀린 내 탓일지도 모른다. 조의신의 속에서 불편한 가시처럼 온갖 생각이 쿡쿡 찔렀다.

"…나는… 널 그렇게 보지 않아."

"안다. 네가 굳이 나를 생각해 줄 필요는 없다. 이 마음은 내 것이니 내가 갈무리해야지.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마라, 조의신."

황지호는 두 눈을 곱게 접으며 조의신을 달랬다. 신경쓰지 말라고? 그러나 그의 마음 한 구석에서 이유 모를 가시가 솟는 건 순식간이었다. 어떻게 신경쓰지 않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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