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냥 이상한 종교물

2550자/별거없고이상합니다

소설작곡 by 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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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종교물소작

***

그것이 선악과임을 알면서도 먹을 수밖에 없던 사람의 이야기를 아는가.

불쌍하게도 인간을 구원처로 삼은 자의 이야기를 아는가.

***

어느새인가 너와 나는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었다. 연회장도 아닌 이 폐허 위에서. 노래 따위도, 관중 따위도 없었지만 우리는 계속 춤을 추었다. 계속해서 빙빙 돌았다. 헛구역질이 날 때까지.

우리는 구역질이 났음에도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니, 사실 구역질이 났던 것은 나뿐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노클 너머 너의 눈빛은 그토록 선명했으니.

너는 내게 신이 존재하냐고 물었지. 나는 거기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이 있었더라면 나를 가문에서 쫓겨날 지경까지 두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며. 어쩌면 신은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을 뿐. 아니면 네 부름에만 응답했으려나. 나는 그토록 에우테르페를 부르짖었음에도 그녀는 그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그게 신이 없다는 반증이 될 수는 없었으나, 어찌되었든 나는 신은 불신했다.

탁. 타닥.

이 폐허에서는 소리가 울렸다. 우리가 밟는 그 모든 스텝이 음악이 되어 퍼져나갔다. 나무는 썩어들어갔고, 벽돌은 먼지가 되어 휘날렸다. 관중은 오직 그것들 뿐이었다. 그렇게 춤에 몸을 맡길 지경이 됐을 무렵, 익숙한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프레드릭.”

아, 그래. 네 부름. 나는 그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활짝 웃고 있는 네가 있었다. 뭐가 그리 기쁜지. 나는 네 웃음의 정체를 알 수 없었고, 거기에 호응하지 않았다. 아마 지금 내 얼굴은 극도로 찡그려져 있을 것이다. 어지러움과 역겨움의 한 더미에서 호흡하며.

“-아직도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래, 저 지겨운 말. 나는 네가 어떤 신을 믿는지도 몰랐다. 그저 계속해서 신의 존재를 믿냐고 질문했을 뿐. 네가 지독한 신자라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그것뿐. 우리는 서로에 대해 그 어떤 것도 몰랐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대화라고는 비꼼과 다툼 뿐이었으니. 이 빌어먹을 세상 속에서도 불구하고. 우리는 맞지 않는 퍼즐 조각이 억지로 끼워들어간 것처럼 삐걱거렸다. 항상 그랬다.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너는 그리 말하고서 다시 스텝을 밟았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왈츠의 삼박자였다. 나는 기꺼이 춤의 까닭도 모르고 그것에 어울렸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일 것이라 예감하고 있었으니.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병으로 전부 죽어나갔다. 신을 믿던 사람들은 믿다가, 믿다가, 또 믿다가……. 결국 등을 돌리거나 그렇게 죽어나갔다. 이것도 신이 안배하신 길이라며. 식량은 오염되어 갔다. 알 수 없는 균이 우리를 휩쓸었다.

그리하여 세상에는 한 사람만 남을지니.

네 말은 틀렸다. 지금 우리는 둘이었다. 누가 먼저 죽을지 내기하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네 숨은 점점 가빠지고 있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 종국에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사멸할 것임이 분명했음에도.

비꼬고 싶었다. 네 신이라는 존재는 대체 누구길래 우리를 이렇게 몰아간 거지? 인간이라는 존재를 왜 없앤 거지? 결국에는 제 신자를 전부 없애는 행위임에도?

너는 그런 내 눈을 바라봤다. 내 마음을 읽은 듯, 너는 그저 픽 웃고서는 마저 내 허리를 잡고 휙 들어올렸다. 키 차이가 났음에도 순식간에 들어올려진 탓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는 너를 쳐다보았다.

“신자는 여기 멀쩡히 있으니, 걱정하지, 쿨럭. 않아도 됩니다.”

“멀쩡하기는.”

말은 점점 목 안에 침잠했다. 지금 와서 무엇할까. 우리의 손발은 서서히 굳어가고 있었고, 조만간 춤추는 상태 그대로 굳어죽을 것이다. 너는 차라리 그 편이 나을 거라고 했지. 물론 나는 동의하지 않았고. 춤추다 죽은 마지막 인류라는 것이 그리 낭만적이던가. 너는 그런 나를 보고 감성이 메말랐다고 했다. 예술인 치고는 퍽 감정적이지 않다며. 나는 현실을 직면한 것 뿐이다.

너는 그리고 어떤 표정을 지었더라.

나는 네 신이라는 자가 궁금했다. 어느 날은 이리 질문을 던졌다. 네 신이라는 자는 이 사태를 왜 일으켰을까, 하고. 너는 제 신도 모를 거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이 웃겨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네 얼굴은 참 웃겼는데. 모노클도 떨어뜨리고서는 나를 멍하니 쳐다보던 게…….

이미 팔다리는 멈춘 지 한참이었다. 혀가 삐걱거렸다. 말할 기회도 지금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신이 믿는 신이라는 존재는 대체 누구였습니까? 존재하기는 한 겁니까?”

나는 그리 물었다. 지금으로서 궁금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너는 지금 말할 수 있을까. 너무 늦게 물어본 것은 아닐까.

오르페우스, 너는 누구를 믿지?

누구를 믿기에 그렇게 맹목적으로 행동했지?

“신은, 존재합니다. 아니, 존재했었습니다. 제 안식처이자 친애하고 또 증오하는, 곧 사라질…….”

그는 그리 대답하고서는 나를 웃으며 지긋이 쳐다보다 그대로 멈춰버렸다.

아, 그렇구나.

나는 마지막으로 비소를 지었다. 그가 믿던 것이 누구인지 퍽 알 것 같아서. 너는 기어코 신이 없는 세상에서 신이 아닌 자를 안식처로 삼았구나. 그 비웃음이 마지막이었다. 생각이 끊겼다. 그래. 네가 기어코 믿고 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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