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와 알케미스트

[NonCP] 어떤 특무사서의 썩 편하지 못한 직장

240308

- 문알케 '캐릭터' 기반의 NonCP 연성

- 특무사서 및 환생문호로 침식자를 대처하는 도서관이 여럿 있다는 개인설정 차용

- 뒷맛 좋지 않은 짧은 이야기


“사서 씨, 취재하게 해 줘.”

시마자키의 그 말에 사서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시마자키를 바라보았다. 시마자키는 수첩과 펜을 들고, 처음 보았던 때와 다를 것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사서를 마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도서관 신문 기사로 쓰고 싶으니까, 취재하게 해 줘.”

“아, 잘못 들은 게 아니었군요.”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구나. 그래서, 취재하게 해 줄 거야?”

“으음…저를 신문 기사로 써도 재밌진 않을 것 같은데요.”

“충분히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해. 너는 이 도서관의 후임 사서니까, 너에 대해 궁금해하는 문호는 제법 많을 거야. 나도 그렇고.”

거, 취향도 참. …이라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자연주의 문호, 그중에서도 시마자키는 호기심과 모르는 것을 파고들고자 하는 성질이 강하다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설마 그 호기심이 자신에게 향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만.

“…정확히 어떤 취재인데요?”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해 주는 거로 충분하니까.”

“아, 인터뷰인가요.”

밀착취재 같은 걸 떠올렸지만 다행히 그런 건 아닌 듯하다. 그 정도라면 별다른 저항감은 없었기 때문에, 사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그러면 우선 이름부터….”

이어진 질문은 이름이나 취미, 좋아하는 음식, 알케미스트가 된 계기 등등의 제법 평범한 것들뿐이었다. 이런 걸 기사로 써서 수요가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사서는 일단 충실하게 대답했다.

“그러면 마지막 질문인데.”

“네.”

“너는 이전 사서가 정말 사고로 죽었다고 생각해?”

“…예?”

긴장이 완전히 풀렸을 무렵의 ‘마지막 질문’에, 사서는 반사적으로 시마자키의 눈을 바라보았다. 처음 제게 말을 걸었을 때와 아무것도 다르지 않은, 반쯤 감긴 듯한 그 생기 없는 눈은 흔들림 없이 저를 담고 있다.

대답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겠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

“…관장님께 사고라고 들었어요. 제게 거짓말을 하셨다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그렇구나…. 알았어. 취재는 여기까지야. 협력 고마워.”

무표정하던 얼굴에 작은 미소를 그리고, 시마자키는 그 인사를 마지막으로 자리를 떠났다. 멀어지는 그 등을 바라보며, 사서는 제가 관장에게 들었던 것을 곱씹어 본다.

전임 사서는 사고로 사망했다. 도서관의 사서실에서 책을 정리하던 도중 발판 사다리가 부서졌고, 운이 없게도 떨어질 때 머리를 부딪힌 것 같다고 했었다. 그 말대로라면 정말로 불운한 사고다. 다만 ‘같다’는 것은 사고 현장을 직접 본 자는 아무도 없다는 말이 되리라.

사고가 아니라면 자살이나 타살이 된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 자살을 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남는 것은 하나뿐이다. 그리고 전임 사서가 죽은 장소는 도서관이니, 결론은….

“…….”

사서는 탁자의 서랍을 열어, 전임의 업무 일지를 꺼냈다. 인수인계를 마칠 때, 관장은 자신은 이 도서관을 전부 알고 있는 건 아니니 전임이 남긴 기록 또한 참고하는 게 제일 좋을 거라고 했었다. 읽어 보니 제법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는 말도 남겼었다.

즉, 관장이 읽었을 때까지만 해도 이건 없었다는 거다.

사서는 업무 일지의 표지를 넘겼다. 단정하게 정돈된 기록 위로, ‘아무도 믿지 마’라는 잉크로 갈겨 쓴 문장이 하나 쓰여 있다.

“마음 편하게 일하기는 글렀구나….”

그리 혼잣말을 내뱉은 후, 사서는 눈을 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서스펜스 도서관에 사서씨를 후임으로 취임시키고 싶다는 어떤 욕망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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