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2 연성

[자캐] 제비에게 이름을 붙인 아이들

데스티니2 자캐 연성

* 데스티니2 자캐 연성

* 집단따돌림, 심리적/물리적 폭력에 대한 암시

[제비에게 이름을 붙인 아이들]

새벽제비는 한 여인을 마주했다.

설마.

맞아요, 저에요.

새벽제비의 떨리는 눈을 여인은 차마 쳐다보지 못했다. 여인은 살짝 고개를 돌렸다. 입술이 찢어진 자국이 그대로 드러났다. 새벽제비는 자신이 이 마을을 떠난 뒤, 그 아이가 무슨 일을 겪어왔을지 암담해졌다.

내가.......

새벽제비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죄인이었다.

그 집에서 아직 살고 있어요. 불편하지만 않다면.......

여인은 숄을 여미고 앞장섰다. 새벽제비는 멀어지는 여인을 쳐다보았다. 트로이메라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속삭였다.

따라가.

새벽제비는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발이 기억하는대로 그 집을 찾아갔다. 여인은 대문을 열어두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가지 않고, 그냥 거기서 사죄의 말을 전하고, 용서를 받고, 그렇게 떠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대문이, 그 문간이, 그 집이, 무엇보다 집에서 나는 집냄새가. 그는 홀린듯이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 아빠 아니면 엄마, 아니면 새벽제비.

여인이 새벽제비에게 말했다.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는 알겠죠?

널.

새벽제비는 가슴을 찢어 파도에 던져버리고 싶었다.

널 다른 곳으로 데려다줄 수 있어.

미안한 줄은 아나봐요?

여인의 말은 냉랭했다. 새벽제비가 기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새벽제비는 자매를 데리고 이 마을에 당도했다. 마을 사람들 중 누구도 새벽제비가 승천자임을 알지 못했다. 승천자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이 일대를 지배하는 전쟁군주도 새벽제비의 존재를 몰랐다.

어린 놈이 아픕니다. 이 곳에서 얼마간 머물게 해주세요.

새벽제비가 여동생을 안고 애걸했다. 언니도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같이 애처롭게 말했다.

절대 옮는 병이 아니에요. 베인 곳이 곪아서 열이 나는거에요. 폐를 끼치지 않을게요.

아마 새벽제비보다 언니의 말에 사람들은 마음이 끌렸을 것이다. 그 때 언니는 열 살 밖에 안 되었고, 동생은 일곱 살이었다. 세 사람은 지진때문에 반쯤 무너진 집을 받았다. 여동생의 염증은 지속적으로 재발했고, 새벽제비와 열 살이었던 여인은 무너진 집의 이곳저곳을 손봐 그럴듯한 집으로 만들었다. 여동생이 다 나았을 때, 자매는 그 마을에 적응했고, 새벽제비는 그러지 못했다.

왜 저를 버리고 떠났던거에요?

여인이 새벽제비에게 끓인 물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이제와놓고 저를 다른 곳으로 떠나게 해주겠다고요.

그래, 널 두고 간 것은 계속 후회하고 있어. 그리고 추모하고 있었단다.

추모요?

여인이 비웃었다.

그래서 지금 이 마을에 온거에요? 그 때로 부터 10년이 흘렀어요, 새벽제비. 마을은 그렇다 쳐요, 네. 하다못해 저 방파제에 몰래라도 갔다 온 적 있어요?

장소는 중요치 않아.

장소는 사람의 기억을 지배해요.

여인은 자신이 마실 물을 따랐다.

알아요? 방파제, 내 동생이 빠져죽은 그 자리에 가면 그 애의 목소리가 들려요. 새벽제비, 새벽제비,

우릴 버리지 마요,

여동생은 그 때 열 살이었다.

새벽제비, 아빠, 엄마, 같이 가요!

사실, 그렇게까지 어둡지는 않았다. 그러나 발 밑은 충분히 보이지 않았고, 먼 옛날 쌓아올린 테트라포드는 여기저기 흠집이 나있었다. 아이 뒤로는 마을의 손전등이 비쳤고, 아이 앞으로는 새벽제비가 방파제 위에서 소리쳤다.

위험해, 당장 거기서 멈춰라!

그 말과 함께 아이는 테트라포드 밑으로 빠졌다. 언니가 비명을 질렀다. 새벽제비는 3일을 방파제에서 살았다. 그러나 여동생은 발견되지 않았다.

우릴 버린건 이해해요. 우리 부모님도 나랑 내 동생을 버렸으니까.

버리지 않았어.

버리지 않았어요? 그 떄 내가 열 셋이었어요, 열 세살이었던 날 어떻게 했죠?

네 죄는 하나도 보지 않는구나, 얘야!

새벽제비가 식탁을 내리쳤다. 흰 연기처럼 그의 몸에 빛이 모였다. 트로이메라이가 불쑥 튀어나왔다.

됐어. 됐어요. 오늘은 이만해요.

새벽제비는 줄 끊어진 인형처럼 툭, 긴장을 놓았다. 그가 들고 다니던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여인이 따듯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안녕, 멜.

안녕, 얘야.

늘 주무시던 곳에서 주무시면 된다고 전해줘. 난.......

여인은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고 천천히 부엌을 빠져나갔다.

아빠도 엄마도 아니면 뭐라고 불러요?

여동생은 풀밭을 구르며 물었다. 여인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꽃반지를 만들고 있었다.

아빠도 엄마도 아닌게 아니라, 아빠도 엄마도 될 수 있는거란다. 그런데 난 우리가 부모자식으로 묶이는게 싫단다.

왜요, 엄빠?

엄빠라고 부르지 말아다오. 너도 언젠간 이해할 수 있을거란다. 가족은 종종........

여인은 자신의 꽃반지를 다 만들었다. 그리고 동생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약간 시들고, 약간 못난 꽃으로. 좀 더 예쁘고, 좀 더 크고, 좀 더 싱싱한 꽃으로 해야했다. 여인은 꽃반지를 구기고 자신의 품으로 가져갔다.

아니다. 일곱 살인 네게 이런 소리를 하면 안되지. 엄마인지 아빠인지 헷갈린다면, 네가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렴.

제비!

동생이 까르륵 웃었다. 그리고 온 몸애 묻은 풀을 털지도 않고 새벽제비의 케이프를 마구 팔랑거렸다.

새벽제비.

여인의 목소리는 조각조각 끊어져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눈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새벽제비, 슈는 새벽이란 뜻이고, 하이옌은 제비란 뜻이니까, 눈물과 함께 망가진 꽃반지가 떨어졌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최대한 숙였다. 새벽제비가 떠난 이후로 그렇게 울어왔다. 물론, 여동생이 죽은 것은 그의 잘못도 있었다. 여인은 13살이었고, 남들보다 덩치가 컸다. 힘도 셌다. 나무도 잘 탔다. 그냥....... 마을의 절친과 싸웠다. 동네 아이들이 편을 들어주었다. 왜냐면 남들보다 덩치가 크고, 힘도 셌고, 나무도 잘 타고, 재미있는 애였으니까. 새벽제비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저걸로 날 때릴까? 여인은 눈을 감았다.

네가.

새벽제비가 간신히 입을 떼었다.

친구를 마구 때리고, 가진 물건을 뺏었고, 그것도 모자라.......

긴 침묵이 이어졌다. 새벽제비는 창문 밖으로 생각을 던졌다. 이 시대에, 떠돌이 가족이 분란을 일으켜서는 살기 힘들다. 강한 자들은 무엇을 빼앗아도 죄를 짓지 않으며....... 생각을 정리해야했다. 사춘기 시절의 일탈 정도는 잘 타이르면 되었다. 그는 아이를 열 명 가까이 키워봤으니까. 그러나 그 때 마다 가슴에 시꺼먼 멍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새벽제비는 실망을 안고 돌아섰다.

잠시 나갔다오마.

새벽제비가 중얼거리듯 말하고 마을 밖으로 나갔다. 바닥을 딛는 발등 위에 눈물이 떨어졌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그는 항상 그렇게 울었다. 파도가 험했고, 바람은 더 험했으며, 새벽제비는 목숨이 두렵지 않았다. 짠 바다 냄새가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낯을 따갑게 했다.

새벽제비!

초췌한 얼굴로 마을에 다시 들어갔을 때, 여인이 서있었다. 새벽제비의 표정이 무섭게 굳었다. 여인은 어쩔 줄 모르고 발만 동동 굴렀다.

그 때 당신이 제 뺨을 치고 윽박지르고 욕을 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거에요.

난....... 내 아이를 잃었어.

새벽제비. 나는 부모를 두 번 잃었어요.

그 때 여인의 나이는 열 세 살이었다. 얼마 걸리지 않았다. 마을 입구에서, 새벽제비는 여인을 앞에 두고 등을 돌렸다. 여인은 가만히 서서 새벽제비를 쳐다보고 있었다. 열 세 살이 그런 의연함을 가질 수는 없었다. 다음날 아침, 새벽제비는 말했다.

이 마을을 벗어나고 싶니?

여인은 큭큭거렸다.

평생을 그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왜? 왜 떠나지 않았지? 그렇게 물으려고 했죠.

떠나는데에는 물자가 필요하니까?

아뇨, 마을이 절 필요로 해서에요.

어느 날은 트로이메라이가 새벽제비에게 말했다. 동생에게 너무 많은 사랑을 쏟지 말라고, 아이가 살갑고 붙임성이 좋은 이유는 다 자기가 버려질까봐 두려워해서 나오는 비정상적인 행동이라고.

그건 알아. 근데 여기서 얼마나 더 무덤덤해져야 하는 건데?

트로이메라이도 새벽제비도 그런 것은 몰랐다. 새벽제비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자 그 때 부터 여인의 동생은 아프기 시작했다. 불덩이처럼 열이 오르는 탓에 원인을 알아보려했으나, 새끼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에 염증이 나서가 아닐까, 정도의 애매한 답변만 받았을 뿐이었다. 어떤 것을 선택해도 올바른 선택이 되지 못했다.

마을에겐 경멸해야할 사람이 필요해요.

여인이 힘없이 무너졌다. 새벽제비는 텅 빈 옷가지를 쳐다보았다. 그가 숄을 허리에 메고 발걸음을 옮겼을 때, 마을 사람들은 까맣게 칠한 창문의 틈새로 새벽제비를 쳐다보았다.

내 딸은 내 손으로 숨을 끊어놓았습니다.

그 말이 너무 버거워 그는 지팡이에 자신의 몸을 기대야했다. 들어오고 나가는 숨이 작은 칼날이 되어 폐부를 짧게 베었다. 그가 전해야 할 편지를 받아들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들었을 때, 그는 자신의 귀를 자르고 눈을 뽑고 싶었다.

그래, 널 두고 간 것은 계속 후회하고 있어. 그리고 추모하고 있었단다.

새벽제비가 변명하듯 말했다.

추모요?

여인이 비웃었다. 그는 무슨 추모를 했단 말인가. 그래서 그는 크게 웃었다. 그는 승천자였다. 고스트라는 기관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딸처럼 무너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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