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꺅!도요
그들이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시베라이트는 자신을 추적하는 우주선을 포착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우주선을 따돌릴 실력은 없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목적지를 바꿔 황금기의 잔해물에 우주선을 들이박는 것이었다. 적어도 당황하게 만들 수는 있겠지. 그러나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의 친구, 동무, 동지를 보겠다는 그 강렬한 열망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
이렇게 하티와 같은 운명을 맞는 것인가. 시베라이트는 간신히 한쪽 눈을 떴다. 그 앞에는 한 청년이 서서 초조하게 좁은 우주선을 오가고 있었다. 시베라이트보다 한참 어린 사람이었다, 이제 갓 사회에 나온……. 그런데……. 리아흐스를 통해, 들은, 시베가 더듬거렸다. 청년은 자리에 우뚝 섰다. 칼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시베라이트를 쳐다보았다. 섬뜩한 자
시베라이트는 죽을 각오를 하고 하티를 집으로 들였다. 정해진 시간보다 조금 늦게, 하티는 도착했다. 그가 보낸 메시지는 형식적인 안부 인사와, 하룻밤만 재워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형식적인 안부에 비해 지나칠정도로 절절한 그 메시지가 시베라이트를 움직였을까. 죽는다면 친구의 손에 죽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탓이었을까. 아니면 시베라이트의 집을 감시하고 있는
그 날의 풍경은 시베라이트는 광기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무릎을 꿇은 시베라이트. 그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있었다. 갈 길을 잃은 눈길은 마라 소프를 노려보기에는 강단이 없었고, 그렇다고 순순히 떨구기에는 분노가 들끓었다. 하티라면 저 사람의 목을 조르고 울드렌의 눈을 찔렀겠지. 노려볼지 말지 힐긋힐긋 저 여인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권력 앞에서 이렇게
하티의 눈은 배신감과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길은 정확히 시베라이트를 향하고 있었다. 키 큰 남자가 하티의 팔을 꺾어 고개를 억지로 숙이게 하고 어디론가 끌고갈 때 까지 하티는 그런 눈빛으로 시베를 쳐다보았다. 그 감정은 태양만큼이나 강렬해 시베라이트는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의문에서 간신
사실 남자를 처음 봤다면 거짓말이었다. 교정에서도 드물게 남자가 있었고, 무엇보다 소꿉친구 하티도 남자였다. 스스로를 학부 졸업학년으로 소개한 남학생은 석사를 하며 조교 일을 시작한 시베라이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졸업논문에 사용할 자료를 찾는 것이 어려워 학과 사무실에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도서관 사서에게 물어보라며 쫓아낼 수도 있었다. 레닌주의,
보석금을 내야한댔다. 시베라이트는 차후 집을 빼면 들어올 보증금을 계산해보았다. 그건 확실히……. 큰 돈이었다. 일단 학생 신분에서는 말이다. 어머니들이 얻어준 집을 무단으로 처분한다는 죄책감은 있었다. 그러나 크진 않았다. 보증금을 다시 한번 나눠보았다. 자기가 묵을 집을 구할 돈 얼마, 그리고 하티의 보석금을 낼 돈 얼마. 이런거 부탁해서 미안.
리아흐스와 시베는 아주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할 말이 없으면, 이만 끊겠다. 할 말이 없다? 아니다. 아주 많았다. 시베는 묻고 싶은 것이 아주 많았다. 그러나 그걸 물으면 어떻게 될지 시베라이트는 가늠할 수 없었다. 통신은 일방적으로 끊겼고, 시베라이트는 하티가 불법개조한 통신기를 보며 침대에 엎어졌다. 왜? 왜 나에게? 서클에서 한 학생이 신입생을
엘릭스니 거주구역에 불이 났다. 시베가 들락거리던 건물도, 싸구려 네온사인도, 리아흐스가 마중나오던 길목도, 하티가 수줍게 보여준 판잣집도, 모두 불에 휩싸였다. 시베라이트는 얼굴이 잿빛으로 질렸다. 몰락자 거주구역에 화재가 났습니다. 현재 경찰과 소방관들은 화재를 진압하고 치안을 유지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각성자 주민 여러분은 안전하게
시베라이트는 숨을 들이켰다. 어릴 때, 훔친 적 있는 귀걸이. 하나는 자신이, 하나는 하티가 가져갔다. 시베라이트가 가진 왼쪽 귀걸이는 어머니들에게 뺏겼지만 오른쪽 귀걸이는……. 하티 웨인즈. 시베라이트가 작게 중얼거렸다. 하티는 가늘게 웃었다. 그래도 기억나나보네. 다행이다. 어떻게 날 찾았어? 그보다, 너 남자였어? 무례하네. 하티는 어릴
교실의 분위기가 흉흉했다. 학우들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엿들은 것이다. 하티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시베라이트는 학급 반장이었다. 그는 선생님을 모시고 오겠다는 핑계로 교실을 빠져나가, 교무실로 향했다. 아이들은 시베라이트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안 하려고 했다. 시베는 엿듣기 대장에 고자질쟁이니까요! 그게 아이들의 이유였다. 들키지 않을 정도로 교무실 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