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1~11/1 친애하는 자네의 ■
우츠기 란기리, ■■■ ■■■
아이디어 제공: 나희(@rwahee123) 님 (트위터)
도심지로부터 약간 떨어진 주택가. 아이 여럿이 골목을 오가며, 새처럼 재잘거리고 있다. 이른 시각임에도 나무라는 어른은 없다. 대신, 집마다 웃는 호박이 작은 친구들을 맞이해 준다. 가지런히 놓인 지붕 가운데 붉은빛이 도드라진 곳은, 에어체룽그에 발을 들인 두 사람에게 충분히 아늑했다. 이국 문물이 가득한 저택 내부로 햇살이 쏟아진다. 그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눈꺼풀이나 깜박일 즈음, 그의 동거인은, 현관에 서 있다. 한편, 사용감 없이 정돈된 침대를 그가 발견한다. 곧, 손등으로 졸음을 떨치고, 급히 걸어서, 그가 문까지 뛰어나간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다. 문이 닫힌다.
그리고.
똑, 똑, 똑.
“란기리.”
음? 소파에 구겨져 있던 그가 날쌔게 튀어 올랐다. 무슨 일일까. 금방 나가지 않았던가? 눈가에 재차 앉은 잠기운은 방해만 될 뿐이다. 손을 들어, 제 뺨을 척 내리쳤다. 그는 현관으로 다가간다.
“열쇠를 두고 갔더군. 문, 열어 주지 않겠어?”
하하, 내가 집에 있는 날이라 다행이야! 문이 열린다.
너머로 흰 천을 뒤집어쓴 형체가 보이고, 그것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그것을 위아래로 빠르게 훑는다. 순수한 감탄으로 물든 눈이 빛나고, 짧은 탄성이, 말을 뱉기 전부터 새어나간다. 옆집에서 사탕을 막 받은 아이가 그러듯이.
“이런, 무테이! 그대가 이런 날을 즐길 줄은 몰랐는데?!”
근사해! 유령이지? 훌륭한 가장이로군! 그 망토 잘 어울려!! 손에는 무얼 든 건가? 그는 그것 주변을 산만하게 맴돌다가, 정면에서 도로 멈춰 선다. 그것은 가벼운 웃음소리를 흘린다. 그대로군.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지.”
“그래, 기다려 봐! 내 마침 사탕을 넉넉히 사 둔 참이니까─”
“아직 무언가를 달란 요구는 하지 않았다만.”
“필요 없어??”
“…….”
자. 그것이 등불을 내민다. 그는 고개를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이다가도, 아! 외마디 감탄사와 함께, 벽시계 아래까지 성큼성큼 가로질러 갔다. 앙증맞은 간식 바구니가 흔들리는 시계추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다. 똑같은 걸음으로 돌아온 그는, 어느샌가 손에 들린, 노란 포장지 사탕 서너 개를, 덮개 열린 등불 안으로 집어넣었다. 랜턴은 황금빛으로 잠시 빛나다가, 금세, 처음 본 형언하기 어려울 색으로 변한다.
“이거, 어떤 구조인가? 신기한데.”
“지금의 너는 알 수 없어.”
“너무해라! 그럼 언제 알려 줄 거야?”
“음. 언제가 좋을까.”
“일 분 뒤?!”
“너무 이르잖아.”
“어디 보자……. 이르지 않으려면 일흔 시간 뒤겠군, 하하!”
그것은, 침묵 대신, 그 웃음을 곱씹는다. 하하. 소리를 따라 천이 부드럽게 나부낀다. 환히 타오르는 등보다도 따스한 시선으로, 그는 그것을 바라보다가, 문득, 떠올린다. 열쇠. 맞다! 아마 자네 옷장에 있겠지? 여태 입은 외투 주머니라든가! 자암깐만!! 방 안으로 구둣발이 부리나케 들이닥쳤다가, 장롱은 물론이고 온갖 가구를 뒤적거리고 나서야, 문가로 되돌아온다.
“기다렸지!! 미안, 열쇠가 안 보여, 서…….”
현관은 비어 있다.
어라?
그리고.
찰칵.
“…….”
음? 소파에 구겨져 있던 그는 날쌔게 튀어 올랐다. 이제 돌아왔던가? 책자를 향해 또렷하게 굴러가던 눈동자가 현관으로 향한다. 손을 들어, 의학 서적을 척 내려놓는다. 그가 문까지 뛰어나간다. 문이 열린다.
“이런, 무테이! 열쇠를 찾은 건가?! 사탕은? 많이 받았어?”
“사탕이라, 그래. 그런 날이지.”
“아까 그 망토는? 무척 어울렸는데, 어디 두고 오기라도 했나??”
“무슨 소린지 맥락을 모르겠군. 하나씩 설명해 봐.”
“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으음?”
없었다.
“어라?! 무슨 이야기 중이었더라?”
“저녁 식사 준비부터.”
“그래, 그래. 배고팠나 보군! 하하!”
문이 닫힌다. 간단한 대화가 이어진다. 곧, 손뼉을 쳐 주의를 끌고, 느릿하게 걷다가도, 그가 안쪽으로 뛰어 들어간다. 한편, 갖은 물건으로 어수선한 서재를 그의 동거인이 발견한다. 그가 꾸중 아닌 꾸중을 들으며 책을 치울 즈음, 그의 동거인은, 책상에 앉아 있다. 이국 문물이 가득한 저택 내부로 달빛이 쏟아진다. 가지런히 놓인 지붕 가운데 붉은빛이 도드라진 곳은, 에어체룽그에 발을 들인 두 사람에게 충분히 아늑했다. 창밖, 집마다 웃는 호박이 작은 친구들을 맞이해 준다. 늦은 시각임에도 나무라는 어른은 없다. 아이 여럿이 골목을 오가며, 새처럼 재잘거리고 있다. 도심지로부터 약간 떨어진 주택가에서,
하하. 그것은, 침묵 대신, 그 웃음을 곱씹는다. 친애하는 나의 벗이여. 순간의 여흥이란 이토록 즐겁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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