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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 2021. 10 후웅, 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에서 더운 바람이 내려왔다. 환기되지 않은 공기가 먼지 냄새를 내며 부유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창문을 여는 이는 없었다. 도리어 교복 위에 걸친 외투를 단단히 여미고 하던 일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날씨가 아무리 좋은들 매일같이 올해의 가장 추운 날을 갱신하는 뉴스가 흘러나오는 계절이었다
━━━━ #1 라온이 진짜 어디서든 대기줄 서있을 때면 결이 손 붙잡고 있을 것 같아... 재잘재잘 떠들면 결이는 응, 응, 하고 열심히 대꾸해주고 ...... ━━━━ #2 결이가 소파 누워있으면 지나가던 온이가 햄버거하고 그걸 또 반씨가 폴짝 올라타고는 강쥬 급하게 불러서 4단 만들어놓을 것 같음 ㅋㅋ큐ㅠㅠ 댕성은 라온이한테 너때매 결이형 깔
백업 :: 2021. 08 “견성하! 너 찾는 사람 왔는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견성하는 고개를 돌렸다. 일어서려다 받은 방해로 어정쩡하게 짚은 책상다리가 작게 덜컹거렸다. 매점에 간다며 교실을 빠져나가던 녀석들 가운데 하나가 앞문에서 고개만 내밀어 소리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사라졌다. 견성하는 대답 대신 작게 눈을 찌푸렸다. 설명도
백업 :: 2021. 07 알잖아, 좋아하는 것들이 색을 입을 때. * 하얀 구름으로 얼룩진 파란 하늘에 하얀 태양이 내리쬐자 자잘한 물결이 구름을 배처럼 몰아 지나갔다. 더운 공기 사이로는 차가운 물기를 머금고 바람이 불었다. 하늘을 연장선으로 펼쳐지는 수면은 투명하게 빛나고, 바닥에 깔린 하얀 타일과 포인트로 칠해진 깨끗한
백업 :: 2021. 05 전력 90분 참가, 주제 [꿈] “안녕하십니까.” 익숙한 인사말이 들려와 고개를 돌렸다. “너 뭐냐.” 먼저 떠올린 형태가 있었지만 앞에 있는 것은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분명 성별은커녕 사람인지조차도 확인이 어려워 어렴풋한 형태를 겨우 인지하는 게 고작이어야 할 텐데…. 면담 요청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를 받
백업 :: 2021. 05 전력 90분 참가, 주제 [어린이날] “지우 형,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결심이 선 얼굴로 제게 다가온 견성하를 바라보며 강지우는 마른침을 삼켰다. 들뜨는 입꼬리를 점잖게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홀로 긴장한 탓에 견성하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기색이었다. ‘드디어!’ 언제쯤 말을 털어놓을까 눈치를 보던 것은
백업 :: 2021. 05 전력 90분 참가, 주제 [반지] 멍한 기분이었다. 초점을 놓친 카메라가 찍는 풍경을 눈으로 대신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흐린 윤곽 탓에 시선이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이곳저곳으로 분산됐다. 사람과 사물의 경계가 흐렸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조차도 잊어버리고 관성적으로 눈을 껌뻑거렸다.
백업 :: 2021. 04 “먼저 두 개는 이 맛으로 주세요!” 진열창에 손가락을 콕 찍은 온라온이 해사하게 웃었다. 포장 용기를 정리하는 척 곁눈질로 훔쳐보던 아르바이트생의 손에서 플라스틱 뚜껑이 후두둑 떨어졌다. 정면에는 아이스크림 컵과 스쿱을 들고 풀린 얼굴로 대기하던 아르바이트생이 입을 벌린 채로 굳어있었다. 둘 모두 이게 현실인가
백업 :: 2021. 07 ■■■는 꿈을 꾸고 있었다. 흐릿한 먼지 한 톨 떨어진 것 없이 희기만 한 공간이었다. 그림자 지는 곳 하나 없이, 명암은 고려할 바도 되지 못한 듯 그저 하얗고 하얄 뿐이었다. 그 색은 깜빡이는 눈꺼풀 너머마저도 하얗게 물들여 눈을 감고 뜨는 것을 분별할 수 없게 만들었다. 바닥과 벽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으나 이
백업 :: 2021. 07 다른 분들도 잠시 대기하셔야 할 것 같아요. 안내하는 스태프 뒤로 다른 스태프들의 모습이 부산스러웠다. 여럿이 모여 쑥덕거리는가 싶더니 또 금방 이리저리 뛰고 전화하는 둥, 모르고 봐도 문제가 있다는 게 분명해 보였다. 신제준의 시선이 그쪽을 향하는 것을 알아챈 스태프의 표정이 멋쩍어졌다. 그러면서도 덧붙이는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