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ido

4부 10화

이딴 게 위로..?

*혹시 까먹으셨을까봐 알립니다.

플뢰르: 꽃 좋아하는 애. 정화된 대지에 꽃을 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조경담당자입니다.

호셰: 기사단 건물을 짓는 총책임자입니다. 툭하면 솔라를 채석장으로 데리고 갑니다. 현재는 기사단 건물도 다 지어져서 유지 보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플뢰르를 돕거나 취미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아, 돌아오셨구나. 저분들이 이번에 수행을 하러 오신 분들이군요.”

비료를 나르던 플뢰르가 시도폰과 솔라를 발견하고 말했다. 그 옆에서 일을 돕던 호셰는 드디어 조각상을 만들 수 있겠다며 기뻐했다.

“조각상이요? 들어본 적 없는데 누구 조각상을 만드시게요?”

“누구겠나? 당연히 우리 집행자님이시지. 어이~ 솔라 부관, 나 좀 도와주게!”

“아저씨도 참, 방금 돌아오신 분한테 바로 일부터 시키려고 하시면 어떡해요!”

비료 포대를 던져두고 귀환 일행에게 달려들려던 호셰를 저지하고, 플뢰르는 일행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걸 발견한 시도폰은 마주 손을 흔들며 솔라에게 말했다.

“호셰가 자네를 발견하고 유독 반응이 컸어. 뭘 시키려나 본데?”

“…오늘은 일단 안 될 것 같습니다.”

“그치? 수행단 인솔은 내가 하겠네. 자네는 오늘 푹 쉬어.”

“감사합니다.”

시도폰은 일행을 데리고 본관으로 향했고, 솔라는 플뢰르와 호셰에게 다가갔다.

호셰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솔라는 오늘은 피곤하니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아쉽군…. 뭐 당장 해야 할 건 아니니까.”

“기력이 나는 대로 해두죠. 뭘 하려고 하신 겁니까?”

“집행자님의 조각상을 만들어볼 생각이었어.”

턱에 손을 괴어 게슴츠레 뜬 눈으로 호셰를 바라보던 솔라가 잠시 눈을 크게 뜨더니 채석장으로 자신을 안내하라고 말했다.

“자네 피곤하다며?”

“괜찮아졌습니다.”

“흠…. 그렇다면 다행이군. 채석장은 미리 봐둔 곳이 있어. 이쪽일세. 응? 플뢰르 뭘 그렇게 보고 있느냐?”

“솔라 님. 이거, 남부에서 사람들이 준 꽃인가요?”

솔라의 손에 있는 것은, 플뢰르에게 보여주겠다며 기사들이 보존 술식을 걸어둔 꽃다발이었다.

꽃의 형태를 유심히 보던 플뢰르는 자신이 읽었던 도감을 떠올리는 듯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다가 꽃의 이름을 말했다. 솔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헬레보어. 크리스마스 장미인데 북부에서는 본 적이 없었을 거라고 기사들이 그러더군.”

“맞아요! 저도 책에서만 봤지 실물을 본 건 처음이에요. 제망은 기후가 맞아도 애초에 악마들에게 점령당했던 곳이라 야생 헬레보어를 만날 일이 없었는데. 그나저나 남부 사람들도 집행자님을 많이 의지하고 있나 봐요, 이 꽃을 선물로 준 걸 보면….”

“꽃에 무슨 의미가 있나?”

“음… 구전된 꽃말이 있는데 ‘나의 불안을 진정시켜 주세요.’라는 거거든요. 집행자께서 열심히 하고 계신데도 여전히 불안한 걸까요?”

워낙 표정 변화가 크지 않은 솔라라, 호셰와 플뢰르는 그의 얼굴이 굳은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솔라는 플뢰르에게 꽃을 넘겨주고 호셰에게 채석장으로 안내하라며 등을 떠밀었다.

“어? 이거 그냥 제가 받아도 되는 건가요?”

“집행자께서 마음대로 처리하라고 하셨네. 상관없어.”

얼떨떨하게 감사 인사를 하는 플뢰르를 두고, 솔라가 떠났다. 그의 손은 어느새 둥글게 말려 주먹을 쥐고 있었다.

‘감히 그딴 짓을 하면서 이런 걸 선물해?’

 


카리타스의 앞에서 태연한 척하던 시도폰은 남부를 벗어나고 나서야 자신의 감정을 곱씹어볼 수 있었다. 야영 첫날, 솔라는 불침번을 서다가 다음 당번과 교대한 뒤 자신의 숙소로 돌아왔다. 그는 자리에 눕자마자 벌떡 일어나 다시 외투를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이건… 집행자의 신성력인데, 느낌이 이상해.’

그는 서둘러 집행자의 숙소를 찾았다. 불이 켜진 채였지만,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솔라는 살짝 천을 걷어 내부를 확인했다. 흑색의 망토가 곱게 개어져 침낭 옆에 놓여있었다.

‘역시 아무도 없어. 나가셨군.’

물론 시도폰이 혼자 돌아다닌다고 해서 길을 잃는다거나 누군가에게 해코지당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솔라는 서둘러 시도폰의 신성력을 따라가 그를 붙들었다.

흩날리는 눈송이 사이에서 시도폰은 정처 없이 걷고 있었고, 솔라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붙잡자 급하게 얼굴을 가렸다. 솔라는 억지로 얼굴을 가린 손을 치우지 않고, 계속 그러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평소답지 않게 조급한 목소리였다.

그에 반해 시도폰은 느릿하게 대답했다.

“…혼자 두게. 잠깐 산책을 하러 나온 것뿐이야.”

“산책은 낮에 하십시오. 밤에 이렇게 돌아다니시다가 낮에 이동할 때 지장이 있으면 어떡하려고 그러십니까?”

그 순간 시도폰이 솔라의 손을 세차게 뿌리쳤다.

“낮엔 혼자 있을 수 없으니까 그렇지! 날 좀 내버려 두면 안 되겠나? 꼭 이렇게 쫓아와서 내가 이런 꼴이라는 걸 확인해야겠어?”

울분이 섞인 목소리였다. 시도폰은 얼굴을 가리는 걸 포기하고 솔라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눈보라와 어둠 속에서, 밝은 것이라곤 시도폰이 길을 밝히느라 켜둔 작은 등불뿐이었지만, 솔라는 시도폰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볼 수 있었다.

일그러진 얼굴을 세차게 문질러 눈물을 닦아낸 시도폰은 흥분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솔라를 따라 돌아가진 않았다.

그는 애써 차분하게 가라앉힌 목소리로, 알아서 돌아갈 테니 먼저 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솔라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버텼다.

“그냥 갈 수 없습니다. 저는 당신의 부관이니까요.”

“자네가 지금 뭘 할 수 있다고….”

“남들이 있을 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어드릴 수 있죠.”

시도폰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다 끝난 일인데 이야기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나?”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거라면 왜 지금 여기 나와 계신 겁니까? 당신께서 저를 믿지 못하시는 거라면 기꺼이 물러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해지는 게 부끄럽다거나 수치스러워서 말하지 못하고 계신 거라면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자신을 믿으라는 듯, 솔라는 살짝 상기된 목소리로 말하며 심장 근처로 제 오른손을 올렸다. 그는 한 발짝 시도폰에게 다가갔고, 시도폰은 그런 솔라에게서 벗어나려 뒷걸음질 치다가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솔라는 시도폰을 일으켜주는 대신 한쪽 무릎을 꿇어 시도폰과 눈높이를 맞추고 말을 이었다.

“당신께서 하고픈 말이 있으면 얼마든지 해주십시오. 여긴 저희 둘 뿐이고…. 아니, 제가 먼저 말씀드리면 털어놓기 편하실까요?”

눈보라 속에서도 솔라는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당신께서 더는 성녀님을 신경 쓰지 않길 바랍니다.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당신의 기대를 저버리고 자신만의 안위를 챙긴 이 때문에 괴로워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맞겠군요.”

시도폰은 땅에 쌓인 눈을 세게 쥐었다. 금방 녹아내린 물이 그의 손 틈새로 줄줄이 새어나갔다. 대답하는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감히? 성녀께 무례한 언사라는 자각은 있는 건가?”

“글쎄요. 제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신이시니까요. ‘감히’라는 말은 제가 아니라 그분께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분에 대해 당신 보다 아는 것이 없습니다. 제가 이런 오해를 하는 게 싫으시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당신께서 그분께 아직 품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그러면 시정하겠습니다.”

욱하는 마음에 시도폰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막상 말을 하려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시도폰은 머뭇거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카리타스를…. 좋아했던 게 맞았어, 처음엔 무슨 사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네, 나중에도 그런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나 자신을 속였지.”

시도폰은 눈을 감았다.

“그래서 부끄러웠네. 나 혼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도, 아무것도 모르고 계속 다가오는 나를 카리타스가 부담스러워했을 거라는 것도.”

그는 맞은편에서 솔라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모른 채 말했다.

“그리고 조금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네. 똑똑한 그 애라면 내 마음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왜 나한테 그런 걸 굳이 알려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만나는 횟수가 고작해야 일 년에 두 번이 될까 말까 하는데, 그냥 말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텐데.”

“계속 당신을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이 있으셨을 테니까요.”

카리타스를 편들어주는 듯한 솔라의 말에, 시도폰은 울컥한 마음을 참지 못했다.

“그런 건 필요 없었어. 차라리 나를 속이는 게 나았을 거라고!”

잠깐 밭은 숨을 내뱉은 시도폰은 갑자기 소리 질러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몰래 미소를 지은 솔라는 그를 따라 일어서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듯 시도폰의 앞에 서서 길을 막았다.

“더 말할 만한 건 없는 것 같은데, 그 애는 메릭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어. 그게 전부야.”

“그 호위를 대신해서 성녀님의 옆에 있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해보셨던 겁니까?”

“….”

정곡을 찔린 시도폰이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고 있냐고 솔라에게 묻자, 솔라는 대충 던져본 거라고 둘러댔다. 사실, 시도폰이 술에 취해서 코지와 솔라에게 털어놓은 말 중에 그 말이 있었던 것이지만.

시도폰은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했다.

“하…. 나도 그 애 곁에 있고 싶지 않아서 여기 있는 게 아닌데.”

“집행자가 되신 걸 후회하십니까?”

그렇게 묻는 솔라의 목소리는 다소 가라앉아있었다. 곧바로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내가 각성하지 않았다면 모두를 구할 수 없었을 테니까. 옛날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그걸 후회하는 건 아닐세. 그냥, 나는 그 애와 함께 있지 못하는 게 아쉬운 것뿐이지.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아닐세 이미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데 후회해서 뭣하겠나.”

시도폰은 어느새 비켜선 솔라를 지나쳐 걸었다. 하늘색의 불꽃이 일렁이며 앞길을 밝혔고, 시도폰은 자신을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자 뒤돌아서서 솔라를 불렀다. 무언가 생각하는 듯, 잠깐 바닥을 보고 있던 솔라는 시도폰의 목소리를 듣고 그를 향해 뛰어갔다.

“뭘 하고 있었던 건가?”

“신경 쓰실 건 아닙니다. 그저 당신께서 제가 아는 분으로 돌아오셔서 기뻤을 뿐입니다.”

자신은 달라진 적이 없다며 툴툴거리던 시도폰이 앞장서 걸었다. 그 뒤를 솔라가 따랐다.

‘이번 한 번만으로 집행자께서 모든 감정을 내려놓으실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지금은 이걸로 충분해.’

게이트가 완공되었다고는 하나, 남부에서 경계까지는 족히 10일은 걸리는 거리였다. 솔라는 그동안 시도폰을 위로하다가, 그의 질투심을 건드려보기도 하고 그와 메릭의 차이를 들먹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언제나 대화는 솔라의 충성심이나 집행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 같은 것들로 끝나버려서, 시도폰은 무어라고 따질 수도 없었다. 그는 지치고 지쳐서 카리타스에 관해 생각하는 걸 포기하고, 스스로 그걸 알아차렸을 때 솔라에게 물었다.

“이런 걸 위로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누구한테 배웠나? 피데이스는 나에게 이런 걸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누구에게 배운 게 아닙니다. 전부 당신께서 올바른 길을 가길 바라는 저의 진심에서 나온 행동이었습니다.”

그 대답에 시도폰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솔라는 이후로 전혀 카리타스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도폰과 평소 하던 대화를 나누었다.

 


“여기일세!”

호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솔라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채석장 옆엔 만들다 만 것 같은 조각상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저기 저것들은 뭡니까?”

솔라의 물음에 호셰가 쑥스러운 듯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연습용으로 만든 거라네. 실제 사람의 크기보다 작긴 하지만 연습엔 도움이 되더군. 저 돌은 이디스 부관에게 부탁했네. 해머를 아주 가볍게 휘두르던데!”

“그러면 이번 것도 굳이 제가 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게…. 부수는 건 잘 하는데 너무 잘게 부수더군. 내가 만들고 싶은 조각상은 실제 사람 크기인데 그만한 돌이 도저히 나오지 않아.”

팔짱을 끼고 있던 솔라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호셰가 표시해둔 선을 따라 벼락을 내렸다. 커다란 돌이 굉음과 함께 갈라지자, 호셰가 탄성을 지르며 바로 돌을 끈으로 묶었다.

그는 솔라에게 고맙다고 외치고 사람들을 시켜 돌을 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할 게 없어진 솔라는 본부로 돌아갔고, 프라이에를 도와 수행단의 훈련을 맡았다.

그렇게 훈련이 진행된 지 3주째 되던 어느 날, 시도폰은 계속 자신을 쳐다보는 루카에게 할 말이 있냐고 물었다.

“저… 요새 남부로 전혀 편지를 쓰지 않고 계시는 게 신경 쓰여서요. 평소대로라면 남부에 보내는 훈련 보고 편지를 지난주에 쓰셨을 테니까요. 혹시 종이가 떨어졌나요? 그랬을 리가 없는데.”

“아, 깜빡 잊고 있었네. 알려줘서 고마워.”

애써 외면하던 일이었지만, 루카가 이렇게 말할 정도였으니 시도폰은 더 미룰 수 없었다. 그는 서랍에서 익숙하게 편지지와 편지 봉투를 꺼냈고, 남부 교회에 보내는 편지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그걸 봉투에 넣고 다음 편지지로 무심코 손을 뻗었다가 이름을 쓰기 직전, 잠시 펜을 멈추었다. 그는 천천히 카리타스의 이름을 썼다. 솔라와 이야기하면서 감정이 정리되긴 했지만, 아직은 태연하게 그를 대할 수 없었다.

간신히 ‘잘 지냈어?’라는 문장을 쓰고 시도폰은 다시 펜을 멈췄다. 다행히 루카는 그를 위해 자리를 피해주어서 시도폰은 쓰다 만 편지를 두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브리오소의 북부와 다르게 제망의 경계 부근은 눈이 자주 내리지 않았고, 오늘도 이곳은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물방울이 창문을 닦아 내리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걸 지켜보다가, 시도폰은 다음 줄을 끄적였다.

뚝뚝 끊기는 문장으로 어색하게 안부를 전하던 중, 그는 갑자기 편지지를 구긴 채 태워버렸다.

‘너무 갔어. 연서도 아니고 이게 뭐야.’

다음 편지도, 그다음 편지도 불태워버린 후, 시도폰은 머리를 감싸며 책상에 엎드렸다. 여전히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여태까진 편지를 어떻게 썼더라? 그렇게 어렵지 않게 썼던 것 같은데? 얘기할 일이 없을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는데.’

원인을 모르진 않았다. 평소대로라면 시도폰은 카리타스에게 보내는 편지에 진심을 꾹꾹 담았을 테지만, 지금은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어떻게 해도 드러나는 마음에, 시도폰은 편지를 짧게 끝맺었고 오늘따라 유난히 얇은 편지 봉투를 받아든 루카는, 자신이 남부 교회에 보내는 편지와 성녀에게 보내는 편지를 헷갈린 것인지 두 번은 확인해야 했다.

‘정말 무슨 일이 있으셨나 봐. 아까 편지를 받으러 갔을 때 방에 종이 태운 냄새가 진동했던 걸 보면….’

하지만 이번에도 시도폰은 루카에게 털어놓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루카는 이러다가 결국 괜찮아지겠거니 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부쳤다.

그리고 그 편지가 도착한 것은 카리타스가 막, 메릭을 배웅하며 그에게 축성을 걸어주고 난 후였다.


썸넬이 가로라서 엄청나게 잘렸네.. 근데 뭐 얼굴만 보이면 됐지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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