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ido(외전, if 등)

외전: 카리타스가 시도폰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면

뽑뽀해요~

카리타스는 화병에 담긴 팬지꽃을 긴장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겨울이라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지만, 선물의 목적에 맞는 꽃을 고를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리고… 변장하고 나가서 정말 다행이었어.’

꽃을 사러 외부로 나갔던 카리타스는, 어떤 목적으로 선물할지 알아야 꽃을 추천할 수 있다며 집요하게 그것을 묻는 상인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상인은 음흉한 웃음을 짓더니 꼭 성공하라며 그에게 보라색 꽃다발을 내밀었다. 그 색에 카리타스는 변장이 안 된 건지 놀라 물웅덩이를 바라보았으나, 그의 불안감과 다르게 머리 색은 눈에 띄지 않는 갈색 그대로였다.

눈 색은 바꿀 방법이 없어 하늘색 그대로였는데, 그때 카리타스는 문득 그와 시도폰 사이에 자식이 생긴다면 저런 머리 색과 눈 색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속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책상에 앉아있던 카리타스는 그대로 거기에 엎어졌다. 양팔로 머리를 감싼 그는, 여전히 고뇌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신은 시도폰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도폰은 사람을 자연스레 끌어당겼고, 또 그렇게 자신의 주변에 모여든 사람을 잘 챙겼다. 카리타스는 자신 또한 그중 하나일 것이리라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제게 보여준 애정이 단순한 친구에게 건네는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론 이 상태로 좋아한다고 말해봤자…, 시도폰은 응, 나도 카리가 좋아! 라고 말하고 말 것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씁쓸해진 카리타스는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였다가 실수로 화병을 건드렸다. 깜짝 놀란 그가 벌떡 일어나 넘어지려던 화병을 잡기 직전, 누군가 대신 그것을 잡아챘다.

“메릭… 고마워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는 메릭은 싱긋 미소를 짓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화병을 바로 세웠다. 카리타스는 메릭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고개를 살짝 돌렸다. 고백을 거절한 상대를 앞에 두려니 상당히 민망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처지지 않나, 메릭에게 미안해할 시간에 작전이나 제대로 세우는 게 나았다.

‘미치겠네. 시도폰을 몇 년이나 봤는데 아직도 그 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분명 어렸을 땐 나를 좋아하는 게 되게 잘 보였는데, 지금은 쓸데없이 표정 숨기는 것만 늘어서….’

어찌 보면 이것도 제 탓이었다. 카리타스는 제 뺨을 내려치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생각을 이어갔다.

‘나는 시도폰과 뭘 하고 싶은 걸까? 지금 이대로도, 그러니까 친구로도 연락은 충분히 할 수 있고 남부로 왔을 때만이라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연인이 된다고 해도 나는 여기, 그 애는 그곳에 있어야 하지. 이렇게 생각하면 굳이 고백하지 않아도….’

거사를 앞에 두니 자꾸 도망치고 싶어지는 것 같았다.

침착하자며 속으로 한숨을 푹푹 쉰 카리타스가 고민에 잠긴 동안, 메릭은 실시간으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듯한 카리타스의 표정을 보며 대충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직 고백할지 말지 고민하고 계신 건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좋아했던 사람이니 고백을 거절당했다고 해서 쉽게 포기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메릭은 맑은 하늘색의 눈동자가 기대로 가득 물든 것을 보고, 마음 한구석이 무너졌다가 다시 채워지는 듯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내 고백을 거절하셨으니까 이렇게까지 도와드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당신께서 그걸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약속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의 카리타스에게, 메릭이 말했다.

“성녀님.”

그러자 카리타스가 화들짝 놀라며 왜 불렀냐고 대답했다. 항상 침착하고 조용하던 사람이 그렇게 반응하니 메릭은 신기하면서도 달갑진 않았다.

“오늘 그 꽃다발을 집행자께 드리면서 고백하실 겁니까?”

“그, 그걸 어떻게….”

“제가 당신께 고백을 할 정도로 좋아했다는 걸 벌써 잊으신 건가요? 표정만 봐도 전 당신께서 뭘 고민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크흠, 비밀이에요.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말고요.”

당황한 카리타스가 헛기침하며 화병에서 꽃을 꺼내어 포장지로 감쌌다. 리본은 당연히 하늘색이었다. 조금 엉성하게 묶인 꽃다발을 보던 메릭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말한다고 해도 다들 별로 반응이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아무도 안 믿는다는 뜻이겠지.’

‘이제야 두 분이 사귀시는 거냐, 아니면 원래 사귀는 사이였던 거 아니냐. 둘 중 하나겠죠, 뭐.’

각자 다른 생각을 하며 시무룩해진 두 사람이었다. 리본을 조금 다듬어서 모양을 잡던 카리타스가 메릭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성공…할 것 같나요?”

“글쎄요. 어떻게 고백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긴 합니다. 집행자께선 그런 쪽을 잘 모르셔서, 무작정 좋아한다고만 말하면 친구로서 좋아하는 거로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 추측하고 있으니까요.”

“뭐야, 왜 이렇게 잘 알아요?”

지적을 받자 메릭이 어이없어하며 대답했다.

“그야 저는 기사니까요. 그리고 집행자께선 현존하는 모든 기사의 귀감이시고. 존경하는 인물에 관한 건 뭐든 알아두는 게 좋지요.”

“아니, 기사로서 존경하는 거면 전투 기술이라든가, 작전 수행 능력 같은 걸 알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건 당연히 기본이죠. 게다가 그런 능력에도 성격이 영향을 미치는 게 크니까, 그런 것들도 알아두는 게 중요합니다.”

‘아닌 거 같은데. 그냥 시도폰을 좋아하는 어둠의 모임 아냐?’

차마 그렇게 물어볼 수 없었던 카리타스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당신은 왜 나한테 연인이 되자고 했나요? 매일 보는 건 연인이 되기 전이나, 후나 다를 게 없었을 텐데요.”

직설적인 질문에 메릭은 조금 마음이 아픈 것처럼 휘청였다. 그런 걸 물어보는 카리타스의 마음도 영 편안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카리타스가 질문했으니 메릭이 대답할 차례였다.

“그야…. 당연히 연인끼리만 하는 행동에 대해 기대하는 게 있었으니까요. 그런 게 전혀 없었다면 저도 그러진 않았을 겁니다.”

카리타스는 점점 달아오르는 메릭의 얼굴을 보다가 이만 나가보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머리를 식힐 시간을 줘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메릭이 집무실을 나섰고, 카리타스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시도폰에게 기대하는 것, 연인으로서 기대하는 게 뭐가 있을까? 연인끼리는 그러니까….’

종종 잠행을 나가서 본 연인의 행동이라고 하면, 입을 맞추거나 손을 잡거나, 껴안는 행동 등이었다. 도서관에서 몰래 봤던 풍속 소설에선 조금 더 적나라한 묘사가 나와, 카리타스는 그것을 상상하다가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미친 거 아냐? 이런…걸 한다고? 시도폰과 내가?’

하지만 카리타스는 문득 떠올렸다.

시도폰이 의리를 지키겠다고 그의 방에 들어와 놓고 깜빡 잠드는 바람에, 그를 제 방 침대에 눕혔던 날, 제 쪽으로 돌아누운 시도폰의 얼굴을 보며 자신이 무슨 생각을 했었나?

무방비하게 잠든, 한 뼘도 안 되는 거리의 시도폰을 보며 입을 맞추려고 하지 않았던가?

‘아니 잠시만 그것보다 더 전에….’

시도폰이 각성하고 난 직후, 혼자 격리되어 있다가 탈출해 자신을 만나러 왔던 날. 창문으로 들어와 그대로 떨어져 내린 시도폰에게 덮쳐졌을 때, 자신은 무슨 생각을 했던가?

이대로 우연히라도 어딘가 닿기를 바라며 눈을 감지 않았던가?

‘그렇구나, 내가 그런 걸 밝혔구나. 고백…, 하자.’

받아들이니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다. 반대로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머리는 입맞춤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며 혼자 마음대로 진도를 나가고 있었다.

어째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것 같다며 카리타스가 머리를 세게 가로저었다. 그때 밖에서 시종이 문을 두드렸다.

“성녀님. 약속 시각이 다 되어서 알려드립니다.”

“나가겠네.”

창문을 열어 찬바람을 쌩쌩 맞아 얼굴을 겨우 진정시킨 카리타스가 아무렇지 않은 척, 꽃다발을 들고 나왔다.

그는 시도폰에게 어떻게 고백할지를 정하지 않았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게 생각난 것은, 나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도폰의 얼굴을 보았을 때였다.

‘망했다. 계속 그런 생각을 했더니 이젠 입술밖에 안 보이잖아.’

난리가 난 카리타스의 머릿속과는 다르게 그의 표정은 침착했기에, 시도폰은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를 반겼다. 활짝 웃는 시도폰의 얼굴을 인지하고 나서야 카리타스도 그와 마주 보며 웃을 수 있었다.

자연스레 꽃을 받으려 손을 내민 시도폰에게, 카리타스는 승전을 축하한다며 꽃다발을 내밀었다.

“꽃 이름이 뭐야?”

시도폰의 질문에 카리타스는 대답하는 대신 시도폰에게 내밀었던 꽃다발을 도로 제 품에 껴안았다. 어린 시절의 장난을 다시 하려는 거냐고 시도폰이 웃었지만, 카리타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실 승전 축하는 건 핑계야. 나는 다른 이유로 네게 이걸 주고 싶었어. 그게 뭐냐면….”

살짝 낮아진 카리타스의 목소리에 시도폰은 불안한 얼굴로 무슨 일인지 물었다. 카리타스가 다시 꽃다발을 내밀며 말했다.

“좋아해 시도폰.”

얼떨떨한 얼굴로 꽃다발을 받아든 시도폰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신성력이 고갈되었을 때처럼 시도폰의 심장은 세차게 뛰었고, 그는 그 말을 속으로 곱씹으며 혼란을 잠재우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좋아한다고? 카리타스가, 나를? 친구로서, 아니면 다른 의미로? 아무리 그래도 이건 그런 의미인 거겠지? 아, 아니면 어떡해?’

침묵하는 시도폰을 두고 카리타스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바보야? 좋아한다고만 말하면 어떡해, 제대로 말하라고! 연습할 땐 사귀자고 말하는 것도 잘 했잖아!’

속으로만 그렇게 외칠 뿐 카리타스의 입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거울을 보며 제 얼굴에다가 대고 말했을 땐 아무렇지도 않았던 대사가, 시도폰을 앞에 두니 거짓말처럼 나오지 않았다.

‘메릭이 좋아한다고 말했던 걸 거절했잖아. 그 사람은 용기를 내서 그렇게 말했던 건데, 그걸 거절해놓고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건 그 사람한테도 미안한 일이야.’

“...카리, 울지 마.”

“응?”

카리타스는 시도폰의 말에 제 뺨을 만졌다. 해야 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던 나머지 눈물이 흐르고 만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던 카리타스가 눈물도 닦지 않고 있자, 시도폰은 서둘러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수건을 카리타스의 뺨에 얕게 두드렸다. 값비싼 조각상의 먼지를 털어내듯 섬세한 손길과 가까워진 시도폰의 얼굴에 카리타스는 돌연 눈을 감았다.

시도폰은 그 모습이 꼭 부끄러워하는 아이 같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콩깍지레전드)

“그만 울어, …응? 이렇게 빨리 눈물을 그칠 수 있는 거였어?”

증발한 듯 사라진 눈물에 시도폰이 되려 당황했다. 그는 이제 괜찮냐며 카리타스에게서 손을 떼려다가 그대로 붙잡혔다.

어느새 동그랗게 눈을 뜬 카리타스는 제 왼손에 잡힌 시도폰의 오른손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살과 살이 맞닿는 소리가 짧게 시도폰의 귀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상상도 못 했던 상황과 촉감에 시도폰은 당황했지만, 손을 뺄 생각 따위는 하지 못했다.

“어, 어?”

“내 연인이 되어줘, 나… 네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괜찮을 거라고, 계속 친구로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네가 없으면 안 돼.”

눈물 때문에 더 반짝이는 하늘색 눈동자가 올곧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시도폰은 카리타스가 하는 말의 의미를 곡해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건 외통수다, 비겁한 거 아니냐, 절대로 거절하지 못할 걸 알면서 왜 그런 눈빛을 하냐 등의 말이 오고 간 시도폰의 마음은 시끄러웠지만, 정작 나온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아주 짧고 명확했다.

“…응.”

카리타스는 그제야 시도폰의 손을 놓아주었다. 만족스러운 대답에 기뻤는지 울었던 얼굴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환한 미소가 카리타스의 얼굴에 떠올랐다.

조금씩 내리던 눈이 두 사람의 분위기에 휩쓸렸는지 어느새 그쳐 버렸다. 카리타스의 미소처럼 환한 햇빛이 그의 얼굴에 내리쬐고 나서야 시도폰은 카리타스의 얼굴이 새빨갛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는 무심코 물었다.

“말하는 거, 부끄러웠어?”

그 질문에 카리타스는 고개를 저으려고 했다가 멈추고, 끄덕이려다가도 멈추었다. 그는 결국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얕은 한숨을 뱉어내고 대답했다.

“내 마음을 말하는 거라면 전혀 부끄럽지 않았고, 그걸 망설였던 내 모습이라면 부끄러웠던 게 맞아.”

“그…렇구나.”

하려던 말을 다 해버린 사람과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도저히 무엇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어 버린 사람 사이에 미묘한 침묵이 이어졌다.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시도폰이었다.

“저기 그러면 이제 뭘 하면 되는 거야?”

두 사람 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으니 이런 질문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사귀자고 말했던 장본인 치곤, 카리타스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까지는 생각해본 적 없었는지 우물쭈물하며 시도폰의 시선을 피했다.

물론 그것은 시도폰의 눈으로 보았을 때였다. 만약 카리타스가 혼자서 했던 생각을 시도폰이 알 수 있었다면, 시도폰은 고백을 다 듣기도 전에 부리나케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시도포의 눈에 보이는 장면은 고백 후 쑥스러워하는 카리타스의 모습이었고, 그런 반응에 시도폰은 되려 긴장이 풀려 자신의 입꼬리가 슬쩍슬쩍 올라가는 것을 참을지 말지 고민했다.(콩깍지레전드2)

‘이상하다, 왜 이렇게 자꾸 웃음이 나지?’

그렇게 생각하며 시도폰은 카리타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늘 하던 것처럼 산책이나 하자며 시도폰이 손을 잡으라는 듯 흔들거렸고, 카리타스는 그 손을 힘주어 잡았다.

그러나 정원 쪽으로 가려던 시도폰은 자신을 따라오지 않고, 반대로 잡아당기는 카리타스의 손길에 속수무책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까는 자신의 손에 닿았던 카리타스의 얼굴이 이번엔 제 눈앞에 있었다.

두 사람의 거리가 딱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었을 때 시도폰이 외쳤다.

“카리, 잠시, 잠시만!”

다가오던 것을 멈춘 카리타스가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물었다.

“…싫었어?”

“아니, 절대로 그런 건 아닌데 여긴 밖이고….”

그의 말대로 그곳은 야외였지만 사람은 전혀 돌아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자신이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시도폰은 당장 다가올 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손에 입맞춤을 한 번 받은 것 가지고도 심장이 어디서 구르다 온 것처럼 펄떡거리는데, 정말로 입과 입이 맞닿는다면 자신의 심장은 터져버릴지도 몰랐다. 시도폰이 말을 잇지 못하자 카리타스는 재차 물었다.

“밖인 것만 문제인 거야?”

어딘가 이상한 질문이었지만, 시도폰은 그것도 모르고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 발자국 뒷걸음질을 쳤고, 그러자마자 어딘가에 부딪혔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나무가 불쑥 솟아나 있었다. 밖인 게 문제라고 했더니 카리타스는 나무로 두 사람 주위를 감싸 그곳을 실내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나무가 햇빛을 거의 다 가려버려, 그 어두운 실내에서 빛나는 것은 카리타스의 눈동자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마치 먹잇감을 사냥하는 맹수의 것과 같았다.

‘이게 아닌데?’

완전 독 안에 든 생쥐 꼴이었다. 시도폰은 이렇게까지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는 표정으로 카리타스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카리타스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냐고 반론하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다 그는 시도폰에게 잡힌 손을 살짝 빼냈다.

이제 시도폰은 도저히 카리타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었다.

‘이미 잡았으니 손 정도는 놓아줘도 자신 있다는 뜻이야?’

하지만 그의 기대를 정확히 배반하고, 카리타스는 시도폰의 손을 다시 맞잡았다. 단단히 깍지를 낀 두 손이 시도폰의 어깨 옆으로 밀려나 나무에 닿았다.

카리타스는 한 발짝 다가갔고, 시도폰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래도 내가 싫다고 말하면…, 바로 멈추겠지.’

그 정도의 믿음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싫은 건 아니었으니 시도폰은 뭐라고 말하기가 참 곤란했다. 꽃다발을 들고 있던 시도폰의 왼손도 어느새 카리타스에게 붙잡혀 있었다.

결국, 시도폰은 눈을 질끈 감고 개미 목소리만 한 작은 목소리로 카리타스에게 말했다.

“우, 우리, 오늘 사귀기로 했는데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닐까? 부끄럽긴 한데 솔직히 말할게. 나 지금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있어서 더 뭔가를 했다간 정말 죽을지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널 죽게 내버려 둘 리가 없잖아.”

맞는 말이었다. 카리타스라면 시도폰의 몸 어디가 상처를 입든, 바로 치유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상하게 그 말에 차분해진 시도폰은 반항을 포기하고 헛소리를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자 카리타스가 웃는 소리가 코앞에서 들려왔고, 그 소리에 살짝 눈을 뜬 시도폰은 제 입술에 닿는 생경한 느낌에 눈을 감을 수 없었다.

그는 휘둥그레진 눈을 여기저기 굴렸지만, 보이는 것이라곤 양 뺨이 분홍빛으로 달아올라 있는 카리타스와 구경꾼처럼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나무뿐이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 모르겠지만, 카리타스도 눈을 떴다. 그는 여전히 시도폰의 것과 맞닿아있는 입을 움직였다.

"눈, 감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 그 말을 듣지도 못한 시도폰이었지만, 그는 간지러운 감각에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게 차라리 나으려나?’

그런 기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이 부서졌다.

시도폰은 제 오른손의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를 카리타스의 손가락이 찌르듯이 누르고 있는 것을, 왼손의 손목을 카리타스가 부드럽게 매만지는 걸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옆에서 누군가가 북을 치는 것처럼 쿵쿵거리는 소리가 시도폰의 귀에 꽂혔고, 그는 곧 그 소리가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인 걸 알게 되었다. 입술이 맞닿은 내내 긴장해 숨을 참고 있던 시도폰이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잠시만, 나, 숨이 차서, 하.”

“많이 힘들어? 코로 쉬면 괜찮을 거야.”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시도폰은 다시 눈을 떴다. 카리타스는 그에게서 조금 거리를 두고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여전히 손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시도폰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카리타스가 말했다.

“미안… 네가 힘들면 그만둘게. 네 말대로 처음이니까. 그러면… 다음번엔 언제 또 올 수 있어?”

그만둔다는 말에 시도폰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재회가 언제인지 묻는 카리타스의 말에 얼굴을 굳혔다.

‘그러게, 지금 가면 언제 또 올 수 있지? 내년에? 아니, 프라이에가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면 내후년일 수도 있고, 내가 바쁘면 베론을 대신 보낼 수도 있으니까….’

시도폰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카리타스는 자신이 시도폰의 직위를 이용해서 그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카리타스는 오랫동안 참아왔던 것을 이번 기회에 이루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으니,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침묵이 길어지자, 카리타스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한 발짝 더 멀어졌다. 그를 놓아주겠다는 듯, 손에 쥔 힘을 살짝 풀기도 했다. 그런 행동에, 시도폰은 되려 조급해져, 카리타스를 붙잡았다.

급하게 잡는 바람에 시도폰은 꽃다발을 떨어뜨렸고, 그걸 주우려던 행동은 카리타스에게 막혀버렸다.

시도폰이 마주한 것은 아까의 미안해하는 표정 따위 사라져버린,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었다.

“일부러 불쌍한 얼굴을 한 거였어?”

힘 빠진 목소리에 카리타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떨어져 있던 거리를 바싹 좁혔고, 웃는 얼굴로 다시 시도폰에게 입을 맞추었다.

말랑한 살이 맞닿는 감각에 시도폰은 처음처럼 굳어버렸지만, 이내 익숙해졌는지 카리타스가 말한 대로 숨을 쉬며 입맞춤을 이어갔다. 그러다 카리타스는 시도폰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

살짝 벌어진 입으로 물컹하고 축축한 것이 들어오자 시도폰은 저도 모르게 카리타스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그러다 카리타스가 아픈 것처럼 소리를 내자 그는 정신을 차리고 손을 놓았다.

자유로워진 카리타스의 손은 시도폰의 뺨을 감쌌고, 뻣뻣하던 시도폰의 고개를 살짝 움직여 키스를 이어갔다.

마땅히 잡을 것이 없었던 시도폰은 허우적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제 등이 기댄 나무를 짚었다. 우연히 그 모습을 본 카리타스는 잠깐 고개를 뒤로 뺐고, 두 사람 사이의 은색 실은 어느 정도 길어지다가 뚝 끊어졌다.

“안아줄래?”

“…응?”

다른 의미로 알아 들어버린 시도폰은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깜짝 놀란 카리타스가 혹시 어딘가 아프냐고 물었지만, 시도폰은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살피려는 카리타스를 막으려는 듯, 양팔을 교차해 제 얼굴을 가렸다.

‘내가, 내가 이상한 거지? 카리타스는 그냥 내 손이 그렇게 붕 떠 있으니까 문자 그대로 안아달라고 한 걸 텐데. 부끄러워, 어떡해. 얼굴을 못 보겠어. 첫날에 진도 어쩌고 한 사람이 할 만한 생각은 아니지 않아? 날 변태로 보는 거 아닐까?’

혼란스러워하는 시도폰을 바라보던 카리타스는 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주저앉은 시도폰의 다리 사이로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앉았다.

시도폰은 제 허벅지 안쪽에 카리타스의 무릎이 닿는 것을 느끼고, 살며시 교차 되어있던 팔을 풀었다. 그가 실눈을 뜨고 본 것은, 처음 입을 맞추었을 때처럼 형형하게 빛나는 하늘색 눈이었다.

여전히 웃고 있던 카리타스는 시도폰의 경계가 풀리자 고개를 숙여 그에게 다가갔다. 아까는 시도폰이 카리타스를 내려다보아야 했지만, 이번엔 카리타스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시 시도폰의 얼굴을 붙잡은 카리타스가 짧게 입을 맞추고 말했다.

“나는 그냥 안아달라고 했는데, 뭘 상상했어?”

“아니, 그게, 아무것도….”

“정말로?”

“너… 알면서 물어보는 거지?”

“알면 왜 물어봤겠어?”

“…그런가?”

어벙하게 대답하는 시도폰 때문에 카리타스는 소리 내어 웃어버렸다. 자길 놀리니까 재밌냐며 화를 내는 시도폰의 목덜미에, 카리타스가 끅끅거리며 얼굴을 파묻었다.

그는 시도폰을 껴안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은근히 허리를 매만졌다. 다행히, 두 사람의 가슴이 닿았다는 사실은 겨울의 두꺼운 옷 때문에 그다지 강조되지 않았다.

‘만약 시도폰이 이것도 알아차렸으면 정말로 기절했을지도.’

“읏. 잠시만, 카리.”

시도폰은 간지럽다며 카리타스를 밀어내려 했지만, 자신이 힘을 주었다간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제대로 반항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아주 살짝 카리타스의 어깨를 잡았고, 그런 반항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충분히 시도폰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빈 카리타스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내 예상보다 시도폰이 너무 잘 느껴서 나도 모르게 너무 괴롭혀버렸네. 싫어하면 어떡하지?’

조심스레 고개를 든 카리타스는 묘한 안도감과 아쉬움이 섞인 얼굴을 마주했다.

만약 아쉬움을 포착해내지 못했더라면 카리타스는 이쯤하고 그만뒀을 테지만, 시도폰에겐 미안하게도 카리타스의 감은 꽤 좋은 편이었다. 카리타스가 물었다.

“여태까지 한 것 중에 싫은 거 있었어?”

부끄럽지만 그런 건 없었다. 시도폰은 고개를 저었다.

카리타스는 속으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가늠하다가 잠시 후엔 호위 기사 교대 시간인 것을 알아차렸다.

“조금만 있으면 호위 교대 시각이라 복도에 사람이 돌아다닐 거야.”

“끝…이야?”

“한 번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뭐가?”

“네가 가장 좋았던 거, 한 번만 하고 끝낼까?”

덜거덕 소리가 나듯 굳어버린 시도폰은 이대로 끝내도 괜찮다는 카리타스의 말에, 작은 목소리로 ‘마지막 한 번이라면….’이라고 중얼거리더니 조심스레 카리타스의 뒷덜미를 감싸서 끌어당겼다.

일말의 망설임도, 반항도 없이 카리타스는 시도폰의 어깨를 누르며 시도폰에게 입을 맞췄다. 그러자 시도폰은 아까 카리타스가 했던 것처럼 살짝 고개를 뒤로 뺐다.

“응?”

끝난 줄 알고 눈을 떴던 카리타스는 당황한 얼굴의 시도폰에게 뭔가 더 남아있냐고 물었다. 여전히 시도폰은 카리타스에게서 손을 떼지 않고 있었다.

부끄러움과 욕망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도폰은 결국 키스를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네가 했던 것처럼 입술을 깨물면 아플 것 같아서….”

“괜찮아, 네 마음대로 하면 돼. 나도 여태까지 그렇게 했잖아.”

카리타스가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의 이마가 맞닿았다. 가까워진 숨소리에 시도폰은 숨을 들이켰고, 카리타스는 말을 이었다.

“너 때문에 아픈 건 얼마든지 괜찮아. 놀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담이야. 네가 날 좋아한다는 것만 알 수 있게 해줘.”

시도폰은 솔직히 그 말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기사인 그에게 아픈 건 무조건 나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굳이 기사로서의 자신을 내세울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는 천천히 카리타스에게 입을 맞추고, 살짝 깨물어 벌어진 입술 사이를 침입했다. 뜨겁고 축축한 것들끼리 얽히며, 채 삼키지 못한 타액이 시도폰의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지막 키스는 예상보다 길었고, 시도폰은 키스 도중에 제 귀를 막은 카리타스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소리가 너무 잘 들렸어. 민망해서 죽을 것 같아….’

질척이는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귓전을 때리는 것 같았던 시도폰은 자신보다 멀쩡해 보이는 카리타스가 어쩐지 얄미웠다. 카리타스는 손수건으로 시도폰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었다.

“이제 일어날까?”

이 말을 한 사람은 카리타스였다. 시도폰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났는데, 정작 카리타스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을 짚고 있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내가 깔고 앉은 곳이라도 있었어?”

“아니… 부끄럽지만, 다리 힘이 풀린 것 같아. 일으켜줄래?”

“이번에도 나 놀리는 거 아니지? 그런 거면….”

“이번은 아니야. 정말로 못 일어나겠어.”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시도폰은 카리타스가 내민 손을 붙들고 그를 일으켰다. 카리타스는 정말 갓 태어난 사슴처럼 파들거리며 간신히 일어났고, 시도폰은 왠지 그 모습에 자신이 이긴 것처럼 의기양양한 기분이 들었다.

나무를 없앤 카리타스는 시도폰을 복도로 데려갔다. 두 사람은 집무실로 돌아가던 길에 야간 호위 기사에게 자리를 맡기고 떠나는 메릭을 만났다.

‘아까 거기서 끝내서 다행이다.’

두 사람의 사정을 모르는 시도폰은 그런 생각이나 하며 메릭의 인사를 받았다. 카리타스는 메릭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메릭 또한 굳이 눈을 맞추려고 하지 않았다.

집무실에 도착한 두 사람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간간이 입을 맞추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자, 시도폰은 못내 아쉬워하며 나갈 채비를 했다. 그때 카리타스가 물었다.

“밤에 올래?”

“어, 어? 아니, 저기, 여긴 신전이니까.”

“밖에 나가면 되지. 머리 색만 바꿔도 대부분은 못 알아봐. 너는 대중들이 얼굴을 워낙 많이 알고 있으니까 아예 후드를 씌워서 가리는 게 낫겠다.”

“…이정도면 일 년 동안 나갈 진도를 하루 만에 나가는 거 같아.”

“네가 내년에도 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

양심이 쿡쿡 찔린 시도폰은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었다. 카리타스는 그에게 여관 이름을 알려주고 아는 곳인지 되물었고, 시도폰은 아직 그 여관이 남아있냐며 신기해했다.

“카리, 그럼 나중에 밤에 봐.”

“응. 그땐 꼭 안아줘야 해.”

시도폰은 순간 비명을 지를 뻔한 입을 스스로 틀어막았다. 간신히 진정한 그는 카리타스에게 물었다.

“그거 괜찮아? 아까는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밖에서 하는 게 취향이 아닌 것뿐이야. 거기, 딱딱하잖아? 외부라서 비위생적이고.”

“…응, 그렇지.”

‘어라, 진짜 하는 건가? 정말로? 진짜?’

그런 생각으로 카리타스의 방을 나간 시도폰은 뻣뻣하게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그는 제 방에 일자로 누워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아까의 장면이 머릿속에서 반복될 뿐이었다.

민망해진 시도폰은 무작정 뛰어나가 기사들과 줄지어 대련했고, 마침내 그렇고 그런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잊힐 때가 되었을 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신전을 몰래 빠져나온 두 사람은 말했던 대로 여관에서 만났다. 두 사람이 어떤 밤을 보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카리타스는 다음 날 아침, 시도폰에게 업혀서 돌아왔다.

시도폰은 자신을 마중 나온 기사들에게 술을 너무 많이 마신 카리타스가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서 업고 왔다고 변명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시도폰과 카리타스는 전날 밤, 단 한 모금의 술도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때론 진실보다 거짓이 나을 때가 있는 법이었다.

시도폰은 카리타스를 침대에 눕혔다. 다른 이들이 모두 방을 나간 것을 확인하고, 그는 카리타스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고 나왔다.

도망치듯 복도를 빠르게 걸어간 시도폰은 기절한 카리타스에게 마음속으로 사과했다.

‘…다음번엔 좀 살살 해야겠다.’

 

*팬지 꽃의 꽃말은 ‘나를 생각해주세요.’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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