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orárĭus
IF
Dear. 에밀넴
https://youtu.be/ywsUTjvG2Yw?si=CKB8ayMgs2jcImBa
모든 것이 끝난 후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요하였고 어쩌면 허무하다고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겠다. 날은 밝았고, 햇볕은 적당히 따뜻했고, 바다내음은 코끝에 사라지지 않고 맴돌았다. 평화는 급작스럽게 찾아왔고 영웅은 그것이 기뻤지만, 또한 적응되는 것이 아니었더라. 그야 수많은 순간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생각했지만 모든 것이 끝나고 그 이후라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는 않았었기 때문이다.
" 헉, 괜찮으세요?! "
혼자만의 적막은 린의 외침으로 금세 깨졌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알피노와 위리앙제가 중간에 마법이 풀려버려 물속에 빠져버린 것이다. 평화가 찾아온 지 벌써 몇 주나 지난 시점이었다. 밀린 일도 해결 해야 할 일도 없었기에 이런 것을 처음 맞아본 새벽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잘 보냈다고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참에, 린이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보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어떻겠냐고 의견을 내어 시작하게 되었다.
첫 번째 날에는 산크레드와 린이었다. 린은 빛의 무녀의 힘을 그러니까 에테르를 느끼는 힘이라던가,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을 야슈톨라와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었다.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습득력이라던가 빠른 린이었기에 둘은 꽤 즐거워 보였다. 산크레드는… 말만 전투 연습을 한다였지 일방적으로 지는 싸움이었다. 그야 상대가 영웅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마 일부로 야슈톨라가 붙여놓은 것이 틀림없었다, 새벽 중에서 아니 이제는 이 세상에서 영웅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산크레드는 온종일 영웅에게 파이쟈를 맞으며 상대하고서야 나가떨어졌다. 이 전과는 다른 심경이었는지 꽤 악바리처럼 달려들었으니 진심으로 상대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두 번째 날에는 야슈톨라와 알리제였다. 사실 여기서부터는 반 즈음은 장난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름 아슈톨라는 이 중에서 제일 다재다능한 -개인적인 생각지만- 사람이었으니 무언가 보완을 하자고 한다면, 마법 없이도 일을 처리하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기 정도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마법이라는 것이 아무리 유용해도 자기 할 일은 자기가 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비꼬다가 산크레드는 소규모 메테오를 맞긴 했지만. 그래서 야슈톨라가 한 것은 마법 없이 청소를 한다든가, 자료를 정리한다든가였다. 이 반쯤 장난인 것은 알리제에게 이어져 성격을 조금 줄이자며 여러 상황을 이야기해주며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는 것이었다. 여기서부터는 과연 약점의 보완이라고 봐도 되는 것인가? 였지만… 나름 이것대로 다들 즐거워하는 걸 알았으니 서로 눈감아 주었다.
세 번째 날인 오늘은 알피노와 위리앙제였다. 알다시피 그들은 아주 지독한 맥주병이었다. 물론 억지로 수영을 시킨다면 그것도 문제겠지만 자신들 나름대로 그것을 극복하면 좋은 것을 알고 있었는지, 조금의 불평이 있었지만. 하지 않으면 물에 준비도 없이 던져버리겠다는 아슈톨라와 알리제의 말에 이내 얌전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기어코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던 위리앙제는 물에 들어가지 않고 건널 수 있는 마법을 시전하는 중이었고, 완벽한 식이 아니었기에 방금과 같은 상황이 된 것이었다. 물에 빠진 그들을 구할 방법이라곤 당연히 직접 뛰어들어 건져내는 것이겠지, 산크레드와 영웅이 곧바로 뛰어들어 그들을 건져내었다. 넷은 물에 쫄딱 젖어서는 누군가는 재채기를 연신 해댔으며, 누군가는 거칠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 내 이럴 줄 알았죠. 이 사람에게 큰 당신을 건져 올리는 고생을 시키다니, 미움을 사도 나는 몰라요. "
듣는 이는 얄미울지도 모르는 장난스러운 어투로 야슈톨라가 위리앙제를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하긴 누군가가 본다면 그건 정말 너무한 장면이었으니 말이다. 그의 무릎께에 올까 말까 한 작은 영웅에게 그를 들쳐 엎고 수영까지 시키다니. 물론 영웅이 이에 대해 불만을 품거나 그럴 일은 있을 리가 없지만…. 그렇지만 양심이라던 가가 아픈 것인지 위리앙제는 아무 말 없이 젖은 모습으로 영웅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 모습을 본 몇몇 이는 눈치를 챘을 수도 혹은 그렇구나 하며 넘어갔을 모습. 그는 이 일이 아니더라도 여러모로 영웅에게 죄책감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것은 모두를, 이 세계를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그랬었고 그 결과도 그랬었지만, 그 과정은 영웅에게 미움을 샀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고 고백한다.
감정과 진심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이라고 자주 듣곤 했고 가끔은 조금은 진심을 더 보였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라며 후회하게 되는 순간은 여럿 있었다. 예를 들어서 문브뤼다를 떠나보내기 전 그와 더 많은 임무를 나갔더라면, 더 많은 이야기와 지식을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소중한 이를 잃고 나서야 주변에 있는 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강박적으로 다가왔었고 그래서 동료인 당신들에게조차 모든 것을 숨긴 채 혼자만 아는 일을 진행해왔다.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만약 잘못된다면 나 하나만 감당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고, 그리고 영웅을 믿었으니까.
미움이라는 말에 가슴 한쪽이 찔려 어떤 말을 할 수도 없었고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같은 신념을 지니면서 당신은 나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었다. 다른 이에게 숨김이 없었고, 자신이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용기, 당신은 모든 것이 빛나는 사람이었다. 내가 주었던 불신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말이다.
영웅은 야슈톨라의 말에 그저 미소만 머금었다. 무언가를 미워하고 슬퍼하기에는 지금 내리쬐는 햇볕이 따뜻했고, 맴도는 소금기가 기분이 좋았고. 오랜만에 온 평화가 반가워 어떻게든 즐기고 싶었으니까. 예전에 있었던 기억들을 꺼내자면 또다시 미래의 일이 걱정될 것 같아 묻어두기로 한 것이다. 배신당한 기억, 미움을 사던 기억, 불신받던 기억 모두 지나고 나면 본인이 성장할 거름이 되었기에 이 또한 누군가를 탓하기에 이제는 탓할 사람도 없어졌다.
" …. 혹여 제가 밉다고 하시더라도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여전히 밤을 즐기는 시끌벅적한 밤에 여관으로 위리앙제가 영웅을 찾아가 한동안 말없이 문 앞에 서 있다가는 한 말이었다. 자신을 미워하여도 상관없다는 말- 영웅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생각하는 낯이었다. 의외의 반응에 위리앙제는 머뭇거리다가 자신이 한 일을 고해하듯 느릿히 이야기한다.
" 당신에게 숨긴 일이 많지 않습니까 저는. 아씨엔 쪽에 숨어들어 잠시 앞잡이가 됐었고, 이번 일만 해도 당신을 해치는 일임에도 무엇이 위험한지 알리지 않았으니까요. "
영웅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그 키 차이가 크게 나는 모습이 꽤 목이 아파 보였고, 실제로 그랬기에 들어와서 이야기하자는 손짓을 한다. 위리앙제가 자리에 앉자 영웅은 어떤 말을 해야 할까 한동안 고르는 듯하다가 그답게 언제나 따뜻한 목소리로 다정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는 당신보다 지식이 적다며 시작하는 그런 소소한 이야기. 당시에는 당신이 못 미더웠지만 결국에 이것이 모두를 위한 일임을 모르지 않는다는 결론. 모든 것을 솔직히 내비치는 영웅의 모습에 위리앙제는 처음으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부족함을 숨기지 않으며, 깊은 이해심과 결국에는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사람들이 왜 종교에 집착하며 신을 믿는지 이런 식으로 이해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당신은 바다 같은 사람이다…, 그리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이란 없으며 빛을 받을수록 빛나고, 그런데도 가끔은 큰 해일처럼 모든 것을 덮쳐버리는 그런 바다. 내면 안 되는 욕심 그 바다 위를 작은 조각배 하나 띄워 여행하고 싶다는 그런 욕심. 마음이라는 것은 조절할 수 없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될 것이다. 죄책감이 사라지지는 않아도 더 큰 감정이 그것을 뒤엎고 말리라는 것을 깨닫고 말 것이다. 감정 또한 바다 같았음에 나는 이미 그 바다에 빠져있구나를 깨닫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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