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두고 가려는 당신에게

암흑기사

푸른잔향 by R2d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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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https://youtu.be/cyN6GMY78D4?si=tJ5yLxT1bhZBZ_wf

구름안개거리에 낯선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안개가 짙었기에 지나가는 그것이 흘러가는 하루를 따라가는 주민이었는지, 이 모든 것에 진절머리가 난 원혼이었는지는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낯선 그림자는 영웅의 두 눈을 가리기 위해 이 곳을 찾아왔다. 다른 이들은 바라봐주지 않는 그가 등 뒤에 짊어진 짐을 덜어주기 위한 일종이라고 둘러대보자. 과정이 그의 고통과 두려움을 끄집어내는 것이고 그로 인하여 발걸음을 멈추게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결국에는 모든 것이 그를 위함이다. 

위에서 흐르는 물이 맑아야 아래도 맑은 법. 문을 굳게 닫고 자신들만의 세상을 살아온 이슈가르드를 바라본다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다. 힘은 권력이었고 권력은 무기였다. 힘을 가진 자들은 바닥을 향해 빗자루로 먼지를 쓰는 것처럼 가벼이 자신들의 무기를 함부로 휘둘러댔다. 그러니 '암흑기사'라는 이름의 이단자들이 생기지 않고 배기겠나 당연한 이치이고 순리인 것이다. 눈을 뜨고 자신들이 쌓아온 어둠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며, 직접 몸으로 분노를 온전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였으니.

그 속죄도 영웅이 이슈가르드에 가져온 변화였기에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영웅과 함께한 새로운 지도자는 바깥을 향해 문을 개방하였고 빛을 들여왔다. 하지만 깊은 어둠이라는 것은 방금 들여온 희미한 빛만으로는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박해 받아온 과거에 대하여 분노할 것이고, 누군가는 돌아오지 않을 제 연인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릴 것이며, 누군가는 돌아오지 못하기에 어떤 말을 전하고 싶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어둠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

그림자는 이 곳에서 영웅이 누군가가 건네주는 잔을 두려워하게 되었던 장면을 기억에 새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경상이었지만 영웅이 없던 자리에서 그와 함께하는 자가 칼에 찔렸던 이야기를 기록한다. 용과 인간을 모두 사랑했던 따스했던 얼음을 조각한다. 최후에는 영웅을 위하여 자신을 받친 방패의 부서진 조각을 줍는다. 몇몇은 다정하다고 생각 될지도 모르는 것들이지만 그가 챙겨오는 것은 그때의 두려움과 슬픔, 외로움이었다.


당신이 베푼 친절을 그들은 당연한 줄 압니다.

굳이 그가 화났냐고 묻지 않아도 충분히 분노에 찬 그림자의 목소리가, 차가운 푸른 색의 투구 속 눈에 서린 분노가 정답을 알려주고 있었다. 영웅은 언제나처럼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 속에서 만들어진 다정함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더라도 망설임 없이 언제나 행해 보일 것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그렇게 당신이 웃을 때마다 속이 끓어오릅니다. 당신이란 사람은 웃음도 헤퍼서 무엇이든 그렇게 넘겨버리니 저들이 뻔뻔하게 나오는 것 아닙니까. 내가 많은 것을 바란겁니까? 우선순위에 친절과 다정, 세계가 아닌 자기 자신을 두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부탁입니까? 

" 화내지 마 프레이. 그렇지만 웃으면 행복이 온다잖아, 프레이도 웃으면 얼마나 좋아. "

오, 맙소사! 우린 영웅이 눈치가 없다는 것을 떠올려야 했다. 프레이라는 이름의 그림자가 이마를 짚는 모습이 벌써 선하지 않나. 

" 불행은 언젠가 지나가는 거야, 그건 상처도 그렇고. 세계는 모두로 이루어져 있고 그 세계에는 너도 존재하잖아. 그러니 어떻게 멸망에 눈을 돌릴 수 있겠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할 수 있기에 하고 있는 것 뿐이야. "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겁니까. 상처가 지나가면 잊혀지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당신이란 사람은 아직도 죽은 이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겁니까. 왜 스스로에게 매질을 하는겁니까. …. 당신이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하듯 스스로에게 다정했다면 내가 이런 말을 하겠어.

그림자는 영웅이 눈 돌리고 있는 것을 기어이 바라보게 하여 그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가 조금이라도 스스로를 바라보게 된다면 성공한 것이었다. 그래, 우리가 눈 돌리고 있는 것에.

나는 당신의 두 눈을 가릴 거야. 어둠 때문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제야 가만히 앉아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생기겠지. 나도 사랑은 할 줄 알아, 하지만 난 온전한 당신만을 사랑해 이 세상이 아닌. 당신도 나를 사랑하기야 하겠지, 온전한 내가 아닌 내가 있는 세상을. 

영웅은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당신은 나를 사랑해야지, 당신만은 말이야. 당신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이 세상 누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겠어? 

눈 돌리고 있는 것을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이런 법이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그림자에게 눈여겼다면 프레이가 이렇게까지 분노할 일이 있겠나. 그림자는, 프레이는, 우리의 그림자니까. 

프레이가 끄집어낸 상처에 영웅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겨우 묻어가던 장면들이 오버랩 되자 그림자가 원하는대로 두 눈이 가려지는 것만 같았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 않으려면 더욱 앞으로 나아가야 했지만 이 앞에 기다리는 것이 또 주변 사람들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으니까. 불투명한 미래 그리고 투명한 영웅의 어둠. 

나의 곁으로 와. 그리고 단 둘이서만 함께하자, 그러면 다 괜찮을 거야.

달콤한 속삭임. 프레이가 바라는 것은 당신의 해피엔딩이니까. 당신도 눈을 돌리면 안되는거야. 그를 똑바로 바라봐. 그리고 선택을 해야지 그림자도 저 바닥 아래로 묻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그의 곁에서 단 둘이 머무를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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