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ux ·Trois
드림
https://youtu.be/z8i6JnznAi8?si=7sL_SV6meKjSoCUh
" Trick or Treat! "
굳이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여기저기 울려 퍼지는 것이 들려왔다. 세상이 멸망해가는데 이런 축제를-이라는 말에는 세상이 멸망해가기 때문에 이런 축제가 열리는 것이라고 답한다. 축제의 화려한 불빛은 눈을 가리고, 웃음소리는 귀를 가리어 멸망 같은 것은 오지 않을 것처럼… 다들 불안감을 밀어내기 위하여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쓸데없는 시간 낭비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잠깐 뿐이더라도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쉬어가는 틈이었다. 우리는 모두 한 순간 뿐일지도 모르는 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축제에 각자 나름대로 의미와 명분을 붙이며 발을 들이고 있었다.
이 축제를 돌아다니다 보면 언젠가 당신이 잃어버린 사람과 마주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축제의 하루는 세상의 선을 지우기에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즐기세요, 그리고 마주하세요 당신의 추억과 어쩌면 죄일지도 모르는 잃어버린 자들을.
언제부터 돌아다니는지 모를 의미심장한 소문은 이 축제와 언제나 함께 해왔다고 한다. 이런 미신을 믿는 사람은 몇 되지 않지만, 완전한 미신이라고 미뤄두기에는 실제로 죽은 자들을 마주한 사람들의 목격담이 이상하리라 여겨질 정도로 상세하게 다들 이야기하곤 했다. 불멸자(라고 부르기에는 그들을 없앨 방법을 알고 있지만)는 그저 그것을 한심한 필멸자들의 미련한 것이라고 투덜거렸다. 자세히는-
" 웃기는 군. 죽은 자들이 돌아온다고 쳐도 그것은 한 순간일 뿐, 그리고 너희는 그것을 정말 자신이 아는 자라고 확신할 수 있나? 너희들은 패러독스도 모르나. 아-, 그럼 그렇지 내가 되다만 것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군. "
라며 끝에는 언제나처럼 비꼬며 화내는 내용 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니베이아는 기시감이 들었었다. 어째서인지 저 분노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말이다. 그가 저 불멸자를 깊은 곳까지 이해할 정도로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알고 지낸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는데. 그런데 말이다. 마치 오래전부터, 지금의 새벽도 알고 지낸 지 좀 되었지만 그들보다 저 불멸자를 더 오랫동안 알고 지낸 기분이 한순간 들었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듯한 감각에 섬짓 몸을 떨었다. 스쳐 지나가는 모습에 모두 영웅의 몸 상태를 걱정하였다. 언제나 무리를 하고 있으면서도 절대로 남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하지 않는 무모한 영웅이었으니까, 그가 먼저 이야기하지 않으니 주변 사람들이 먼저 말리고 봐야 하는 것이었다. 결국 다들 쉬라는 성화에 니베이아는 어쩔 수 없이 펜던트 거주구로 돌아와야 했고, 사람이 많은 곳은 질색이었던 에메트셀크는 뒤에서 투덜거리며 목적지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이번에는 에메트셀크가 기시감에 투덜거리는 것을 멈춰 한 순간 조용해지고 발걸음을 우뚝 멈춰 서서 앞서 나가던 영웅을 바라보았다. 영웅은 그를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인지 그가 멈추자 영웅 또한 발걸음을 멈추었다, 뒤를 바라보지는 않았지만-. 에메트셀크는 느낄 수 있었다 그립고도 그리운. 아주 먼 시절의 자신이 알던 누군가의 감각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존재할 리 없는 그가 마치 살아 돌아온 듯이.
명계에 사랑받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지만 그것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그 산 증인인 에메트셀크는 이 세상의 모든 영혼을 볼 수 있었다. 작고 볼품 없는 빛의 영혼들, 조각난 이 세계의 영혼들은 모두 그 상태였으나 그나마 영웅의 영혼은 볼만 해주었고 자신이 알던 자의 것이었기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었다. 그래, 기대를 걸게 한 그 사람의 영혼이 다시는 발할 리 없다고 생각했던 영혼이 눈앞에서 빛나고 있었던 거다.
" … "
니베이아는, 아니 그 사람은 뒤를 돌았고 눈이 마주치자 시끄러운 축제 소리는 마치 원래부터 시작되지 않았단 듯이 조용해지고 오직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순간처럼 고요만이 남아있었다. 표정부터 발걸음까지 그가 기억하는 영웅의 모습이 아닌 오랜 기억 속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모든 손짓과 발걸음이…. 스스로가 말한 패러독스가 그대로 일어나니 평소라면 단편적인 감정들만이 얼굴에 드러났던 에메트셀크였지만, 지금은 당황스럽다는 얼굴이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드러나있었다.
" 왜 그런 얼굴이야 하데스. 아니야, 아니지 역시 에메트셀크라고 불러야 할까? "
패러독스는 논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다. 어느 시점을 이후로 단 한 번도 스스로가 내뱉지도, 다른 누군가에게서 내뱉어지지도 않았던 자신을 명칭 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이름'을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 시절, 그때 그런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지금 스스로가 부정했던 것이 일어난 상황에 그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 환영… 부류는 할 수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니, 애초에 이런 완벽할 정도의 마법을 구사할 놈이 있을 리가 없지. "
이제 와서 오랜 추억에 감성을 앞세우기에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지나버려서 에메트셀크는 빠른 상황파악을 하기 시작했지만, 결국에 또한 나온 결론은 그가 맞다는 것 뿐이었다. 그제야 영웅의 얼굴로 환히 웃는 낯의 그에게 할 말이 많았던 것 같았는데 다시금 생각해보니 건넬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 그는 누구의 편도 아니었기에 14 위원회의 자리에서도 물러났고, 하이델린의 소환에도 참여하지 않았었다. 그러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말을 해봤자 그닥 마음에 드는 답변일 리 없었기에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지긋이 기이한 존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그렇게 바라보고만 있으려고? 이렇게 오랜만에 만난 친우를 그냥 보내려고? 그러니까 네가 친구가 없는 거라니까-? "
" 제멋대로인 건 변하지가 않는군 □※▲, 그 얼굴로 그러고 있으니 괴리감 가득하다는 건 알고 있나 몰라? 그래서, 나에게 무언가 기대라도 하는 게 있나 본데. 어디 저 쪽의 되다만 것들처럼 축제를 즐기며 춤을 추자는 이야기라도 하고 싶은 건가? "
" 그거 나쁘지 않네! 스탭을 밟고-, 춤을 추는 거 난 좋아하는 걸. "
마치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은 한달음에 그의 앞에 다가와 서서는 손을 내밀었다. 손을 마주 잡고 빙글 도는 그런 시답잖은 것을 하자는 그 해맑은 얼굴에 다른 이들처럼 쉽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에메트셀크가 한숨을 내뱉고 내민 손에 성의 없이 손을 올리자 □※▲은 그저 웃으며 오래전 모두가 할 수 있었던 것을 해 보인다.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는 것, 오직 에메트셀크만이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이 시대의 사람들이 그만한 힘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지 누구나 그 정도의 힘을 가진다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은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었고 자신 이외의 다른 누군가가 하는 것을 보니 조금은 낯선 감각이었다.
까마득할 정도로 오래 전에도 함께 춤을 춘 기억이 있었다, 합을 맞춰본 적이 없음에도 들어본 적 있는 노래가 시작되자 익숙하게 시작되는 스탭은 그것을 증명해주었고 말이다. 하나, 둘 그리고 빙글.
"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분명 키가 이 정도…였던 것 같은데. "
스탭에 몸을 맡긴 채로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한다. 누가 보아도 등이 굽은 그였으니 어쩌면 그 때문에 키가 준 것인가라는 시답잖은 생각을 하는 것이 그대로 읽히는 얼굴이다.
" 괴로워? "
두 사람이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동작에서 그가 에메트셀크에게 물었다. 무엇이 괴로운 것이냐고 물은 것이었을까. 마음이? 몸이? 그가 물었던 것은 마음 쪽이었다. 죄책감이 아니더라도 맡은 직책에 해내야 하는 일이 있고 이 몸의 주인이 방해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 몸의 주인에게 손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는 스스로가 과거의 잔류물 정도의 존재임을 잘 자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과거의 존재가 현재의 존재에게 손을 대서 함부로 미래를 뒤트는 일은 모든 것에 군림하는 신이 아닌 이상 건들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데 괴로울 리가 있겠어? 물론 귀찮은 것들이 널리고 널렸지만 말이야. "
" 그 귀찮은 것에 이 몸의 주인도 들어가 있겠지? "
에메트셀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영웅은 방해가 맞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째서인지 단 한 번도 그를 주변에 두면서, 따라다니면서 귀찮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사소한 기대를 걸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을 비추어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답하지 않는 그에게 □※▲은 웃으며 손을 놓아주었다.
" 과거를 너무 오랫동안 붙들고 있으면 그것대로 병이 되는 거야 하데스. 그때의 시절의 너와 지금의 너를 비교해 봐. 마지막으로 웃어본 건 언제야? "
" …. 웃기지도 않는 군, 농담을 하는 건가? 과거를 잊는다면 우리가 잃어버린 동포들을 이대로 놓아버리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건가? 조금만 더 하면 되는 일이야, 아주 조금만 더. 그래, 그 몸의 주인이 나의 방해인 것은 맞아 그렇지만 우리의 오랜 염원을 막아설 정도로 대단한 이도 아니야! 그때의 넌 무얼했지?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고 결국에 이 꼴이잖아! "
" 오랜 친구의 감을 믿어봐. 넌 이 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잖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분명 처음에는 나와 비슷한 영혼이었기에 그랬었겠지? 지금은? 나보다는 이 사람이 먼저 떠오르지 않아? "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며 에메트셀크는 제 얼굴을 손으로 쥐었다, 손 틈새로 보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의미를 내포한 금안은 그를 찢어버리기라도 할 듯이 노려보며 말이다. 그런 마음을 그 사람은 알기나 하는 것인지 시종일관 이 세상의 빛은 모두 가져가기라도 한 것처럼, 밝은 웃음만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권유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라는 것도 아니었고, 과거를 전부 잊으라는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누군가를 소중히 여김으로써 휴식처라는 것이 생기길 바라는 이 곳을 떠나기 전 오랜 친구의 걱정이었다.
" 세상의 선이 다시 생기고 있어, 슬슬 다시 가봐야한다는 이야기지. 이렇게라도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네 일이 잘 되기를 빌지는 않을게, 그렇게 되면 이 귀여운 아이는 존재하지 않게 되잖아? 그렇지만 너의 행복은 빌어줄게 일의 성공으로서가 아니라 온전한 너의 행복 말이야. "
□※▲은 마지막까지 자기 멋대로 할 말만 하고, 춤을 추다가 언제 다시 손을 쥔 것인지 장갑을 낀 손 위에 입을 맞추고는 그렇게 영혼은 떠났다. 다시금 돌아온 몸의 주인은 이 상황에 당황스러워 하였지만 말이다.
" 맙소사. 내가 정말 아프긴 한가 봐요. "
" 이봐…, 일단 난 결백해. "
동시에 내뱉고는 한 걸음 떨어져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고요한 주변에서는 다시 축제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구나 아는 두 사람이 손을 마주 잡고 춤을 추는 그 노래가 말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인지 벌써 축제는 끝물이었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것 밖에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영웅은 조금 우울한 표정을 해 보였다. 분명 잠깐만 쉬고 다시 돌아가 축제를 즐길 생각이었는데 어째서인지 거의 다 도착한 순간에서부터, 에메트셀크의 장갑 위에 입을 맞추고 있는 순간까지는 전혀 기억나는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춤을 출 파트너를 찾아 다시 돌아가자니 꽤 거리가 있어 노래가 끝나버릴 것 같고, 이대로 축제를 끝내자니 아쉬움만 남을 것이 분명했다. 당장 가까이에 함께 춤을 추자고 할 사람은….
" 한 번만 나랑 어울려줄래요? 싫은 건 알겠는데요, 그래도 눈 한 번만 감고요. 축제잖아요 좋게좋게 가보자고요. "
평소라면 거절하고도 남았을 사람이라고 니베이아는 생각하던 차에 불만 가득한 얼굴이기는 하지만 먼저 손을 내민 에메트셀크를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 뭐야 그 얼굴은? 싫은 건 이쪽도 마찬가진데 역시 그만두는 게 좋겠군 그래? "
" 아냐, 아니에요 그냥 조금 놀라워서…. "
거두려는 손길을 덥석 잡고 멀뚱히 서 있는 니베이아를 보고서는 에메트셀크는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뱉고는 멋대로 춤을 시작해버렸다. 어어,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는 매너 없이 그대로 스탭을 밟았다. 에메트셀크가 알 수 있었던 것은 의외로 영웅은 춤이 허술하다는 것, 니베이아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불멸자는 춤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니베이아는 배운다면 잘 하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으니 정말 기본기 정도만 익히고 있었던 것이었고, 에메트셀크는 살아온 세월과 사람들에 섞인 적이 있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니 발을 밟힐 것 같다 싶으면 알아서 피하는 센스 같은 것도 있었던 것이고 말이다.
두 사람은 춤을 추는 내내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불편한 것은 당연지사, 무언가 대화로 삼을만한 주제도 없었으니 말이다. 어떤 주제로 대화를 하더라도 결국 한 쪽은 감정이 상한 채로 끝맺어질게 분명하기에 침묵을 택한 것이었다. 안그래도 서로 복잡한 머릿속에 기분까지 나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하나, 둘, 빙글. 황금빛 축제 저 멀리 가로등 불 하나에 의지한 채로 어둠과 마찬가지인 그 속에서 두 사람은 춤을 추었다. 이후에 남을 서로에 대한 감각과 감정은 별개의 이야기지만 나름대로 그들은 현재를 즐겼다 그것이 좋은 의미던 나쁜 의미던.
하나, 둘, 셋. 이 숫자를 세고 나면 춤도 축제도 끝난다. 그때 서로의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멸망과 막으려는 자, 불멸자와 필멸자,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못한 것, 완전한 자와 불완전한 자. 그런데도 그들은 이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 숫자를 세고 턴을 돌아 서로의 스탭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을 모든 순간에 적용시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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