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카] 방송사고
#파리동거시공 #라디오 독백 #비주
※허구와 날조 100%, 공식 설정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슈미카_전력_60min
주제: 새해
*둘 다 졸업 후 몇 년이 흐른 어느 미래
*처음부터 끝까지 슈가 혼자 떠들어대고 있을 뿐
(시그널 음악)
라디오를 듣고 있는 여러분, 모두 안녕하신지. Valkyrie의 이츠키 슈다. 기존의 청취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이 라디오는 본래 UNDEAD의 사쿠마 레이가 진행하는 심야 라디오. 낮에는 보통 기력이 없는 레이도, 이렇게 깊은 밤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이 넘치곤 하는 모습을 나도 자주 보았지. 그러나 레이가 사정이 생겨 1주일간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그의 오랜 친우들이 이렇게 하루씩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는 것이야. 나는 와타루, 카나타, 꼬맹… 나츠메에 이어 네 번째 순서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 인선에서 나를 맨 마지막에 배치한 데에서 묘한 의도가 느껴진다만, 흠.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군. 이렇게 얼굴 없는 수많은, 우매… 음? 음. (잠시의 침묵과 누군가의 헛기침) 수많은 청취자들에게 나의 예술을 전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도래를, 나는 매우 기쁘게 생각하는데 말이지. 단, 새벽 2시에 수면을 취하지 않고 라디오를 듣는 행위는 피부미용에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않으며 다음 날 피로가 쌓이게 만드니, 가능하면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을 권장….
음? 메모지가…. '이츠키 씨, 라디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은 삼가 주시길…' 아아, 실례했군. 카게히라에게도 스케줄 시작 전에 비슷한 주의를 꽤 여러 번 들었으니 유념하겠다는 것이야. 흥, 언제부터 내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고 생각하는지. 최근 들어 썩 괜찮은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으니, 어느 정도의 방자함은 눈감아 주고 있다만. 후훗.
아아, 음. 오프닝이 너무 길어졌군. 그러면 여기서 CM이라는 것이야.
(광고)
「심야에 되살아나는 UNDEAD 라디오」, 현재 Valkyrie의 이츠키 슈가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녹음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만, 정말로 카게히라의 감기약 광고가 이 라디오에서도 나오고 있었군. 칫, 애당초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 추후 치료약을 굳이 복용할 필요도 없어지거늘. 하기야 그 아이는, 지금은 많이 나아진 축이기는 해. 고등학생 때는 도무지 감기에 걸리지 않고 지나가는 겨울이 없었지.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면, 광고 대상 제품이 감기약이라는 것도 납득이 안 가지는 않는군. 하지만 시작 부근의 재채기 소리가 지나치게 인위적이었어. 나였다면 더 자연스럽게, 평상시처럼 사랑스러운….
아, 실례. 그럼 다음 코너로 넘어가도록 하지. 코너 제목은 「레이쨩에게 물어보시게나! 무엇이든 고민상담!」… 뭐지, 이 안이한 제목은. 나는 그 남자를 친우로서 존중하고, 그의 예술에서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도무지 이해가 따라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야. 여하튼, 요컨대 청취자들이 보낸 고민 사연을 듣고 내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코너라는 뜻이겠지. 사연을 읽겠다.
■레이쨩, 안녕하세요! ─음, 오늘은 Valkyrie의 이츠키 슈가 대리를 맡고 있다. 잘 부탁한다는 것이야.─ 저는 어렸을 때부터 무엇이든 다 혼자 해 왔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항상 자립적인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었거든요. 하지만 최근 들어 타인에게 의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자꾸 들어요.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서로서로 의지하면서 살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죠. 그런데 이제 와서 어떻게 의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레이쨩,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이것은 본래 레이 앞으로 온 사연일 테니 완전한 우연이겠지만, 나로서는 사실 다소 귀가 따가운 이야기이긴 하군. 벌써 오래된 과거가 되어 버린 이야기이긴 하나 나 또한 비슷한 과오를 저질러 나 자신과, 그리고 내가 아끼던 자들까지 곤경에 빠뜨린 적이 있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완벽히 해내겠다는 자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으나, 진심으로 사랑하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는 편을 권해. 이것은 내가 뼈와 살을 내어주고 나서야 얻은 교훈이지.
헌데, 진실로 타인을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되 단순히 표현하는 방법을 모를 뿐이라면 뜻하지 않은 곳에서 당신을 아끼는 누군가가 먼저 알아차려 주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싶군. 실은, 최근에 유사한 경험이 있었기에 문득 생각이 났는데, 이 정도야 이야기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겠지.
여기서 Valkyrie에 대해 잘 모를 청취자들을 위해 말해 두자면 Valkyrie는 나, 이츠키 슈와 카게히라 미카, 두 명으로 구성된 아이돌 유닛이라는 것이야. 예술을 추구하고, 언제나 격식을 잊지 않으며 늘 더욱 높은 곳을 향해 함께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카게히라를 이끄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대등한 예술의 파트너로서 함께하고 있지. 그런데도 그 아이는 아직도 나를 '스승'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처음 한 번 입에 붙어 버린 습관을 교정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야.
그런 카게히라에게는 한 가지 진묘(珍妙)한 징크스가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매년 1월 1일이면 반드시 감기에 걸려 앓아눕곤 해. 감기약 광고 이야기에서도 나왔지만 그 아이는 고등학생 때부터 겨울이면 자주 감기에 걸리는 편이었기에, 처음에는 늘 찾아오는 환절기 연례 행사라고만 생각했는데 문득 깨닫고 보니 매번 새해를 감기에 걸린 그 아이와 맞이하게 되면서 의아한 기분이 들어,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를 따져 보았지. 그랬더니 카게히라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지내던 파리의 하숙집으로 거처를 옮긴 다음 해부터였다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되었다.
그 아이는 꾀병을 부리는 성품이 아니고, 감기에 걸리는 것은 본인의 의지가 아니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새해마다 같은 시기에 건강을 해치는 데에는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 해서 그것을 깨달은 직후 연말부터 새해에 걸쳐, 나는 카게히라를 유심히 관찰했다는 것이야. 소중한 그 아이가 혹시 지속적으로 무슨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을 배제할 의무가 있으니.
그리고 뜻밖에도, 그 원인이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아니, 카게히라에게 무슨 이변이 생길 경우 대부분은 내게 원인이 있다만. 설마하니 좋지 않은 영향을 꾸준히 미치고 있었을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다는 것이야. 심지어 나로서는 아무 의미도 없는, 그저 인사에 불과한 행위 때문에.
음, 나와 카게히라는 현재 파리에 체류하면서 일이 있을 때 귀국하는 형식으로 Valkyrie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살롱에 출석할 때, 카게히라를 동반하여 가는 경우가 많지. 그곳에서 지인을 만나면, 아주 당연하게도 비주를 나누곤 한다는 것이야. 많은 일본인들이 여기서 오해를 하는데 비주는 실제로 뺨에 키스를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눈을 맞추고 알은체를 한 뒤, 피차의 오른뺨과 왼뺨을 교대로 맞대고 허공에 입맞춤하는 소리만을 내는 것이지. 이것은 성별에 상관없는 가벼운 지인끼리의 인사이므로 실제 키스를 나누는 것처럼 성적인 의미가 담긴 동작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으며, 원치 않을 경우 강요하지도 않고 악수만으로 인사를 끝내도 충분한 행위다. 나는 비교적 자유롭게 비주를 나누곤 하지만 카게히라는 워낙 낯가림이 심하기 때문에 한 번도 타인과 그것을 나눈 적이 없으며 나와 다른 친구들 모두 이해하고 있지. 카게히라 또한, 내가 친구들과 비주를 나누는 일을 굳이 제지하지 않아.
그런데 머리로는 그렇게 납득했어도, 실제 마음속으로는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행위였는지─카게히라는 최소한 나의 새해 첫 비주만큼은 타인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야.
그러니 1월 1일이 되면 침대를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고열로 앓아눕는 일은 내 외출을 막는 방편이었던 셈이지. 그 아이는 워낙 자기암시에 걸리기 쉬운 성품이라, 의도치 않아도 혼자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연히 그렇게 되었던 것이야. 나는 당연히 그런 카게히라를 두고 나갈 수 없으니 늘 곁에 붙어 간호했고, 저녁 무렵 열이 내려 카게히라가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을 정도의 상태가 되면 안도도 되고, 기쁜 마음에 올 한 해도 함께 잘 보내자는 취지에서 새해 첫 비주를 그 아이와 나누었지. 그러고 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끔히 회복하더군.
이것은 카게히라가 내게 말로써 설명한 경위가 아니라 온전히 내가 연말연시에 그 아이를 꼼꼼히 관찰하고 나서 알아낸 일이라는 것이야. 아마 본인조차 왜 새해만 되면 매번 열이 나는지 모르고 있을 터. 그저 내게 새해 첫 비주만큼은 자신과 나누어 달라는 말 한 마디 하기가 어려워 육체적 증상으로 나타날 뿐인 것을, 그 아이를 아끼는 내가 애정어린 시선으로 알아낸 것이지. 사연을 보낸 당신의 곁에도 부디 그런 사람이 존재하여, 당신이 타인을 의지하는 방법을 몰라 쩔쩔매고 있을 때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사연 한 편에 대한 답변이 너무 길어졌군. 실례.
그나저나 정말이지, 다시 생각해 보아도 쉬 이해가 되지는 않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비주 따위로 그렇게 마음고생을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야. 나는 이미 예술의 파트너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파트너로서 그 아이와 함께한 지 어느덧 오래 되었고, 고작 비주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프렌치 키스'의 나라에서 자유롭고 열렬한 사랑 을 나누고 있
(갑자기 볼륨 작아짐)
(명랑한 음악이 점점 커지며)
<푸헹취! 응아, 콧물? 코막힘? 재채기~? 이거는 비밀인데 내, 억수로 잘 듣는 약 하나 가르쳐 주꾸마! 카게히라 미카가 추천합니더, 감기가 한 방에 똑 떨어지는 코감기약, es-코코! ~es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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