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7일의 편지
1일째
안녕? 편지의 첫 시작은 인삿말을 건네는 거랬던가? 이 편지는 유리병에 넣어 바다에 띄울 예정이야.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네가 바다에서 발견했을지, 아니면 육지의 골동품점에서 발견했을지는 잘 모르겠네. 아니면 완전히 다른 장소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고. 이 편지가 얼마나 오래 지나고 발견될 지 궁금한 걸. 지금은 내가 비록 바다 위에 있지만, 한 달 이내로 내륙으로 돌아갈 테니 답장은 추신에 적어 둔 장소로 부탁해. 이제 슬슬 편지를 쓰게 된 계기를 밝혀야겠지. 제일 큰 이유는 심심해서야. 바다는 아주 광할하고 단조롭거든. 항상 똑같은 하늘, 똑같은 해양, 똑같은 사람들. 모든게 반복되는 일상이지. 물론 폭풍우가 치는 날이면 잔뜩 긴장되어 지루할 틈이 없지만 말야. 그리고… 누군가에게 내 사정을 털어놓고 싶어졌어. 새벽이라 그런가? 아니면 위스키 1병을 원샷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 원래 새벽과 술은 사람의 감정을 뭐랄까, 요동치게 만들거든. 계속 편지를 주고 받게 된다면 더 자세한 사정을 털어놓을 수 있겠지.
이 세상에 존재할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답장이 오길 바라며. 이 편지를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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