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성] 화창한 어느 날
데아&안나
구름은 자유롭게 푸르른 하늘 위를 유영하고 새들이 지지배배 저마다 평화롭게 지저귀는 화창한 아침이 밝았습니다.
맑게 갠 하늘은 조금의 어둠이라도 용납하지 못하는듯 찬란한 자태를 내비춥니다.
아아, 정말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에요.
마당에서 분주히 준비를 하고 있노라면 저기 2층 창문으로 데아가 보입니다. 저의 새로운 형제예요. 형제가 된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답니다. 세상을 구하느라 저희 집에 들어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요. 이른 아침인데 벌써 일어난 걸까요? 눈이 마주치면 아주 반갑게 손을 흔들어줘요. 그리고는 어서 내려오라며 손짓합니다. 이제 준비도 얼추 끝나가거든요. 타이밍이 정말 좋네요. 빠르게 마무리를 합니다.
“데아! 일찍 일어나셨네요! 여기, 간단하게 모닝 커피와 아침 식사를 마련해두었으니 어서 드세요. 다 먹으면 오늘은 중요한 할 일이 있어요. 같이 해주실거죠?”
알겠다며 끄덕거리는 네 대답을 듣고는 같이 식사를 하기 위해 포크를 듭니다. 오늘의 요리는 바로바로 이탈리안 토마토 파스타! 귀여운 리본 모양의 파르펠레 면을 사용했어요. 동생에게는 종종 해주었던 음식이지만, 새로운 가족에게 식사를 대접하려니 떨려오네요. 부디 입맛에 맞기를 바랄 뿐이에요. 몇 입 먹고는 슬쩍 데아의 눈치를 보면 완연한 미소를 짓고 있어요. 실패는 아닌 것 같네요. 정말 다행이네요. 데아와 소소한 잡담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그릇은 건더기 없이 깨끗해집니다. 여유롭게 커피까지 즐기고나선 얼른 그릇들을 치웁니다. 그리고는 야심차게 준비한 대망의 ‘그것’을 꺼내와요.
“제가 오늘 일찍부터 데아를 위해 열심히 준비한 것이 있어요. 같이 즐겨주시면 좋겠네요.”
이름하야 초대형 비눗방울 놀이!
이 비눗방울 막대만 있으면 사람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엄청 커다란 비눗방울을 만들 수 있대요. 신기하지 않나요? 설레는 마음으로 두근두근 개봉박두합니다. 직경은 약 80cm로 저도 처음 만들어보는 아주 커다란 비눗방울이 될 거예요. 막대에 준비해둔 비눗물을 꼼꼼히 묻혀줍니다. 비눗물은 물과 세제 그리고 잘 터지지 않는다고 해서 글리세린도 넣었어요. 이제 위로 들어올리기만 하면...!
멋지고 웅장하고 아름답고 영롱하고 오색찬란한 거대 비눗방울이 완성됩니다!
정말로 아름다워요. 지금껏 봐왔던 어떤 비눗방울보다 훨씬 더 근사합니다. 꿈 같은 기분으로 한참을 바라봐요. 저 거대한 비눗방울은 바람에 몸을 싣고 두둥실 날아오릅니다. 높이높이 멀리멀리 느릿느릿 하늘 위를 유랑해요. 과연 목적지의 끝은 어딜까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유람하겠죠. 아주 멀리 날아가서 다른 친구들에게도 우리의 소식을 전해줬으면 좋겠네요. 우리는 행복하다고. 이렇게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게 된 것은 모두의 덕분이라고.
참, 준비한 건 이것이 끝이 아니에요. 세모, 네모, 동그라미. 여러 개의 동그라미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한번에 여러 개를 만들 수 있는 막대. 아주 작은 것부터 정말 커다란 막대까지. 비눗방울은 종류별로 있으니까요. 하나하나 체험해보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어서 같이 비눗방울 세상을 만들어봐요.
우리는 제법 나이를 먹고 성숙해졌지만, 언젠가는 이 날도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겠죠. 미래의 나에게 과거의 나는 항상 어리게만 느껴지니까요. 지금 이 순간을 즐겨요. 이렇게 추억을 쌓고 또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아름다운 추억들로 가득 채워봐요. 불우했던 기억은 모두 기억 저 너머로 날려버리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들로 새로 채워가는 거예요. 봐, 저기 무지개도 떴네요. 비 온 후 하늘을 항상 맑으니까요.
먹구름 한 점 없는 평화로운 나날.
오늘도 내일도 맑은 하늘이 지속된대요.
거친 폭풍우가 몰아쳐도 이겨낼 수 있어요.
우리의 내일은 해가 뜰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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