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고 싶어지다

22.11.09 일경험

Don't be quiet by 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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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이하고 싶었는지 피하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 날은 왔다. 히키코모리가 일경험 사업에 지원해서 서점으로 출근하는 날. ‘세상’이 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 세상이란 것으로 나가는 경계선을 지나고 있다고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데 내가 보게 될 ‘세상’은 좁은 일터의 세상에 그치지 않는 훨씬 큰 것이었나 보다.

본인 블로그 글에서 알바를 부를 때 ‘선생님’이라고 호칭을 붙이는 것으로 이미 예상했지만, 사장님.. 혹은 작가님 혹은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었다)은 매우 자유롭게 나를 놓아주셨다. 오늘 내가 한 일은 대화와 책 읽기가 다였다. 덕분에 평생 없을 몰입도로 각종 여행 에세이를 열심히 잘 몰입해서 읽었다. 서점이라는 공간 때문인지 ‘자 책 읽으세요’ 하고 주어진 시간 때문인지 몰라도 책이 감각적으로 살아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여행지의 낯선 공간이 상상 속에서 오감으로 펼쳐지고 감정이 함께 움직였다. 이런 경험 정말 흔치 않다. 애초에 그런 책을 안 고르기도 할 뿐더러 내게 책은 그냥 타인이 쓴 활자다. 가사도 그냥 글자다. 내게 멜로디에서 오는 감동은 있을지언정 나를 울리는 노랫말은 없었다. 20살 때의 <말하는 대로>를 마지막으로.

글쓰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조금 나눴다. 낙서는 끊임없이 하지만 글이 되지 않는다는 내게 사장님은 노트 하나를 건넸다. 여기에 낙서해 보라고, 그러면 그걸 엮어서 글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거기에 나는 맨 앞줄을 이렇게 적었다. ‘책도 멀리하고 여행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믿었는데 갑자기 울컥하는 거 보니까 원래 안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러면 안 된다고 내가 밀어냈나 보다. 사실은 이런 공간에 있고 싶었나 보다.’ 내가 애써 밀어내는 사이 누군가는 책과 여행과 커피와 성장이 함께하는 이런 세계에 살면서 쉼 없이 자신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는 것 때문에 좀 울컥했다. 여행이라는 주제의 특수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책에 담긴 글쓴이들은 온몸으로 삶에 부딪치며 생생히 살아 있다는 느낌이었다. 일상의 단조로움에 파묻히거나 우울에 잡아먹히지 않은 채로. 여행자들은 불안 속에서 어떤 답을 찾기 위해 떠났고 불안 속에서도 온 마음을 다해 여행지의 시간을 살았다. 저것이 바로 삶을 사랑하는 태도가 아닐까 어렴풋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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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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