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이한] 白雪 속 赤血의 香

백설 속 적혈의 향 | 새하얀 눈 속 붉은 흔적은 길게 남고 혈향은 끊이질 않고 쫓아오니

웅-. 무언가 공명하듯 커다란 이명이 귀에 울려퍼진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정신은 뿌연 공간에 갇힌 것처럼 도저히 맑아지질 않는다.

시간이 흐른다.

차츰 소리가 잦아들고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한다. 차가운 촉감이 얼굴에 닿는 것을 느낀다.

세상을 새하얗고 고요하게 가두는 그것은

  ・⠀⠀⠀⠀⠀•⠀⠀⠀*

⠀。⠀⠀⠀⠀.⠀⠀⠀⠀。⠀    .

.⠀⠀⠀⠀⠀

      *⠀⠀⠀⠀⠀.    ⠀      *

.⠀⠀⠀⠀⠀*⠀⠀⠀⠀⠀•⠀      .

눈이었다.

*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가 내쉬자 하얀 입김이 나왔다. 공기가 폐부를 찌르는듯이 차가웠다.

아, 여긴 어디지.

눈이 내리는걸 보면 외부?

나는 지금 밖에서 누워있는건가.

근데 왜 이렇게 따듯하지. 잠열 마법 같은걸 쓴 기억이 없는데.

기억?

마법이라고?

잠깐만, 지금 여긴…?

상황이 얼추 파악되자 주변의 것에 대한 감각의 인지가 넓혀졌다.

그제서야 온 몸을 축축하게 덮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마법을 쓰지 않았음에도 몸이 따듯하게 유지되던 것. 마치 사람의 체온같이 느껴지던 그것의 정체는 피였다.

거기까지 사고가 미치자 이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감각의 깨어남이 빨라지고 후각을 통해 비릿한 혈향이 느껴졌다.

황급히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봤다.

새하얗게 쌓인 눈 위에 더미들이 붉은 혈향들을 남기며 놓여있다. 시야의 그것들을 믿을 수 없어 저도 모르게 앞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찰박이는 소리가 들렸다.

저의 발밑에도 붉다 못해 검기까지 해 보이는 액체가, 피가 고여있었다.

그 광경에 저도 모르게 구역질이 올라왔다. 살기 위해 적을 살해하는 것을 각오 한 적은 있었어도. 그래서 살인을 한 적은 있어도 그 시체의 모습에 딱히 다른 반응을 한 적은 없었다.

다만, 태어나서 단 한번도 이 정도의 시체는 본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인간의 본능으로부터 오는 거부감과 공포는 삽시간에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감정에 먹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허덕이는 사이 인기척이 느껴졌다.

수 많은 죽음 속 단 하나의 생으로 남아있던 자는 자신뿐이었기에 그 인기척의 방향을 황급히 시야로 쫓았다.

그곳에는 저가 방금 그랬듯 땅에 고인 피를 찰박이며 걸어오는 검은 옷의 남자가 있었다. 저가 제일 잘 아는, 지금 이 순간 어쩌면 제일 보고 싶었던, 가장 의지되는 사람.

“…스승님.”

오수 고나달테스. 그 사람이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며 오고 있었다.

스승님 여기가 도대체 어딘지 모르겠어요. 깨어나보니 주변에 수 많은 시체가 있고, 제 몸은 피 범벅이고. 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무서워요. 이런 곳에 혼자라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당신이 이 지옥 같은 곳에 같이 있다는것을 깨닫고 난… 난 이제….

“쉬이. 이제 다 괜찮단다, 괜찮아. 이한,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괜찮단다.”

어느새 눈 앞에 다가온 스승이 눈 위에 손을 올려 놓았다. 그 손에서 느껴지는 약간은 서늘하기도 한 온기에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스승은 언제나 제자를 가르쳐주고 옳은 길로 이끌어 주어야 하는 법이지. 지금은 그저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쉬어라.”

그 말을 끝으로 정신은 수마속으로 빠져 들었다. 조금은 안락하고 편안한 심연이었다.


예전에 써뒀길래 완성 안할거 같아서 그냥 올리는 글

아마 트위터에 올렸던거 같은데..

그냥 임시저장 되어 있어서 올려요

+) 찾아보니 예전에 부분 부분 더 써둔 내용 있던데 만약 괜찮으시다면 걔도 올려드릴까요?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