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의 서진혁

너와 만나기 위한.

To by 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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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혁 | 31 | 182cm | Male | 서울 남부지검 형사부 검사

182cm, 깔끔하고 단정한 옷차림, 도드라지는 뼈마디, 정석적인 미남, 오른쪽 손바닥 안에 박힌 점. 

여전한 향수 냄새. 낮고 담담하고 고저없는 목소리. 단정한 검은 머리. 가끔 사람을 관찰하는 말간 칠흑의 눈. 뚫었으나 아무것도 없는 귀. 곧게 편 몸. 보통은 메마른 입술. 커다란 손. 손목에 손목시계. 얇은 테 안경. 자주 마르는 입술. 따듯하고 마른 피부. 피곤할 즈음에 붉게 물드는 눈. 운동으로 탄탄한 몸. 손 끝의 굳은살과 검지 끝에 감긴 데일밴드.

다정한 | 여전한 | 신중한 | 메마른

침묵하지 못하는 주시자

1. 서진혁, 나아갈 進 클 奕, 12월 1일생. B형. 서울 남부지검 형사부 검사.

2. 경찰행정학과를 다니다 반수해 Y법대를 들어갔다. 3학년, 사법고시 합격. 아주 이른 결혼, 그리고 사별까지. 사랑없는 결혼과 갑작스러운 이별. 그 뒤로 혼자 어린 아들을 돌보고 있다. 이름은 서이준. 올해 7살. 3년 전에 데뷔한 아역배우다. 아버지를 닮아 잘생긴 얼굴과 똑똑한 머리. 나이에 맞지 않게 퍽 익숙한 표정연기 덕에 크고 작은 일거리들이 들어온다. 어느 아이돌의 솔로 뮤직비디오로 데뷔해 방학기간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안방에 얼굴을 알렸다. … 나름 걱정 되어 엄격하게 근로기준법을 살피는 검사인 아빠가 있어 촬영장에서의 보호는 잘 받고 있는다는듯. 

3. 오늘동에서 진하서점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중소기업의 사장인 아버지, 아버지가 사장인 중소기업을 물려받기 위해 박터지는 누나, 나이터울이 7살 차이나는 어머니 서점을 노리고 있는 여동생 사이에서 말수가 줄었다. 자신이 말할 차가 없기 때문에 말을 하다 드문드문 끊어지는 말들이 익숙하다. 

5. 검사 4년차. 태권도 3단. 검도 2단. 유도 1단…. 가끔 속이 답답할 때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몸을 혹사시키고야 마는. 그것이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되어버린 운동들이 있다. 도장에 가지 못하면 헬스장이라도 가서 땀이나 흠뻑 빼고 온다. 덕분에 밥을 꽤 열심히 먹어야 한다. 안그러면 근육 빠져.

6.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여전히 냉면을 좋아한다거나. 여전히 추리소설을 좋아한다거나. 여전히 일을 열심히 한다거나. 여전히…… 여전히.

7. 정의롭지만 불같지 않고, 지켜보지만 움직이고, 침묵하지 못하고, 눈을 떼지 못하는. 

8. 비흡연자, 아들을 봐서 음주조차 하지 않는. 누군가 아들을 사랑하냐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 대답하지는 않았으나 진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애정을 쏟았다. 그뿐이었다. 다른이들에게는 한없이 부족히 보이더라도. 그것이 제 최선이었다.



첫 대학을 골라 간다고 갔으면서. 그때 인생이 꼬여도 대차게 꼬이게 만드는 사람을 만났다. 기본적으로 서진혁은 자신이 좋다고 하는 사람을 밀어내지 않았으므로 자신에게 좋다고 말하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두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사귀자는 말도 없이 여자친구 행세를 하던 그 사람은 어느순간 공공연히 애인 사이라고 말하고 다녔고, 어느 순간 애인이 되었다. 서진혁이 반수에 성공해 Y대에 입학한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서진혁의 스케줄을 따라다녔고, 연락처를 알아냈고, 연락을 주고 받았고. 그리고 서진혁의 집 비밀번호를 알았고. 이렇게 되었으니 네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서진혁은 별 말 하지 않고 그러마 했다. 그러다가 점점 집착이 심해졌고, 집착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자신이 서진혁의 모든 것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서진혁은 원체 태어나기를 무뚝뚝하고, 다른사람과 유리된 모양새로 태어난 인간이라 그녀의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에 그녀는 자기 목숨까지 내걸어 서진혁을 붙잡으려고 했다. 연락이 되지 않으면 자신의 몸을 해쳤고, 서진혁의 집 앞을 피투성이로 만드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래서 무척이나 놀랍게도, 그 목석같은 서진혁에게 죄책감을 안겼다.

그리고 결국엔 서진혁의 애를 가지는 것을 성공했다. 서진혁은 도무지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으나 이미 수년 간 이어진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덤덤해진 상태였다. 그 상태로 몇 년이 더 흘렀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장담할 수는 없었으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는 서진혁의 아이를 낳다가 서진혁을 떠났다.

서진혁에게 몇 년간의 공백이 남긴 것은 핏덩이 하나와 비어버린 시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쯤에, 네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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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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