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발링크] 미래로부터의 저주

일그러지고 뒤틀리고 오염된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 기반. 챌린지 퀘스트 '타도! 아스톨' 을 모티브로 한 글입니다.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불현듯 날카로운 바람이 불더니, 시커 타워의 꼭대기로부터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울렸다. 단말기를 조작하고 있던 하일리아인 청년은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올려다본다.

"....리발. 네가 여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냐고?"

리발의 눈썹이 매섭게 치켜 올라갔다. 

"무슨 일이 있는 건 너겠지. 듣기로는, 호위 임무가 끝나면 홀연히 사라져선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다지? 어디서 무얼 했는지, 어딜 가는지 물어도 묵묵부답이라 하고. 오죽 답답하게 굴었으면 공주가 나한테까지 편지를 보냈겠어? 난 바쁜 몸이라고!" 

그렇다. 여신의 피를 이은 공주와 퇴마의 검에 선택받은 기사가 재앙을 봉인하고 어느새 한달. 평화를 되찾은 하이랄 왕국의 부흥을 향한 활기 속에서, 리토의 영걸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마물 잔당의 토벌이나 무너진 길과 건물의 복구, 남은 병력의 훈련 등으로 젤다 공주와 그녀의 호위기사 역시 바쁜 것은 매한가지일 터. 그런 와중에 웬일로 공주에게서 편지가 왔나 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링크의 기행을 어떻게 좀 해 달라'였던 것이다. 

대체 왜 내가, 라는 게 리발의 솔직한 감상이었고 또 실제로 그렇게 답장했지만, 다르케르와 우르보사, 소꿉친구인 미파마저 링크의 비밀을 밝혀내는 데에 실패했다고 하니 별 수 있는가. 

그렇다곤 해도 이 따위 잔심부름을 웃는 얼굴로 들어줄 의리는 없었다. 화풀이하듯 단숨에 불만을 내뱉은 리발은 '어디 무슨 변명을 하나 들어나보자' 라는 얼굴로 링크를 노려본다. 그러나 상대는 기죽은 기색 하나 없었다.

"처리할 마물이 있어."

"하아?" 

리발의 미간의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맥 빠지는 이유인 것은 둘째치고, 이렇게 쉽게 말한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고작 그런 일이라면 공주나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게 설명하면 됐잖아."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 함께 간다는 말을 들어도 곤란해." 

"위험한 마물이란 뜻이야? 같이 재앙에 맞서 싸운 동료들인데 너무 신뢰가 없군." 

"............" 

여기까지 와서 묵언수행인가. 리발은 쯧, 하고 다 들리게 혀를 찼다. 

"그래, 뭐. 잘나신 퇴마의 검의 용사님이니까 혼자 알아서 한다, 이거지. 그럼 왜 나한테는 말하는 건데?" 

리발은 강하니까, 라던가. 믿을 수 있으니까, 라던가. 그런 대답을 마음 한구석에서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링크의 입에서 나온 것은 리발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넌 내가 어디 가서 뭘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 

리발은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을 뗐다가 다물고, 다시 뗐다 다물고 말았다. 

억울하다. 뭐가 억울한 건진 모르지만, 어쨌든 억울하다. 그렇다고 여기서 아니라고 반박해버리면, 마치 자신이 링크를 신경 쓴다는 것 같지 않은가! 

리발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고 있자 링크는 '이제 됐지?' 라는 얼굴로 다시 시커 타워의 단말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인사도 없이 어딘가로 워프할 기세이다. 리발의 마음이 급해졌다. 

"너! 그렇게 말하면 내가 피도 눈물도 없는 매정한 사람 같잖아! 따라오지 말라는 건 너면서!"

"...너한테 오지 말라는 얘기는 안 했는데."

"하?"

리발은 원거리니까 괜찮을지도....

힐끔, 리발을 한번 쳐다본 다음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리곤 그대로 빛의 줄기가 되어 허공속으로 사라졌으니. 

"~~~~도와주길 바라면 그렇게 말을 하라고!!!"

혼자 덩그러니 남은 리발의 불평이 시커 타워에 울려 퍼졌다. 


"윽...."

어디로 가는지 영문도 모른 채 일단 링크를 따라 워프에 몸을 맡긴 리발이 도착한 장소는, 뜻밖에도 데스마운틴이었다. 온몸을 불태우는 듯한 살인적인 열기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주변을 살피면, 먼저 도착한 링크가 방염 물약을 마시고 있었다. 

"나도 하나 줘."

말을 걸자 조금 놀란 얼굴로 뒤돌아본다. 설마 정말 따라올 줄 몰랐는지 얼떨떨해 보이는 링크에게, 리발은 다시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대체 날 얼마나 정 없는 놈으로 보는 거야? 괜히 심통이 나 물약을 홱 뺐어 든다. 

"미리 말해두지만, 네가 걱정되어서 따라온 게 아니야. 어떤 마물이길래 이 유난을 떠는지 궁금했을 뿐이다."

"....나도 미리 말해둘게."

"아?"

"무슨 일이 있어도 적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마."

"흥. 누구한테 명령하는 거야?" 

방염 물약을 바른 날개는 데스마운틴의 열기 속에서도 가볍다. 기세 좋게 하늘로 날아오른 리발이 어서 앞장서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링크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걸음을 옮긴다. 

데스마운틴의 길목에는 여전히 돌록과 옥타가 진을 치고 있었다. 제법 성가신 마물들이지만, 리발의 활 앞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함부로 폭탄 화살을 쓰지 못한다는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확히 적들의 약점을 노려 평범한 화살로도 적들을 일망타진한다. 링크 역시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걷어차듯이 아무런 막힘 없이 성큼성큼 길을 터나간다. 

긴장감도 뭣도 없는 전투가 이어지자 리발은 슬슬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데스마운틴에서 위험한 마물이라 하면 마그록 정도이다. 그러나 링크가 마그록 따위에 고전할 리 없다. 더구나, 데스마운틴은 본래 고론의 영역. 고론의 영걸이라면 자신과 달리 링크에게 호의적이고 협조적이다. 실력도 믿을 수 있다. 헌데 링크는 다르케르를 포함한 다른 영걸들의 지원을 위험하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있었다. 

대체 이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길래―――

"리발."

갑자기 우뚝 선 링크가 리발을 부른다. 

"아까 내가 말한 거 잊지 마."

무슨 일이냐 되묻기도 전에, 리발은 공기가 바뀐 것을 눈치챈다. 

시야 끝에서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땅의 틈새로부터 피와 진흙이 섞인 듯한 검붉은 액체가 솟아나고 있는 것이다. 저 액체가 원념이라 불리는 것도, 하이랄의 생명을 앗아가는 사악하고 더러운 오물이라는 것도 리발은 알고 있다. 저것에 닿으면 자신의 몸도 썩어 문드러질 것만 같은, 기분 나쁜 예감이 뇌리를 스친다. ...과연. 가까이 가지 말란 말이지. 비로소 링크의 조언을 이해했다. 

용솟음친 원념이 서서히 형태를 갖추자 리발은 눈을 크게 떴다.

"저건...!"

조라의 왕녀. 겔드의 족장. 고론의 호걸. 그리고 리토의 전사.

일그러지고 뒤틀리고 오염된, 영걸들의 형태였다. 

먼저 뛰어든 것은 링크였다. 뒤늦게 리발이 엄호를 위해 활을 겨누지만, 퇴마의 검의 신성한 힘에 환영들은 순식간에 땅바닥을 나뒹구는 신세이다. 그 모습에 리발은 자기도 모르게 압도되고 말았다. 

아무리 본체보다 약한 환영들이라곤 하나, 마치 링크 혼자서 영걸들 모두를 꺾을 수 있다는 것 같아서 솔직히 썩 좋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보다도, 링크의 싸우는 모습이 평소와 달랐다. 그 어떤 강한 적을 상대한들 그의 검기는 언제나 고고하고 아름다웠는데. 지금의 그는―――

검을 휘두를 때마다 너저분한 진흙이 흩날리고, 피처럼 튀어 그의 몸에, 퇴마의 검에 달라붙는다. 

―――보는 이마저 괴로워지는,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가장 먼저 쓰러진 것은 조라의 왕녀였다. 땅으로 내동댕이쳐진 가냘픈 몸은 물 밖의 물고기처럼 몇번 크게 꿈틀거리곤 다신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 다음에 쓰러진 것은 겔드의 족장. 날렵하게 휘두른 검은 링크의 방패에 튕겨 나가고, 무방비해진 사이에 목이 날아갔다. 뒤이어 거구의 고론이 링크의 머리 위로 바위를 내려친다. 링크는 재빨리 옆으로 굴러 피하고, 고론의 몸 한가운데를 관통하듯 일격을 찔러넣었다. 그러자 엄청난 양의 오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이제 남은 것은 한명. 하늘을 날고 있는, 리토의 영걸을 모방한 원념 덩어리다. 그것은 다발의 폭탄 화살을 꺼내 링크를 노린다. 기술까지 따라하다니, 건방지기 짝이 없군. 리발은 이를 부득 갈았다.

하지만, 나와 달리 머리가 좋지 못해!

리발의 신속 정확한 화살이, 환영의 손에 들린 폭탄 화살을 하나도 빠짐없이 맞춘다. 데스마운틴의 가혹한 기온에서 폭탄 화살은 가벼운 충격만으로 쉽게 폭발을 일으킨다. 덕분에 환영은 공중에서 화살 다발과 함께 폭사하고, 처참히 땅으로 고꾸라졌다.

저를 닮은 게 꼴사납게 추락하는 모습은 다소 뒷맛이 나빴지만, 적어도 자신의 환영 정도는 스스로 처리했다는 사실이 리발은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링크가 웅크린 채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서둘러 링크의 곁으로 하강해 그의 안색을 살피면, 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만신창이가 된 링크는 처음이라 리발은 당황했다. 어째서? 눈에 띄는 외상은 없는데. 

"어이, 정신 차려!"

"......!!" 

파르르 떨리는 링크의 입술이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전하려 하고 있다. 리발은 조심스레 링크의 얼굴을 가까이하고 그의 입가에 달라붙은 진흙을 닦아냈다. 간신히 반쯤 벗겨냈을 때, 잔뜩 쉰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닿으면, 안 돼...!!" 


링크가 경고하기 무섭게 몸이 튕겨 나갔다. 데굴데굴 지면을 굴러 마운트 포지션을 빼앗긴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자신의 환영에게 목이 졸리고 있었다. 

"크윽!"

본능적인 혐오감이 몸을 뒤덮는다. 구역질이 난다. 리발이 거세게 몸부림치자 환영의 얼굴을 덮은 진흙이 눈물처럼 뚝뚝 떨어졌다. 그 순간, 가려져 있던 검붉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고―――

메도의 날개 위                    어두운 하늘                          비 비린내   

               검게 그을린 깃털                처참하게 찢어진 날개             

 심장이 뚫려서               피가 이리저리 튀고                 열에 녹아내려     

                     괴로워                              그만둬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그러나 생생한 광경이 펼쳐진다. 

재앙이 부활한 그날, 미래에서의 조력자가, 링크가 오지 않았더라면 필시 겪었을 패배.

죽음(死)이었다.

"리발!!!"

익숙치 않은 링크의 외침에, 리발의 정신이 돌아온다. 몸을 짓누르던 환영의 머리통이 눈앞에서 찢겨나가면, 한 손에 검을 쥐고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링크가 시야에 들어왔다. 여전히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채로, 그가 검을 쥐고 있지 않은 다른 한 손을 내민다. 리발은 천천히 그 손을 맞잡았다. 

"아직이야."

리발을 일으켜 세우고, 링크는 다시 자세를 잡는다. 저 멀리서 링크의 모습을 한 환영이, 그것도 세 명이나 달려오고 있었다.

"....네가 셋이나 있다니, 징그럽군."

"너무하네."

서로 힘겹게 숨을 고르면서도, 시답잖은 말을 주고 받을 정도의 기운은 남아 있었다. 아주 잠시 시선을 교환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달려든다. 

일대 다수의 상황, 그것도 자신과 똑같은 움직임을 하는 적을 상대로는 근접전인 링크가 불리했다. 하지만 링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담하게 파고들었다. 한 명에 집중하는 동안, 다른 두 명은 리발이 어떻게든 해줄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리발의 날카로운 눈은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다. 링크를 향해 활을 겨누는 손목을 꿰뚫고, 달려드는 무릎을 부순다. 링크를 둘러싸던 환영들의 움직임이 일제히 무너졌다. 그 틈을 타 링크는 검에 기를 모은 다음 크게 원을 그리며 휘둘렀다. 리발 역시 세 발의 화살을 장전한다. 링크가 자신의 환영을 물리친 것처럼, 그의 환영은 자신이 끝내고 싶었다.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려던 바로 그때였다.

"이런. 오늘은 동료가 있었나."

"!"

어느샌가 나타난 검은색 로브의 사내에, 리발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어째서 이 녀석이...!

"상황이 좋지 않다.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놓칠까 보냐!" 

혼란스러움을 뒤로, 리발은 망설임 없이 점술사를 겨냥했다. 그러나 점술사가 조금 더 빨랐다. 기분 나쁜 빛깔의 적색 결계가 화살을 튕겨내고, 다음 순간엔 사라져버렸다.

"젠장!"

리발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하늘 위를 수색한다. 점술사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분함에 어쩌지도 못하고 있는데, 링크가 털썩 땅바닥에 주저 앉는 것이 보였다. 분한 건 알겠지만, 오늘은 이것으로 끝이라는 신호였다. 하는 수 없이 활을 거둔 리발은 링크의 곁에 내려왔다. 잔뜩 지친 모습의 링크를 내려다보며, 그 역시 지친 목소리로 말한다.

"제대로 설명해줘야겠어."


"나도 뭘 정확히 알고 있는 건 아냐. 어디까지나 추측."

"서론은 됐으니까."

리발의 재촉에 링크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시드들이 말했잖아. 그쪽 세계에도 재앙의 기운은 남아있고, 가논의 부활을 바라는 세력이 있다고. ...테라코가 그쪽 세계에서 아군을 데려온 것처럼, 적도 비슷한 방법을 쓰는 게 아닐까."

"사실이라면 적도 징글징글하군. 넌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그냥 떠도는 소문이었어. 그 점쟁이를 닮은 녀석이 나타났다는..." 

"줄곧 너 혼자 쫓고 있었단 거네. 우리한텐 한마디 말도 없이."

"너희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야. 단지...."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링크가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다. 무엇을, 이라고 리발은 굳이 되묻지 않았다. 아까 본 광경이 떠올라 눈을 질끈 감는다.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생생하고 참담한 광경. 자신과 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링크 역시 그것들과 대치할 때마다 보았을 것이다. 

죽어가는 동료들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한 자신 같은 거 말이다. 

"녀석이 부리는 환영들은.... 사실 미래에서의 저주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미래?"

"구하지 못한 세계 말야."

사실 리발도 어렴풋이 눈치는 채고 있었다. 미래에서 온 조력자들은 말을 아꼈지만, 의문이 드는 점이 한두군데가 아니었으니까. 아까 그 환각을 보고 확실해졌다. 그래, 그건 단순한 환각이 아니라—

말하자면, 미래의 기억. 

"그쪽 세계의 나는, 모두를 구해내지 못한 주제에 혼자 살아남았나 봐."

".........."

"그러니까, 분명 나를 원망하는 걸 거야. 왜 너만 살았냐며. 나를—"

"웃기지 마."

리발이 링크의 말을 가로막았다. 얼음장처럼 싸늘한 목소리에 놀란 링크가 고개를 든다. 

"설마 그게 전부 네 책임이라는 거야? 잘난 척도 정도껏 해. 그야, 그런 곳에서 죽어서 분했겠지. 그거야말로 죽고 싶을 만큼! 하지만 널 원망할 리 없어. 당연하잖아!"

진심으로 화를 내는 리발에, 링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리발은 질린 듯이 한숨을 내쉬고 말을 잇는다. 내가 이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테바가 그러더라. 그쪽 세계의 너는 내 토네이도를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링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알 수 있어. 나니까. 내가 인정하는 녀석 외에 토네이도의 능력을 줄 리 없다는걸. 그런데 뭐? 저주?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래, 나야 너랑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미파는? 다르케르는? 우르보사는? 원망 따위 하지 않을 녀석들이라는 거, 네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잖아!?"

링크는 잠시 벙어리가 된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곧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미안."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애처롭고, 안타까워서. 

제대로 된 사고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그동안 혼자 죄책감에 짓눌려 있던 게 분명했다. 자기도 모르게 섣부른 위로의 말이 나올 것 같아서, 리발은 홱 고개를 돌려 링크의 시선을 피한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다시 푸른색 눈동자를 마주하고 말았다. 링크가 리발의 날개를 잡아당긴 것이다. 

"뭐야."

퉁명스레 묻는 리발에게, 링크는 미소 지었다. 

"고마워."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을 뿐인 덧없는 미소. 

리발은 뭐라고 말대꾸를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평소와 같이 밉살스러운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이번만큼은 그만두기로 한다. 별로 위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멋대로 위로로 받아들였다면 그걸로 좋았다. 힘없기 짝이 없는 미소라도 울상을 짓고 있는 것보다야 나으니까.

두 사람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환영들의 시체가 타들어 연기가 되어 구름의 일부로 녹아들고 있었다. 언젠가 저것이 단비가 되고 눈이 되어 하이랄 각지에 쏟아지는 걸까. 생명을 앗아가는 원념이 아니라, 생명을 일으키는 물줄기로서. 그때가 되면 자신들이 지키고자 했던 세계의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을지 모른다. 비로소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걱정 없이 웃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쪽 세계의 너는 누가 위로해줄까.

―――――문득 떠오른 생각이, 연기처럼 피어올라 리발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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