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화상

[리발링크] 오늘 밤 별의 조각을 찾으러 가요

너는 좀 더 나를 의지하는 편이 좋아


"아."

링크의 목소리는 여전히 귀에 익숙치 않다.

퍼뜩 정신이 들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졸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몬스터라도 발견한 걸까 싶어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지만, 정작 링크는 미동도 없다. 모닥불의 불빛만이 전부인 어둠 속에서, 푸른색 눈동자를 조용히 빛내며 무언가를 응시할 뿐이다.

링크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위로 하면, 그곳엔 쏟아질 듯한 별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중 유난히 밝은 별 하나가 완만한 호를 그리며 흘러내리더니, 이윽고 저 먼 땅에서부터 옅은 빛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별의 조각, 인가."

링크는 빛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별일이 다 있다고 생각했다. 맑은 밤하늘도, 그렇기 때문에 선명히 보이는 별똥별도 헤브라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다. 실제로 우리는 몇시간 전까지 거센 눈보라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와중에 아이스 키이스 무리의 공격을 받기도 하고, 예정에도 없던 황제큰곰을 맞닥뜨리기도 했다. 눈보라가 그칠 즈음엔 이미 어둠이 자욱히 내려앉은 후여서. 하는 수 없이 하루 더 야영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 지금 우리가 나란히 앉아 모닥불을 쬐고 있는 이유다.

링크가 저녁으로 내온 썰렁버섯 꼬치구이, 대충 조달한 재료로 즉석에서 만든 것치고는 꽤 맛있었지.... 

아무래도 좋은 일을 회상하고 있자니 시선이 느껴진다. 얼굴에 구멍이라도 뚫릴 것 같지만 눈치채지 못한 척을 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재깍 하지 못하고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것은 링크의 나쁜 버릇이다.

  "..........저기,"

  "싫어."

웬일로 입을 열었다고 칭찬해줄 마음도 없었다. 링크는 얼굴을 찌푸린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뻔하지. 별의 조각을 주우러 가자는 얘기잖아?"

동이 트는 대로 하산해 공주가 기다리고 있을 리토 마을로 돌아가는 것이 본래 우리의 계획이었다. 어차피 별의 조각은 동이 트기 전에 주워야 하니 일정에는 큰 차질이 없다 해도, 상당히 멀리 돌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더구나 링크가 가지고 있는 패러세일로는 별의 조각이 있는 곳까지 날아가기에 무리가 있었다. 

즉, 이 녀석은 지금 내 힘을 빌리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그야, 하늘의 지배자 리토 중에서도 비행술의 천재라 칭송받는 나에게 부탁하면 쉽게 해결되겠지만?

"내가 그런 귀찮은 부탁을 들어줄 거라 생각하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군."

"....들어줄 거라 생각 안 했어."

링크는 끌어안은 무릎 위에 턱을 괴고 입술을 삐죽였다. 답지 않게 토라진 모습에 픽 웃음이 났다. 

의외로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다는 것은 지난 며칠 동안 발견한 퇴마의 검의 기사의 이면 중 하나이다. 그 외에는 요리를 잘한다던가, 잠버릇이 나쁘다던가.... 아, 그래. 별의 조각 따위에 감동한다던가. 여러가지를 알고 나면, 무뚝뚝한 기사에게 예전만큼 화가 나지 않게 되었다. '두 사람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라고,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모를 소리를 하며 기어코 우리를 같이 임무에 보낸 공주의 판단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나 보다.

그렇다곤 해도, 방금 대사는 그냥 흘려들을 수 없다. 마치 내가 융통성도 없이 너무한 녀석 같잖아? 간절히 부탁하면 못 들어줄 것도 없는데 말이야. 

첫날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목적지까지 가는데 한나절은 걸리겠네. 날지도 못하는 어딘가의 용사님 때문에."

".........."

"아, 미리 말해두지만 태워주지 않을 거라고?" 

괜한 심술이었다는 자각은 있다. 우르보사나 다르케르가 자리에 있었다면 한 소리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링크는 단 한마디의 불평도, 반문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그때는 정말 질려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내 쪽에서 말을 바꾸기도 뭣해서, 결국 나도 날지 못하는 링크를 동행하느라 여간 번거로웠던 게 아니다. 마물 토벌이라는 간단한 임무가 이렇게 오래 걸린 것도 서로 고집을 피운 탓이었다. 

그에 비하면 일단 말을 꺼낸 것만으로도 가상하다고 해야 할까. 그정도로 저 별의 조각이 갖고 싶던가, 아니면... 내가 녀석을 다시 보게 된 것처럼, 녀석도 조금은 나를 다시 보게 됐는지 모르지. 실례지 않아? 나는 언제나 변함없이 강하고 마음이 넓은 리토의 영걸 리발이었는데. 단지, 뭐든 혼자 해결하려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지금이라도 네가 고집을 꺾겠다면, 나도 조금은 숙여줄 수 있어.

"빨리 타.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연신 깜빡여대는 꼴이 고소하고, 또 조금 분했다. 

링크. 너는 좀 더 나를 의지하는 편이 좋아. 


"와아."

드물게 흥분한 듯한 목소리가 귓전을 간질인다. 지금 녀석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혹시 웃고 있을까? 아직 내가 모르는 얼굴이 많다고 생각하니 묘하게 가슴이 뛰었다. 웅성거리는 감각이 거슬려 떨쳐버리듯 날개를 크게 한번 털면, 예고 없는 하강에 당황하는 목소리가 통쾌했다.

"속도를 올릴 거야.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대답 대신 팔에 힘을 주어 매달려 오는 체온이, 쌀쌀한 밤공기에 딱 적당하다. 기분을 좋게 하고 다시 한번 고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바람을 찾는다. 곧 손에 잡히는 것은 우리를 어디로든, 어디까지든 데려다줄 것만 같은 상쾌한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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