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발링크] Fly you to the moon
상냥하고 평온한 밤
구름보다도 위, 숨조차 옅어지는 고공 속을 거대한 기계 새는 유유히 날아간다. 머리를 아주 조금 위로 기울여 부리를 세운 채로. 그 부리 위에 당당히 서 있는 것은 기계 새의 발톱만큼이나 작은, 우연찮게도 이 또한 새의 형상을 한 남자이다. 보름달을 스포트라이트 대신 등지고, 그는 마치 연극배우라도 된 것처럼 화려한 몸동작으로 한쪽 날개를 펼친다. 밤하늘의 군청을 달빛에 살짝 그을린 듯한 색이었다.
"어때? 너는 상상도 못 해본 경치지?"
비취색 눈동자의 시선 끝에는 단 한 명의 관객. 뾰족한 귀를 붉게 물들인 하일리아인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순간 거센 바람이 불어오면, 그는 제 몸을 담요처럼 감싸고 있는 연갈색 스카프를 꼬옥 붙잡았다.
늦은 밤 주인과 함께 나타난 하일리아인 손님을, 기계 새는 내심 신기하게 생각했다. 독점욕이 강해 모두가 잠든 한밤중의 드라이브를 선호하는 주인이, 오늘만큼은 이 하늘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고 데려온 것이다. 그러나 손님의 이름을 듣고 바로 납득하고 말았다. 귀에 딱지가 생기게 들어온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퇴마의 검의 기사.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
'링크'.
주인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올 때는 대부분 불평불만이었다. 장황하게 늘어놓는 푸념 속에 숨겨진 진의를 지적하면 금세 입을 다물고 토라지곤 했지만. 듣던 대로, 링크라는 사내는 말이 없고, 아름답고―――
"추워."
"내 스카프까지 뺏어 입어놓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추운 건 추운 거야."
어라. 이런 투정도 부릴 줄 아는 건가? 기계 새는 곧바로 새로운 정보를 기록했다.
"....쯧. 이리 와."
마지못한 듯이, 그러나 다정하게 어깨를 끌어안는 주인의 모습 역시 새로운 데이터이다. 애석하게도 어둠이 깊은 탓에 두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 서로 그다지 보이고 싶지 않을 얼굴일 거라고 기계 새는 짐작했다.
솔직하지 못한 그들을 어둠이 덮어주는, 이렇게나 상냥하고 평온한 밤. 그렇다면, 그들을 이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비추고 싶은 것은 기계 새의 괜한 심술일까.
지금까지 몇번이고 두서없는 연애 상담에 어울려주었으니 이 정도는 봐주었으면 했다. 주인의 허가도 없이 멋대로 목적지를 변경한 기계 새는 평소와 다름없이 유유히 하늘을 난다. 다만, 좀 더 높이――― 저멀리 빛나는 달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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