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발링크♀️] LOVE 코디네이트
미팅에 나가게 됐어
⚠️링크 TS/선천적 여체화⚠️ 현대 캠퍼스AU
하이랄 각지의 인재가 모이는 유서 깊은 명문대 「국립 하이랄 대학」 에는 조금 특이한 동아리가 하나 있다.
그 이름하여 「고대유물연구회」, 줄여서 「고유연」 . 전년도 수석 입학생이자 이사장의 외동딸, 젤다가 창설했다고 하는 이 동아리는, 부원이 여섯명 밖에 되지 않는 주제에 그 면면들이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던가, 지나치게 젊은 고문 선생은 사실 나이를 속이고 있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던가, 학교 행사만 열렸다 하면 돌연 나타나 우승을 휩쓴다던가 하는 비범한 소문의 동아리였다. 여기까지 들으면 이사장의 빽인가? 싶겠지만, 실은 젤다가 이사장의 반대에 맞서 직접 발로 뛰며 부원을 모았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유명한 이야기.
한편, 젤다가 자신만의 동아리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그날부터 그녀를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곁을 지킨 이가 있었으니. 젤다와 함께 지금의 「고유연」 을 있게 한, 명실상부 젤다의 오른팔이다. 일례로, 젤다가 부원으로 점찍은 양궁부의 에이스를 영입하기 위해 그와 내기 시합을 벌여 막상막하로 겨뤘다던가. 덕분에 최소 인원 미달로 폐부 직전에 놓였던 「고유연」 은 무사히 마지막 멤버를 영입하고 지금까지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링크. 곱상한 얼굴과 작은 체구, 그에 어울리지 않게 남자 뺨치는 신체 능력과 무뚝뚝하다 못해 무심한 성격, 그러나 본인은 지극히 유연한 마이페이스 기질의 소유자.
"미팅에 나가게 됐어."
오늘 이 폭탄 발언의 주인공 되시겠다.
푸흡-. 리발은 하마터면 마시고 있던 커피를 노트북 화면에 거하게 뿜을 뻔했다. 5교시의 공강을 때우기 위해 동아리방을 찾은 그는, 같은 이유로 부실에 모인 세 명의 멤버와 적당히 잡담을 나누며 기간이 아직 많은 남은 레포트를 끼적이고 있던 참이다.
"호오."
혼자 태연하게 반응한 것은 우르보사이다.
"웬일이야? 그런 거 관심 없어 했잖아."
"......."
언제나처럼 말을 아끼는 링크에, 우르보사는 어깨를 으쓱한다.
"뭐, 좋지 않아? 한창 때인데 제대로 된 남자도 만나보고 해야지. 잘 갔다 와."
"어째 들으라는 소리 같군."
거구의 고론 사내, 다르케르가 머리를 긁적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고유연」 의 단 둘뿐인 남자 부원 중 한명인 그는 또 다른 한명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겠지만―
".............."
리발은 도저히 그럴 기분이 아닌 모양이다.
여기서 잠깐, 갑작스럽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여기 이 리토족 청년이 링크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
처음엔 그저 감히 저와 대등하게 겨룬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었다고 리발은 주장한다. 누군가를 이토록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일부러 밉살스러운 말을 골라 하기도 했던가. 돌이켜보면 그게 전부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관심을 얻기 위해 괜한 장난을 거는 초등학생의 그것이었다고, 최근에나마 겨우 자각했지만 워낙 솔직하지 못한 성격 탓에 이렇다 할 관계의 진전은 없다.
그런 와중에 링크가 미팅이라니. 이걸 어떻게 말리지? 어떻게 방해하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리발의 짝사랑이다. 남자친구도 뭣도 아니면서 가지 말라고 말해본들 링크가 들어줄 이유는 없다. "왜?" 라는 질문이 돌아와도 곤란할 것이다. 그 답을 하자면 일단 첫째로 '내가 널 좋아하니까', 둘째로는 '네가 예쁘니까' 인데, 어느 쪽도 맨정신으로 말할 수 있을 리가.
"그런데, 입고 갈 옷은 있어?"
"옷...?"
우르보사의 물음에 링크가 제 옷차림 -동아리 멤버들끼리 맞춘 파란색 저지와 추리닝 바지- 을 내려다 본다. 이걸로는 안되냐는 눈빛이다.
"기왕이면 차려입고 나가야지. 화장도 좀 하고."
쓸데없는 말을! 리발의 원망 가득한 눈빛이 우르보사를 향했다.
리발의 마음을 대변해보자면, 링크는 예쁘다. 귀엽다. 솔직히 무지막지하게 취향이다. 그녀 주변의 미소녀들 -지금 이 자리엔 없는 젤다와 미파를 떠올린다- 과 비교해도 절대 꿀리지 않는 미모를 자랑한다. 단지, 화장은 커녕 옷도 제대로 차려입을 줄 몰라 눈에 띄지 않을 뿐. 무뚝뚝한 성격과 털털한 태도도 한몫한다. 추측하건대, 세간에서 말하는 '여성스러움'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겠지. 그나마 본인이 꾸미는 것에, 나아가 이성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었던 건데, 예쁘게 차려입고 미팅에 나간다고? 제 발로 늑대 소굴에 기어들어가는 꼴이잖아!
무조건 말려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아, 이건 어때?"
우르보사가 경쾌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리발에게 옷을 골라달라고 하는 거야. 마침 내일은 개교기념일이고, 둘이 같이 백화점에 가는 건 어때?"
"하아!?"
아까부터 멋대로...! 참다못한 리발이 끼어들었다.
"왜 내가 그런 짓을 해야 하지? 젤다나 미파, 하다못해 당신도 있잖아."
"이성에게 잘 보이려면 이성의 의견을 들어야지 않겠어?"
"그런 거라면 다르케...."
....는 무리가 있겠군. 다르케르가 내심 상처받은 표정을 짓지만 쿨하게 무시하고 혀를 찬다. 여기서 정론을 펼치다니. 그렇다고 모두의 앞에서 짝사랑 사실을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고...
리발이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진 그때였다.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면, 링크가 특유의 무표정은 그대로, 하늘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리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진짜 나보고 골라달라고?"
끄덕, 고개를 끄덕여봤자. 솔직히 리발은 사양하고 싶었다. 셀프 고문도 아니고, 대체 뭐가 좋아서 좋아하는 여자가 미팅에 입고 나갈 옷을 골라줘야 한단 말인가.
"리발은 옷 잘 입으니까...."
"!"
흐응. 평소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지. 흐으으응....
멋대로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너무 한심하게 보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원래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의 칭찬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고 마는 법.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링크가 '리발은 옷도 잘 입고 잘생기고 멋있어♡' 라며 부탁해오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런 말 안했음)
결국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약속 장소와 시간까지 정해버린 후였으니. 그럼 내일, 이라는 짤막한 인사와 함께 링크가 부실을 떠나고 나서야 리발은 제 무덤을 팠다고 깨닫는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책하기 바쁜 그에게, 우르보사와 다르케르의 수상한 웃음을 눈치챌 겨를은 분명 없었으리라.
다음날, 역 근처의 백화점 앞.
먼저 도착한 리발은 출구에서부터 걸어오는 링크를 발견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 훑는다. 심플한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와 청바지라는, 매일같이 학교에 입고 오는 저지보다야 낫지만 역시나 수수하기 짝이 없는 옷차림이다.
리발은 이마를 짚었다. 오늘 하루 이 패션이 패자도 모르는 문외한을 데리고 쇼핑을 해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에 말했듯이 이것은 리발의 짝사랑. 그것도 콩깍지가 아주 단단히 씌인, 제법 중증의 짝사랑이니까.
다시 말해 지금 그는, 나름 진귀한 링크의 사복 차림에 얼굴을 붉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거, 데이트라고 하지 못할 것도 없는 것 같기도...
"?"
다가온 링크가 고개를 갸웃한다. 리발은 황급히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젓고, 백화점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선호하는 브랜드라던가 있어?"
"...유니x로?"
"기각."
"그럼 시x무라."
"너 말야...."
"싸고 편한 옷이 좋아."
"그러시겠지. 됐으니까 따라와."
플로어맵 앞에서 한바탕 입씨름을 벌인 뒤, 리발이 링크를 데려간 곳은 SAGONO의 매장이었다. 디자이너의 특이한 취향 덕에 간혹 지나치게 실험적인 디자인을 내놓기는 해도, 전반적으로 괜찮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의 브랜드이다. 무엇보다도 요즘 여대생들 사이에서 인기이니, 어디 가서 창피는 당하지 않을 안전한 선택지이기도 했다. 허나 애초부터 잡지나 SNS를 챙겨보지 않는 링크로서는 영 흥미가 없는지, 버섯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독특한 디자인의 신상 라인업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역시 내가 나서는 수 밖에 없나. 한숨을 내쉰 리발이 매의 눈으로 물색을 시작한다. 좋아하는 여자가 미팅에 입고 나갈 옷을 골라준다는 이 상황은 여전히 몹시 유쾌하지 않았지만, 일단은 링크의 부탁을 받아서 같이 온 것. 뭐가 되었든 대충 하는 것은 리발의 성미에 안 맞았다.
여성 손님으로 가득한 매장에서 당당히 여자 옷을 뒤지는 리토족 사내와, 그 뒤를 '여긴 어디 난 누구'란 얼굴로 질질 끌려가다시피 따라가는 하일리아인 소녀. 젊은 남녀의 데이트로 생각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광경에 주위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리발은 세상 진지했으니, 미간에 주름까지 세우고 선별한 옷들을 하나하나 링크에게 대보며 이건 핏이 어떻고 저건 색감이 어떻고, 뭐라 뭐라 중얼거리길 반복했다. 덕분에 링크는 완전히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지만, 딱히 불평하는 일도 없이 얌전한 걸 보면 아마 리발의 초이스에 큰 불만은 없는 모양이다. 혹은 그냥 아무 생각이 없거나.
그러나 리발이 어느 한 벌을 손에 잡았을 때, 링크가 처음으로 저항의 목소리를 냈다.
"그건 안 돼."
"하?"
"절대 안 돼. 어쨌든 안 돼."
"어째서."
리발이 퉁명스레 묻자 링크가 쭈뼛거리며 대답한다.
"그야... 분명 안 어울릴 거야. 그런 귀여운 옷."
"............."
"나는 귀엽지 않으니까...."
"............."
링크가 말하는 '그런 귀여운 옷' 이란, 하얀색에 가까운 연한 하늘색의 원피스였다. 척 보기에도 하늘하늘한 소녀풍 원피스라, 확실히 평소 링크의 스타일과는 완전 딴판이다. 그 점은 리발도 이해한다. 사실, 색이 마음에 들어서 자연스럽게 손이 갔을 뿐이지 링크가 싫다는데 굳이 억지로 입힐 생각까진 없었다. 하지만.
만약 그 이유가 '나는 귀엽지 않으니까 귀여운 옷은 어울리지 않는다' 따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거듭 말하지만 이것은 리발의 짝사랑. 그것도 아주 두꺼운 콩깍지가 (이하생략)
"잔말 말고 입어. 지금 당장."
"!?"
분명히 거부 의사를 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선지 화난 얼굴로 원피스를 들이대는 리발에 링크는 적잖이 당황한다. 어버버하는 사이에 등을 떠밀리고 탈의실 안에 말 그대로 내던져졌다.
"그거 안 입으면 오늘 집에 못 갈 줄 알아!"
으름장을 놓은 리발이 거칠게 커튼을 닫았다. 틈으로 새어 나오는 ''그치만' 이라느니 '역시 이건 좀' 이라느니 하는 우는 소리는 얄짤없이 무시한다. 링크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탈의실을 등에 지고 씩씩거리는 그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면, 아마 이렇게 외치고 있을 거다.
――――네가 귀엽지 않으면 대체 누가 귀엽다는 거야!
물론, 리발 본인에게 팔불출이라는 자각이 없다. 기껏해야 '감히 링크 주제에 내 안목을 의심해?' 정도의 생각이겠지. 자신이 지금 어떤 실수를 범했는지는 꿈에도 모르고.
덕분에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던 그는, 마침내 탈의실에서 나온 링크를 보고 그만 할 말을 잃고 만다.
리발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절세의 미소녀가, 그곳에 있었다.
"이, 입긴 입었는데..."
여름용으로 나온 만큼 어깨와 팔이 훤히 드러나 제법 노출도가 있는 옷이다. 빈말로라도 글래머라고는 할 수 없는 체형이라 섹시하다거나 요염하다는 인상은 없지만 그게 오히려 또 뭇 남성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청결한 색기. 특히, 평소 치마를 입지 않는 탓에 아래가 신경 쓰이는지 치맛자락을 꼬옥 움켜쥔 채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심장에 매우 나빴다.
거기서 리발은 자신의 실책을 깨닫는다.
이런 모습으로 미팅 따위엘 나가면.
반해버리는 게 당연하잖아.
가만 두지 않을 게 뻔하잖아, 전 세계 인구가!!!!
".....역시, 안 어울리지?"
어딘가 풀 죽은 목소리가, 잠시 집 나갔던 리발의 정신을 깨운다. 리발의 넋 나간 얼굴과 침묵을 링크는 필시 다른 의미로 해석한 것이리라. 리발이 솔직하지 못하기 짝이 없다면, 그녀는 둔하기 짝이 없었다.
여기서 리발이 동의한다면 실수를 만회할 수 있다. 링크에게는 조금 상처를 줄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귀엽지 않다고 믿고 있는 링크의 잘못된 생각을 더욱 굳히겠지만, 적어도 링크가 전 세계 인구를 후리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리발이 냉정하게 생각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멋대로 입이 움직이고 말았다.
"아니야!"
링크가 놀란다. 필요 이상으로 필사적이었던 제 목소리에 리발 스스로도 당황하지만, 이미 뱉어버린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는 법.
"....잘 어울려. 귀, 귀여워."
"............."
고작 그 한마디인데, 어쩐지 민망해진 리발은 시선을 피하며 겨우겨우 말했다. 수치심과는 다른 분홍빛으로 붉어지는 링크의 얼굴은 보지 못하고, 서둘러 변명하듯 덧붙인다.
"다, 당연하잖아? 이 내가 고른-"
"어머! 손님 너어어무 잘 어울리신다~! 지금 사면 정말 저렴한데 어떠세요? 단돈 삼만루피!"
그마저도 어디선가 나타난 직원의 세일즈 토크에 가로막혀버리고 말았다. 리발은 속으로 혀를 찬다. 이래선 더 부추기는 꼴―
....잠깐만. 삼만루피?
"비싸!"
경악에 차 외친 것은 리발뿐만이 아니었다. 슬쩍 링크를 쳐다보니, 그녀가 멋쩍은 목소리로 말한다.
"나 오늘 전 재산, 천루피..."
"그건.... 무리네."
아무리 그래도 천루피는 너무한 거 아니냐는 잔소리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설마 이런 식으로 사태가 해결될 줄은 몰랐다. 리발이 내심 쾌재를 부르며 쐐기를 박자 링크가 고개를 숙인다.
"응. ....아쉽지만."
'아쉽지만'?
혼잣말에 가까운,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 허나 리발은 똑똑히 들었다. 되물을 새도 없이 링크는 다시 탈의실 안으로 사라졌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동시에 번뜩하고 리발에 머리속에 어떠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 나온 링크는 매장 밖에서 기다리는 리발을 발견하고, 그의 손에 못 보던 봉투가 들려있다고 깨닫는다.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하고 다가가면, 리발은 대뜸 헛기침을 하며 SAGONO의 로고가 박힌 그것을 내밀었다.
"선물."
"....무슨 선물?"
"....생일?"
"반년도 넘게 남았는데...."
머뭇거리면서도 조심스럽게 쇼핑백을 받아든 링크가 안을 확인한다. 내용물은, 말할 것도 없이 아까 그 원피스. 똑같은 하늘색을 담은 링크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진다.
"이걸 왜...."
"직원한테 똑같은 걸로 달라고 했어. 갖고 싶어 했잖아."
"그런...!"
"아니야? 싫으면 도로 주던가. 환불하게."
리발이 뺏는 시늉을 하자 링크가 황급히 쇼핑백을 붙잡았다.
"시, 싫다는 말은 안 했어. 그렇지만 이거 비싸고... 적어도 돈은 내가 보태게-"
"돈은 됐으니까, 대신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그 옷, 미팅에는 입고 나가지 마.
링크의 눈이 다시금 커졌다.
일단 던져보긴 했지만, 꽤나 무리수라는 걸 리발도 알고 있다. 미팅에 입고 나갈 옷을 사러 온 거면서, 정작 입고 나가지 말라니 이 무슨 본말전도란 말인가. 그러니 링크가 그 점을 문제 삼거나 "왜?" 라는 아주 합리적인 질문을 입에 담기라도 한다면 곤란했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키며 링크의 반응을 살핀다.
"....알, 겠어."
다행히 링크는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요상한 조건을 받아들일 정도로 저 옷이 갖고 싶었던 걸까. 어쨌든 한시름 놓은 리발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미팅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남아있지만, 적어도 링크가 그 옷을 입고 나가는 최악의 사태만은 면했다. 서프라이즈 선물로 점수를 딴 것은 덤이다 (링크가 그런 것에 넘어가냐는 별개로). 입은 모습을 한번 더 보고 싶다는 흑심도 물론 없지 않았다.
쇼핑백을 소중한 듯이 끌어안는 링크의 모습에 리발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역시 갖고 싶었던 거 맞네."
"응...."
평소 그녀에게서 상상할 수 없는 부드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링크가 중얼거린다.
"리발이,"
"아?"
"어울린다고... 귀엽다고 해줬으니까."
".........................................................하?"
"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틀 전, 예의 동아리 부실.
"리발 씨를 보면, 가슴이 뛰어?"
온화한 분위기의 조라족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는다.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하고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달까, 즐거워. 시합하는 것도 재밌고. 그런데도 가끔,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빨리 뛸 때가 있어. 이건 병인 걸까?"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병인 걸까?" 라고 물으셔도. 쓴웃음을 지은 미파는 옆자리의 젤다와 눈빛을 교환한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
링크, 그건 말이지. 마치 어린 동생을 대하는 것처럼 미파가 상냥하게 운을 뗐다.
"링크가 리발 씨를 좋아한다는 뜻일 거야."
"? 같이 있으면 즐겁다고 방금 말했잖아."
"그런 게 아니라 이성으로서 말이야. 예를 들면... 손을 잡고 싶다던가, 데이트하고 싶다던가?"
이번엔 링크가 눈을 동그랗게 뜰 차례였다.
".....? ?? !?!?!? !!!!!!!!"
시시각각 바쁘게도 바뀌던 표정이, 끝내 귀까지 새빨갛게 물든 상태에서 고장 나고 말았다. 남녀 사이의 이런저런 일들에 면역이 없는 그녀는 '손을 잡고 데이트' 라는 상상만으로 뇌에 과부하가 온 모양이다. 미파는 또 한번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이제서야 자각한 거구나...
자아, 눈치채셨다시피 이 스토리의 전말은 본인들만 모르는 맞짝사랑이었다는 뻔하디 뻔한 결말이다.
리발이 링크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한참 전에 들킨데다 엄밀히 말해 짝사랑도 아니다. 리발은 그것도 모르고 혼자서 온갖 청승을 떨었던 것이고, 링크는 그쪽으로 눈치가 없다 못해 아예 증발해버린 탓에 리발의 마음은 물론이고 자신의 마음마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 답답한 모습에 젤다와 미파도 슬슬 지쳐가던 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링크 스스로 자각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링크."
미파와의 짧은 눈빛 회의 후, 먼저 입을 연 것은 젤다였다.
"리발도 같은 마음인지 알고 싶지 않나요? 그렇다면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
젤다는 「고유연」 제일의 브레인. 또한 링크가 누구보다도 따르고 신뢰하는 인물. 붉어진 귀가 쫑긋 솟는다.
"임파에게 들었는데, 세나 씨로부터 미팅에 초대받았다죠?"
기대감 어렸던 링크의 얼굴이 한순간에 물음표로 뒤덮였다. 그러고 보면 그런 일이 있기야 했지만, 당연히 그 자리에서 거절했기 때문에 기억에서 지워버린지 오래였다.
특유의 기품 있는 목소리로 젤다가 단호히 명한다.
"그 미팅, 수락하도록 하세요."
"!?"
"그리고 반드시 리발이 있는 앞에서 말하는 거에요."
"????"
평소라면 바로 나왔을 '네' 라는 대답 대신 두 눈을 꿈뻑이는 링크. 그 머리 속을 들여다보면 '젤다 아가씨가 하는 말이니까 틀림없을 텐데, 그치만, 으응??' 이라며 혼란에 빠져있을 것이다. 소꿉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내봐도, 미파 역시 젤다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두 사람 다 리발에게 악감정은 없다. 오히려 소중한 동료인 그의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의 사랑이 곧 링크의 사랑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지금까지 몇번이고 '남자답지 못하긴!' 이라고 태클을 걸고 싶었던 것도 사실. 만약 리발이 정말로 링크를 원한다면 좀 더 솔직해져야 할 것이다. 그놈의 자존심을 전부 버려야 할 것이다. 그래,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위기감. 어물쩍거리다간 다른 남자에게 링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그렇게 똥줄도 좀 타보고, 절박함에 무릎도 꿇어보고, 고생과 시련 끝에 쟁취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그렇지 않으면,
――――링크가 너무 아깝잖아(요)!
결국 이 두 소녀는 콩깍지 씌인 리발 못지않게 심각한 팔불출이었으니.
"혹시 모르니까 바람잡이가 필요할 거 같아."
"그렇네요. 우르보사와 다르케르에게 귀띔을 해줘야겠어요."
"후후."
"후후후."
"????????"
하이랄 제일의 영애들 답지 않게 영 수상쩍은 웃음소리가, 동아리방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숨 막힐 정도로 어색한 동시에 어딘가 말랑말랑한 공기가 감돈다. 이 분위기를 만들어낸 장본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리발의 시선을 피하고 있지만, 맥스연어 마냥 빨개진 귀는 차마 가려지지 못하고 오히려 눈에 띌 뿐. 잘 익은 게 맛있겠군. 멍한 머리 한구석으로 상황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하면서, 리발은 링크가 한 말을 되새겼다.
'네가 어울린다고, 귀엽다고 했기 때문에 가지고 싶었다.'
....설마. 아니, 분명. 그 말은 즉, 그러니까――
"저기!"
"!?"
갑자기 링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늘은, 그, 쇼핑, 선물, 고마, 그러니까... 그, 그럼 이만!"
"뭐? 야, 잠깐만!"
횡설수설하던 링크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쳤다. 쌩 하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스피드에 리발의 뇌도 찬물이 끼얹어진 것처럼 빠르게 정신이 든다.
그런 말을 들었는데. 그런 얼굴을 봤는데.
미팅 따위에 보낼 수 있겠냐고!!!
놓칠까 보냐! 거기 서라는 말도 아끼고 리발은 링크를 쫓는다. 원칙상 건물내에선 비행이 금지된 탓에 뛸 수밖에 없다. 물론 리발은 달리기에도 자신이 있었지만, 하필 상대가 링크란 게 난점이었다. 한박자 늦게 출발한 것도 있고, 백화점 내의 복잡한 인파까지 합쳐져 링크와의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백화점을 나서면 역까지는 금방. 그대로 홀랑 전철을 타고 가버리기라도 한다면 게임 오버다. 반드시 그 전에 따라잡아야 한다.
"칫!"
링크보다 몇초 늦게 백화점 건물을 빠져나온 리발은 바깥이라는 걸 확인하자마자 무릎을 꿇어 낮은 자세를 잡았다. 한번의 날개짓만으로 상승 기류가 일으켜 단숨에 공중으로 떠오른다. 이것은 리발이 남몰래 오랜 세월과 노력을 들여 갈고 닦은 그의 전매특허 기술. 깡촌 취급 받는 리토마을 출신 최초로 하이랄대에 특기생으로 입학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꺄악!"
"뭐야!?"
갑작스런 돌풍에 주위가 웅성거리지만, 지금 이 순간 야생의 매의 그것에 가까운 리발의 신경은 오직 한 사람에게만 쏠려있다. 시야 끝, 익숙한 꽁지머리가 햇살에 반사되어 황금빛으로 빛나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소란이 신경 쓰였는지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본 링크와 눈이 마주친다.
사냥감을 확인했다면, 남은 일은 덮치는 것뿐!
"......."
"......."
"....토네이도는, 불공평해...."
"네가 냅다 도망간 건 공평하고?"
"......."
이른바 백허그라는 자세에, 민망한 것은 필시 서로 마찬가지. 괜시리 지금 상황에 아무래도 좋은 말을 주고 받고 나면, 다시금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주변의 웅성거림은 음소거된 것처럼 들리지 않고, 서로의 가쁜 숨소리만이 지근거리의 공간을 채운다. 쿵쿵 소리가 들릴 정도로 빠르게 뛰는 심장은 전력 질주한 탓일까, 아니면.
"리, 리발.... 알았으니까 이것 좀 놔줘...."
평소 링크의 힘이라면 뿌리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링크의 다리가 떨리고 있다고 깨달은 리발은 그 몸을 지탱하듯이 껴안은 날개에 더욱 힘을 주었다.
....이렇게 작았구나. 한 품에 들어올 만큼.
"싫어."
한번 손에 넣고 나니 잃는 것이 두려워졌다.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가지마."
귓가에 대고 속삭이며 호소한다. 어린애 같은 투정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런 말을 해놓고 도망가는 건 반칙이야. 가지마."
"미팅도 그래. 왜 네가 어디서 굴러먹던 말 뼈다귀인지도 모를 놈들이랑 하하호호 해야 해? 난 인정 못 해. 절대 못 보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르지만... 연애가 하고 싶은 거면, 남자친구가 필요한 거면,"
"나로 해둬."
"내가 훨씬 더 멋있을 자신 있어."
유치한 질투, 독점욕, 절박함. 전부 솔직하게 털어놓고 나서야 가장 중요한 말을 하지 않았다고 깨닫는다. 스읍- 숨을 한번 들이쉬고 마침내 그 한마디를 입에 담는다.
"좋아해."
지금까지 이 한마디를 못해서 이 사달이 났다는데도, 어떠한 꾸밈도 망설임도 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이거야말로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리발의 진심이었기 때문일까.
"....너도, 같은 마음이잖아."
"!!!"
움찔하고 링크의 몸이 크게 떨렸다. 사실상 승리를 확신한 상황에서 고백한 스스로가 치사하다는 자각은 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다.
리발이 서서히 힘을 풀자 링크가 자연스레 품에서 빠져나온다.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겨우 마주한 얼굴은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정도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하늘색 눈동자는 촉촉하게 젖어있어 남들이 보면 리발은 천하의 나쁜 놈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럼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하?"
"사, 사귀는 거야...?"
링크의 물음에 리발은 순간 벙이 찌고, 뒤늦게 자신이 실수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1년이 넘는 시간을 친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리발 혼자 라이벌이라 주장한 사이로 지내온 두 사람이다. 서로 좋아한다고 알았다고 당장 "달링~♡" "왜 불러, 링링♡" 같은 분위기가 될 리도 없다. 애초에 링크에게 있어 '좋아한다' 와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고 싶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손 잡고 데이트 같은 거, 한번도 해본 적 없는데..."
과연. 링크에게 있어서 '사귄다'는 그런 건가. 순진하기 짝이 없는 대사에, 리발은 방금까지의 비장함을 잊고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어디 손 잡고 데이트만 하겠어. 그보다 더한 것도 하겠지."
"!?!? 그, 그런 거 난 못-"
"미리 말해두는데, 나라고 경험 같은 거 없어."
여기까지 와서 무슨 허세를 부리겠는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것도, 누군가에게 고백한 것도 링크가 처음이다. 언제나 능숙하게 있고 싶은 그이지만, 상대가 링크라면 서투른 '처음'이 더 있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링크의 처음도 전부 자신이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란다.
"할 수 있냐, 없냐가 아니라.... 너랑 하고 싶은 거야, 링크."
....너는 어때?
더 빨개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링크의 얼굴이 더욱더 붉게 타올랐다. 아아, 역시 맛있겠군. 눈을 가늘게 뜬 리발은 그 뺨을 상냥하게 어루만진다. 질질 끌어온 주제에 이제와 멋진 척을 하며 곤란하게 만들어버렸다. 이제는 자신이 링크를 기다릴 차례이다.
"지금 당장 답을 정하라고는 안 할게. 잘 생각해보고, 그런 다음에도 나랑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고 싶다면-"
――――내일, 그 원피스 입고 나와줘.
"미안해."
꾸벅. 사죄와 함께 머리를 조아린 후 고개를 든 링크는 정말로 미안하단 듯이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그 밑에는 옅게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다. 지난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정도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그녀는 끝내 거절하고 만 것이다.
아, 물론 미팅을 말이다.
"....아니 뭐, 어쩔 수 없다 아이가. 너무 미안해하지 말그래이."
거절 당한 상대, 세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힐끔힐끔 링크를 쳐다본다. 사실 그녀는 지금 거절 당했다는 아쉬움보다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아따 마, 가시나 억수로 예쁘네!
미팅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며 자신을 찾아온 링크가,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은 미소녀였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 보는, 링크에게선 상상도 할 수 없는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 머리도 평소보다 단정하게 묶여있고 입술에도 살짝 붉은 빛이 돌아 은근한 색기까지 느껴진다. 이 정도로 사람이 달라졌으면 바보가 아닌 이상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예를 들면, 그래. 이렇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상대, 즉 남자친구가 생겼다던가.
그러나 링크가 한번 거절했던 미팅을 수락한 게 당장 이틀 전이다. 그때도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나 싶기는 했지만. 지난 이틀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보다 상대는 대체 누구길래. 그 링크에게서 이런... 사랑에 빠진 미소녀를 끄집어냈단 말인가!
궁금하다. 그리고 솔직히 무진장 부럽다!
언론 동아리 회장이자 학생 신문의 편집자로서 이런 빅 뉴스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렇다고 너무 대놓고 물어보면 경계를 살 것이다. 여기선 노련함을 발휘해 스마트하게-
"링크!"
멀리서 누군가가 링크를 부른다. 곧바로 세나의 데이터베이스가 열렸다. 체육 특기생이자 양궁부 에이스. 이름은... 리발이었던가? 링크와 같은 동아리 소속이라고 들었던 거 같다. 그외에는... 입 다물고 있으면 멋있는데 입 열면 좀 깬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거?
"저기, 그럼 난 이만."
"어!?"
붙잡을 새도 없이 링크가 리발에게로 달려간다. 그 발걸음은 묘하게 가볍고, 들떠있는 듯한 느낌이 났다.
"제대로 거절하고 왔지?"
"응."
아쉬운 마음에 세나는 멀어지는 두 사람을 지켜본다. 그러자 별안간 뒤를 돌아본 리발과 눈이 마주쳤다. 어쩐지 째려보는 듯한 눈빛에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면, 리발이 링크의 손을 낚아채듯 잡았다. 그것도 아주 보란 듯이.
....어?
어어어어?????
――――트, 특종이래이!!!
등 뒤로 들리는 목소리에, 링크는 내심 땀을 흘렸다. 딱히 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지만 왠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힐끔, 리발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소문날 거야."
"그래서 뭐."
"....알려지기 싫은 거 아니야?"
"별로. 너한테 꼬이는 벌레들이 없어지면 나야 오히려 고마운데."
링크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놀란 표정으로 옆 얼굴을 쳐다보는 시선이 민망했는지 리발이 상기된 목소리로 덧붙인다.
"뭐야, 내가 질투 심한 거 몰랐어?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이제와서 환불은 안되거든!?"
괜히 혼자 찔려선 꽥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링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웃어서인지, 아님 북받쳐오른 무언가였는지,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젓는다.
"으응, 알고 있었어."
모를 리가 있나, 어제 그런 고백을 받았는데. 어제밤에 이불킥 좀 했는지 그새 다시 솔직하지 못한 그로 돌아와 버렸지만, 그거야말로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 너도.... 그런 너라서, 좋아해."
".....아, 그래!"
퉁명스러운 대답은 언제나의 일. 그렇지만 누가 뭐래도 오늘부터 1일. 꼬옥 맞잡은 손을 포함해, 분명 어제까지와는 다른 나날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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