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베라

#2 (22.05.28 재업)

~2022/05/28. 뒤로 갈수록 최신. 야크샤 위주.

ESAVIR by Riv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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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험기간이라서 시험기간 구베라 에유

슈리는 공부 열심히 안해도 전교권. 근데 그것도 안하고 있다가 열심히 하는 야크샤 보고 자신도 열심히 해보기(그리고 순수하게 축하해주는 거 듣고 조금씩 시선이..

야크샤... 최애님 미안하지만 열심히 하는 거랑 잘하는 거는 별개..

근데 왠지 이론은 잘할거같다. 활용이 문제지

2.

학원갔다와서 생각해보니 무슨 용기였는지😅..

아 얔슐로 보고싶다

구베라&불여우 시절 버전으로 그 이전에 대화해본 적은 없지만 쭉 야크샤 보고있던 슈리가 대뜸 야크샤에게 벽쿵하고 사귈래? 하기((캐붕 죄송

야크샤에겐 안 통하겠지..만 지금은 날조할래요

살짝 얼굴 붉히면서 얼굴 가리고

...친구부터 시작해주지 않겠느냐..?

사실 이쪽도 첫눈에 반해서 보고 있었다는 뒷배경..

3.

개인적으로 야크샤는 '행동하지 않는 선' 느낌.

정확히 말하면 못하는? 이라고 해야하나

왕이라는 입장상 개인적인 것 말고는 자신이 추구하는 걸 선택하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거랑 개차반인 우주섭리랑 기타등등 다 깨달아서 오랫동안 죽지 못해 살았을 것 같은 느낌..

얔슐러&평화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슬프긴 한데 슈리를 좋아하는 것(도 비공식이네요 뼈아픔..) 만으로는 야크샤를 잡아두기엔 부족했을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란을 기다리다가 죽기 직전에서야 자신이 직접 전해주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을 것 같음..

그리고 잠시의 망설임을 끝으로 주저없이 죽음을 택했을 것 같다는

참 바라는 거랑은 거리가 먼 캐해가 있습니다..

사실 메나카랑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메나카 좋아해요..ㅠㅠㅠ)

아무리 생각해도 메나카가 살해 한 번 안 하고 간다르바 말리기에 집중할 수 있던 건 타고난 성품 뿐만이 아니라 '책임이 없는 위치'에 있다는 것도 있던 것 같달까.. 야크샤도 메나카같은 위치였다면 뭔가 더 할 수 있었을 것 같고

작가님 피셜 호전성이 떨어진다는 야크샤니까..(저게 수라 기준인지 야크샤족 기준인지 인간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대충 수라겠죠. 인간일 수도 있겠지만) 음.

뭐라 말이 많았지만 참 저 우주

선한 자들에게 가혹해요

아 근데 야크샤는 그거 아니더래도 지키기 위해 결국 생명을 해쳤을 수도

...몰라

4.

벚꽃나무 위에 숨어있다가 야크샤가 다가오니까 위에 뛰어내리는 슈리가 보고싶다

포인트는 그 와중에 제대로 받는 야크샤. 애기든 어른이든.

슈리가 숨어있는거 몰랐어도 좋고 알았어도 좋은데.. 몰랐던 게 더 좋은듯😄

5.

개울가에서 반짝이는 윤슬을 보며, 나뭇잎 사이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볕뉘를 느끼며, 슈리는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왕은 빛과 물,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존재한다. 이건 좀 치사하지 않은가? 언제 어디서나 떠올리게 만들다니.

떠오르지 않게 해야한다고 생각지도 않는 것은, 무슨 뜻일까?

6.

구배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 다 끝내고 퇴근하는 얔샤 마중나오는 슈리가 보고싶드아아... 반대도 좋아

경우의 수만 세네개 생각나는데ㅔ... 음

미룬다

어쨌든 마중나와서 서로 알콩달콩 꽁냥대면서 돌아가는 얔슐이 보고싶다

7.

야크샤보고 형이라고 부르는 하누만 보고싶다

아니 사실 그것보단 슈리에게 누나라고 부르는 거.

8. 마중

그냥.. 제일 보고싶은 걸로 짧게. 얔샤는 단순 샐러리맨(이라기엔 회장 경호원. 사심 가득..)

야크샤는 짜증이 가득 어린 한숨을 내뱉으며 거친 손길로 넥타이를 풀러내렸다. 아직 밖이지만 뭐 어떠랴, 밤이니 잘 보이지도 않을 테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의외로 지나가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면 관심이 쏠린다는 것이 플래그고, 그 생각을 한 주체의 미모가 평범하게 '지나가는 다른 사람'정도의 미모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지만 야크샤는 그런 건 죄다 모른 척 넘겼다. 멀쩡히 서있긴 하지만 사나흘을 잠도 안 자고 긴장한 채로 있다가 이제 막 퇴근하는 참이다. 그런 복잡한 것까지 신경쓰고 있을 겨를은 없었다.

양복 재킷을 벗어 팔에 걸친 채로, 야크샤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집중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할 때는 양복 차림이 요구되는 편인데, 몇시간 정도는 상관없지만 이렇게 며칠을 보내고 난 다음에는 옷이 정말 불편하다. 매번 그것에 대해 연인에게 투정을 부리면서도 착실하게 풀세트로 갖춰입는 야크샤가 할 말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진실임을 나타내는지 땀에 젖은 셔츠가 불어오는 바람에 말라갔다. 시원해라, 일 때려칠까. 아니, 결혼 자금을 모으려면… 언제나 하는 상념과 함께 터벅터벅 걷던 중, 익숙한 실루엣을 본 야크샤의 예쁜 눈이 살짝 커졌다. 멀리에서부터 높이 손을 들어 흔들며 다가오는 저 모습은, 분명 사랑해 마지않는 연인의 것이었다. 평소엔 잘 보이지 않는 야크샤의 흐트러진 모습에 꽤 가까이 다가온 연인은 놀란 표정을 했다. 아차, 꽤 풀어놓은 상태였지. 그제야 자신의 모습을 깨달은 야크샤는 살짝 멎쩍은 얼굴을 했지만, 여전히 깊게 생각할 수는 없는 상태였으므로 바로 털어버리곤 연인에게 성큼 다가가 그녀를 껴안았다. 분홍빛 머리카락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샴푸 향이 참, 그제야 마음 놓고 안심하게 만들었다. 며칠 동안 집에도 못 들어오던 것을 안그래도 걱정하고 있던지라, 여인은 제게 기대오는 연인을 기꺼이 받아냈다.

야크샤, 좀 진정했어?

…미안하구나… 널 보니 마음이 풀려서.

내게 기대는 너도 좋으니까 괜찮은데. 잠 못 잤지? 얼른 들어가자.

…응, 그러자. 오늘도 예쁘구나, 슈리야.

그건 일상이잖아~

그렇지.

좀 정신이 들자 태연히 안았던 팔을 풀며, 야크샤는 연인, 슈리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손에 비하면 한참 작은 손, 왼손 약지에는 그가 건넸던 커플링이 잘 자리하고 있었다. 결혼 반지… 도 같은 사이즈로 하면 되려나. 작은 손을 만지작거리며, 야크샤는 다시 한 번 언제나 하는 생각에 빠졌다.

야크샤, 많이 졸려?

…어? 아, 뭐라 했지?

아니~ 고백은 내가 했으니까 청혼 기대한다고.

아하… 준비하고는 있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말거라. 자고로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 하니…

응, 기대할게.

너 안 들었지…

그야 야크샤가 준비하는 거인걸~

슈리는 어께를 으쓱이곤 씩 웃었다. 아무리 피곤한 상태라 한들, 분홍빛 눈에 담긴 그 장난기는 충분히 읽어낼 기력이 있는―슈리와 함께 있으며 상당히 회복된 참이기도 했다― 야크샤 역시 힘없이 웃었다. 이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련지…

근데 우리, 이미 결혼한 것 같지 않아? 같이 살고, 이렇게 마중도 나오고…~

아무래도… 결혼한 거랑 결혼한 것 같은 건 다르지 않겠느냐.

으응? 뭐가~?

글쎄… 밖에서도 이럴 수 있는 거?

한순간, 제 볼에 닿았다 떨어진 익숙한 느낌에 슈리의 발걸음이 멈췄다. 아니, 좋지만. 절대 먼저 이런 걸 해줄 연인이 아닌데. 다시 보니 평소 선명하던 벽안이 꽤나 흐려져 있었다.

…아니 좋지만, 제정신일 때 해주면 더 좋겠는데! 야크샤, 너 역시 졸리지!

…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같기도 하고는 뭐야! 얼른 가자. 그리고 내일 일어나면 더 해줘!

…응? 잠깐 슈리야…?

지금 아무리 충동적인 상태라 해도 방금 그 말이 이상하다는 건 알겠다. 슈리는 당황한 야크샤를 이끌어 걸음을 더 빨리했다. 보폭을 조금 더 넓히는 것으로 그 속도를 따라잡은 야크샤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아니, 진정하거라. 진정해. 방금 그건 지금도 가끔 하지 않느냐.

넌 안 해주잖아!

아니 그건 그렇긴 한데… 자아, 잡았다.

평소라면 그냥 손, 아니면 소매를 잡았을 텐데, 이렇게 뒤에서 안은 것은… 역시 아직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있어서일까.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깨달은 야크샤는 뻔뻔하게 넘겼다. 안으니까 슈리의 달콤한 체향이 느껴지니 더 좋은 것 아닌가.

이거, 놔아…!

아, 미안하다. 너무 급해서 그만…. 진정했느냐?

…그건 내가 할 소리지..

힘에선 절대 못 이기기에, 슈리는 빠르게 포기하고 두 손을 들었다. 얕게 웃은 야크샤가 떨어지려 하자 그 팔을 바로 잡긴 했지만.

…슈리야…?

야크샤.

응.

아까 그것도 좋긴 한데, 평소 말실력 살려서 다른 거 하나 말해볼 생각은?

…이건 괴롭힘이냐…?

아니거든!

그래, 그래.

음, 다른 거라. 마침 느끼고 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역시 내 사랑, 타이밍도 잘 맞추지. 야크샤는 슈리에겐 보이지 않도록 미소지었다.

…서로를 마주하는 것이, 일생의 습관이 될 수 있는 사이가 된다는 것 아닐까.

…오.

내 마중을 나와준 널 보는 순간, 너무나 행복했거든.

그 행복이 일상이 되면 좋겠어, 야크샤는 나긋이 속삭였다. 아 진짜, 자기 목소리 좋은 건 좀 자각하라고. 붉어진 얼굴에 대한 변명을 애써 떠올리며, 슈리는 제 어께에 얼굴을 기댄 야크샤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큰맘먹고 마중나와서 얼굴 보니까 좋았지. 응, 일상이 되면 좋겠다. 물론 그건 그거고 놀리는 건 놀리는 거였다. 멘트 진짜 설레게 잘해. 약간의 불만을 담은 슈리의 분홍빛 눈이 예쁘게 휘었다.

…그건 청혼일까~

…좀 봐주거라…

왜애? 설레고 좋았는데~

더 오래 고민하고, 듣는 것만으로도 네가 행복해질 말로 청혼하고 싶어. 반지도 아직 준비 못했고.

아. …그럼 봐줘야지. 기대할게!

그러니까 기대는 말래도…

맨날 그렇게 말하면서 기대 이상으로 해오지. 아, 다 왔다.

언제 다 온 건지, 바로 옆에 보이는 집에 야크샤는 진심으로 놀란 낯을 숨기지 못했다. 아무리 피곤하다지만 집에 다 온 걸 모를 정도는 아닐텐데… 사랑하는 이와 있으면 언제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니까.

그러게… 시간 가는 줄 몰랐구나.

내일은 휴일이지? 같이 푹 쉬자.

그래. 마중나와줘서 고마웠다, 내 사랑.

별 거 아닌걸. 곧 일상이 될테고… 지금은 얼른 자. 내 꿈 꿔야 해?

응, 널 보길 바라며 자마. 너도 푹 쉬어.

응~

슈리는 예쁘게 눈을 접어 웃었다. …아, 이제 곧이겠구나.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야크샤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마찬가지로 짙은 미소를 그려 보였다.

D-120

9.

야크샤 표기할 때 '짐승들의 왕'이라는 표현을.. 즐겨쓰는 편. 슈리는 '여우'라고 쓰는 거 좋아해요.. 써놓고 그냥 이름으로 바꿔 올린 게 한두번이 아니지만.

10.

헐 아기 다칠까봐 조심조심하면서 자기 놀리려고 (장난스레) 공격하는 거 여유롭게 피하면서 다 역으로 돌려주는 야크샤 보고싶다

11.

마중.. 뒷이야기

사실 벽쿵고백썰이랑 이어집니다(!

마지막의 D가 청혼인지 결혼식인지는 보신 분들의 생각에 따라 달라집니당.. 

이랄까 짧게 풀려고 했는데 왜 한시간 지났지(본격 목요일 시험

12. 이해

하누만은 본래 자유로운 성향의 수라였다. 모든 나스티카들은 태초에 홀로 태어난 바, 친하게 지내는 나스티카가 있을지언정 보호자라 여긴 존재는 없었다. 따라서 자신이 보호자라는 생각도 해본 적 없었다.

…아니, 그때까지는 말이지. 하누만은 착잡한 얼굴로 수라도 너머에 있을 인간계를 보았다. 굳이 눈을 감아 기억을 더듬지 않아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지금은 떠나보내고 온 사랑하고 아끼는 연인과 딸아이를 그리며― 이런 류와는 다소 다른 류의 그리움을 떠올린다. 이제는 없는 오랜 친구들은 진작에 깨달았을 감정은, 뒤늦게 찾아와 하누만을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런 걸 깨달아놓고, 종족에 큰 영향이 없을 정도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던 건가. 하누만은 깊은 생각 끝에 생각을 그만두었다. 먼 옛날부터, 생각이라는 것은 그와 잘 맞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그 대신 생각을 거듭해주던 친우들이 없으니 해야겠지만, 잠시만. 조금만 더.

그 혼자만 버리고 가버린 친우들에게 보내는, 그의 마지막 어리광이었다.

슬픔이란 무엇인가? 어지간해선 잘 변하지 않는 수라의 얼굴이 하도 울어 엉망이 될 정도의 슬픔을 내놓고 왕의 무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친우를 보며, 하누만은 고심했다. 나는, 지금 슬퍼하는 것인가? 아닌 것 같은데. 그와 같이 덤덤한 얼굴로 있다가, 그 말고는 아무도 없게 되자 더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듯이 눈물을 쏟아내던 친우를 본 직후다. 작은 몸―하누만의 기준이다―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양 의 물이 솟아났는지, 펑펑 울던 어린 수라들을 본 다음이었다. 다른 동족 나스티카들 역시 눈물을 보이는 걸 봤다. 그 모습들을 보며, 솔직히 태초엔 그렇게 무시하고 모르는 척 하더니― 라고 생각했던 것은 영원한 비밀이었다. 그 역시 이제는 없는 친우의 말을 죽어라 안 들었던 것은 마찬가지니까.

…아, 이제는 없다고 했나. 애매하게 욱신거리는 감각을 애써 무시하며, 하누만은 마치 따라가기라도 할 것처럼 멍하니 무덤을 바라보는 친우를 불러냈다.

슈리.

…내 말 들리는 거지?

…정말 따라가기라도 하면 어쩌지, 하누만은 짧은 고민 끝에 친우에게 다가갔다. …하누만, 대답없이 저를 부르는 친우의 목소리에, 이유는 모르겠지만 몸을 움츠려서 더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하누만.

…어.

야크샤가 없어.

…그렇지.

…그렇게 대답하고 말 게 아니잖아.

자신은 저처럼 영감과 연인도 아니었는데 뭘 어쩌라는 말인가. 평소에 그렇게 억지로 삶을 붙들고 살아간다는 티를 내던 수라다, 오히려 여태껏 자신들을 위하느라 수고했다고 해주는 것이 더 맞을텐데. 하누만은 뚱하니 시선을 깔았다. 그걸 굳이 말해서, 가뜩이나 이유도 모르게 몸이 무거운데 얻어맞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친우는 그런 그의 마음을 읽었는지, 텅 비었던 분홍빛 눈을 잠시 어처구니없다는 감정으로 채웠다가 얕게 웃었다.

…넌 아직 모르는구나. 하긴, 네겐 그런 상대가 없었겠지…

…뭐가.

아니야.

모르는 게 나아, 친우는 바람에 실어보내기라도 하려는지 작게 말했다. 나스티카가 아니었다면 듣지 못했을 정도로 작게, 마치 후회라도 하는 것처럼. 하누만은 어지간해선 눈치를 보지 않았고, 이만하면 그로써는 충분히 눈치를 보았다. 또다시 따끔거리는 것을 무시하고, 하누만은 입을 열었다.

뭘 후회하기라도 하냐?

…후회?

너 그런 얼굴 하고 있는데.

……그렇게 보이는 건가…

?

아니야. 이건…

속삭이던 친우의 목소리는, 기억나지 않았다.

부모님께 알려드리고 싶은데, 아무래도 어려우려나요.

왜?

그야 타이탈리카에 계시니까요.

아니, 그거 말고. 왜 알려주고 싶어?

남자는 하누만의 질문에 잠시 말을 멈추었다. 화났나 싶은 건가? 화난 건 아닌데. 걱정하는 얼굴의 하누만을 본 것도 아니면서, 남자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라들은 결혼할 때 부모 수라에게 말하지 않는 건가요?

아니, 딱히 결혼이라는 개념도 없거든. 어지간하면 연인에서 멈추지.

죽지 못해 삶을 이어가던 이를 잡아둔 사랑을 하던 둘조차도, '결혼'은 하지 않았었다. 간다르바는 결혼했다던가? 지극했었다는 건 들었지만 결혼했는지는 모르겠다. 하누만은 혼자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 다시 생각하니 꽤 생소하다.

그럼 잘 모르겠네요.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어려우면 괜찮아.

아녜요. 음, 인간들은 평생을 함께할 만한 사람과 결혼하고… 보통은 부모님께 말씀드려요. 그때까지 자신을 키워주고, 길러주신 분들이니까요.

…길러준 분,

네. 당신도 그런 대상이 있나요?

…나스티카는 우주 생성과 함께 태어났으니까. 장난치는 게 아니고서야, 보통은 없지…

그렇지만, 방금 누군가를 떠올렸잖아요?

…나드― 나스티카의 생을 이해하려 하면 위험하다고?

하하, 알겠어요.

말하기 싫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남자는 깔끔하게 물러섰다. …그래, 떠오르긴 했지. 하누만은 가만히, 오래 전의 기억을 되짚었다. 아니… 되짚을 필요도 없었다. 그가 떠나기 전까진, 하누만의 인생에서 그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가볍게 떠올리기만 해도 기억 한 구석에 있었다.

'하누만아, 성질 좀 죽이거라. 몇 번을 말하냐.'

'아니, 작작 좀 따라오라고! 남이사 뭐 부수든 말든!'

'이놈이…. …그냥, 내가 네놈이 걱정되어 그러니 말 좀 듣거라.'

'뭐가 그리 걱정인데! 어차피 영감이 계속 따라다니면서 날 막을 거면서.'

'…글쎄다… 내가 없는 세상에서의 네가 걱정인 것인데.'

'…뭐?'

'아니다. 어쨌든 작작 하거라. 힘쓰긴 싫으니.'

'이유 참…!'

…내가, 결혼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면 넌 어떻게 반응할까. 여성형으로, 인간과…

아마,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가 환히 웃으며 축하한다고 했겠지. 녀석, 다 컸구나. 하고 애취급하는 건 아닐까, 그것도 그 성격을 떠올리면 가능성이 있어서 피식 웃다가― 하누만은 얼굴을 굳혔다. …아니, 이젠 없잖아. 애취급하고, 축하해주고, 기꺼이 제 보호자의 역할을 자처할 그 수라는.

'…야크샤가 없어…'

모든 눈물을 쏟아내고, 텅 빈 눈으로 말하던 친우가 떠올랐다. 아, 이걸 말하는 거였구나. 늦어도 한참 늦은 깨달음, 당연히 있었을 것의 부재. 하누만은 허탈하게 웃었다. 왜 그래요? 하고 묻는 나드의 물음에 차마 대답하지 못하며, 하누만은 수라도가 있을 곳을 바라보았다. 난, 그때의 네 마음을 다 이해한 걸까. 닿지 않을 물음을 속으로 삼키며, 하누만은 걱정하는 낯빛의 연인을 한 팔로 안았다. 괜찮아…. 괜찮아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면서, 하누만은 눈을 감았다.

글쎄, 아직 다 알지는 못한 것 같은데.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친우가 떠났을 때였다.

13.

에라이 더 안 버티련다

야크샤가 시 지었었으면 좋겠다!! 슈리에게 연시를 전하는 거ㅇ<퍽

14.

전투씬 연습용...))

야크샤는 겁대가리를 상실하고 제게 덤벼드는 몇몇 수라들을 바라보았다. 어찌 이리도 어리석고, 몽매하며… 안타까운지. 이렇게 미약한 일반 초월기는 맞아도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뒤에서 대기하며 고유 초월기를 준비하는 녀석을 확인하고, 야크샤는 한 걸음을 떼었다. 얼음, 불, 어둠의 초월기가 날아왔지만, 빛 속성의 야크샤족에겐 어둠은 안 통했으며 물 속성의 야크샤에겐 물과 불은 통하지 않았다. 무엇을 눈가림하기 위해 이렇게 기력 낭비를 해대는 걸까… 가볍게 맨몸으로 초월기를 튕겨내다가, 허를 찌르려는 듯 빈틈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잡아냈다. 주먹을 잡힌 수라의 당황한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지만 야크샤는 미동없이 잡은 수라를 바닥에 처박았고, 그 새를 노리려는 듯 등 뒤에서 날카롭게 찔러오는 가시를 방금 바닥에 박은 수라를 이용해 막아냈다. 아, 그러고보니 고유 초월기를 사용하려던 개체가 있지 않았던가. 야크샤는 아까 확인해뒀던 수라를 바라보았다. 이제 막 준비가 끝난 모양이지만… 고유 초월기는 내버려둘 수 없지. 새하얀 백호의 상이 야크샤의 뒤에 맺혔고, 이내 표적이던 수라가 있던 자리가 거대한 발톱에 의해 찢기고 부서졌다.

죽이진 않으마. 너희도 웬놈의 명령을 받아 온 것일테니… 그런데, 수라를 상대로 힘조절은 안 하는 편이라 말이다.

실수할 수도 있다만, 먼저 덤벼온 것은 너희이니 이해해주거라. 새파란 눈동자가 호선을 그리는 눈꺼풀 속에 숨어들었다. 초월기가 더 강한 편은 아니지만, 효율적이려면 초월기가… 물을 만들어내는 초월기는 없지만, 마침 이 주변엔 큰 강이 하나 있었다. 더이상 움직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야크샤는 웃고있던 눈매를 가라앉혔다. 때에 맞지 못하다고 여긴 수라 몇이 미동을 보인 순간, 새파란 물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물이라기보다는, 운석을 연상시키는 모양새로.

야크샤는 감았던 눈을 떴다. 죽지 않은 듯 모두 움찔거리고 있었지만, 그 상태가 목적이었으므로 더이상 힘을 쓸 필요는 없었다. 쓸만한 정보를 가진 건… 고유초월기를 가지고 있던 개체겠지. 야크샤는 맨 처음 발톱에 당해 찢겼던 수라에게 다가갔다.

배후를… 네가 알고 있으면 좋겠구나.

습격은 주변에 민폐이니 말이다….

15.

악기 연주하는 거 보고싶다. 근데 왠지 야크샤는 손재주 없을것같은데(무근본

연주.. 는 못해도 듣는건 절대 즐긴다 한표

못하는 애들이 귀는 좋은 게 재밌어요(?

그래서 연주 소리만 들어도 누가 연주하는지 구분하고... 슈리가 가끔가다 연주해줄 때(슈리는 뭐든 잘 다룰 것 같) 들으면서 기분 좋아하는 거 보고싶다

...왠지 구분하는 거 잘한다는 썰 여러번 푼 것 같은데 기분탓인가..🤔

16.

아아아아아아

못해서 슈리에게 악기 연주 배우는 야크샤 보고싶어요

근데 슈리가 기초 조금 알려주고 듀엣 곡만 알려줘서 칠 수 있는건 두명이서 치는 거 뿐인거!!

17. 합연

높은 음, 낮은 음, 현을 타며 음률을 새겨내는 악기와 건반을 누르며 음을 박아두는 악기, 바람 속의 소리를 이끌어내는 악기가 조화롭게 연주를 이루어냈다. 잠시 볼일이있어 행성에 들렀던 소년의 얼굴이 조금의 놀라움과 경탄으로 물들었다. 이곳엔 잠시만 들른 거였는데, 이리도 즐기게 될 줄이야. 연주를 끝맺히고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연주자들에게, 소년은 멀리서 찬사의 박수를 보냈다. 음, 수라는 불편해할 테니 굳이 앞까지 나아가 감사를 건넬 필요는 없겠지…. …아니, 예술가는 칭찬을 필요로 하던가. 귀와 꼬리 정도는 하프에게도 흔히 있는 특징이니 굳이 가릴 필요는 없으리라. 바로 얼마 전 조심 좀 하라고 잔소리를 들었던 것은 떠오르지도 않는지, 야크샤는 태연히 인파에 섞여 앵콜곡을 연주할지 의논하는 연주자들에게 다가갔다. 아니, 다가가려 했다. 허겁지겁 달려오기라도 했는지, 어지간하면 힘들어하지 않을 수라의 몸으로 숨을 몰아쉬는 하누만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하아, 영감!!

…하누만? 네가 웬일로 이곳에… 아니, 그 꼴은 또 무어냐.

지금 내 꼴이 중요해?! 인간들 사이에서 조심성 없이 다니지 말라고 몇 번을 들어야 정신차릴래, 어?!

…그으-

변명하지 마, 현장검거니까. 슈리가 또 엄청 목소리 올리기 전에 내가 잡아준 거에 감사나 해.

야크샤는 무어라 변명이라도 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렸지만, 뭐라 말하지 못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 약속은 약속이니. 그래도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말만 않을 뿐이지 불만 가득한 어린 얼굴에 하누만은 방금 야크샤의 것보다 몇 배는 깊고 큰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포지션이 바뀐 것 같은데, 모른다. 그들의 왕은 겉모습…과는 어울리지만 말투나 눈이나 생각에는 안 어울리게도 은근히 짖궂은 면이 있어서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됐다. 아니, 호기심이라고 해야할까. 내향적인 주제에 사람은 왜이리 좋아하는지…. 하누만의 깊은 한숨은 가볍게 무시하며, 야크샤는 멀어지는 연주자들의 악기를 바라보았다. 듣는 것은 즐겨왔지만 직접 하는 것을 바란 적은 없었는데, 방금의 연주자들 중에는 한 대의 악기로 두 명이서 연주하는 이들이 있었다. 손재주가 뛰어난 연인을 떠올린 탓일까, 하누만에게 거칠게 붙들린 상황에서도 야크샤의 얼굴은 온화했다.

하누만.

어, 왜?

저 건반 악기는, 자칫 힘조절에 실수하면 망가질까?

그걸 내게 묻냐??

…아마도 건반과 이어진 무언가가 현을 치는 것 같은데 말이다… 잘 망가지지는 않을 것 같고. 저들이 하는 걸 보면 다루기도 쉬워 보이는데…

들을 생각이 없구만.

슈리는 저것도 잘 연주할 것 같지 않으냐?

하누만의 얼굴은 딱 한가지를 말했다. '왜 내게 물어?'… 대답을 구하고자 한 질문은 아니었는지, 야크샤는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잘 하겠지, 슈리는 무엇이든 잘 하니. 하고 혼자 답을 내렸다. 커플 사이에 껴서 이게 뭔 꼴이야!! 를 외치고 싶은 얼굴을 하며, 하누만은 잡고 있던 야크샤를 놓았다.

? 하누만?

영감, 여기서 딱 기다려. 알겠어?

뭔… 내가 어린 아이도 아니고.

외형은 딱 맞으면서 헛소리 그만하고. 절대 기다려야 해.

뭔 말이 그러냐, 절대라는 부사는 보통 부정을 뜻하는 것과-

아 됐고! 갔다 온다!!

황급히 사라지는 하누만을 보며, 야크샤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저놈은 언제쯤 저 급한 성질을 죽일런지, 아니, 불가능하려나. 그래도 태초 시절에 비해 많이 유해졌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야크샤는 심장이 있을 자리를 물끄러미 보다가 짚었다. 텅 비어선 아무런 소리도 안 나는 지금, 따라붙은 하누만은 물론 하누만을 보냈을 슈리의 심정은 알고 있었다. 태초 시절, 그 아이를 직접 데리고 있을 때와는 또 다르게 멀리에 있으니…. …그래도 엄연히 저들의 왕인데, 걱정이 너무 심했다. 뭐, 그 걱정이 달디 달아서 싫은 건 아니었지만.

갔다온다는 말이 허언은 아니었는지, 하누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참, 하누만과는 안 어울리는 것과 함께.

…인간을 협박하기라도 한 게냐?

아 뭐래.

아니면 네가 그걸 들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만…

아니, 영감이 계속 봤잖아!! 수라가 기껏 사줬더니.

너답지 않은 상냥함이구나.

아, 싫음 말던ㄱ

고맙다. …고마워.

하누만은 언성을 높이려다가 멈칫했다. 아니, 지금 이 영감… 뭔가 흐렸는데. …심장이 없어서 그런가. 대충 약해져서 그런 것이라 치부하며, 하누만은 들고 있던 피아노를 달라는 듯 손을 내민 야크샤의 손을 잡았다. 슈리 왈, 꼭 손 잡고 오라 했다… …안 잡고 오면 죽여버린다고. 어느쪽을 못 믿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 쪽이면 왜 부탁하는 거고 영감 쪽이면 왜 연애하는지.

야크샤는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제 손을 잡은 하누만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 감정은, 기가 찬 것일까? 아니면 터무니없는 애취급이 재밌는 걸까. 어느 쪽이든, 보호받는다는 느낌은 썩 나쁜 것이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도 내게서 이런 느낌을 얻었으려나, 그럼 좋겠는데. 픽 웃은 야크샤를 힐끔 보고, 하누만은 말없이 발에 힘을 주어 슈리와 야크샤가 주거하는 장소로 날아갔다. 초월기일까? 힘인지 초월기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은 제끼고, 사뿐히 땅에 발을 딛은 하누만과 야크샤는 어떻게 알았는지 바로 앞에 나와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슈리야, 여인을 알아본 야크샤의 얼굴이 곧장 밝아졌다. 여인, 슈리는 싱긋 웃으며 하누만을 제끼고 야크샤에게 다가가 그를 안아들었다.

야크샤, 다녀왔어?

응, 다녀왔다. 근데 만나자마자 안는 것은,

늦었지?

…그래, 네가 바라는 대로 하려무나.

어색하게 웃는 야크샤를 안고 후후 웃던 슈리는 뒤늦게 어색하게도 거대한 피아노를 한 팔에 들고 있는 하누만에게 시선을 주었다. 하도 안 어울리는… 아니, 악기를 옮기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하면 어울리겠지만, 원체가 악기와는 안 어울리는 하누만이었기에 슈리는 웃는 낯 그대로 조용해졌다. 물론 하누만은 격분했다.

아 뭔데!! 말이라도 하던가!

아니, 그… 너무 안 어울리지 않아?

아니, 영감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누가 연인사이 아니랄까봐 하는 말도 똑같은 거 봐라!!

그건 듣기에 좋은 말이구나.

그러게. 고마워, 하누만?

아악!!!

반응이 저러니 놀리는 걸 못 끊지. 인간에 대한 애정과 자상함은 누구랑 비교할 수도 없지만 수라에 대해선 냉정한 두 연인은 즐거이 웃었다.

놀리는 건 이쯤 하자꾸나, 슈리야. 저 피아노는, 하누만 저놈이 내가 계속 보고 있다고 사준 것이란다.

어머, 기특하네.

그렇지?

애취급이냐!!

음? 아니야. 네게 저 피아노를 사온 이유를 들었을 땐 무척 기뻤다. 그 기쁨을 내 연인과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란다.

―…!! ―!

하누만은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하는 말 자체는 보람을 느끼게 하지만!! 뒤에 덧붙인 자연스러운 사랑의 표현에 소름이 다 돋을 정도였다. 제길, 약해지니까 이런 식으로 수라를 잡네! 하누만은 피아노를 내팽겨치듯 조심스레 내려두곤 휙 돌아섰다.

갈거야!!

언제 또 올 테냐?

몰라!

또 와~ 기특했으니까 그땐 반겨줄게.

지금까진 안 반기고 있었냐??

그야 방해꾼을 반길 리가…

…슈리야?

으응? 왜?

…아니다…

아니, 추궁을 하라고! 아몰라, 간다!

하누만이 곧바로 사라지자, 야크샤는 아쉬운 듯 하누만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고 슈리는 부드러이 웃었다. 자, 그럼 쓸데없이 신경쓸 상대는 없고…

야크샤.

왜 그러냐?

피아노는 왜 계속 보고 있었다는 거야?

…아, 그게-

일찍 오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어~?

…미안하다…

웃으며 추궁하는 슈리의 얼굴은, 분명 웃고 있지만 웃는 것이 아니었다. …이를 어쩐다… 난처하게 웃던 야크샤는 곧바로 사과하고, 조심스레 슈리를 보다가 슈리의 볼에 살며시 얼굴을 붙였다. 가벼운 스킨십 하나에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야크샤는 부드러운 느낌에 말없이 저를 바라보는 슈리의 시선을 피했다.

…이걸로 안 되겠느냐?

…어린 모습으로 해도 설레는 건 신기하지만, 이걸론 안 되겠는데~

봐주거라, 네게 안겨있으니 나잇대를 키울 수는 없어.

어째서?

그야… …당연한 얘기를.

야크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린 모습이면 몰라도, 성인의 모습으로 안겨있는 것은 제 체면이 남아나지 않을 터였다. 어린 모습을 들고 있는 것보다도 슈리가 힘들 테고…. 야크샤는 곧장 말을 돌렸다.

…그보다, 늦은 것은 길거리에서 연주하는 어떤 음악가들을 보아서다. 음악이 참 좋더구나.

흐응… 넘어가 줄게. 인간들에게 말 건 건 아니지?

그래. 하누만이 막더라.

…약속을 잊은 것은 미안해.

…아냐, 결과적으론 안 어겼고. 그리고?

그리고… 연주자들을 보니, 저 피아노를 둘이서 연주하고 있더구나.

…어?

…너와 함께 연주해보고 싶어져서, 시선이 계속 가더라.

솔직한 대답에, 슈리의 새하얀 얼굴이 짙은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아니, 두 수라 모두 하얀 축의 피부색을 가지고 있었으니 둘 다 다른 피부와는 대조되는 붉은빛으로. …어째서, 아까의 서투른 입맞춤보다도 이 말들이 더 설레는데. 슈리는 야크샤를 꼭 끌어안아 제 얼굴을 가렸다.

…넌, 손재주가 좋으니… 이런 악기도 잘 다룰 것 같아 말이다. …그러니, 네가 내게… 연주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겠느냐?

야크샤는 더듬더듬 말하는 도중 할 말을 고려하고 짚으며 저를 끌어안은 슈리를 마주 안았다. 슈리가 안아들어서 작은 모습이나 슈리의 귓가에 머리를 둔 바, 야크샤의 듣기 좋은 미성이 공기 중에 퍼져나가는 것 없이 슈리의 예민한 귀에 그대로 내리앉았다. 정말이지, 사귀기 시작한지 하루이틀 된 풋내기 연인도 아니고. 진심을 담아 하는 말 하나하나에 이렇게 부끄러워하면 어떻게 하는가. 그리 생각하면서도 홧홧하게 달아오른 볼을 가라앉히지 못해서, 슈리는 야크샤를 끌어안은 손에 힘을 꽉 주며 고개를 미약하게 끄덕였다. 야크샤가 환히 웃은 듯 위쪽에서 명확히 높아진 음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이젠 아무 것도 안 들려. 속에서 쿵쾅쿵쾅 뛰는 심장의 소리를 야크샤가 듣지 못하기를 기원하며, 슈리는 눈을 꼭 감아 진정하려 애썼다. 바로 위에서 소년의 모습을 한 연인 역시 같은 짓을 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물론 현재 자신의 심장이 제게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야크샤가 안도한 것은 좀 뒤의 이야기이다.

(→마지막 음)

18.

아 근데 길어질 것같은 거 잇기 전에 미리 그 썰 백업하자면

목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본 게 사색이 되어 울거같은 슈리 얼굴이라 0차원에서 억겁의 시간동안 보고 있는 게 그 얼굴뿐인 야크ㅅ..

......아 내가 다 아프네

19.

왠지 야크샤는 언어 엄청 잘 알 것 같아요. 인간들 안 좋아하는 사가라도 언어 상당히 아는데 야크샤가 모를까.. 슈리가 인간 사이에 끼기 전부터 진작부터 같이 다녔을 것 같은데

슈리가 모르던 시절의 언어부터 '사랑'이라는 단어를 차근히 말해주는거 보고싶다. 처음엔 못알아듣고 의아하게 보다가, 아는 언어가 나왔을 때부턴 확 얼굴 붉어지는 슈리.. 안 멈추고 계속 잇다가 마침내 현대 언어의 순서가 왔을 때 씩 웃으면서 사랑한다, 슈리야. 해줬으면..

근데 문자는 다르다고 나왔지만 언어도 다를까..🤔

20.

썰 뒷이야기(...바깥의 이야기?

백업 끝난 애들 중에선 귀신만...

갑자기 왜 이러냐구요 심심하고 하고싶은 말이 몇몇개 있었어서 '͡•_'͡•  마중에서 프러포즈 대사.. 생각하고 싶어지기도 했고(*´ ˘ `*)

1. 귀신

썰에서 다 써서 할 말 없는데 사실 설정이

'이름을 찾으려는 의지'는 더이상 나스티카의 이름을 감당하기 어려운 영혼이 이름을 다시 받아 산산조각나라는 세계의 의지..래요. 일단 계속 갖고 있던 이름이 없어서 영혼 자체가 결핍을 느끼기도 했고.. 원래는 이름을 품을 그릇이 안돼서 영혼만 사라져야 했는데 사랑의 보정이 있었다나

온몸에 난 상처는 찢기다가 난 상처..가 맞긴 한데, 정확히는 죄다 찢긴 영혼이 대충 모여서 형상을 이룬 거라서. 붙은지도 얼마 안 됐고 다시 떨어질 거라서 치유도 안 되고... 사실 슈리가 계속 부르지 않았으면 그냥 이름 없이 세계에 녹아들고 말았을 것이 이름과 동귀어진해서 더 강한 힘으로써 녹아듬

2. 재회

심장에 남아있던 야크샤의 사념이 란이 죽어들 것 같으니까 사라지는 것을 감수하고 나타났던 거. 란의 추측은 정확했는데, 사실 란의 기억 다 가지고 있고 능력도 다 쓸 수 있었어요. 그냥 다시 만난 척 해준 건 란이 혼란스러워 할까봐, 그리워하던(그리고 사념의 본질인) 모습으로 해준거. 사실 쓸때는 마법 효과 잘 모르는 게 더 어려웠...

이후에 란은 훌륭히 가르침대로 잘 한대요.

흰공간 들어간 건 진짜 우연.

3. 마중

벽쿵 이후라는 얘기 했었죠? 야크샤 아직도 그거가지고 슈리 놀려요. 썰 자체에선 언급 안 했는데 얘가 너무 피곤해서 그냥 슈리로 힐링 중이었음..

나잇대는 대충 27정도.. 타고난 신체적 능력 덕분인가 현 경호원 지명 1순위래요. 지금은 전속계약 맺었지만. 슈리는 대학 교수로 가려는지 계속 공부 중인데, 석사까진 땄는데 박사는 고민 중이라고. 동거하기 시작한건 6년정도 됐는데 야크샤 성격을 알게된 처가는 슈리를 조심하라고 이르는 중.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서로 그.. 단어 뭐지, 서로 부모님끼리 연락도 자주 하시는 사이래요.

청혼은 1개월 쯤 뒤에, 야크샤가 장기 휴가내고 둘이 많이 돌아다녀요. 슈리가 가자고 할 때도 있고, 야크샤가 찾아서 갔다 오는 경우도 있는데.. 휴가 끝날 때 즈음에 불꽃놀이로 유명한 축제에 가요. 슈리야 뭐 아 슬슬 청혼하겠구나 감 잡고, 언제쯤 하려나~ 즐겁게 기다리고 있고.. 야크샤는 슈리가 눈치챈거 알면서 평소에 워낙 진지한 고백 많이 해서 이게 되려나 고민 중. 아니 매일 좋아해 사랑해 하니까 그렇지🤭 아무튼, 불꽃놀이가 끝날 때 즈음에 야크샤는 슈리의 얼굴을 봐요.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서로가 불꽃놀이는 고사하고 서로의 얼굴만 보고 있었는데.. 준비한 말은 많았지만, 이런 순간에 준비한 말은 아닐 것 같아서 야크샤는 느릿하게 입을 열어요.

슈리야.

응, 야크샤.

이미 눈치채고 있지?

응.

슈리는 미소짓고, 야크샤 역시 얕게 웃음소리를 내고.

준비한 말은 많았는데… 막상 이 순간이 오니, 다 잊어먹은 것 같아.

어머, 난 무슨 말이든 좋다고 할 생각이었는데.

하하, 고마워서 어쩌나. 평생에 걸쳐 갚아야겠구나.

당연한걸~

슈리야.

응.

난 너랑 있을 때 너무나도 즐겁고, 그 순간을 즐기고 싶다. 언제나 네게 뭘 해주려고 생각하고, 네가 기뻐할 것을 떠올리고, 네 눈만을 좇아.

네가 시선을 두는 것엔 나도 시선을 두게 되고, 너와 함께한 기억이 많아질수록 네가 없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게 돼. 실제로, 네가 없는 일은 없으면 좋겠어.

…나도.

슈리야. 내 미래에, 네가 없는 일은 없다고 자신있게 공언하도록 해줄 수 있을까? 영원을 함께하며, 내 평생을 네가 가져주기를. 그리고 가능하다면, 네 평생도 내게 주기를… 부탁해도 될까?

좋아.

슈리는 망설임이 없어요. 똑바로 슈리의 눈을 바라보면서도, 미소를 짓고 있으면서도 살짝 힘이 들어가있던 야크샤의 얼굴이 픽 웃음과 함께 풀려요. 푸른 눈이 호선을 그립니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이리 망설임 없이 대답해주다니.

어차피 받아들일건데, 더 기다려서 뭐해.

그렇구나. 그럼 다른 말은 내 일생에 걸쳐서 할게.

응, 언제나 듣고 좋아할게.

남은 말의 첫번째는… 지금 할까.

?

네 평생에 함께할 두번째 물건은, 이 반지로 부탁해도 되겠어?

아 여기까지. 로맨스 더는 못쓰겠다😣 뭐 대충 받고 평생 백년해로나 하라고 해요 흥흥..

4. 이해

사실 그때 탐라에 있던 하누만 캐해 보고 내 하누만 캐해는 어떨까 생각하기 위해 썼던거... 얘가 어느 시점에서 정신 차렸는지 모르겠어서 날조가 많았어요. 다루고싶은 내용은 '야크샤를 보호자로'랑 야크샤랑 슈리(정확히는 슈리)의 마음을 이해하는 하누만이었는데.. 뭐 잘 써졌는지는 모르겠고요. 사실은 하나의 보호자로 나서면서 자신도 야크샤를 보호자로 여겼나, 하게 하려고 하다가 어쩌다보니 결혼 준비할 때가 되어버림..

5. 합연(주제는 이거였는데 잘라서..)

원래는... 야크샤가 슈리랑 같이 연주하는 걸 다루고 싶었던 썰. 근데 어쩌다보니 하누만이 나왔고, 놀리다가 길어져서 잘랐어요. 뒤에 합연하는 내용은 포타에서 쓸 가능성이 높습니당..

심장 없다고 하고, 슈리랑 같이 있고, 뭐 많은 암시가 있었던 대로 야크샤 죽기 직전을 기반으로 하는 스토리였어요. 그래도 곧바로 죽은 건 아니고, 슈리랑 같이 연주하는 것까지 성공하고

성공했어! 잘 친 게지, 슈리야?

응! 잘했어, 야크샤.

이리 노력한 건 정말 오랜만인 듯 한데… 아, 좋구나. 계속 이리 즐거이 살자꾸나.

응, 그러자.

...이런 와중에~ 슈리는 잠시 자리 비우고 야크샤 혼자서 연습하다가 둘이 하는 곡이라 허전하다고, 어서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아수라가 옵니다.

...넹.

뭔가 생각해보니 스포일지도...🤔

뒷이야기 끗

21.

야크샤족이 다같이 햇빛 아래에서 광합성하는게 보고싶다

아기인(?) 란이 먼저 잠들고.. 보다가 하누만이 잠들고.. 페투판도 옆에 껴서 자고.. 슈리는 후후 웃으며 이불 덮어주고 자신도 옆에서.. 야크샤는 그거 보면서 미소지었으면 좋겠다. 슈리가 부르니까 슈리 곁으로 다가갔는데 무릎 위로 끌어당겨져서 어색하게 웃고 다같이 잠들기

22.

화랑 모습 한 야크샤 보고싶다

(왠지 화랑하면 머리 하나로 묶고 무관복 입고 눈가에 붉은 화장을 한 이미지)

23.

하누만이 서로 삽질하는 얔슐 보다가 못버티고 둘 마주보고 앉힌 다음 고백해! 하는 게 보고싶어요

처맞겠지

24.

“네가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행복하고 이 삶에 감사하게 된다. 놓지 못해 잡고 있던 목숨을 원하게 돼. 네 존재 하나만으로, 난 그 누구보다도 밝게 웃는 이가 된다.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사랑한다.”

막 이런거 쓰고싶다(비슷한 대사 방금 썼음

25.

오늘 어버이날

이라는 점에서 야크샤에게 꽃이랑 선물 주는 야크샤족 보고싶다. 란은 막내 애깅이니까 편지도 쓰자(?)..

아니아니 농담이고 앤칸텐이 어버이날에 자신에게 해줬던거 떠올리고 편지도 쓰자 해서 모두 같이 쓰면 재밌겠다

하누만은 편지 그런 걸 오글거리게 왜 쓰냐고 크앙했으면서 편지지 앞에 두고 고민 엄청 하다가 짤막하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영감.』쓰고 제일 먼저 편지 모으는 곳에 버리고(?) 가고

페투판은 재밌겠다~ 하고 토끼면서 고냥이 입하고 흥얼거리면서 『언제나 고마워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란은 쓰자고 설득한 장본인답게 길게 쓰는데 맨 마지막에 『…언제나 감사합니다. 존경하고 경애합니다. 돌아가서도 다시 뵈고 싶어요.』...

슈리는 연애편지 될듯

쓰는데 걸린 시간은 하누만<페투판<슈리<란

근데 분량은 하누만<페투판<란<슈리

확신의 최단최소 하누만

근데 쓰기 시작한 거는 슈리가 제일 빠를 것 같고.. 고민없이 연서로 시작하기

꽃은 고를 때 일단 넷이 같이 가기는 했는데 하누만은 그냥 눈에 보이는 거 하나 골라서 집어넣고 페투판은 기웃거리다가 제일 인기많은 거.. 혹은 제일 예쁜(본인 취향) 꽃 골라서 넣고, 슈리랑 란은 꽃말 다 찾아가면서 고르는데 란은 카네이션이랑 다른 존경 의미가진 꽃이고 슈리는 란 따라서 카네이션이랑 사랑 의미가진 꽃 고를 듯

줄 때는

란: 그냥 직접 드리는 거 어때요? 전 애들이 직접 주는 게 제일 좋던데.

슈리: 그럴까?

하누만: 아니 오글거리게 편지까지 썼으면 됐지 직접 주기까지 해야하냐?? 그냥 영감 나중에 보게 둬.

페투판: 하누만은 성의가 없네요~

하누만: 야! 성의 이정도면 많잖아!

페투판: 그래요? 어디보자~ 와~ 편지는 한줄이고 이 꽃은 제일 앞쪽 매대에 있던 거네요~

하누만: 야!! 남의 거 맘대로 보지 마!!

슈리: (싱긋 웃으며) 저쪽은 무시할까?

란: ㄴ..네.. ...슈리님, 그러고보니 슈리님께선,

슈리: 응?

란: (라나에게 받는 걸 상상하는 중)(직접 받으면 얼굴 보기 부끄러울 것 같은데) ...두는 거로 하죠!

슈리: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하자.

페투판: 에이, 재미없네요~ 야크샤님 감동받으시는 거 보고 싶었는데~

하누만: 넌 훔쳐볼거잖냐..

페투판: 네가 웬일로 눈치 빠른 말을 해요~?

하누만: ...(토끼귀 잡기)

페투판: 잘못했어요~

어쨌든 여차저차해서 두는 걸로 확정

보고싶은 건 야크샤가 이것들 보고 흐뭇하게 미소짓는거..(슈리거는 기습이라 얼굴 붉어지기).

야크샤 되게 영감님 이미지라 기술이나 애들 사이에 유행하는 거 모를 것 같은데 제일 잘 알 거 같으니까 꽃말도 다 알기(이거 옛날에 푼건데)

꽃말 보고 정한 란이랑 슈리는 알고 정했구나 생각하고 웃고, 하누만이 고른 건 의도치않은 사랑.. 잠시 멈칫했다가 아 얜 모르겠지 생각하고 안도의 한숨. 페투판은 실망같은 부정적인 꽃말이라 의아해하다가 ..아 얘도 모르겠지, 깨닫고 피식 웃기. 훔쳐보던 페투판은 엥~ 꽃말이 뭐에요~? 물어서 원래 있는거 알고 있었지만 현장발각

26.

근데 그보다 앞선 어린이날에는 란만 선물받았을듯.. 하누만은 받으면 좋아할거면서 애취급말라고 크앙하고 페투판은 와~ 고마워요~ 하고 관심 없을 것 같아서.

슈리랑 애 선물 고르다가 왠지모르게 서운해보이는 슈리의 손등에 입술 한번 찍어주고 웃어보이는 얔샤가 보고싶다

뒤늦게 선물 뭐줬을까 궁금해짐

태초인류 기술력으로 머릿속의 모습 사진으로 인화해내는 그런 거?

아 생각만 하면 연성이 짜잔 만들어지면 좋겠다(의식의 흐름이..?

27.

야크샤 우는 거 보고싶다고 말은 하지만 이 최애.. 슈리가 유타에게 말해줬던 왕의 길 그거를 슈리에게 전수한 본인같다는 의심이 있는 분이라..(하아

미소나 장난스러운 거 말고 진심으로 행복해서 짓는 웃음이라도 보여주면 좋겠다

28.

오프레

자기 역할 더 등장할 일 없다면서 긴 머리 자른 성인 얔샤 배우가 3부 242화에서 출연한다는거 듣고 당황하는게 보고싶다. 아들램이래서 안도..

아내(슈리 배우)랑 야크샤가 슈리랑 한 화에 나온대서 놀랐다고 키득 웃기

(편의상 역할로)

슈리: 근데 당신 긴머리 진짜 예뻤는데.

야크샤: 다시 길러볼까? 불편하긴 했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그럴 수 있어.

아들: (부비..하다가) 아버지 머리카락 긴 게 더 좋았어요!

야크샤: 아들까지 그리 말하면, 다시 길러봐야겠구나(싱긋

생각해보니 출연 가능성 때문에 자르면 안됐다는 걸 깨달음

야크샤: ...뭐, 내(성인) 모습으로 회상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아무래도 괜찮지 않겠느냐.. 회상해도 아들이 나갈 것 같은데. 암, 그렇고말고.

아들: 어머니, 진짜에요?

슈리: 실수한 거 합리화하시는 거야.

야크샤: 조금만 하자...

29.

진짜 뜬금없는데 현대 에유 클리셰 얔슐 보고싶다

다른 여자한테 대시받는데 너무 불편해서 끙끙대는 야크샤보고 여친인척 해줄까?(특 미성년, 짝사랑 n년차) 하는 슈리.. 애한테 뭘 시키냐고 기겁하고 거절했다가 상대 여성이 점점 심해져서 애인 있습니다. 거절하고 다른 상대 못구해서 (아이라바타의 연기력은 못믿음. 킨나라는 애인 있음) 어쩔수없이 자기 어필하는 슈리에게 부탁하기. 그러다 코 꿰이고.. 졸업하자마자 결혼해라(?

저 상대여성 여수라로 하면 에반가.. 야크샤랑 사이 안좋은(야크샤는 좋다 여기는) 사이인 아수라 누나던가 동생이던가

30.

클리셰 원몰타임

현대에유.. 거의 10살은 차이나는 대배우 야크샤(30?)랑 인지도 탄탄한 슈리(20?). 

슈리는 아역 때부터 줄곧 야크샤 좋아해왔고, 야크샤는 애가 애기일 때부터 봐와서 연애감정같은 거 1도 없었는데.. 어느날 야크샤가 결혼 독촉에 시달리는 걸 본 슈리

계속 들이대도 안 받아주더니 이런 상황이네? 라는 마음 가짐으로 똑똑

선배, 저랑 결혼할래요?

...내가 염치가 없는 이도 아니고.. 아가, 늙은이 말고 네게 어울리는 이를 찾거라.

선배만큼 제게 어울리는 이도 없을텐데..

아가.. 슈리야..(한숨

들어줄 가능성이 너무 없어서 고민하다가 하누만 통해서 자신에게 집적대는 남자 하나 만들어낸 슈리

선배, 저 요새 집적대는 놈이 하나 있는데 애인인 척 해주시면 안될까요..

...친구 많지 않으냐?

못 믿겠어요.

(한숨..

이번 부탁은 들어주는 야크샤

근데 짠 게 아니라 실제로 악질 스토커가..!

제길, 두고봐! 그 사람이랑만 헤어지면 당신은..!

...위험한 놈이 있구나. 헌데 안 사귀는 사이이거늘, 이를 어쩐다...

...선배, 저랑 위장 결혼 좀 해주실래요?

..아가, 너무 극단적인 것 아니냐..?! 아니, 네가 이만할 때부터 봐왔는데 내가 어찌 너랑 그런 걸 하냐. 사귀는 척까진 그렇다 쳐도..

어쨌든 이러이러해서 결국 야크샤랑 위장결혼에 성공하는 슈리...(슈리: v

뒤는.

모르겠어요.

31.

뒷이야기

야크샤가 슈리에게 반하는 건.. 나중에 혼자서 스토커 하나 처리하는 과정 보고나서 아닐까요. 어쨌든 멋지게 혼자서 큰거 처리하는거 보고.

다컸구나 싶어서 뭉클하다가 가슴부근이 찌리리.. 당시엔 몰랐지만 그 이후로 슈리 얼굴 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나자식아 미쳤느냐?!

그리고 그걸 놓칠 슈리가 아닙니다.

왠지 시선 안 마주치는 걸 느껴서 의아해하다가 날잡고 시선 왜 안 마주치냐고 버럭하는데 붉게 물든 야크샤 얼굴 보고... 나 좋아해? 직구를.

야크샤는 아닌척하려다가 말꼬여서 한숨 푹 내쉬고 쓸쓸하게 미소지으며 그렇게 됐구나.. 미안하다.

슈리는 좋을 뿐이죠. 확 밝아져서 나도 좋아한다고 다이렉트 고백하고 아가라고 부르지 않기 약속받아내고..

근데 스킨십은 얔샤가 먼저 시작하면 좋겠다. 너무 오래 짝사랑해서 그 거리가 익숙했던 슈리..

맨 뒤의 이야기

슈리: 그래서 너희 아빠랑 결혼하는데 성공했었어!

야크샤: 그거 그런 거였더냐..?!

슈리: 그 뒤에 당신이 내게 반하는 건 예상치못한 이득이었지~

야크샤: (홧홧해진 얼굴 감싸고) 계략적이었구나, 너..

슈리: 작전대로 된건 없긴 했는데.

야크샤: ...아가.

슈리: 그거 안하기로..!

아이: '예상했던 그대로...'

32.

졸려서 생각할 기력이....

원작에서 접점없는 애들 엮는거.. 재밌죠...

수라라면 죄다 극혐하다가 야크샤 보면 친하지는 않아도 곤두세웠던 경계는 풀것같은 바루나라던가..

처음에는 수라라서 경계하다가 야크샤에게 수고 많다고 밝은 웃음과 함께 머리 쓰다듬받고 벙찌는 리즈라던가...

잠깐 근데 리즈는 윌라르브에서 야크샤랑 만났을 거 같은데 진짜

33.

수라는 머리 안 아프겠지만 날조를 담아..

슈리가 두통 때문에 얼굴 찌푸린 야크샤 안아서 재워주는거 보고싶다....

34.

뭔가를 쓰고 싶지만 생각나는 게 없으니..

옷 추천받는 야크샤 하나만 두고 갈게요

선택지)

하누만: 아무렇게나 입던가, 뭘 입어도 어울리면서(사실을 말하는데 거부감 없다 캐해)

페투판: 저랑 비슷하게 입어보실래요~?

란: (동양풍 복식이라던가 양복이라던가.. 주변에서 보던 코디. 처음엔 무난한거 말하다가 다 어울려서 갈수록 아무거나..)

아난타: 야크샤는 지금이 어울리는데~

슈리: (보고싶은거. 자기 욕망이랑 어울리는거 잘 매치시켜서 추천하기)

결론적으로 선택지 2개밖에 없음...?

야크샤의 선택은 과연..

35.

사실 

'햇빛 아래 새하얀 날개가 펼쳐진다. 당신이 하늘로 멀어지기 시작한다. 안돼, 싫어..'

이런 대사 떠올리고 푼 거라면 믿으실 분

36. 부별(復別)

남자는 느릿하게 눈을 떴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자신은. 천천히 목숨이 끊어지던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숨이 가빠졌지만, 심리만 그럴 뿐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치 숨을 쉬고 있지 않은 것처럼.

남자는 자신을 돌아보았다. 육신의 형체 너머로 주위의 풍경이 비쳐 보였다. 아, 살아난 건 아니구나. 뒤늦은 깨달음에 이성을 되찾았다. 잠시 숨을 머금고―기분탓이다― 생전의 방식대로 연령대를 낮추었다. 사물을 만지지는 못하는 것 같고, 상태는 생전의 방식대로는 할 수 있는 듯 했다.

주위를 둘러보자―마자, 이제는 소년의 모습을 한 남자는 없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울다가 잠든 듯, 부운 얼굴로 색색거리는 희미한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있는 여인. 소년은 입술을 벙긋거리다가 그대로 다물었다.

널 두고 갔다고, 벌이라도 받는 것인가 보구나.

만지지는 못하지만 부운 눈가를 쓸어내리며, 손가락을 그대로 통과하지만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소년은 씁쓸한 웃음을 차마 숨기지 못하며 여인을 향한 미련을 내비쳤다.

진즉에 세상을 떠야했을 소년에게 주어진 기회.

그를 알아차려서, 더욱 씁쓸했을지도…

저 상태라면 깨어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하여, 소년은 더 많은 것을 파악하기위해 움직였다. 일단 걷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갈 수 있는 범위는 대강 연인을 중심으로 오백 걸음 정도, 아무래도 무슨 상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묶여있는 매개는 들고 다니던 곰방대인 듯 했다….

부스럭, 소리에 소년은 고개를 홱 돌려 자신이 눈을 떴던 곳― 즉, 여인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리 멀리에서도 소리가 들리다니, 짤막한 감탄과 함께 소년은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다시 둥둥 떠서 돌아온 것은 아니고,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하니 돌아왔다. 간만에 탐구할 만한 것을 찾았다 생각하며 미소짓던 소년은 무엇인가를 깨닫고 미소 그대로 멈춰섰다.

아, 나 이미 죽었지.

순간적인 깨달음에 몸이 굳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건만, 오히려 바라고 있었건만, 죽었다 생각한 것으로 이런 반응이라니…. 저 자신에게 비소를 그리며, 소년은 천천히 눈을 뜨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붉게 물든 눈을 보니, 마음이 먹먹해져 왔다.

…야크샤…?

느리게 눈을 뜨고, 저를 보고, 손을 제게 뻗는 것을 지켜보다― 그 손을 잡으려고 몸을 움직이는 순간, 뻗어진 손이 떨어졌다. 다시 잠든―기절에 가깝다― 여인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던 소년, 야크샤는 입술을 꾹 물었다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죽은 이가, 뭘 어쩌겠다는 것이냐. 자학적인 비난을 한 번 털어놓고, 야크샤는 바닥에 떨어진 여인의 손을 잡았다. 잡아지는 느낌은 없지만, 따스함만은 느껴졌다. …손을 잡아주지도 못해서 미안해, 야크샤는 결국 시선을 떨구었다. 두고 간 것이, 이제와서 너무나 미안해서 버틸 수가 없었다.

야크샤는 기억이 있었다. 지금 자신의 상태를 뭐라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상태가 되자 창조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모두 떠올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겪은 적 없는 기억도 있었는데, 아마 그것은 친우인 아난타가 겪었던 가능성이리라 짐작하였다.

야크샤는 느리게 움직이는 연인을 바라보았다. 가끔 저가 있는 곳을 보며 시선이 흔들리는데, 모르는 척 자연스레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것을 보면 헛것을 보는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뭐, 그럴 만하지. 야크샤는 객관적으로 생각했다. 만져지지도 않고, 뒤에 모습이 비쳐보이는데 누가 자신을 실제라고 생각하겠는가, 목소리를 낸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차마 먼저 말 걸 수 없어서 그저 따라다니기만 한 지 꽤 되었다.

가끔 곰방대를 보는 걸 보면 그게 자신의 매개라고 의심하는 모양인데… 그러면서도 버리지 않는 것이, 고맙고도 미안했다. 연인이 하루에도 몇 번씩 곰방대를 보는 것을 보아서, 더욱.

야크샤는 연인의 등 뒤에 자신의 등을 기댔다. 자신은 느껴지지 않는데, 연인은 느껴지나 살짝 궁금하긴 했지만… 여태껏 그런 느낌은 없었으니 아닐 것이라 예상했다.

야크샤는 나른한 눈으로 제 손을 바라보았다. 주의를 놓치면 흩어지기 시작하는 것이, 인사를 안 한다고 세상이 뭐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찌 말을 걸라고, 미안해서 두번 죽겠는데. 속으로 불평불만을 늘어놓다가, 야크샤는 무언가 느껴지는 서늘한 느낌에 날카롭게 눈을 뜨고 연인 쪽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 강한 연인이라도 제대로 맞으면 위험할 것 같은 초월기가 쏟아져 내렸다.

피하거라!!

…야크샤?

저도 모르게, 연인을 지키려고 몸이 나갔다. 제게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하지만, 연인에겐 다르다. 야크샤는 지금이라면 초월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연인이 들고 다니던 매개로써의 곰방대에 금이 가고, 거대하고 서늘한 얼음이 한순간에 나타나며 모든 초월기를 가로막았다. 몸이 잠시 흩어졌다가 다시 뭉쳤다.

슈리야, 정신이 있는 게냐…! 그 초월기를 보고만 있으면 어찌 해, 막거나 피했어야지 않느냐!

…아. …들리는 것 알고 있다, 그리 일부러 모른체 하지 말아.

저도 모르게 벌인 일이라, 깨닫고 얼굴을 찌푸렸지만 야크샤는 이내 얼굴을 피며 연인, 슈리를 올려다보았다. …일이 이리 되었으니 어쩔 수 없지, 짤막하게 한숨을 내쉬고 뱉은 말에 슈리의 눈이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왜, 이제 말을 걸어.

나랑 말하면, 이제 그 모습도 못 보는 거 아냐? 그럴까봐 계속 피했는데, 흩어지는 걸 봐서 더 조심했는데.

……슈리야.

내가 얼마나, 네 얼굴이라도 보고싶어서…

슈리의 예쁜 눈에 다시 한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미안, 미안해. 놓고 간 것에 대한 미안함, 이렇게 떠날 것에 대한 미안함, 못 다 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 갖은 미안이 죄다 겹쳐 야크샤의 마음을 흐렸다. 오직 지금만이 가능한듯, 눈물을 닦아내는 것이 실제화되었다. …미안해, 다시금 사과를 속에 담으며, 야크샤는 슈리의 볼을 살짝 잡았다. 어느 순간 어른의 모습이 된 야크샤의 모습이 슈리의 앞에 드리워졌다.

…슈리야.

…응.

나는… 이런 상태가 된 이유는 모른다. 눈을 감고, 눈을 뜨니 이리 돼있었어.

……응.

그런데, 아무래도 네게 작별인사를 고하라고 이리 된 듯 했다.

미안해, 혼자 남겨두고 눈을 감았어서. 또 한번 미안해, 이리 인사만 남겨두고 떠나서.

……인사, 안 하면 안 돼?

버텨보려 했지만… 흩어지더구나. 슬슬 한계였어. 널 지키고, 인사하고 떠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야크샤, 그냥…!

슈리야.

야크샤는 쓰게 웃고는 슈리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이마, 눈, 코. 세번의 입맞춤 후, 마지막 남은 애정을 입술을 맞대며 전했다. 이것을 인사로 취급하면 안될텐데, 라는 생각은 마지막 애정 아래 사그라들었다. 눈물의 짠 내음이 느껴지는 마지막 입맞춤이 끝나고, 야크샤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는 슈리를 꼭 껴안았다.

…슈리야.

…응…

너무 슬퍼하진 말고, 즐겁게 살도록 하거라. 네 행복이 우선이고, 네 마음이 우선이다.

…우리 종족은,

그들을 챙겨주면, 나로서는 고맙겠지만… 네가 우선이잖느냐. 그 무엇보다도 네가 최우선이야, 너 자신을 챙기거라.

…응.

…이제, 정말 마지막인 것 같아.

…!

고마워… 사랑해.

마지막으로 속삭이고, 반투명하던 야크샤의 형체가 빛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가 담겨있던, 그가 남긴 유일한 유산 역시 그와 함께 흩어졌다. 한순간에 흩어진 야크샤의 형체를 찾아 손을 뻗은 슈리의 분홍빛 눈에선 맑은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아아, 이 모습이 보기 싫어서 지금까지 최대한 못 본 체 한 것이었는데.

이 세상은, 너무하다.

37.

잠들어있는 야크샤의 머리 위에 참새나 뱁새같은 작은 새들이 쫑쫑거리면서 뺩뺩 거리는 게 보고 싶어요

옆에 다람쥐랑 토끼들도 여럿 옹기종기 모여서 쀼쀼 거리자

야크샤는 나른한 눈을 뜨고 모여있는 소동물들 보면서 지긋이 미소짓다가 다시 자야 함

그리고 슈리가 그 모습 보고 사진찍.. 아 사진 없나?

38.

아 아까 이 얘기하고 싶어서 트위터 켰던 건데

책 정리하다가 완벽주의 나오는 야크샤가 보고 싶어요.

서점 주인이 어느날 바빠서 지나가던 야크샤 붙잡고 정리 좀 해달라고 부탁하고..

주인이 알려준 거에 따라 정리하다가

너무 엉망이라 버럭

슈리도 완벽주의라서 찌푸리고 불만 같이 늘어놓기..

아니 근데 진짜 도서관 책 정리하는데 몇 칸이 잘못 꽂혀있으면 고운 마음이 안 든단 말이죠.. 그런거 책정리 시키면 어떤 반응들 할까, 야크샤는 곤란한 듯 웃으며 정리하고 슈리는 웃는 얼굴로 그따구로 해둔 놈 불살라버릴 것 같은데

..아 그냥 안하고 튀지 않으면 다행인 녀석들이 몇몇 있구나..

39. 풍경

티링, 티링...

청아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에 드러누워서 U튜브를 보던 하누만이 고개를 돌렸다. 풍경? 그런 건 집에 없을텐데. 소리의 근원을 찾는 것은 쉬웠다. 무려 하누만 자신보다도 덩치가 큰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것이 흰 색의 머리카락 위로 정말 선명하게 보였으니까.

영감, 웬 귀고리야? 그것도―

―방울이라니, 돌아다닐 때마다 소리가 나지 않는가. 하누만은 얼굴을 찌푸리곤 보고 있던 영상을 정지시켰다. 망설임없이 형의 앞에 걸어나간 하누만의 눈에 하늘색 배경에 분홍색 문양이 있는 풍경 모양 귀고리가 선명히 들어왔다. 여느때와는 달리 긴 머리카락을 푸르고 있던 남자는 참고 있던 듯 터뜨린 큰 한숨과 함께 제 얼굴을 감쌌다. 다른 한쪽 손으로 하누만의 어께를 짚으며, 남자는 난처한 목소리를 작게 내었다.

…짐작가는 것이, 없더냐.

…아.

누만아… 어…?

…죄송.

뒤늦게 전후사정을 눈치챈 하누만은 잽싸게 움직였다. 로봇처럼 어색하게 짧은 음절의 사과를 입에 담고, 큰 걸음을 옮겨서 소파 위에 대충 던져둔 핸드폰을 집어들고 빠르게 남자의 옆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더 빠르게 움직인 남자에게 잡혔지만.

누만아…

…왜, 왜 형…

싱긋, 남자는 섬세하니 예쁜 눈을 부드럽게 접었다. 지은 죄를 떠올린 하누만은 오소소 돋는 소름을 꾹 눌러 참았다.

우리, 오랜만에 즐겁게 놀아보자꾸나. 각오는 했지?

시, 싫거든?!

네 덕에 내가 재미난 경험을 했으니, 나도 돌려주려 하는 것이다. 자, 어서.

혹을 주려는 거겠지…! 아, 형!!

후후, 어릴 적 이후로는 오랜만이구나…

형!!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 단호한 웃음, 하누만은 절규했다.

주먹만한 혹을 머리에 단 하누만은 커다란 한숨을 참지 않았다. 지은 죄가 있어서 얻어맞기는 했는데, 아니 이런 일로는 때린 적 없잖아. 형은 어릴 적이라고 말했지만, 그것도 한 5년 전 중딩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때야 진짜 엇나가 있었으니까 할 말은 없지만, 때린 적 없는 인간이 때리니 절로 반발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죄라고는 하지만 그냥 평소대로 농담한 거 뿐인데!! 뒤늦게 억울해진 하누만은 얼굴을 있는 힘껏 찌푸리고 툴툴대며 길거리의 돌조각을 홱 차버렸다. 뒤늦게 돌이 날아가는 방향을 보고 속으로 욕을 남발한 것은 비밀이 아니었다.

아!

…그러니까, 열받아서 차버린 돌조각이 억울함에 불타게 만든 원인에게 날아간 것은 우연이었다. 정말로.

하누만은 예쁜 얼굴을 가차없이 구기며 돌이 날아온 방향을 노려보는 분홍빛 여인을 보았다. 돌에 맞은 것 쯤이야 쟤한테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쟤가 영감에게 이르기라도 한다면 그날로 저는 죽었다.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눈이 마주친 순간 버렸다. 일단은 친구라서 아는데, 도망치면 분명히 죽음보다 못한 꼴을 겪게 할 터였다.

…하누만…

…미안.

…혹 하나 달고 있으면 봐줄 거 같아?

그럴 녀석이었으면 진작에 도망갔지.

그렇지?

누구 하나 조지기 전에 예쁘게 웃어보이는 모습이 정말 닮았다. 왜 동생인 나보다도 닮았는데, 사실 동생이라기보다는 아들에 가까울 정도로 키워진 사이지만 가족인 건 변치 않으니 하누만은 불만을 속으로 터뜨렸다. 그러고나서 어처구니없다는 마음가짐을 담아 다시 한 번 두 손을 들었다. 항복했다는 뜻이다.

안 봐줄건데?

이 혹 너때문에 난건데 자비를…. …? 아니, 그거 뭐야!!

뒤늦게 여인의 차림새를 본 하누만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분홍색 머리카락만 보고 미처 못 봤었다. 정말 이쁘장한 얼굴을 함부로 쓰는 여인은 다시 한 번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그럴 때인―

그거 우리 영감 옷이잖아!

아.

아니 뭔데?! 슈리 너, 우리 형 잡고 사냐?!

아니라는 것은 안다. 서로가 서로를 굉장히 아낀다는 것도, 맨날 서로에게… 아니 정확히는, 그래서 형이 매번 슈리에게 져준다는 것도 알았다. …엥, 잡고 사는 거 맞나? 주변에 민폐끼치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인간이 소리가 나는 귀고리를 차고 온 것부터 옷까지 쥐어준 것에 저도 모르게 외친 의심이지만, 입밖에 꺼내고보니 왠지 합리적이라서 하누만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거든!! 여인, 슈리는 참 그 연인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붉게 물든 얼굴로 하누만의 복부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물론 아팠다.

야크샤가 오늘 춥다고 코트 걸쳐준 거거든?! 무, 무슨 이상한 소리를!

저게 부정의 근거가 되지는 않을… 테지만, 아파하느라 정신이 없는 하누만은 반박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형은 적당히 아픈 정도로 힘조절 했지만 얜 진짜 그런 거 없었다.

왜 소개해줬냐, 과거의 나.

하누만은 바꿀 수 없는 과거를 원망했다.

맨 처음부터 말하자면, 하누만은 나이 차이가 정말 많이 나는 형 야크샤의 보살핌 아래에서 자랐다. 슈리와는 중고등학교 동창이었다.

같이 사고치고 다니던 슈리가, 저가 형에게 얻어맞기까지 해서 사고치는 걸 관두었다는 걸 듣고 호기심에 찾아온 것을 내버려둔 것이 평생의 한이었다.

여기까지 말했으니 눈치챘겠지만, 야크샤를 본 슈리는 첫눈에 반했다면서 하누만에게 계속 찾아왔다. 솔직히 형이 아깝다고 생각했기에 방해하다가 모솔인생이 25년을 넘은 형이 안타까워서 딱 한번 눈감고 소개해줬다가…

둘이 이런 사이가 될줄은 몰랐지!!

동생 친구라고 어리게만 보던 형을 대체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모르겠다. 둘이 연애하기 시작한지 꽤나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미스터리한 사이였다. 지금도 모르겠다.

'아주 그냥, 떨어지면 못사는구만… 방울이라도 달지 그래?'

라는 별 생각없이 뱉은 말 하나를 그대로 실행할 줄은 더 몰랐다. 하누만은 슈리의 귀에 달려있는 처음 보는 귀고리 하나를 눈치챌 정도로 섬세하지 않았다. 슈리가 걸치고 있는 야크샤의 옷이나 야크샤가 달고 온 귀고리를 눈치챈 게 더 놀라운 사실이었다.

형과 친구의 연애 사정은 모르는 갓성년 하누만은 친구를 노려봤다. 사실 형을 노려보기는 무서워서 그랬다는 것은 절대 비밀이었다.

야크샤는 다소 억울한 감이 있었다. 동생의 말 하나 덕분에 은근히 소유욕이 짙은 연… …인에게 방울 귀고리를 선물받았다는 것은―그 나이차이를 가지고 연인이라 말하는 것은 언제가 되더라도 익숙해지지 않을 터이다― 사실 상관 없었다. 민폐 끼치는 것은… 꺼려지긴 했지만 집에서랑 함께 있을 때만 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으니 괜찮았다. 문제는, 귀고리를 끼는 과정이었는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야크샤는 하누만과 나이차이가 정말 많이 났다. 즉, 슈리와도 나이차가 컸다. 그 어린 애의 얼굴이 가까이 있다고 심장이 주체를 못하다니, 제자신이 한심했고 그런 상황의 계기가 된 동생이 그 순간만큼은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연인이니 괜찮나, 싶다가도 멀쩡한 양심이 아파왔다. 셀 수 없는 고백 중 성인이 된 이후의 고백을 결국 받아들인 저가 느낄만한 감정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원래 사람은 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법이다. 결국 그는 억울한 감정을 딱 한 번만 동생에게 풀기로 결정했다.

슈리는 야크샤보다도 더 억울했다. 방해하던 하누만이 웬일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줘서 그걸 실행하려고 한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자신이 쟁취해낸 그 얼굴을 가까이서 보다가 실수로 제 손을 찔렀다는 것부터, 그가 제 귀에 귀고리를 달아줄 때 자신이 얻어냈음에도 짝사랑하던 그시절만큼 크게 뛴 심장을 걸쳐서, 춥다면서 걸쳐준 코트가 무릎보다 한참 내려가서 자칫 잘못하면 땅에 닿을 것 같다는 것까지. 자신은 너무 설레서 죽을 것 같았는데 이 바보 도련님은 제가 그를 잡고 있단다. 정말 억울했다.

억울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억울해하는 세 명은 결국 같은 생각에 도달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야크샤는 동생에게 사과해야겠다고 다짐하며, 하누만은 슈리를 노려보던 눈을 돌리며, 슈리는 붉게 달아오른 뺨을 가리던 손을 내리며. 정말 억울해 미칠 것 같던 강한 감정이 어쩌다 이리 바로 가라앉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정한 세 명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의 근거를 떠올렸다. 원래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것이기에,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둘이 행복한 모습이 눈꼴시렵긴 하지만 좋으니까. 하누만은 떨떠름한 얼굴로 슈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돌 미안. 소리친 것도…

…때린 거 미안해.

아니… 때릴 만 했지.

아닐걸…

어색하게 사과를 주고받던 중, 멀리서 띵띵띵 방울 소리가 가까워졌다. 누만아! …슈리야! 길게 내린 새하얀 머리카락이 보였다. 아니, 저걸 차고 왔어! 하누만은 경악했다. 그걸 봤는지 못봤는지, 야크샤는 가볍게 슈리에게 인사를 건네고 하누만의 손을 잡았다.

누만아, 미안하다. 아팠지?

아니… 됐어, 괜찮아. 내가 말 잘못했던 거니까.

…미안하다. 내가 괜히, 마음이 좁아 네게 분풀이를 했어.

됐대도, 내가 형 속 썩인 거에 비하면야.

그건 그러네.

…슈리 넌 껴들지 말지?!

싸우지 말거라…

안 싸워요, 야크샤.

안 싸워. 일상이야.

그게 일상이면…, …아니다. 이제 돌아갈까.

응.

네!

야크샤는 자연스럽게 하누만의 손을 잡았다. 슈리가 팔짱을 끼고 붙어오자 피식 웃고는 잡힌 팔을 당겨 더 가까이 붙었다. 떨어질까 고민하다가, 하누만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차피 둘이 결혼하면―결정은 안됐지만 하누만은 미래를 확신했다― 매일 볼 광경이니 차라리 적응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하누만은 느리게 떠오른 의문을 곧바로 입에 담았다.

근데 뭘 했길래 형이 그런 반응이었어?

귀고리 달아주기만 한 거 아니야? 아, 형 귀 안 뚫었던가. 그래도 귀 뚫어주기만 한 거 아니야?

…하누만, 너 모르면 좀 다물어봐…

…누만아, 너도 해보면 알게다…

아 뭔데.

애는 몰라도 됩니다~

맞아, 아직은 몰라도 된다.

에라이…

…동생에게, 친구에게 그런 걸 어떻게 말하란 말인가. 가운데라서 시선을 피할 길이 없는 야크샤는 정면을 바라보았고 슈리는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체향이 훅 가까워지고, 괜히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귓가에 내려앉는 숨소리가 생각을 정지시키고, 가까이 다가온 얼굴을 실수로 들여다보면, 그 얼굴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

연인은 침묵했다. 사랑을 모르는 모솔만이 분통을 터뜨릴 뿐이었다.

평화로웠다.

40.

비하인드

야크샤 30, 슈리랑 하누만 20

야크샤랑 누만이랑 친형제

얔슐 연애는 한 7개월 정도.

슈리의 고백은 nnn번..

미성년이고 동생 친구라 거절해왔음

근데 원래 가랑비에 옷젖는 줄 모르는 법이라....

정신 차리니까 호감이 있었다는 본인에겐 혼란스러운 상황

그 상황에서 성인되고 마지막으로 고백한대서 충동적으로 고백 받아들임

그리고 자기 윤리에 어긋나서 계속 후회하고 고민하지만 슈리 보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는 건 자각중

슈리는 첫눈에 반함

하누만은 아직도 야크샤가 슈리에게 과하다고 느끼..지만 형이 모솔로 죽겠다고 저런 애라도 한번 연애해보기를 희망

했지만 진짜 사귈줄은 몰랐지(절규) 상태.

형제 부모님은 야크샤 갓성인 때 돌아가심

누만이에겐 진짜 형이자 보호자. 참관수업도 될 수 있는 한 꼬박꼬박 갔었음(초딩때)

풍경 귀고리는 사실 커플. 슈리 거는 소리랑 밑에 긴 줄이 없는 버전.

야크샤 이전엔 귀 안 뚫었어서 슈리가 뚫어줌

귀고리 한게 어색해서 묶고다니던 머리 풀고 온 건 비밀.

슈리 정말 자연스럽게 누만이에게 도련님이라고 부름....

사실 슈리 야크샤에게 존댓말 씀

머 이정도...

아 현대 에유인거 아시죠

41. 축제

인간들의 세상은 기온에 따라 계절이 나뉘었다. 가장 조용한 겨울, 가장 아름다운 봄, 가장 풍요로운 가을. 그리고, 가장 생생한 여름.

겨우내 잠들어있던 것들이 봄에 다시 일어나기 시작하고, 여름에 그 생명력의 절정을 보이다가 가을에 그 결실을 보이고, 겨울에 다시 잠든다. 수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변화이며,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렇게 급하게 변하는 것들을 볼 때는 안타깝기까지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일까? 휴식 이후의 생동감을 반가워하기 시작한 것은. 다시 한 번 만발한 꽃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야크샤는 여름을 좋아했다. 유한한 생명들이 일정한 주기마다 그 자신의 생명력을 찬란히 사용하는 그 시기를, 각개의 차이는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모든 생명이 저마다의 열정을 뽐내는 그 시기를. 인위적인 죽음을 제외한다면 무한한 시간을 안배받은 수라들만이 허락받지 못한, 그 생동의 기간을 좋아했다. 그렇기에,

슈리야.

좋아하는 이 시기를, 사랑하는 너와 나누고, 함께 즐기고 싶어서.

같이 나가지 않겠느냐?

야크샤는 한 여름 밤의 축젯날, 떨리는 손과 함께 연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인간은 흥이 많은 생물이다. 약육강식의 수라도를 떠올리면 아무리 오랜 시간을 그 사이에서 보낸다 하더라도 인간들의 흥에 탄사를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수라라는 강대한 적을 두고 서로서로 다투는 일이 거의 없으니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들은 음악을 듣고 몸 움직이기를 즐겼다. 야크샤는 그런 그들의 흥이 가장 두드러지는 날은 축젯날, 그중에서도 여름밤의 축젯날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

먹거리, 오락거리, 볼거리가 만연한 단 몇일의 밤. 여름날 뜨겁도록 가득한 생명을 사용하는 시기. 가장 처음 접했을 때엔 이끌어졌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다소 씁쓸해지는 기분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 흥겨움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니 야크샤는 연인을 이끌어 데려왔다.

야크샤, 여긴―

인간들의 축제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흥겨운 가락을 들은 야크샤는 놀란 눈으로 저를 내려다보는 슈리를 보며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모름지기 축제의 시작은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하는 법이다.

지금부터, 제 -회 축제를 시작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축제는 주제를 잡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저 모이면 웃고 노래하고 춤추던 옛날과는 달리 말이다.

어느 곳에선 꽃을, 어느 곳에선 기념일을, 어느 곳에선 음식을…. 각양각색의 주제를 정한 축제들은 대부분 즐거웠다. 하지만 가장 즐거운 축제는 역시 노래와 춤을 주제로 했을 때라고, 적어도 야크샤는 그렇게 여겼다.

이곳의 축제는 그가 이 행성에서 본 축제들 중 가장 취지를 중요시했다. 노래와 춤, 그리고 맨 마지막의 불꽃. 사람들은 노래하고, 춤추고, 중간중간에 자리잡아 팔고 있는 음식을 먹고, 저마다의 방식에 따라 모두가 저마다의 흥을 발산한다. 처음엔 어색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연인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이 보였다. 나도 저랬더랬지, 야크샤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노래와 춤을 주제로 삼아 모두가 즐기는 곳이니, 뻣뻣하게 굳어있지 말고 함께 즐기는 것이 어떠냐?

연인이 묻기 전에 먼저 말했다. 슈리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큰 눈을 두어번 깜빡거리다가 피식 웃었다. 어느 순간부터 놓고 있던 야크샤의 손을 덥석 잡아 제게 가까이 당겼다.

그게 목적인거지?

절반정도는?

야크샤는 장난스레 대답했다. 흐음, 슈리는 능청스러운 대답에 입술을 당겨 미소지었다.

그럼 나머지 절반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너와 나누고 싶은 것?

야크샤의 모습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슈리보다 한참 큰 어른의 모습, 보는 눈이 많은 와중의 변화에 당황한 슈리가 주변을 살피자 야크샤는 가볍게 웃었다. 어느새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두 존재에게는 어떤 시선도 달라붙지 않아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시선이 안 붙는 일은 없었는데. 의아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슈리를 이끌어 춤추는 이들 사이에 끼어들며, 야크샤는 슈리의 의문을 읽은 듯 말을 꺼냈다.

존재감을 낮추는 것쯤은 쉬운 일이 아니더냐.

…그런 초월기도 있던가?

다른 쪽에 더 큰 관심거리를 던져주면 되지. 다행히 얼굴도 가리고 있었고, 우리를 보고있던 자는 없었다. 아무도 모를게야.

…응, 그럼 상관없지. 그래서, 자연스럽게 춤추는 인간들 사이에 들어오신 이유는~?

부러 말꼬리를 늘리며 눈꼬리를 접는 모습에 야크샤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손깍지를 쥐고 발이 닿는 데로 몸을 움직였다. 어느 새부턴가 은근히 반복되는 저희들의 모습을 따라하는 몇몇 인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슈리도 알겠지, 그래서 슬슬 박자를 바꾸려고 이렇게 묻는 거겠지. 습관처럼 연인의 마음을 헤아린 야크샤는 슈리의 의도대로 음악의 박자가 빨라졌음을 느꼈다. 알던 곡인가, 싶지만 그조차도 처음 듣는 곡이었으니 이쯤에서 빨라지리라 짐작한 모양이었다. 역시 대단하지, 내 사랑은. 애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대답이 늦어져서 뾰로통해지는 얼굴을 알아차렸다. 더 끌었다간 화나게 할지도 모르니, 야크샤는 그쯤에서 입을 열었다.

그야, 너와 춤추고 싶어서인 것이 당연하잖느냐.

그것뿐~?

합법적으로 붙어있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니?

우리 연인인데? 평소에도 붙어있을 수 있잖아?

…하하, 평소에는 이리 농밀하게 닿아있지는 않으니 말이다.

야크샤는 슈리의 시선이 제게 집요하게 박히는 것을 은근슬쩍 피했다. 평소에 이리 붙어있지 않는 것은 자신이 피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낮에는 혹여 붙을까봐 일부러 어린 모습을 취하고 있으니, 더. 그렇지만 낮에 너무 붙어있는 건 윤리상….

어찌됐든, 즐겁지 않으냐?

말을 돌리려는 것이 너무나도 티났지만, 슈리는 마음 크게 써서 짤막한 한숨만 내쉬고 미소지었다. 어쩌겠는가, 이런 왕을 좋아하는 제 잘못이지. 그런 성격인 거 모른 것도 아니었고. 춤추는 것도 즐겁고.

응, 즐겁네.

야크샤는 안도가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축제들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만큼은 너와 나누고 싶었어. 가까이 붙은 순간 나긋이 속삭여진 말에, 슈리는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어느덧 축제는 막바지에 다달았다. 수라에겐 지친다는 느낌은 느끼기 어려운 것이었으니 딱히 지치진 않았지만, 다른 것도 즐기자는 야크샤의 의견에 따라 둘은 춤추던 곳에서 빠져나와 자잘한 것들을 사고 어느 언덕에 자리잡았다. 야크샤는 앉아있고, 슈리는 태연히 야크샤의 어께에 머리를 기대서 앉아있고. 몇몇 인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느낀 슈리는 위에 있는 야크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뭐하는 거야?

느릿한 물음에 야크샤의 시선이 돌아왔다. 야크샤는 잠시 멀리 기척이 느껴진 곳을 보았다가 다시 저를 보는 슈리를 바라보았다.

불꽃놀이를 준비하는 모양이구나.

불꽃놀이… 아, 하늘에 불을 올리는 거?

그래.

본 적 있는 것 같네.

있겠지. 넌 인간들과 잘 어울렸으니까.

응, 그렇겠지…

슈리는 졸린 듯 나른한 얼굴로 대답하고는 불꽃이 올라올 부근에 시선을 고정했다. 먼 옛날과는 달리 준비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불꽃, 선명하지는 않은 기억 속에서 아름답지만 그저 그뿐이라고 느꼈던 느낌이 남아 있었다. 슈리의 예상보다는 좀 더 시간이 걸려서,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운트다운 시작하겠습니다! 10! 9! 8!..

야크샤.

응, 왜 그러냐?

노래 불러줘.

허허… 갑자기 말이냐?

음… 아까 춤출 때부터 계속 생각했는데, 못 말했던 거. 불꽃 다 올라오고나서, 노래 불러줘.

잘은 못 부른다만… 네가 원한다면.

..4! 3! 2!

슈리야.

응?

1! 0!

사랑한다.

발사!

폭발음이 터지기 직전에 다가온 달콤한 말에, 슈리는 눈을 크게 뜨고 기댔던 머리를 떼어 일어나서 야크샤의 얼굴을 곧게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터진 불꽃의 화려한 빛이 야크샤의 새하얀 얼굴을 다채롭게 비추었다. 그 화사한 빛 속에서, 결코 묻히지 않은 깊고 짙은 벽안이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맨날 기습하지.

이게 공격이냐?

갑자기 놀라게 하는 게 기습이 아닌가?

그리 말하면 할 말은 없고.

불꽃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아마 처음부터 이런 걸 노린 거겠지, 너무한 연인같으니. 자, 앞에를 봐보거라. 부드러운 권유에 앞을 봐보니, 기대했던 불꽃이 여전히 화려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예쁘네.

그렇지?

펑, 펑… 큰 소리와 함께 터져나오는 불꽃이 점차 줄어들었다. 음, 이정도면 방해는 되지 않으려나. 하늘에 시선을 돌린 야크샤를 한 번 힐끔, 인간들을 한 번 힐끔 본 슈리는 손을 내저었다.

이게 더 예쁘겠지만.

소리없이, 이제껏 불꽃이 터지던 하늘 위에 슈리를 닮은 분홍색 불꽃이 확 피어올랐다. 지금까지 터져나온 불꽃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화려함과 웅장함, 그것이 슈리의 미적 센스 덕분인 것을 아는 야크샤는 놀란 듯 슈리를 내려보았다. 슈리는 밝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당신이 더 예뻐.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더냐…

왜, 5선급 신들 중 여성체가 많았다면 분명 당신이 신을 홀리는 미모라고 불렸을걸?

과대평가지만, 달콤하구나.

음… 과소평가같지만, 일단 그렇다고 할까. …나도 사랑해.

! …아하, 이 기분이었단 말이지.

후훗.

이제 알았냐는 듯, 슈리는 옷소매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거의 언제나 먼저 사랑을 속삭이는 주체인 야크샤는 가볍게 웃고는 슈리의 어께에 팔을 둘러 안았다.

…?! 갑자기?

무슨 노래를 원하느냐?

귀 가까이에 와닿는 나긋한 물음. 슈리는 얼굴을 확 붉혔다가 야크샤의 옷에 있는 털에 얼굴을 묻었다. 노래, 딱히 아는 건 없는데. 야크샤가 좋아하는 것? 응, 이번에 나온 건 야크샤가 좋아하는 걸 나누고 싶어서라고 하니까.

…당신이 좋아하는 노래?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

야크샤는 느리게 음을 내기 시작했다. 귀 가까이에 속삭여지는 낮고 잔잔한 음은, 야크샤를 쏙 빼닮아 그를 연상시켰다. 하긴, 그의 목소리니까 당연한가. 일부러 이러는 거겠지만, 예민한 귀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작고 낮은, 그런데도 맑은 목소리는 귀를 자극하지 않았다. 편안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슈리는 야크샤의 노랫소리를 배경삼아 생각에 빠졌다. 야크샤가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싶어서 오자고 한 축제, 무엇을 나누고자 했을까. 야크샤가 좋아하는 노래, 춤, 불꽃놀이, 인간들의 활발함, 그리고 줄곧 모두가 하고 있던― 웃음.

웃음을 나누고자 했던 것일까, 아니면 열거한 모든 것? 더 많은 것? 어찌되었든, 이 밤의 시간이 만족스러웠으니 좋았다. 다음엔 내가 나눠야지.

슈리는 야크샤를 마주안아 그 품에 파고들었다. 살짝 놀란 듯 노래하던 목소리가 흔들렸지만, 이내 다시 안정을 찾았다.

한여름 밤의 축제가 끝나갔다.

42.

얔샤 수라형 냥멍이(호랭이랑 늑대) 섞인 느낌이니까 박스 건네주고 반응 보고싶다

그짓하는 게 슈리나 란이면 더 좋겠다

야크샤 란이면 너털웃음지으면서 내가 고양이인 줄 아느냐? 예끼, 하고 장난스레 곰방대로 란 머리 인간기준 살살 건들여주고 은근슬쩍 박스 가져가고(좋아서는 아니고.. 그냥)

슈리면 허허 웃다가 자연스레 눈빛 변하더니 박스 잡은 슈리 팔 잡으면서 성인 모습으로 바꾸고

"고양이 취급도 좋지만.. 난 이쪽이 더 좋은 것 같은데."

하고 이마에 키스해주기

43. 어버이

"나의 야크샤가 그렇게 죽었고."

란 사이로페는 그렇게 말하던 여인을 기억했다. 분홍빛 머리카락과 풍성한 꼬리를 가지고 있던 수라, 야크샤족의 2대 왕. 현재 시점에서 종족의 2인자인― 슈리.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슈리와 눈앞의 존재가 연인이었던 것인가, 라는 의심을 품게 하는 말이었지만, 되새겨보니 그 앞에는 또 주목해야 할 발언이 있었다.

"제아무리 강한 나스티카라도…"

그 말은―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느냐?

불쑥 다가온 질문에 란은 생각을 멈추고 거세게 뛰는 심장이 있는 부근을 붙잡았다. 생각에 깊게 잠겨있던 란을 꺼낸 소년은 가볍게 웃고는 란의 접시에 고기를 덜었다.

밥은 먹어야지. 나야 음식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지만, 넌 인간이지 않느냐. 충분히 먹고 몸을 챙기거라.

네, 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게냐? 내 들어줄 수는 있다만.

…아닙니다. 그냥, 다른 생각을 조금.

그렇구나. 방해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음식은 챙기고.

…하하, 네.

가볍게 웃은 란은 소년이 덜어준 고기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생각에서 잠시 빠져나왔지만, 생각의 대상이 바로 앞에 있으니 다시 잇는 것은 쉬웠다.

하얀 머리카락, 바닷빛의 깊고 짙은 벽안. 원래 살던 세상에선 머나먼 과거에 이미 죽었고, 지금 이곳에선 아직 살아 야크샤족의 감정을 맡고 있는 야크샤족의 초대 왕― 야크샤. 슈리의 그 말은 이 존재의 강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확실히 어느 쪽으로 보아도 틀린 말이 아니었고, 그와 꽤 시간을 보낸 지금은 아예 반박할 생각도 들지 않는 말이었다.

초대 왕, 신들이 새긴 서열 3위. 즉, 우주 전체로 보아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 심장을 저가 가지고 있는 지금도 조금의 상처만을 입고 아수라족의 초대 왕인 아수라를 내쫓는데에 성공했다. 항성을 손에 쥘 정도로 큰 본모습을 취할 수 있었다. 물리적인 강함만 보아도 이만큼 강한 존재는 보기 힘들겠지만, 여타 흔한 수라들과는 달리 작은 것들을 돌보며 다정한 성품을 갖추었다. 이따금 입에 담는 무거운 공허는 그가 너무나 높은 경지에 다다른 결과일 것이 분명했다…. 강한 존재, 그외의 단어로 이 존재를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 없겠지. 본래 란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얘야.

…! 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것이다만…

란을 다시 생각의 늪에서 꺼낸 소년, 야크샤는 느릿하게 란을 바라보았다. 본인은 깨닫지 못한 모양이지만,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에 잠기는 것까진 뭐라 할 생각이 없지만…

수라를 이해하려 들지 말거라.

…!

종족이 다르니 이해하려고 다가가는 방식도 다르겠지… 허나, 자칫 잘못하다간 네가 너의 중심을 잃을 수 있다. 난 되도록이면 말리고 싶구나.

…하지만,

…네 생각을 말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네.

란은 간신히 대답했다. 당신을 이해하려하는 것도, 말리는 건가요. 수라였다면 말리지 않았을 건가요. 물을 수 없는 질문은 삼켜냈다. 당연히 부정할 것이고, 그 대답은 듣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생각을 어떻게 막으란 말인가. 아마 그도 그를 알아서 하지 말라고 단언하는 대신 말리고 싶다고 한 것이겠지만, 란은 속으로 투덜대며 야크샤가 계속 접시에 올려주는 고기를 집어 먹었다. …그러고보니, 이쪽에만 음식이.

야크샤 님께선 안 드십니까?

…아, 나?

예.

생각해주어 고맙구나. 허나 난 원체 음식 먹기를 그닥 선호하지 않고… 아까도 말했듯 먹지 않아도 괜찮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신경써준 것은 다시 한번 고맙다.

예…

…란은 느리게 씹던 고기를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저를 가만히 쳐다보며 웃어보이는 저 눈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그렇기에 계속 생각하던 것을 그의 말대로 그만둘 수 없었다.

어디에서 봤더라, 윌라르브에서의 기억은 조금 흐릿한데. 라나가 아이들을 보며 이따금 하던 눈, 형이 자신을 보며 하던 눈.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릴적―

아, 이해하지 말라고 했는데.

살짝 커진 보랏빛 눈을 지긋이 바라보던 야크샤는 쓸쓸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란은 번뜩 내린 깨달음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멍하니 벌렸다가 황급히 표정을 갈무리했다. 모르는 일이다, 아무것도 없었던 거야. 이해하지 말라 했던 야크샤의 조언에 따르지 못한 죄책감, 그가 했던 경고에 대한 두려움이 일어나 란은 야크샤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깨짝깨짝 입에 넣던 음식을 차마 씹어 넘길 수 없었다.

…얘야.

밥은, 먹어야지.

감정을 갈무리한 다정한 웃음. 란은 망설이다 네, 대답하고는 씹는지 삼키는지도 모르게 목구멍 너머로 음식을 넘겼다. 당신의 당부를 무시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도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아까와는 다른 이유로 입밖으로 질문을 꺼내지 못했다.

그래, 부모의 눈이었다.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고 우려하는 윗세대의 눈. 다 놓고 싶으면서도 아이들을 우려해서 놓지 못하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눈. 사랑하고 아껴서, 걱정하고 우려하는. 누구를 그리 걱정하는지는 모르겠다. 자식이라 부를 존재가 달리 있을까도 모르겠지만, 여태껏 생각해왔던 것이 틀렸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그는 강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 강해야했던 존재라는 것.

물끄러미 자신을 보다가 눈꼬리를 곱게 휘어 웃어주는 모습이 보였다. 강한 존재지만, 강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저 다정하고, 사랑이 많고, 너무나 상냥한 존재였다.

"비슈누가 시간을 오가면서 짜놓은 그물에 걸리면, 꼼짝없이 죽어."

그를 사랑했을 여인이 했던 말을 기억한다. 비슈누가 그를 죽였다는 뜻이었다. 대체 이 다정하고 상냥한 존재를 죽일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했지만 궁금하지 않았고, 일절 이해되지 않았다. 믿을 수 있는 신이라 생각해왔지만 앞으로는 믿을 수 없을 듯 했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심장을 앗아간 저조차도 부모의 눈으로 봐주는 이 존재를 죽인 신이니까.

하지만, 그보다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궁금했다.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을 위해 살아있는 당신이, 자신이 없는 미래를 우려하여 그때까지 긴 생을 버텼을 당신이, 무슨 생각으로 생을 내버렸는지. 걱정하던 이들의 선택에 그들의 미래를 맡겼는지. 자신이 없을 미래에 대한 생각을 멈추기를 선택했는지.

어떻게 그냥 믿었을지를, 비슷하게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잘 먹었습니다.

그래. 이만 돌아가자.

부모는 강하다. 강하지만 강하지 않다. 그저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내버리기에, 그 개인의 강함과는 관계없이 강해보일 뿐.

그를 이해해버린 란은 태연하게 앞장서는 야크샤를 바라보았다. 깊은 관계는 맺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돌아가서 그에게 배운 힘을 쓴다면 아이들보다 일찍 죽게 될테니까. 미래의 그처럼 아이들의 선택을 믿어야 할 테니까. …조언을 구하려는 것 뿐이다. 그것 뿐이다.

란은 안 따라오느냐고 묻는 야크샤를 따라갔다. 그의 뒤쪽에서 살랑거리는 꼬리가 마치 자신에게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것처럼 보였다.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아.

…뭐를?

야크샤의 죽음을.

분홍빛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책상에 팔을 대고 턱을 괸 여인이 청회색의 피부를 지닌 여인에게 말했다. 그 주제와 엇비슷한 내용이라도 나오면 눈빛이 변하던 그녀이기에, 청회색 피부의 여인은 조심스레 분홍빛 여인을 살폈다.

갑자기?

…내가 가루다의 아이를 맡았잖아.

그랬지.

그러니까… 더 이해가 안 돼.

어떻게, 아이로 여기던 우릴 두고갔을까.

넌 연인이었잖아, 청회색 피부의 여인은 조용히 하고싶은 말을 속에 담아냈다. 곧바로 긍정의 답이 나올 터였고, 그래도 같은 의문을 내놓을 터였다. 부모처럼 저희를 봐주던 영감은, 그들의 왕은 연인이 된 수라에게도 이따금 걱정하는 낯빛을 비추었으니까.

그들처럼 애정을 두는 아이를 두지는 않아서 딱히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그 죽음에 고통스러워하던 친구를 위해 그녀는 열심히 성의를 담아 공감했다. 사실 그녀 본인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없으면 어찌 될지 모르겠어서 말이다.' 따위의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왕이 어째서 벌레놈에게 목숨을 내어줬는지. 기껏해야 심장을 빌려갔을 뿐인 인간이 저희들보다도 소중했던 것인지.

두 여인은 서로를 마주보다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왕의 죽음은 참 먹먹한 것이었다. 자신들을 위해 죽지 못해 살아가던 그가 무슨 생각으로 죽음을 택했는지, 의문점도 가득했다.

이제와 그에게 남길 수 있는 것은 고마웠다는 감정, 미안했다는 감정. 이제는 그에게 전할 수 없는, 그래서 자신들의 마음 속에만 쌓아둘 수 있는 말과 감정들.

…슈리, 괜찮아?

…응. 하누만, 너는?

…나도.

그리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남겨진 서로를 위로하는 것 뿐.

그것 뿐이었다.

44.

구배라로 사소하게 서로 이어폰 나눠꽂고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 들으려고 하는 얔슐 보고싶다

한번 골라지면 서로가 좋아하는 노래라고 얌전히 들음

슈리는 연인의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은근 독점하려고 하는데 야크샤는 별 생각 없어서 아난타가 뭐냐고 물으면 끼워주고 대답해서 혼나고

45.

초대왕끼리 한 집에 살라 하거나 같은 속성끼리 한 집에 살라고 하고싶다

제4의 벽 깨진 느낌으로

아 그럼 일단 어둠 속성은 망하겠구나

<빛속>

초기

야크샤: 허허… 잘 부탁하마.

슈리: 잘 부탁해.(야크샤 옆에서

하누만: 쓸데없이(투덜이

페투판: ㅎㅎ잘 부탁해요~

사하: …잘 부탁드립니다.(…왜?

수르야: …그… 잘 부탁할게

후기

사하: 야크샤님, 하누만님께서―

야크샤: …하누만,

슈리: …하아, 야크샤. 넌 여기에 있어. 내가 갈게.

(조금 뒤)

페투판: 하누만, 왜 그 꼴이에요~? 사고쳤죠?

하누만: 확신이잖냐!!(구워짐

수르야: 우와… 뭔 짓을 한 거야?

슈리: …어… 뭐 했어?

하누만: 아니(욕바가지

사하: 아, 그냥 벽 부수신거 때문에.

수르야: 혼날 만 했네…

야크샤: 적당한 처벌이었구나.

슈리: 역시나…

페투판: 역시나네요~

하누만: 아니 힘 조절 잘못한 거 가지고 말로 하라고(불평불만

사하: 그건 그렇네요…

야크샤: 아니다, 저녀석은 나스티카이지 않느냐. 저정도면 적당했단다.

수르야: 맞아. 겉만 살짝 태운 거 맞지?

슈리: …^^

야크샤: …슈리야…?

슈리: …적당히 했어.

페투판: 이실직고네요~

<물속>

초기

바루나: (오만상) 왜 내가 수라들 따위와…

마카라: 내가 할 말입니다만…

간다르바: 응? 우리 메나카랑 있는데 그런 얘기가 나와? 죽여버린ㄷ

메나카: 자자, 간다르바. 진정해요. 바루나도, 마카라도. 절 봐서 우리 평화롭게 살면 안될까요?

바루나: …쯧.

마카라: 널 봐서가 아니라 저놈이 날뛸까봐라고 말해두죠.

메나카: 그정도로도 괜찮아요. 고마워요, 마카라, 바루나.

우르바시: 역시 메나카야…

란: ………'야크샤님 보고싶어요… 여긴 답이 없어…'

후기

바루나: 간다르바…!!!

란: 으아아ㅏ아 바루나님 진정해요!! 메나카님 도와주세요!!

메나카: 간다르바, 무슨 짓 했나요?

간다르바: 아니, 나 별짓 안했는데? 메나카 너랑 계속 같이 있었잖아.

메나카: 아, 그랬죠. 바루나, 아무래도 착각인 것 같은데요?

우르바시: …중간에 나간 적 있지 않던가?

간다르바: ?

바루나: 행성 --가 죄다 얼음으로 뒤덮였는데, 너 말고 또 누가 있다는 거지?

간다르바: --… --라…

마카라: 간다르바, 네가 선물 구한다고 아까 갔다왔던 인간 없는 행성이잖아.

우르바시: 아 맞아. 얼어붙이고 왔냐?

간다르바: …아 맞다.

메나카: …간다르바…

간다르바: …아니, 그. 메나카, 오해야.

바루나: 오해는 무슨 오해…!

란: '…또 싸워…!!'

메나카: 바루나, 진정해요…

우르바시: (한숨

<둠속>

초기

찬드라: (욕욕욕+썩은 얼굴

라일라: (썩은 얼굴

아수라: 오랜만이네, 찬드라.

라바나: 음? 예쁘게 생겼네, 너. 나랑 하지 않을래?

찬드라: 대가리 돌았… 아니, 원래 돌다 못해 꺾였지. 개소리 집어치워, 라바나.

라일라: 꺼지십시오.

라바나: …인간 따위가…!

아수라: 라바나, 진정해.

후기

라바나: 라일라~

라일라: (얼굴로 욕하기

라바나: (무시) 있지, 너 찬드라 싫어한다며? 나랑 하면 쟤 내가 죽여줄게. 성격은 별로지만, 너 얼굴은 맘에 드니까.

라일라: 그딴 이유로 더러운 소리를 들어줄 이유는 없군요.

찬드라: 아수라, 애인 관리 좀 해.(얼굴로 욕하기

아수라: …그럼 좋겠네.

<불속>

초기

아그니: 아하하, 잘 부탁해~!!

브릴리스: ……

브리트라: ……

탁: ……(끄덕

카드루: ……

우트팔라: …그래.

아그니: ……아하핳, 카드루 너 여기선 정상이네!

카드루: 어… 뭐.

아그니: …브릴리스, 괜찮아?

브릴리스: …용족은 그다지… 상관 없어요.

브리트라: 야, 싸우자.

탁: 싫어.

후기

우트팔라: …잘 지냈어?

탁: …그래.

우트팔라: 이안은…

탁: …

우트팔라: …아직 사랑하는구나. 다행이다.

탁: …다행?

우트팔라: 응.

탁: …너,

브리트라: 타크사카, 싸우자.

탁: 꺼져…

브릴리스: 저기, 집안에서 싸우진 말아주실래요, 카사크씨 아버님?

탁: 내가 싸움 건 게 아니야!

아그니: 타크사카, 진정…!! 브릴리스는 인간이라고! 브레스 하지 마?!

탁: …안 해. 조절도 못할 것 같아?

브리트라: 화나면 못하잖냐.

탁: 하거든.

브리트라: 못해.

탁: 해.

우트팔라: 나 죽고나서 어떻게 된 거야? 원래 저랬나?

카드루: 나한테 묻지 마, 몰라.

브릴리스: '용족… 의외로 시끄럽네.'

<람속>

초기

루체: 얘 미르하, 여기 뭐니? 잘생긴 분은 하나 있지만…(속닥

미르하: 지금 그런 거 말할 때야…??(속닥

아이라바타: 안녕안녕!! 난 아이라바타라고 해. 너흰 이름이 뭐야??

미르하: 미… 미르하 시몬이에요.

루체: 루체 세이란.

아이라바타: 응응, 그렇구나! 여기 얘는 킨나라라고 해. 아, 내 이름 쓰고 있던가?

킨나라: …여기선 그냥 킨나라면 돼.

아이라바타: 그랭! 그리고 여기는 바유!

바유: …오랜만이군.

루체: 오랜만이네요~

아이라바타: 엇, 나??

바유: …그쪽은 어떻게 살아있는지가 더 궁금한데.

킨나라: (끄덕..

아이라바타: 그건 나도 궁금해! 근데 뭐 상관없지 않을까~

미르하: …죽었어요??

아이라바타: 응!

후기

미르하: 아이라바타! 이거 좀 더 균형을 맞춰야 해!

아이라바타: 헉, 응!

루체: 아이라바타, 왠지 느낌이 아그니님 같네요. 그쵸, 바유님?

바유: …(끄덕

아이라바타: 아그니 걔가 내 불을 받았거든!

킨나라: …집중을 해, 아이라바타.

아이라바타: 응!

미르하: …킨나라에게 죽었다면서 잘 듣네.

아이라바타: 뭐, 킨나라도 살려고 그랬던 거니까! 나도 잘못하기는 했어. 병기를 더 좋은 성능으로 하고 싶어서 일찍 찾아가지 않았거든.

킨나라: ……

루체: 아이라바타, 그게 더 킨나라 비수꽂는 거거든? 착해도 왜이리 착하니, 너.

바유: ……(끄덕…

<하늘>

인드라: 와~ 안녕! 절멸한 가루다족!

가루다: …인드라…

비나타: ……

아카샤: …닥쳐.

인드라: 에이, 맞잖아? 지금 너네 중에 멀쩡한 나스티카도 없고, 라크샤사 하나가 기대주라며? 그게 제대로 된 종족이 맞나 몰라. 너네가 우주에서 제일 파란만장한 거 알아?

우르하: ……(…하아…

↑초기

후기

인드라: ~♪♫~ 엇 가루다, 이것봐~ 너 긍지긍지 거린다고 한다ㅋㅋㅋ

가루다: ……

비나타: 너…!!

아카샤: 가루다, 왜 듣고만 있는 거야!

우르하: …진정하십시오…

인드라: 야 너희, 우르하는 나이가 많다고. 기세 좀 낮추지 그래?

가루다: …너 때문이잖나.

우르하: (한숨…

<땅속>

초기

아난타: 와아~!! 안녕! 오랜만이야!

사가라: …아난타…??

바스키: 오, 너네 오랜만이다!!

마나스빈: ……그렇군.

신쿠: ……

리즈: …시에라님, 안녕하세요?

시에라: 예… 안녕하세요, 리즈 양. 이게 대체…

리즈: 그러게요…

후기

사가라: 아난타!!! 바스키, 아난타 잡아!

바스키: 응~

사가라: 쿠베라! 좀 도우라고!

신쿠: ……

리즈: …나?

사가라: 인간은 빠져 있어. 마나스빈! 그쪽으로 간다!

시에라: …저분들 지금 뭐하나요?

리즈: 글쎄요…

아난타: 내가 실수로 저기 벽 부숴서 그래!

리즈, 사가라: ……

사가라: 저깄다!!

바스키: 오랜만인데도 활발하네…

마나스빈: …동의한다.

기준: 5선 신 1명/초대 왕/←제외 나스 최대 3/트리플 인간(후안은.. 성격을 잘)<종족 속성만/인간 빼고는 故수라도 포함>

배경: 같은 속성끼리 한 집에 살기/누구 하나 죽으면 안됨/최대한 평화 유지하기(인간들만 아는 조건)/죽은 수라도 있는 만큼 반쯤 제4의 벽 깨짐(이지만 이시점에 부활느낌)

46.

왠지 아난타랑 야크샤가 진짜 첫 우주에선 별로 안 친했을 듯한.. 느낌이 있어요

47.

왠지 야크샤는 다시 감아서 돌아온 아난타의 말을 대부분 들어주었지만 살라는 말만 안 들어줬을 것 같아요

너무한 캐해

48.

롯데월드를 갔다 왔어요... 언젠가 구배라로 쓸지도.

사실 그보단 아까 길 잃고 한 1시간 헤메서 길 잃고 헤메는 얔샤가 보고싶어요. 귀엽겠다.... 영감님 바보.

49.

뭔가 오늘 아무것도 안 말해서

생존신고 겸 날조 60%의 길치영감님을 두고

사라지렵니다..🌫

(생각해보니 원작에서 길 헷갈리더라도 이해해달란 말이 있었어서 100%에서 깎았

50. 아난타

처음엔, 그저 친했던 이들을 살리기 위해 그들을 살렸다.

그들은 현명하고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친했던 이들을 책임지는 자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차후 우주의 평화에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렸고, 몇번째부턴가 그들을 살리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각자의 종족 내에서만 돌아다니거나, 혼자서만 다녔다. 처음엔 그들과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었다. 그들을 살리기로 결심한 뒤에서야, 그들에게 다가갔다.

안녕, 야크샤!

…넌… 아난타로구나. 내게 무슨 일이냐?

음…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난 다른 종족의 왕이고, 동족들과는 별로 친하지도 않다만… 그런 나와, 무슨 가치가 있어서?

그야… 넌 다른 생명을 소중히 하니까.

그것 뿐이야.

…이상한 녀석이구나.

안녕! 네가 아이라바타지?

으아!! ..어? 너, 아난타?!

응!

네가 킨나라족 영토엔 무슨 일이야? 아니, 그것보단… 킨나라는 저쪽인데, 왜 내게?

어… 네가 목표니까?

엥??

너랑 친해지고 싶어!

어… 그래!

나름대로 친해졌다. 하지만 그들이 내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존재들이라는 것은 잊지 않았었다. 죽어도 돌리고, 돌리고, 또 돌리고. 슬퍼하는 것 없이, 다시.

세기 버거운 횟수까지, 그들은 죽었다. 이름의 힘을 명분으로 브라흐마가 킨나라를 이용해 제거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을 위해 내던지고. 대부분은 그랬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킨나라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라바타의 이름을 앗았으며 야크샤는 어떠한 선택지를 내어줘도 자신을 희생했다.

그러다 딱 한번, 그냥 내 사람들만을 살리기 위해 그들에게 부탁했다.

아이라바타… ―을 살려줘.

응?

…부탁이야.

…그래!

너무나도 쉽게, 아이라바타는 ―을 살렸다. 살리고 그 목숨을 빼앗겼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망설임 없이 사지에 들어갔다.

그저 ―이 살았다는 것에 안주하려고 했다. 문득 그녀가 떠올랐을 때도, 머리를 흔들어 잊으려고 했다. 어차피 ―을 살리기 위해 관계를 맺었던 것이잖은가. 그렇게, 이번엔 안 돌리려고 했었다. 그리 생각했기에, 그 다음에도 약간의 망설임을 뒤로하고 부탁했다.

야크샤.

응, 아난타. 무슨 일이냐?

…〃를,

살려달라고?

…!

그래.

원하던 대답이었는데도, 아래로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사지를 택하겠다는 말을 한 사람답지 않게 야크샤는 편안했다. 그 모습이 괜히 맘에 안 들었다.

…왜, 그렇게 대답하는 거야?

왜 죽는 길을 택해? 왜 매번,

매번?

…! …아냐. 아무튼, 대체 왜.

감정만을 부딪쳤다. 날것의 감정을 받아놓고선, 야크샤는 물끄러미 날 바라보다가 고민도 없이 입을 열었다.

네가 원하는 것이 아니냐.

…!

네가 우주를 위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나보단 그 아이가 사는 것이 옳은 일인가보지.

……

…뭐, 그리고… 친구잖느냐. 친구가 바라는 것인데, 들어줘야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는 그 모습은.

그 아이를 살리려면 이만 가봐야겠구나. 아난타,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느냐?

슈리와, 내 종족을 부탁하마.

미소만 짓던 그가 활짝 웃었다. 감정을 죽이고 겉으로만 감정을 지어내던 평소와는 달리.

그는 빠르게 사라졌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그가 간 곳을 따라갔다. 어딘가 익숙한 실루엣이 그를 덮쳤다. 실루엣이 사라지고, 그의 푸른 눈과 눈이 마주쳤다.

…야크샤.

…아난타…

죽어가면서도,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네 잘못이, 아니다…

…슬퍼하지, 말거라.

푸른 눈에서 빛이 사라지고, 두근거리던 심장이 멎은 그 순간.

시간은 되돌아갔다.

…야크샤!!

눈앞의 모습이 바뀌자마자, 방금 내 눈앞에서 죽었던 내 친구를 찾았다.

어느새부터, 그들은 내 사람들보다도 내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묻고 물어서 그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이곳이 어느 시점인지도 파악할 겨를이 없었다.

한적하고 고요한 행성, 분쟁도 소음도 없는 곳. 처음 야크샤를 만났던 그곳. 단숨에 그곳으로 이동했다. 강가에 낛싯대를 드리우고 한가롭게 하품을 하던 야크샤가 날 보았다.

야크샤!!

…아난타? 여긴 무슨일로,

야크샤…!! 야크샤, 야크샤…

…무슨 일 있느냐?

그로서는 영문모를 일이었을 텐데도, 그는 자세한 사정을 묻지 않고 조용히 손을 들어 위로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그의 죽음을 한두번 본 것도 아니면서, 시간을 돌린 것이 처음인 것도 아니면서 난리를 피운 것이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였다.

정신이 좀 들었느냐?

…응… 미안해.

아니다, 이유가 있었겠지.

…응…

…원치 않는 듯 싶으니 묻지는 않으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돼.

! …고마워.

그래서, 이제 어쩔거냐?

야크샤는 고개를 기울였다. 아, 이제 어쩌지. 그를 살리려면. 그들을, ….

…지금이 어느 시점이더라?

시점?

아, 그게…

…최근의 일을 묻는 것이라면, 용족이 감정과 여성형을 잃었지.

…! 아, 그럼 그 녀석도…

그 녀석?

야크샤, 잠깐 나랑 같이 가자.

…??

포기했던 사람을 떠올렸다. 그들을 살리기로 마음먹은 것은 처음이라서, 무엇을 생각해도 안심할 수 없었다.

아직 야크샤에게 제대로 말걸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그의 팔을 잡아 이끌었다. 당황한 그의 얼굴을 놓치고, 서둘러 킨나라족의 영토로 향했다. 맑고 밝은 목소리가 저 멀리에서부터 들려왔다.

…아이라바타…!!

…너, 아이라바타와 아는 사이였더냐?

응! …아니… 이제?

…흐응…

야크샤는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는 곰방대를 들었다. 그러고보니 킨나라와 친했던가, 아이라바타와 만나기는 꺼려할까… 하지만 둘을 만나게 해주고 싶은데. 그런 마음으로 둘을 번갈아가며 보던 중, 야크샤는 살짝 뜨거운 곰방대 부근으로 날 쿡 눌렀다.

…야크샤?

앞장 안 서는 게냐?

어?

이제부터 아는 사이라며, 다가갈 생각이지 않느냐.

그렇…지?

난 별로 먼저 다가갈 만큼 친분이 있진 않아서… 네가 먼저 나서거라. 안 친하던 날 뜬금없이 껴안을 정도면 친분이 없어도 아무렇지 않겠지.

…아하핫, 맞는 말이긴 한데 뒤끝이야?

그렇다 쳐도 돼고.

…그럼, 가자!

라고 말하고, 바로 뛰어가는 건 좀 그랬던 것 같기는 하다. 그외에도 많지만 반성.

아이라바타!

응! …엑, 아난타랑 야크샤?! 여긴 어쩐 일이야?? 킨나라는 저쪽이야!

아냐, 널 만나러 왔어!

날??

그렇다는구나. 난 따라왔을 뿐이야.

어… 왜?

다시 만나고 싶었어! …다시 만나서 다행이야.

…응, 다행이라니 다행이네!

야크샤는 묘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지만, 아무튼 다시 친해졌다. 마지막 첫만남이었다.

친해지고, 그들을 살리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시간을 돌렸다. 아이라바타가 죽었을 때 돌렸다가, 야크샤의 가능성이 사그라진다는 것을 깨닫고 야크샤가 죽었을 때에야 돌리기 시작했다. 매번 같았다. 아이라바타는 태초 인류들과 함께 먼저, 야크샤는 그 이후… 그래도 계속 돌리고, 돌리고, 또 돌렸다. 한없이 선량하고 날 걱정해주는 이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어쩌다 문득 나도 모르게 돌린 시간의 얘기를 꺼내도, 망상 취급하지 않고 '또 하자'고 반응해주는 유이한 이들을, 잃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이제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아이라바타가 죽는 그 시간대를 다시 지나던 어느 날이었다.

뭐야 너, 야크샤족?

!!!

인간의 도시에 관심 있어? 그럼 우리랑 같이 가 볼래?

미래에서 온 야크샤의 심장을 가진 소년을 본 날.

그날, 내 희망은 깨졌다.

아이라바타가 못 알아보는 것은 이해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눈치가 빠르다고는 못 했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야크샤는 가만히 그 소년을 바라보았다. 제 심장이 있을 부근을 짚어보고, 그 소년을 바라보고. 뒤이어 날 보는 그 푸른 눈을 보고, 야크샤가 하고자하는 말을 이해했다. 그래서 도왔다.

수라형인 부위가 안 보이는 게 뭐, 별거야? 나도 그런데.

아이를 아끼는 야크샤이니, 일어날 일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야크샤는 소년을 도왔다. 소년에게 이 세상의 지식을 알려주었다. 하누만의 후손인 것은 알아차리지 못했었지만, 야크샤에게 듣고선 야크샤의 교육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뿐이었겠지만.

야크샤는 자신이 심장을 내어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리 우리를 두려워하는 것을 보면, 특히 야크샤를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럴 리 없었다. 결국 야크샤가 죽었겠지. 하누만이 그것을 챙겨 제 후손에게 주었을 것이다. 야크샤가 앞으로 남길 유언대로.

오… 시작했나보다.

…괜찮았다. 내가 잘못 예측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라바나가 아수라와 간다르바를 데리고 왔다. 인간과 킨나라족의 연합은 꽤 좋은 일이었으니, 아수라를 저지하려고 먼저 나간 야크샤를 따라가는 대신 아이라바타를 간다르바 쪽으로 보냈다. 간다르바가 죽는 건 메나카가 슬퍼할테니 막고, 간다르바를 영토에 보내주고 온 그때, 야크샤가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대로.

아난타.

…야크샤.

넌 시간이지…. …저 아이를, 돌려보내줄 통로를 찾아줄 수 있겠느냐.

……

내 심장을 가지고 있는 아이이다. 아마 내가 미래에 빌려줬겠지. 날 못 알아보는 걸 보니 너무 어릴 적에 만났던 모양이고, 그럼 내 가르침이 필요할 것이다.

……응.

미래의 내가 선택했다는 건 아마 선량한 아이라는 뜻이겠지만… 다 자란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조금 확인해보고, 알려주고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래도 일단 보내긴 해야할터이니… 통로는 찾아둬줬으면 해.

부탁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찾는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피했다.

조금 마음을 정리하고 야크샤의 부탁대로 통로를 찾았다. 방금 닫혀서 10년 뒤 쯤에야 열릴 것 같았다. 다시 야크샤를 찾았을 때는, 이미 야크샤가 대련을 끝낸 뒤. …결국은 인정한 것이다. 벌써 정을 내어줬다. 일부러 하누만에게 떨어지며 표정을 갈무리하고, 야크샤에게 다가갔다.

아무튼 찾았어, 야크샤! 그 녀석이 돌아갈 문!

야크샤가 바라면 막지 못한다. 그러니까, 차라리 야크샤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소년에게 야크샤의 말을 들으라고 권하고, 왠지 피곤해져서 돌아갔다. 이대로 된 것이었다. 이대로만 이루어지면.

내 계산이 틀린 것을 알아차린 건, 신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찬드라가 킨나라를 설득하려고 움직였을 때, 약해진 야크샤가 아이라바타와 함께 갈 것을 알아차렸을 때. 본래라면 같이 안 갔을텐데, 같이 가도 평상시의 상태였을텐데, 소년의 존재로 상황이 꼬였다. 야크샤가 함께 가면 야크샤는 죽는다. 하지만 아니라면, 아이라바타가 죽는다. 소년을 죽이는 건 야크샤가 바라지 않을테니, 결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선택권을 건넨 사람은, 아이라바타였다. 언제나 먼저 죽었던 그녀, 더 많은 죽음을 보았던 그녀. 살리지도 못하면서, 그나마 더 죽음을 보았을 때 마음이 가벼운 사람에게.

아이라바타.

응! 왜?

……있잖아.

…응? 뭐야, 왜그리 심각해…?

…너랑 야크샤 중에, 난 누굴 선택해야할까.

……어?

…너희 중 하나가, 곧 죽어. 한 명을 살리면 다른 한 명이 죽고…

…어떻게 해야할까.

한 번은 망설임없이 죽음을 택했던 이이니 답은 뻔한데… 그런 것을 묻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걸 생각하기엔 너무나 막막했다. 결과적으로는 선택을 떠넘긴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야크샤를 선택해.

그리고, 돌아온 선택은 울고싶을 정도로 예상과 같았다.

누가 날 죽이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야크샤는 왕이잖아. 야크샤족의 존망이 걸렸어. 킨나라가 괜찮다면 우린 괜찮으니까.

…너희 종족만 중요한 거야?

물론 내 목숨도 중요하지! 의외로 걱정 많은 너나 야크샤도 걱정돼. 나도 놓고가기 싫은 소중한 존재 많아. 내 인생을 더 즐기고 싶어! …하지만, 종족보다 내 목숨이 중할 수는 없는 거니까.

한 종족에 속한 존재만 해도 얼마야, 생각도 하기 싫어~! 그런 걸 책임지는 너나 야크샤나,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만큼보다 나 하나를 더 위할 수도 없는 거니까.

……

아, 이런 이유가 싫다면 다른 걸로 할까? 「야크샤가 슈리랑 다시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같은 거! 뭐, 목적으로 말하면 그냥 야크샤를 위해서지만.

…그러네.

…음,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슬픈 얼굴 하지 마, 아난타.

내가 선택했어. 혹시 네가 날 위해서 야크샤를 버린다면 가만 안 둘 거야! 나 요새 계속 세지는 거 알지?

…알지.

응!

아이라바타는 밝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보는 게 너무나도 바거웠다. 서둘러 그 자리를 피했고, 그녀는 이해한다는 듯이 따라오지 않았다.

계산대로라면 곧 소년의 통로가 나올 터여서, 아수라에게 야크샤의 약점을 알렸다. 아수라가 야크샤를 잡아두면 소년은 통로로 들어가고 야크샤는 심장을 되찾을 것이 분명했다. 아이라바타를 포기했으니, 야크샤만은 반드시 살리자고 다짐했다.

…그러다가, 소년과 같은 곳에서 온 병아리를 발견했다. 훗날 분명히 문제가 될 것 같은 멸조와 함께 있는 새벽의 새. 소중한 이를 잃고싶지 않아하는 그 모습이 이해되어서, 내가 잘 하면 되겠다는 마음으로 도왔다. 이후 브라흐마가 아이라바타의 교체를 입에 담았을 때도, 어떻게든 잘 넘겼다. 그녀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다 여겼다. …그랬다.

아난타.

야크샤가 찾아오기 전까진.

잠깐 괜찮으냐? 묻고싶은 것이 있어서―

…아, 응.

…너, 괜찮은게냐? 얼굴이 안 좋다.

…응… 괜찮아.

웃어보였다고 생각했다. 숨기는 건 자신있었으니까. 평소와는 달리 성인의 모습을 취한 야크샤는, 이쪽을 빤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말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

너, 연기는 잘 하는 편이 아니다.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선, 그리 티나는 거짓말은 하지 말거라. 보는 이로서는 걱정만 될 뿐이다.

……티났어?

매우.

…물어보고 싶었던 것은 다른 것이지만, 왠지 지금 말고는 못 물을 것 같으니 지금 물으마.

…뭘?

기억이, 왠지 이상한데.

정확히 말하면… 그래, 아이라바타. 내 기억이지만 아이라바타에게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꼭 다른 사람인 건 같은.

…뭐 아는 것 있느냐?

대답하지 못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다고 등을 토닥여주면서도 야크샤는 질문을 철회하지 않았다.

난 뭐라해야 했을까.

(→사왕)

51.

이런거 올려다보는 야크샤 너무 어울리고

나중에 아닌거 알면서도 야크샤를 떠올리며 따라하는 슈리 보고싶다 https://t.co/IJXJDns6wx

52.

휴양림갔다가 돌아가는 중인데

현대 에유로 슈리랑 단둘이 휴양림가는 야크샤 보고싶어요..

슈리는 기대하겠지만 야크샤는 그저 별보고 꽃보러 가는 것일 뿐

53. 수행

야크샤, 도와줘!!

아니 영감, 나 도와줘!!

저 도와주세요~

긴 머리카락을 한가닥으로 묶어 옆으로 내린 남자가 느릿하게 푸른 눈을 깜빡였다. 익숙한 얼굴이긴 하지만 상당히 오랜만인데, 이들이 또 무슨 일일까. 야크샤는 천천히 읽고 있던 책에 책갈피를 꽃아 넣었다.

무슨 일이냐?

야크샤, xx대학교 갔지?

응, 그랬다만.

그게…!

수행평가가 대학교 견학이래요~ 다양한 학교를 알아보자면서 겹치는거 안된댔어요~

…아하. 반에서만?

네! 근데 하누만이랑 슈리는 같은 반이네요~

즉, 저는 다른 반이니까 경쟁할 필요 없어서 여유롭다는 뜻이었다. 그제서야 경쟁하듯 서로를 노려보는 슈리와 하누만의 상황을 알아차린 야크샤는 곤란한 듯 허허로이 웃었다. …이를 어쩐다, 둘 다 토라지기라도 하면 골치아픈 상대거늘. 태평하게 실실 웃는 페투판을 한 번, 불이라도 날 것처럼 이글거리는 눈을 한 슈리와 하누만을 한 번,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야크샤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둘 다 데려가주고 싶긴 하다만, 너희는 겹치면 안된다 하니…

야크샤, 나!

쟤 말고 나!

…더 필요한 쪽을 데려가도록 하마.

아, 역시 그쪽인가요~

그럼 어쩔 수 없지 않느냐.

그건 그래요~ 역시 다른 반인 게 좋다니까!

놀리냐!!

페투판의 의도가 다분한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이 돌아왔다. 가뜩이나 학기 초에도 왜 또 같은 반이냐면서 멱살을 잡았던 둘에겐 참 유효한 도발인지라, 야크샤는 슈리와 하누만의 손을 잡아 말렸다. 쉽게 진정한 슈리는 한숨을 내뉘고 입을 열었다.

…난 대학교 그쪽으로 지망하고 있어. 내가 더 가야하지 않아?

경영학과 지망 아니었더냐? 그럼 이쪽은 별로 좋지 않을텐데.

그야 야크샤가 그 학교 다니니까.

…그, 그런 걸로 대학을 정하지 말거라…

웩, 염장.

…하누만.

아 예이예이. 근데 영감, 나 저거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어.

대충 대답한 하누만은 진지한 얼굴을 했다. 딱히 정말 중요할 것 같지는 않지만, 의아한 얼굴을 한 셋을 보며 하누만은 어께를 으쓱였다.

나 아는 대학생 친구 영감밖에 없어.

슈리 쟨 많을걸.

……

자랑할 게 아닐텐데요~

한순간 조용해진 방안을 가른 것은 싱글벙글 웃으며 내놓은 페투판의 무거운 일침이었다. 물론 하누만은 버럭 화를 냈지만, 그 모습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는 이는 없었던지라. 하누만의 분노와는 별개로 야크샤는 생각에 빠졌고, 슈리는 빠르게 생각을 거듭했다. 아무래도 야크샤의 심중에 하누만에게 더 무게가 실린 것 같은데, 안되지.

야크샤, 나 세특 써야한단 말이야. 응? 나 도와주면 안 돼?

…헌데, 저놈이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하니…

야크샤가 다른 사람 소개해주면 되잖아. 솔직히 하누만 쟤는 대학도 안 갈 건데…

아니, 미운털박히는 건 더 싫거든?! 네가 나 보고 쌤들이 한숨 내쉬면 책임질거야?!?

안 질 건데?

야!!

그만들 싸워라…

누군가의 머리채가 잡히기 직전, 야크샤는 타이밍 좋게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어린애도 아니고 왜 계속 싸워. 누군가가 아싸 하나랑 독점욕의 대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까맣게 모르며, 야크샤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사탐 쪽 수행일텐데, 작년엔 이런 거 없었으면서 왜 올해 이런 걸 내서 사람 피를 말리시는 건지. 바로 전년도 졸업생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정리해보거라. 하누만부터.

난 영감 말고 아는 대학생 없고… 쌤들에게 찍히긴 싫어. 그리고 그렇다고 모르는 놈이랑 가는 건 싫어. 어색해. 그러니까 영감이 해줘.

…다음.

난 대학교 거기로 갈거고, 세특 챙겨야 해. 갈 학교 둘러보는 게 더 효율적이잖아? 그러니까 나 해줘. 응? 야크샤아.

자연스럽게 야크샤의 어께를 끌어안는 슈리를 본 하누만은 기함했다. 곤란한 듯 밀어내면서도 언제나 그렇듯 얼굴을 붉히는 건 못 숨기는 야크샤를 보고는 더 그랬다. 아 그러고보니 연인이었지?! 치사하게시리!! 하누만이 홀로 분통을 터뜨리는 것을 본 사람은 아마도 페투판밖에 없었다.

와, 이… 이런 치사한…!! 여우냐?!

여우 맞는데?

@^-^_@#@/'#"~~

저 꼴 하루이틀 본 것도 아니면서 왜그래요~

요샌 안 봤으니까 그렇지!!

슈리가 저렇게 열정적인 것도 그거 때문일걸요~

…엥, 진짜냐?

……

……???

…아무튼, 야크샤!! 나 데려가 줘.

슈리는 말을 돌렸다. 정말 티나는 시도였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주제였기에 하누만은 쉽게 말려들었다. 야! 치사하게!! 를 외치는 하누만을 무시하고, 야크샤는 슈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 그래서. 뒤늦은 깨달음과 함께, 야크샤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데려가는 건, 하누만으로 하마. 슈리 네 수행에 대한 것은, 다른 친구를 소개시켜주마.

이름 하나로 좌중의 안색이 바뀌었다. 어, 진짜? 진짜지?! 하고 되묻다가 조용해진 주변을 살피고는 뒤늦게 몸을 사리는 하누만과, 조용히 슈리의 얼굴을 살피는 페투판. 그리고 눈에 띄게 어두워진 얼굴의 슈리. 야크샤는 그 어두운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 주말에 같이 나가는 것 어떠냐?

…!

말하자면… 데이트로.

그 한 마디에, 모두가 놀라서 야크샤를 바라보았다. 본래 데이트라는 단어를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올해에 와서는 고3의 공부에 방해된다면서 슈리의 들이댐에도 철벽으로 맞대응했다는 것을 주변의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놀란 얼굴들을 보며, 야크샤는 쓰게 웃었다.

최근엔 잘 같이 있지 못했잖아. 열심히 했다고 들었으니, 그 보상이랄까…

아니, 내게 보상으로. 너랑 같이 있지 못해서 외로웠는데, 잘 참아 왔으니까. 주말에 만나줄 수 있느냐?

……응.

슈리는 야크샤를 와락 끌어안았다. 이런, 지금은 저녀석들도 있거늘. 가볍게 웃고 마주안아 토닥여주며, 야크샤는 보고 있던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수행은 언제까지냐?

…어―

다다음주 화요일까지요~

그럼 다음주 주말에 데려가주마. 슈리야, 네가 갈 때 같이 갈까?

응.

그래, 아난타에게 부탁해두마.

응, 알겠어.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슈리를 보며 곤란한 듯 웃다가, 야크샤는 하누만과 페투판에게 이만 슬슬 나가라는 듯 눈짓을 보냈다. 다음에 봬요~ 하고 페투판이 하누만을 끌고 나가자, 그제서야 미소짓고 슈리에게 시선을 맞췄다.

미안해, 많이 외로웠느냐?

당연한걸 물어. …자기는 작년에 그냥 같이 있었으면서.

나야, 대학은 별로 중요하게 안 여겼었으니까 그랬지… 넌 네가 바라는 대로 하길 원했어. 그러려면 만나는 건 방해였을 테니까.

방해는 무슨. 오히려 의지 높이는 요인이거든?

그랬어?

당연하지. 야크샤가 간 대학을 원하는 게 뭐 때문인데!

응, 미안해. 앞으론 자주 만나자.

…응.

54.

수업시간에 딴짓하다가 한소리 듣는 아수라

언제나 그렇듯 상대는 야크샤....

(그 얼굴이면 잔소리 들어도 좋겠다

55.

비하인드

1. 야크샤는 20세 대학생, 나머지 셋은 고3

2. 넷이서 초등학생 때부터 몰려다녔음. 동네 친구.. 야크샤는 다른 친구들(아난타, 아이라바타, ...)과 다닐 때도 많았지만 어디서나 보호자 역할이라서 야크샤 없으면 얘네도 조용해짐

3. 언급도 안 됐지만 하누만의 갓 태어난 사촌이 란

4. 설정상 xx대학교는 예체대에 가까움.

5. 야크샤는 자신만 있으면 3인방이 폭주한다는 걸 알아서 개학하고 이번에 처음 만남(톡은 진짜 자주 했지만)

6. 야크샤랑 슈리는 중학생 때부터 커플

7. 만나는 거 끊는 거에서 슈리는 비교적 자유로웠지만 완전 자유로운 건 아니었어서(약속이라) 슈리가 엄청 기회 살폈음.

8. 슈리랑 누만이는 3년 내내 같은 반. 페투판은 2년 같은 반이다가 올해 처음 다른 반. 서로 진짜 질려함

9. 하누만은 성적 버렸지만 눈총받기는 싫다고.. 셋 중 가장 많이 야크샤에게 공부를 배웠어서 제일 뭐 묻는 데에 거리낌이 없음

10. 슈리 성적은 톱 오브 톱. 발도 넓음.

11. 페투판은 여러모로 논외.

12. 4인방이 친하다는 건 쌤들도 잘 알아서 수행 시키기 전에 야크샤에게 부탁하라고 했었음. 바로 전에 반에선 다른 학교 가랬어서 누만이는 입으로 슈리는 눈으로 욕함

13. 야크샤랑 아난타, 킨나라는(아이라바타는 고3) 친했는데 다 다른 대학 갔음. 아난타가 젤좋은곳

14. 슈리가 야크샤가 지금은 공부에 집중해야 할거라고 올해는 자주 만나지 말쟀다고 한탄해서 공감해주면.. 야크샤 욕하지 말라고 대뜸 살벌하게 웃는 슈리를 볼 수 있다나

15. 근데 나쁜건 맞았어서 저 이후로는 매주 한번은 만남. 뭐 바람필 성격도 아니고, 서로 좋아 죽고. 매일 연락하고..

끝..?

56. 숨바꼭질

새파란 하늘 아래, 새하얀 빛 아래. 본래의 덩치와는 영 다르게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하늘 너머에서 날아오는 익숙한 기운―. 왔나. 기운을 깨달음과 거의 동시에, 소년은 몸을 돌려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천년의 숨바꼭질은, 아직 끝낼 때가 아니었다.

느긋하게 펼쳐뒀던 개인적인 물건들을 정리해 들고 미리 봐뒀던 익숙한 통로에 들어가려는 순간, 소년은 발걸음을 멈췄다. 이상하다, 분명 저 멀리에 하누만의 기척이 떨어졌는데 말이야… 왜 이런 곳에 너까지 있는 걸까. 나긋한 목소리가 부러 수라형의 모습을 취한 예민한 귀에 들려왔다. 뒤에서 소년을 꼭 껴안고 소년의 어께 위 털에 고개를 묻은 분홍빛 머리카락의 여인이 날카로운 분홍빛 눈을 슬그머니 떴다. 

…야크샤.

여인은 부드럽게 소년의 이름을 속삭였다.

이런 곳에서, 뭘 하는 거야.

소년의 목에 두른 팔에 힘이 들어가고, 주먹 쥔 손에서 비릿하고 검붉은 액체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코를 찌르는 짙은 냄새에 당황한 소년이 여인의 얼굴을 보려고 했지만, 여인은 팔에 힘을 줘서 소년이 보지 못하도록 했다.

슈리야…?

…보지마, 야크샤.

떨리는 목소리에, 소년은 멈칫했다.

…지금, 네게 보일 만한 얼굴은 아닐테니…

짐승들의 왕은 부하라기보다는 가족에 가까운 2인자와 3인자를 데리고 한가지 내기를 했다. 수백, 수천, 혹은 수만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내기. 어린 인간들이 몇억의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즐기는 놀이.

…내기를, 해주지 않겠느냐.

그래, 내기라기보다는 부탁에 가까웠다.

왕은 지쳐 있었다. 수억에 가까운 기다림은 버티는 것에 가까웠고, 자신을 희생해 사랑하는 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해로웠다. 그렇기에 왕이 아끼고 사랑하는 연인은 그에게 휴식을 요구해왔었다. 내기를 들어준 것은, 그 때문이었다.

…뭔데?

인간 아이들 사이에서, 언제나 존재하던 놀이다만… 술래의 역할을 맡은 아이가 숨은 이를 찾는, 간단한 것이다.

…흐응… 내기라고 했으니까, 영감이 거는 것은?

…날 찾으면… 네 부탁을 하나 들어주마.

왕이 내건 보상은 내기를 수행하기에 과할 정도로 유혹적이었다. 과거의 그라면 옳다구나, 를 외치며 가타부타 묻지도 않고 수락했겠지만, 태초에서부터 왕의 가르침 아래에서 성숙해져왔던 짐승들 중 세번째로 강한 이는 말없이 왕과 곁에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물어볼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미동없이 고개만 떨구고 있는 여인을 보다가, 3인자는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유는.

…이유?

어. 그런 걸 부탁하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요새 영감이 많이 힘들어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

말해주지도 않고 내기에 참여하라는 건 아니겠지.

…아니다, 그런 거. …이유라면….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

이런 걸로는 안 되느냐?

영감, 당연한 소리는 하지 마.

그래, 미안하다…. …하지만, 그게 맞아. …지금은,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이 힘들다.

3인자는 놀라서 숨을 삼켰다. 그들의 왕은 별로 힘든 소리를 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아니, 하더라도 그들에게만은 하지 않았다. 그가 책임져야 할 존재, 그에게 의지하는 존재. 보호의 사슬 아래, 왕은 언제나 그들을 배려했다. 그 때문이지, 말없이 곁에 머물던 여인이 3인자의 속내를 읽은 듯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탓이라는 건가, 느리게 생각을 이은 3인자는 머쓱한 듯 볼을 긁적였다.

…왠지 미안하네.

아니다, 네 때문이 아니니. 그냥… 내가 지친 탓이다.

…규칙은?

아. 규칙이라면… 기한은 없고, 범위는 우주 전체. 도움을 받는 것은 가능하다만, 난 네 기척을 느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단, 슈리는 예외야. 슈리의 도움은 받지 말거라.

…왜?

…슈리를 본다면, 내가 분명히 나올 테니까.

……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이 아이템으로 전하거라. 아이라바타에게 부탁해 만든 연락용 아이템이야.

…어.

슈리야.

…알아.

응, 부탁하마.

줄곧 어두운 기색을 얼굴에 띄고 있던 왕이 부드럽게 입꼬리를 휘어 웃어보였다. '부탁'이라는 것이, 3인자가 왕을 찾기 전에는 찾아오지 말라는 것임을 알고 있기에― 여인은 멍하니 입을 벌리다가 꾹 다물고 조심스레 웃어 보였다. 그가 걱정하는 것이 싫었다. 안그래도 힘든 그에게 걱정을 더해주고 싶지 않았다.

짐승들 중 두번째로 강한 힘을 지니고 있으며, 왕이 내어주는 사랑 중 가장 많은 만큼을 차지한 이는 느리게 왕의 목에 팔을 둘러 안았다. 익숙하게 마주 안아오는 왕의 귀에, 2인자는 나긋이 속삭였다.

푹 쉬고 와.

널 기다리며, 널 그리워하고 있을 테니.

…응.

네가 가장 중요하니까… 기다릴 수 있어. …그래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말고.

…그래… 최선을 다해보마.

응, 믿을게. 사랑해.

…나도, 사랑한다.

옆에 있던 3인자는 조용히 기척을 죽였다. 평소라면 옆에 수라 있는걸 잊지 말라고 분통을 터뜨렸겠지만, 이런 분위기를 망칠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왕이 그를 보고서야, 그는 삐딱한 자세를 정자세로 바꾸었다.

이제 말 걸어도 돼?

…그래, 미안하다.

……

네겐 기대도 안 했다…. …아무튼, 인간들 사이에서 이 놀이라면 대충 맨 처음에 숨을 시간을 주는 걸로 아는데…

…그렇지.

얼마나 기다려?

…100년이면 되겠느냐?

겨우? …뭐, 인간들은 훨씬 더 짧던가. 좋아, 그정도로.

고맙다. 그럼…

왕은 2인자를 안고 있던 손을 풀었다. 더없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떨어지고, 왕은 느릿하게 밖을 바라보았다. 잠시 눈을 감는 그 모습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게 만들었다. 원래 좀 알기 어려운 존재이긴 했지만, 새삼스레 낯설어서 2인자와 3인자는 멍하니 왕을 바라보았다. 느릿하게 눈을 뜬 왕은 빙그레 입술을 당겨 미소지었다.

다음에 보자.

발밑에서 일어난 물보라가 왕의 모습을 감추었다. 수천년 전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이별하던 때를 기억하고 있는 소년, 야크샤는 제 목에 두른 팔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안았다. 비릿한 피냄새가 나는 손을 끌어와 그 위에 입맞추는 것으로 회복 초월기를 걸었다. 차마 연인의 부탁을 무시할 수 없어 그 얼굴을 확인하지는 못하지만, 자연스레 떠오르는 그날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날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던 것은 야크샤 자신이었고, 연인은 어두운 얼굴을 가리고 웃어 보였었다. 그 사실을 눈치는 챘었지만, 버티는 것이 어려워서 모른 척 내기를 그냥 시작했다. 아마 그녀도 자신이 눈치채지 못한 척 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엔 하누만도 처음부터 불렀었다. 이제야 오는 지금과는 다르게.

슈리!! …영감!

…늦었구나, 하누만.

…아니, 이 와중에도 기척을 숨기고 있는 건…. …됐다. 그나저나 얜 또 왜 이래?

글쎄… 알 것 같기는 한데.

야크샤는 다시 힘이 들어간 팔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대화가, 필요하겠군. 오랜 시간 잠들어 있었더니, 내기를 시작하던 때와는 달리 상태가 괜찮았다. 다른 것을 신경쓰는 것조차도 힘들던 그때와는 달랐다. …그러고보니, 얼마나 지난 거지. 수천 년 정도의 감각만 있는 야크샤는 잠시 얼굴을 찌푸렸다가 짤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하누만, 조금 이따가 와줄 수 있겠느냐?

대화하게?

그래.

어, 뭐…

그래. 하누만은 슈리를 살피다가 빠르게 모습을 감췄다. 야크샤야 못 보지만 하누만은 볼 수 있었을 터였다. 하누만의 반응을 곰곰이 되짚으며, 야크샤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슈리야.

……

나와 대화도 안 해줄 셈이더냐. 정말 그렇다면 섭섭할 것 같다만…

…아니야.

그건 다행이구나.

대화는 다시 끊겼다. 말할 생각이 없는 이와 말을 조심스레 고르고 있는 이 둘만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야크샤는 잠시 후, 다시 한 번 조심스레 침묵을 깼다.

…찾아와줘서, 고맙다.

!…

…솔직히, 그런 부탁을 했었으니 말이다. 네가 찾아와줄 줄은 몰랐어… 널 보고 굉장히 기뻤다. 고마워.

…약속, 어긴 건데? 당황하지 않았었어?

당황이야 했다만… 그보단 기뻤지. 넌 내게 있어 존재만으로 행복을 자아내는 이이니 말이다. 아무리 당황한다 한들, 기쁨과 반가움에 버금갈까….

…그렇구나.

응, 진심으로. 

슈리는 야크샤의 목을 감싼 팔에 조금 더 힘을 줘서 끌어안았다. 이런, 이건 기쁘다는 의미려나? 얼굴을 볼 수가 없으니…. 간단히 마음을 유추해보다가, 야크샤는 살짝 미소를 머금고 다시 대화를 이었다.

지금까지 있던 일… 같은 거나 얘기해볼까.

…응.

그래. 난 그 이후로 완전히 잠들어 있었다. 일어난 지 몇 천 년이 되기는 했는데… 하누만이 올 것 같으면 근처의 다른 행성으로 피했지. 아직 누군가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 이리 널 마주 대하고 있으니, 무의미한 일이었던 것 같지만…. …슈리야?

야크샤는 왠지 조용해진 슈리를 불렀다. 아까부터 말이 없기는 했지만, 숨소리마저 잦아든 것은 당연히 신경쓰였다. 잠깐의 기다림 이후, 슈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드문드문 입을 열었다.

…잠들어… 있던 거야?

그래.

…헤어진 직후부터?

응. …무슨 일 있느냐?

…잠들어 있었다면… 몰랐겠네. …미안. 오해했어.

오해라, 무슨 오해? 야크샤는 빠르게 생각을 돌렸다. 딱히 짐작가는 것은 없는데, 모를 것이고, 사과한다는 것은…. …모르겠군. 야크샤는 살짝 얼굴을 굳혔다. 의심가는 것은, 저가 잠들어 있던 기간 정도밖에는 없는지라― 야크샤는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상황인지, 설명을 부탁해도 되겠느냐, 슈리야.

그러고보면, 다시 만났을 때에도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냐고 물었지. 이곳에 무엇이 있느냐?

…아니, 그보단… 내가 얼마나 잠들어 있던 것이냐?

목을 끌어안은 팔과 그 뒤쪽에 있는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기껏해야 만 년을 넘기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얼마나 잠들어 있었던 거지. 야크샤는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 옆의 머리를 토닥였다. …너무 떨지는 말거라. 나긋한 위로, 익숙한 목소리… 슈리는 눈을 꼭 감았다. …바뀐 게 없어. 그러니까,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괜찮겠지. 야크샤니까… 천천히, 놀라지 않도록 꼭 잡고 슈리는 야크샤의 질문에 대한 답을 꺼냈다.

…5만 년이 조금 넘었어.

…!

……이곳은, 아수라족이 우리 종족 아이들을 괴롭히다가… 내가 정리했던 곳이고. …그래서… 출입을 금지했었어.

…그 사이에?

응, 그 사이에.

……그럼…

…너무 오래 기다렸으니까, 약속을 잊은 줄 알고… …근데 이런 곳에 있고. 그럴리는 없지만, 혹시 이 근처에 있었는데 모른 척 했다거나… 생각했는데, 내가 약속을 어겼으니까…

……

야크샤는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목을 강하게 끌어안은 팔에서 무력하게 힘이 빠져갔다.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으려나, 위로를 해줘야 할텐데… 야크샤는 힘이 빠져 아래로 쳐진 팔을 끌어올려 안았다. …무슨 말을 해줘야할까. 솔직히, 모든 소식이 놀라웠지만.

…미안해, 그리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는지 몰랐다. 잠들어있던 동안,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어. 미안하다.

…잠들어있었다면, 모르는 게 당연하지. 5만 년이나 잠들어있었다는 건… 네가 그렇게 힘들었다는 거잖아.

그래도, 내가 왕인데 버티지 못했으니 다른 건 없는 셈이다.

아니야.

맞대도. …네 잘못이 아니니, 그리 우울해하지 말아.

……응.

슈리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마 볼 곳이 없어서 새하얀 털에 두던 시선을 떨구고 눈을 감았다. …이제 괜찮으려나, 슬슬 얼굴 보고 싶은데. 야크샤는 어께 너머로 늘어뜨려진 긴 분홍빛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슈리야.

…응.

얼굴, 이젠 봐도 되느냐?

…안돼.

어째서?

그냥… 안돼.

이런… 그리 단호하면 섭섭한데.

야크샤는 얕게 웃었다. 맨 처음 뒤에서 덮쳐안던 때의 두근거릴 정도의 기세가 사그라든 것을 보니, 이젠 괜찮아진 모양이었다. 음, 그래도 말을 안 들을 수도 없고. 야크샤는 몇 번 눈을 깜빡이다가 입을 열었다.

정말 안 되느냐?

응.

정말?

정말.

언제까지?

된다고 할 때까지.

이 자세로 말이냐? 나야 그것도 좋기는 하다만.

야크샤는 능청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1초, 2초, 3초. 아무리 수라라 해도 순간적으로 느끼는 시간 감각은 여느 생명체와 다름이 없는 법. 즉 짧다고 할 수 없는 동안의 침묵 이후, 슈리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

……. …나도 좋거든?

응, 그래.

진짜야.

믿어.

안 믿는 티 나, 야크샤.

이런, 진심인데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얼굴 보려고 이러는 거지.

들켰네.

키득거리는 야크샤의 웃음 소리가 작지만 선명하게 들려왔다. 정말이지, 지금은 얼굴 보이기 싫은데. 얕게 한숨을 내쉬는 소리에 야크샤의 귀가 쫑긋거렸다. 연인, 그 이전에 탄생 이래로 줄곧 알아온 사이로서 이제는 괜찮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 얼굴 봐도 되느냐?

…어쩔 수 없지, 이렇게 원하는데.

응, 고마워.

야크샤는 맥없이 떨어지는 팔을 잡고 빙글 돌아 너무나 그리웠던 얼굴을 마주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부드럽게 웃고 있는 얼굴. 반가워서 너무나 좋다는 듯이 활짝 웃고 있는 얼굴. 슈리는 느리게 생각을 이었다. …하누만이랑 한 내기는, 숨바꼭질이었지. 인간 아이들이 줄곧 하는 그 놀이…. 놀이를 끝내려면, 뭐라고 말하더라? 슈리는 살짝 상체를 숙여 야크샤의 얼굴을 잡고, 작은 이마에 입술을 내리 눌렀다.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야크샤의 얼굴을 만족스러운 듯 바라보며, 슈리는 입꼬리를 당겨 예쁘게 미소지었다.

찾았다.

잊고있던 것을 떠올린 것처럼, 야크샤는 아, 하고 짧은 침음을 내었다. 아, 맞아. 아직 끝나지 않았었지. 잠시 멍하니 서있다가, 야크샤 역시 방긋 웃어보였다.

내기는 끝났구나.

57.

무릎.. 까졌다

정말 어울리게도 애 구하다가 다쳐서 병원 간 야크샤 보고 싶다.(현대 에유)

차에 치일 뻔한 아이 구해내고 지가 치여서 머리에서 피나면서 병원 간.... 어처구니없어서 다친데 눌러보는 슈리(대학 병원 의사)

본인이 병원 수석 의사면 더 웃기겠다. 나름 지가 처치 다 했지만 와서 자세하게 봐달라고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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