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베라

#3 (22.06.22 재업)

~2022/06/22. 뒤로 갈수록 최신. 야크샤 위주.

ESAVIR by Riv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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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양이에게 간식 줘봤어요😆😆😆

사소하게 야크샤에게 숟가락(or포크) 들이대면서 먹여주는 슈리 보고 싶다. 아기모습이어야해. 싫은 건 아니지만 곤란한 얼굴로 주변 살피기.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머뭇거리다가 냠하기..

2. 문병

꺄아아악!! 선생님!!

주위에서 정신없이 비명을 내지르고,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어지러우니, 조용히 좀 해주면 좋겠는데. 소란을 만든 장본인인 남자는 가만히 눈살을 찌푸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아니… 지금은 다른 데에 신경쓸 때가 아니지. 빨리 도착하지 않으면 복도에서 쓰러진다.

무슨 맥락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는 생각을 이으며 빠르게 무거워지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였다. 생각은 계속 해야 했다. 아니면 정신을 잃을 것이고, 처치는 대충 했지만 제대로 조치받지 않으면 죽기 십상이니. 남자는 익숙한 길을 틀리지 않고 걸어 한 방의 문을 열었다. 다른 환자를 보고 있던 분홍빛 머리카락의 의사가 의아하게 시선을 돌리다가 남자의 머리를 보곤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슈리야… 부탁해도, 되겠느냐.

남자는 힘없이 웃어보였다. 남자가 지나온 길을 따라 뚝, 뚝 떨어지던 핏방울이 문 앞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고, 남자의 큰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쿵!!

새하얀 머리카락이 피에 절어서 붉게 보이는 상태로 몇십 미터를 걸어서 병원에 도착한 남자는 누구인가? 라는 내용으로 병원 의료진들의 메신저를 뜨겁게 달군 장본인의 정체는 의외로 쉽게 밝혀졌다. 상급 종합 병원인 이 병원에서도 의사들의 우두머리인 병원장, 야크샤. 피범벅인데다가 많이 흐트러졌으니, 많은 이들이 못 알아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드라마 속 원장들과는 달리 혼자 다니는 편이기도 했고 말이다.

어쨌든 사태가 가라앉은 지금, 붕대 투성이로 얌전히 침대에 누워있는 야크샤는 따가울 정도로 매섭게 저를 노려보는 친구의 시선을 피했다. 분명 올 시간도 없이 바쁠텐데 어떻게 온 건지. 언제나 온화한 금빛 감도는 분홍빛 눈동자를 바라보는 것이 이렇게 두려울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최대한 시선을 피하던 야크샤는 이내 푹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온 게냐? 바쁠텐데.

아무리 바빠도 병문안 올 시간 정도는 있어. …그 상태인데, 용케 면회 허용됐네.

내가 그렇게 상태가 나쁜 것도 아니고, 면회 정도야―

헛소리하지 마세요, 야크샤.

자신의 멀쩡함을 피로하던 야크샤의 말을 끊은 사람은, 방금 전까지 같이 대화하던 친구가 아니라 야크샤가 엉망인데도 끝까지 찾아왔던 바로 그 분홍색 머리카락의 의사였다. 단호한 목소리에 친구에게서 시선을 돌린 야크샤는 잠시 고민하는 듯 다른 곳을 바라보다가 싱긋 입술을 당겨 미소지었다.

예, 내 사랑.

…지금은 그런 건 하지 말고요.

지금이 어느 때인데요?

…친구 있잖아.

얜 상관 없다. 매일같이 어디까지 스킨십 진도 나갔냐고 묻는 놈이거늘.

응, 나 신경 안 써도 돼.

미쳤어요?

의사의 목소리가 새되게 올라갔지만, 붉어진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야크샤는 맑게 웃었다. 방긋방긋 웃고있던 야크샤의 친구는 재밌는 것을 보는 것처럼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야크샤를 툭 건드렸다.

네 이런 모습을 보다니, 만우절 연기같네~

넌 조용히 하거라…

난 상관 없다며?

지금은 상관 있어. 그보다, 진짜 어찌 온 게냐. 네 병원은 여기보다도 더 크잖아.

그거, 교통사고 당해서 이 상태로 누워있는 이 병원 원장이 할 말이야?

응.

아니거든요?

…라는구나.

착한 연인이네.

그럼 저 상태로 오겠냐고요…

친구는 의사의 말에 느리게 다시 야크샤의 상처 부근을 바라보았다. 머리, 등, 가슴, 다리. 어떻게 부딪혔는지, 직접적으로 부딪힌 듯한 옆구리 부근과 땅에 찧인 듯한 머리 부분에선 아직도 피가 베여 나오고 있었다. 수술했다고 안 했어? 하고 가볍게 물으니 해서 저정도라고 했었지. 친구는 무엇에 공감하는지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의사를 바라보았다.

그러게, 나쁜 연인이네.

그렇다니까요.

허허… 부정은 못 하겠으니 참…

부정하면 안되지.

사가라를 매일같이 울리는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느냐.

……

사가라요?

저녀석에게 매일 고백하는 사람이다. 못들은 척 당하고 매일 운다던데. 화도 내고.

야크샤아아… 사가라 얘기는 반칙이지…

먼저 말문 막은 것은 너잖아, 아난타.

아무렇지도 않게 어께를 으쓱이는 야크샤를, 아난타는 미운 눈으로 흘겨봤다. 이유 다 알면서. 눈빛에서 하고픈 말을 읽어낸 야크샤는 머쓱하게 시선을 피하다가 미안, 하고 사과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먼저 놀린 것은 자신이었기에, 아난타는 피식 웃으며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진짜 어쩌다 이렇게 된거야?

맞아, 그거 지금까지 못 들었어. 왜 교통사고를 당한 거예요? 초등학교 1학년 때나 배우는 안전 수칙 하나하나도 지키는 사람이.

…아이라바타랑 만나서 오는 것 아니었느냐?

야크샤, 말 돌리지 마.

슈리 화났다.

…하하.

야크샤는 모른 척 시선을 피했다. 연인이자 수술 담당의, 지금까지 계속 대화에 참여했던 그 분홍색 머리카락의 의사― 슈리는 비뚜름하게 야크샤를 노려보았다. 성큼 다가와 붕대를 감은 복부를 상처가 터지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누르며, 슈리는 목소리를 내려깔았다.

야크샤… 내가, 기다릴 만큼 기다린 것 같은데.

…그건 그렇지…

얼마나 기다려야 말해줄 거야? 제대로 말 안 해주면 꿰멘 거 터뜨리는 수가 있어요, 우리 병원장님.

……꼭 말해야 하느냐…?

연인으로서의 권리라고 생각해.

친구로서의 권리도―

아난타는 무서운 분위기에 불쑥 끼어들었다. 시계를 몇 번 확인하는 것을 보니 역시 얼마 많이 벌어두진 못한 모양이고… 매섭게 저를 바라보는 연인과 친구의 눈을 은근슬쩍 피하다가, 야크샤는 체념한 것처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잔소리가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해서 비밀로 했지만, 화내는 것보다는 잔소리가 나았다.

…그냥… 웬 아이 하나가 도로에 굴러간 공을 주우려는 게 아니냐.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그냥 내 몸으로 막았다.

미쳤어?

아냐.

미친 게 아니면 뭔데. 차를 제 몸으로 막을 생각을 하는 이런 정신 나간…!!

슈리, 병원에선 존댓말 쓰던 거 아니었어?

이 상황에서 그게 나오겠어?

…아니지.

그치?! 내가, 진짜… 어처구니가 없어서. 네 몸은 안 소중하냐고. 네가 튼튼하기는 하지만 그래봤자 인간이잖아!!

지금 보면 꽤 멀쩡

너 수술할 때 혈액 부족으로 심장 2번 멎었어, 헛소리 마.

…미안.

형형하게 빛나는 붉은 눈에, 야크샤는 어색하게 사과했다. 아니, 혼날 것은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어린 아이를 구한 것은 좋았지만, 역시 제 목숨도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그래야 슈리나 다른 애들이 곤란하지 않을 텐데… 야크샤가 다소 핀트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는 것을 알아차린 두 사람의 얼굴이 엄격하게 변했다. 내가 뭘 했다고 그리 보느냐… 저도 저가 한 생각을 아는지라, 야크샤는 뻘쭘하게 시선을 피했다.

그래도 이정도면 지금은 꽤 멀쩡해 보이지 않느냐?

그래, 어떻게 움직이는지 불가사의한 상태지.

뭘 그렇게까지…

야크샤는 아난타에게 눈짓했다. 빨리 주제를 돌려달라는 의미가 담긴 눈짓. 더 혼나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친구의 부탁을 무시할 수는 없는지라, 아난타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어디서 사고가 났던 건데? 너 걸어서 슈리 방까지 왔다며.

아, 그건

그건 알아요. 여기서 30m떨어진 놀이터 옆 횡단보도래요.

네가 그걸 말했다고?

…아니.

피 이어진 거 따라가니까 거기가 나오던데, 모를 수가 없죠… 한동안 경찰도 오고 사고난 운전자도 오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아이네 연락은 없긴 했는데…

그야, 아이에게 집으로 들어가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으니.

야크샤…

슈리는 야크샤의 손에 자신의 자신의 손을 올렸다. 목 아래에서부터 목을 긁는 짐승의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아서, 야크샤는 잠시 움찔하다가 다시 한 번 미안, 이라고 짧게 사과했다. 미안할 일이 참 많다. 그리 생각하며, 아난타는 싱긋 웃었다.

너 이번에 평생 할 사과 다 하겠네.

…글쎄…

?

전에도 이런 적 있어서.

……그랬어?

그땐 이렇게 다쳐오진 않았거든요. 그냥 다칠 뻔한 정도였으니까…

바로 옆에 있던 슈리에게 사과하고 끝났었지.

아, 그정도로 끝나서 이번에 이랬어요?

아니… 나도 모르게 그만.

야크샤―

아이는 지켜야하지 않겠느냐…

…널 지키고 해야 할 것 아냐.

…응, 그렇지. 내가 미안해.

아난타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뭘까, 왜 불안할까? 그냥 둘이 대화할 뿐인데, 사귀기 전엔 우리에게 그랬듯이 지금은 슈리에게 사과할 뿐인데.

아난타의 심상찮은 기색을 눈치챈 야크샤가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아난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내젓고, 이쯤에서 말을 돌리기 위해 올 때 사왔던 커피를 꺼냈다. 이 자리에 모인 세 명 모두 의사인만큼, 야크샤의 몫은 없었다. 혈압이 높아지니까.

내 몫은… 역시 없구나.

마실 생각은 아니죠, 나의 야크샤?

그야 물론이지만.

우와, 방금 그렇게 싸우더니.

싸운 거 아니다.

아니에요.

응. 그럼 슈리, 야크샤의 완치를 위해 건배할까?

술도 아니고.

좋아요. 맨날 누구 구하다가 다쳐오는 어디 원장님을 위해.

슈리와 아난타는 서로 들고 있던 커피가 마치 술인 것처럼 컵을 서로 부딪쳤다. 통, 하는 소리와 함께, 야크샤는 피식 웃었다. 즐거워서가 아니라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은거다.

일찍 가야 할 것처럼 굴더니.

이정도는 상관 없어.

얼씨구…

이것만 마시고 가세요. 슬슬 다시 붕대 갈고 상처 확인해야 하니까.

네, 선생님~

너, 내 말은 안 들으면서.

사고뭉치 말은 듣고 싶지 않네요.

……하아.

부정은 안 하는 게 재밌단 말이지.

그니까요.

3.

비하인드

• 수라는 의료계, 신은 법조계, 인간은 예술계 종사 중. 초대 왕들은 정교수(병원장)고 2인자 아래는 부교수. 랔샤들은 펠로우, (안 나오지만) 5단계 우파니는 레지던트, 하프는 인턴.

• (안 나오지만) 시초신은 판사, 5선급은 검사/변호사에서 가장 실력있는 사람들. 검사랑 변호사. 기준은 성격.(예를 들어 아그니는 검사고 야마는 변호사..) 4선급 이하도 검사랑 변호사 하기는 해요. 이쪽은 딱히 직위 차이가 없어서.

• (안 쓸 거지만) 신관들은 문학&음악계, 마법사들은 그림/조각 등 쪽, 투사들은 체육계. 얘네는 겸직도 해요.

• 수라들 병원은 종족에 따라 달라요. 일단 종합 병원이기는 한데, 야크샤족은 외상 전문. 아수라족은 질병 전문. 타라카족은 정신과.. 정도만 정해둠.

• 나중에 야크샤가 사고나는 란 구해주면서 뇌사 상태 되고 란은 심장에 문제 생겨서 야크샤 심장을 이식한다는 후일담...을 넣을까 말까 고민중이에요. 아직 윌라르브 인간들은 청소년기..

• 저 후일담이 들어가면 슈리는 직전에 정교수 돼서 야크샤 사망 후 병원장 되고, 하누만은 조카(여기선 하나가 사촌) 목숨이랑 친구 가능성이랑 둘 중에 선택 못하고 도주. 결국 이식 수술은 흉부외과 최고 권위자인 아난타가… 할 뻔 하지만 친지는 대개 수술 안해서, 마나스빈이 맡아서 하기.

4.

야크샤 왜이렇게 현대 에유에서 스포츠 선수인데(아니라도 몸 쓰는 쪽 최고 권위자) 봉사활동 다니는 사람일 것 같지

5.

당신께서는 잔인한 분이십니다.

분홍빛 머리카락의 여인이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아주 축축해질 정도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는 믿을 수 없는 공허한 얼굴로, 여인은 남자에게 손을 뻗었다. 만져도 만져지지 않고, 소리도 이쪽에 닿지 않는다. 그저 씁쓸한 얼굴로 이쪽에 손을 뻗을 뿐인 남자를, 여인은 잡을 수 없었다.

놓고 가셨으면서, 미련은 남으신 거잖아요. …너무합니다. 우리가, 내가 얼마나 당신을 외쳤는지 알았으면서.

남자의 손이 여인의 눈물을 닦아내려는 듯 닿아왔다. 느낌은 없지만, 닦아지지도 않지만, 그가 하려는 말은 알 것 같아서, 여인은 그이상 원망을 토해낼 수 없었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여인은 잡을 수 없는 그 옷자락을 잡을 것처럼 팔을 뻗었다. 이쪽도 저쪽도 느끼지 못하지만,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래도. 기억에 남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와줘서… 고마워요. …나의 왕, 나의 전부. …나의 야크샤…

6.

고양이들 잘 때 동그래져서 자거나 옆으로 갑자기 홱 돌아서 눕던데

얔샤 잘 때 동그래지는 거 보고싶다

어린 모습으로 동그래지면 슈리 무릎에 머리 기대고 자다가 동그래져야하고

어른 모습으로 자다가 동그래지면 슈리가 가만히 보다가 동그랗게 자리 나있는 곳에 자기도 눕거나 앉아야...

어린 모습으로 동그래진거 슈리가 가만히 보다가 공주님안기로 안아들어서 자기 무릎 위로 올리기

일어나서 당황해야 함(접촉사고나면 너무 당황하다가 사과해야. 슈리 의도는 그쪽).. 근데 슈리라서 아무 경계 없이 계속 잠들어있어도 좋을 것 같다. 슈리 처음엔 서운해했는데 나중에 하누만이 동그래진 얔샤 들어올리려고 다가갔는데 바로 깬 야크샤가 본능적으로 하누만 공격했다가 정신차리고 사과하는 거 보고 혼자서 좋아하는 거 (하누만 아니라 다른 캐도 O)

어른 모습으로 동그래진 거 품에 파고들었을 때는.. 슈리도 잠들어서(사유: 옷 털의 포근함. ......포근해보여요) 슈리 깨기 전에 일어난 얔샤가 짙게 미소짓고 슈리가 편하게 수라형으로 변해서 받쳐주기

아니면 들어서 편한 곳으로 옮겨줘도 좋고, 자신은 앉고 슈리는 살짝 옮겨줘서 무릎에 머리 올리게 하고 자기 코트 벗어서 덮어줘도 좋아요. ......안에 옷 입고 있는 경우엔. 안에 옷 안 입고 있으면 안돼..

7.

어 뭔가 좀 쩌는 생각 떠올랐어요

야크샤 여성형 아는 사람이 슈리밖에 없으면..

아난타조차도 모르는 걸 슈리만..

야크샤 생전엔 슈리 남성형도 야크샤만 알았지만

야크샤 사후엔 몇번 남성형도 해서 아는 사람 꽤 있는..

아 소년 모습인데 슈리가 꼭 껴안아서 당황해서 얼굴 빨개지고 어른모습 하면 다칠텐데 하면서 고민 잔뜩 하다가 여성형하기!!

8.

귀요미송 부르면서 율동(손 위만)해주는 아기얔샤 보고싶다

9.

날씨로 시작하면 왠지 느낌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햇빛이 내리쬐고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눈이 오는 어느 날 잔잔히 웃으며 보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얔샤가 보고싶다

10.

진짜 사소한 거에도 고맙다는 인사를 빼먹지 않을 것 같은 얔샤

그리고 그런 상냥한 모습에 맘 졸이는 몇몇 친구들과 슈리..

11.

기억 건드리고 싶다 슈리가 기억 잃어서 허망한 얼굴 했다가 창조되었을 시점을 떠올리고 입술 꾹 물었다가 다시 한 번 그때처럼 손 내미는 얔샤라던가 얔샤가 기억 잃어서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고 필요한 것 외에는 안 가르쳐주고 자신이 끼고 사려는 슈리.. 하지만 얔샤는 혼자서 기억 잃기 전과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고 또 자신이 희생하려고 들어서 사색이 돼서 말리는 슈리라던가 맨날 얔샤랑 바타가 기억생기기 전으로 돌아갔는데 이번엔 아난타가 기억 잃어서 바타는 당황하다가 아난타에게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해서 알려주고 야크샤는 고민하다가 꼭 필요한 것들 알려주고 지금 당장은 동족들에게 가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판단하고 우리랑 있자, 하면서 아난타 이끌고 바타랑 다같이 놀러갔으면

근데 기억 잃은 아난타랑 있다가 동족에 일 생겨서 오열하는 야크샤 보고싶다 기억 잃어도 아난타니까 되돌려줄까 물었다가 홱 잡히고 너까지 그러지 말라고 화내는 거 보고싶다 그리고 나중에 난타가 시간 돌려서 그거 기억 못하게 되던가 아니면 또 얔샤가 기억 일부 잃어서 아난타가 그거 꺼내도 그런 적이 있었느냐고 태연하게 대답해서 아난타가 묘하게 느꼈으면 좋겠다 여기서 슈리가 많이 다쳐서 한동안 슈리랑 다같이 다녔으면 베스트

12.

노뜬금으로 하누만이 기억 잃어서 얔샤랑 슈리가 가르쳐주고 같이 사는 것도 재밌겠다(ง •̀ㅁ•́)ง✧

기억 잃어도 성격은 태초시절 그대로여야 함

(여누만쪽은 왠지 논외..

13.

ㅋㅋㅋ네ㅋㅋㅋㅋㅋ 

그래서 트위터엔 안 쓰고 태초시절 얔샤랑 탁이랑 친하게 대회하는거 자주 상상해요..(먼산

-

히히 감정억제 전엔 탁이 친절하고 다른 수라들에게 믿음받고 했으니까 야크샤랑도 만나면 친하게 대화하지 않았을까 뇌절하고 살아요..//

14.

아ㅋㅋㅋㅋㅋㅠㅠ 그리고 잠 깨웠다고 기분 안 좋은 티 내다가 야크샤가 솔직하게 미안하다고 하니까 혼자 머쓱해져서 ..아냐. 뭔데. 하고 순순해지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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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장 귀찮은 얼굴 하면서도 꼬박꼬박 듣고 이따금 대답도 해주는 탁이.. 얔샤가 은근히 얼굴 살피면서 더 해도 괜찮겠느냐? 하면 맘대로 하라고 하고....

앗 사실 야크샤 얘기를 수면제로 쓴다면(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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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꿈에서라도 행복하니..

(저 다른 버전 있어요..!✧

야크샤는 탁이가 대화하는 다른 수라들이랑은 다르게 나긋나긋한 목소리일 것 같으니까 그 목소리에 잠 잘 자는데 탁이 못 잔다는 소문 듣고 일부러 온 거...*(''*)

-

하얀 캐는 대부분 천사 느낌..(어디 신이랑 마법사 잠시 봤다가

아ㅜ 탁이답다 장난친거 모를 정도로 깊게 잠들었으려나요☺

15.

야크샤랑 슈리랑 의견 갈리는 거 보고싶다

얔샤: 그냥 사고만 안 치면 내버려두자꾸나. 그리 잡으면 애 삐진다.

슈리: 쟬 어떻게 믿어? 시야에 안 두면 혹시 모른다고! 그냥 화난다고 다 때려부수던 앤데!

얔샤: 그건 너ㄷ

슈리: 응? ^^?

얔샤: ..아니다. 하누만도 꽤 무심한 놈이라 인간들이 하는 건 사소하다고 무시한다는 걸 알잖느냐..

슈리: 그냥 성질 안 맞으면 부수는 건 봤는데.

얔샤: 그건 우리끼리만 있을 때이니..

하누만: 너네가 내 부모냐?;;

페투판: 왜요~ 야크샤님은 하누만 뒤치다꺼리 다 해주신 거 맞는데~

하누만: 야!!

슈리: 보라고.

얔샤: ...그래도 상대가 페투판이니....

슈리: 야, 크, 샤.

얔샤: (한숨...)

하누만: 어, 어?? 영감 포기하기만 해봐?!

페투판: 포기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말본새네요~

16.

“야크샤. 제발, 살아줘. 심장을 재생해.”

흐릿하게 가물거리는 푸른 눈이 힘겹게 울 것 같은 얼굴을 담았다. 【…그러면, 내가 삶으로 우주의 수명이 줄어들겠지. 그럼, 미래에 있을 더 많은 가능성이.】차마 입을 벌려 소리를 낼 수도 없어서 내뱉은 말에,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네가 죽으면, 난 시간을 돌릴거야.”

 

…!

“…제발, 부탁이야. 앞으론 친구라고 안 해줘도 돼. 제발 살아줘. 슈리도 있잖아. 네 제자도 만나야지. …날 위해, 마지막으로 친구로서 부탁할게. 응? 네가 날 싫어하게 된다고 해도… 제발, 부탁이야…”

금빛이 감도는 분홍빛 눈동자가 눈물을 머금었다. 제 손을 잡아오는 따스한 체온 위로 덮이는 축축한 물방울이 느껴졌다. …안되는데. 아마도 살면, 안될텐데. 힘없이 탁해진 푸른 눈이 눈꺼풀 아래 잠기기 시작했다. 야크샤!! 외치는 친구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붉게 물든 상흔 아래, 새하얀 속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15. 거래

(알티한거 허락받고 써보기)

왕이 죽었다. 슈리는 너무 울어서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차가운 손으로 꾹꾹 눌러 식혔다. 정신을 차릴 수는 없지만,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가 죽은 지금, 그가 더해주던 힘이 사라진 지금, 주제도 모르고 수백, 수천번의 목숨을 받았던 벌레들이 은혜도 모르고 올 게 뻔했으니까. 바보같이 혼자 가버린 그라면 슬퍼하지 말고 해야할 것을 하라고 뼈아픈 일침을 두었을 테니까. 너무나 밉고 보고 싶은 그를 그리며 슈리가 다소 느리게 움직이는 동안,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던 이가 슈리의 앞에 나타났다. 슈리는 그가 가져온 소식을 눈치채곤 눈살을 찌푸렸다.

…하누만.

슈리!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언제나 슈리의 앞에선 여성의 모습을 취하던 그는 아무래도 정신이 없는지 남성의 모습을 한 채로 있었다.

예상대로야. 벌레 놈들이 각 행성의 우리 종족들을 공격하고 있어. 사흘 기다려줬으면 됐다는 거겠지, 제기랄.

…하누만.

뭐! 이제 어쩔 거야.

이제 네가 왕이야. 야크샤가 바보같이 가버렸으니까…

바보 아니야.

…그래, 너만 욕할 수 있겠지. 아무튼, 46일 뒤면 네가 왕이라고. 어쩔래? 도와줄게.

……

슈리의 연분홍빛 눈이 짙은 붉은색을 띄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생각의 대상들이 저 머리 속에서 고운 꼴을 보지는 못했을 것 같아서 하누만은 마른 침을 목 너머로 넘겼다. 하… 목구멍 아래에서부터 울리는 위협적인 포효가 섞인 한숨을 내쉬고, 슈리는 어딘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야, 어디가?!

전 우주의 동족들에게 전해. 한 자리로 모이라고. …야크샤가 없으니, 내가 지킨다.

하지만 너도,

내가 뭐?

…야크샤가 죽었으니, 그 힘이 없을 것 아냐.

…그걸 굳이 말해야겠어?

미안.

…됐어. 그거 아니더래도 방도가 하나 있으니까, 잔말 말고 모아.

…어.

무슨 다짐을 했는지, 슈리의 입술은 강하게 짖씹어서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재생할 마음도 안 드는 걸까, 아니면 재생이 씹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걸까. 하누만은 의문을 풀어줄 마음이 없는 것 같은 슈리를 굳이 뒤따라가지 않았다. 가뜩이나 오랜 연인이자 유일하게 인정한 왕이 죽어서 심란할텐데, 주제도 모르고 찾아온 벌레들 때문에 더 예민할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하누만은 빠르게 보호용 초월기를 한차례 펼쳐두고 다른 동족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어, 하누만…. …하누만 님, 마찬가지로 왕이 죽어 슬퍼하던 동족들에게, 하누만은 아주 잠시 공감의 눈길을 보내곤 입을 열었다.

【왕의 명령이다. 왕이 있는 곳에 모여, 쳐들어올 벌레들을 대비하라.】

죽은 이가 아닌 다른 친구에게 왕이라 부르기는 너무나 어색한 일이었지만, 하누만은 빠르게 어색함을 떨쳐내곤 다른 동족들에게 이동했다. 어색함을 품고 있기엔, 눈치를 처먹은 벌레 놈들이 위험했다.

차차 행성에 들어오는 동족들을 본 슈리는 실없이 미소를 지었다. 별로 믿음직스럽다고 생각은 안 해 왔었는데, 그의 지도가 통했는지 하누만이 열심히 움직인 모양이었다.

하누만이 열심히 했나봐?

짙은 슬픔 위에 실낱같은 자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슈리는 어린 목소리에 미소를 지웠다. 분명 좀 더 연령대가 높은 모습을 하고 있었을 텐데, 저건 또 뭔 개짓거리일까. 소리내서 말하진 않은 생각에 대답이 돌아왔다.

말이 너무 심하네. 네 취향에 맞춰서 이런 외모를 해준 건데.

…내 취향이, 아니야.

야크샤가 하고다니던 외모는 이런 거 아닌가?

그가 너랑 같은 존재는 아니지. …비슈누.

적대적인 목소리에도, 올리브색 머리카락이 눈을 가리는 소년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외모랑 상관없이 그를 좋아했다는 건가, 그건 좀 부럽네.

헛소리는 그만해.

그래. 너희 종족을 보호해달라고 부른 거였지.

…그래.

수라들 간의 균형은 중요하니까, 이렇게 부르지 않았어도 조치는 취했을 거야. 가뜩이나 야크샤를 죽인 걸로 심기가 불편한 아수라가 명령을 어긴 라바나를 데려갈 테니까.

…그게 언제였을 예정이었는데.

그게 함정이었지. 아수라가 왔을 때 쯤엔 피해가 컸을 테니까.

…이상하네, 말을 계속 하잖아. 슈리는 대답하지 않고 비슈누를 노려보았다. 과연 시간을 끌고 있던 것인지, 눈앞의 시간 중 하나인 시초신은 피식 나오는 웃음을 굳이 참지 않았다.

알았어,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게.

너희 종족을 보호하기위해, 넌 뭘 내놓을래?

원망스러운 시간이 환히 웃었다. 그를 죽인 자, 증오스러운 존재. …하지만, 동족을 위해 손잡아야 할 존재.

미안해, 야크샤. 슈리는 서글픈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매정하게도 저를 두고 가버린 제 유일한 연인에게 속으로 사과를 건넸다. 그가 아끼던 이들을 지키기위해, 어쩔 수 없었다.

내 마음은 네 것이 아니야.

알아.

절대, 네게 주지 않아. 주는 건 증오 뿐이야.

응.

…하지만 겉으로는, 꾸며내주도록 하지.

그래, 그거면 됐어.

마지막 동족이 하누만과 함께 행성에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환히 웃은 시간의 뒤로, 금빛의 초월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하하! 저 같잖은 결계를 부숴버ㄹ..

어느 순간부터 행성 밖에 있던 벌떼가 검은 갑주의 누군가에게 잡혔다.

…라바나…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아, 아수라…?

내가, 지금 짐승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을텐데.

붉은 역안이 번뜩였다.

계속 그렇게 설치면 안 돼, 라바나…

…아, 알겠어…

라바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아수라의 권고에 대답했다. 야크샤가 죽었을 때부터 기분이 저조하던 아수라이다. 여성형을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라바나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징그럽게도 몰려온 벌레들이 몰려가고, 슈리는 쓸쓸한 얼굴로 우주 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약속 지키는 거다?

증오스러운 시초신의 물음에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슈리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잠시의 침묵 끝에 나중에 다시 찾아온다고 하고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알았다. 뒤늦게 하누만이 달려왔다.

슈리! 이게 어떻게 된…

…하누만.

…시간이 돌아간 것 같던데, 비슈누가 왔어?

슈리는 하누만이 비슈누가 그의 죽음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슈리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덕분에 모두 무사했네. 야크샤가 공경하라고 한 이유가 있었구나.

…아니야, 그거 아니야. 슈리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여성형의 하누만에게 기댔다. …하누만은, 비슈누가 그의 죽음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몰라도 되었다. 아니, 그뿐만 아니라 그냥, 모두가 몰라도 되었다. 왕의 죽음의 원인에게 우리의 목숨을 빚졌다는 사실은, 너무나 끔찍할 테니까.

그의 뒤를 이을 자신만 알면 되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16.

수라도 온 카사크 보고 그 꼬꼬마가 이렇게 자랐냐고 놀라는 바스키

특: 카사크 어린시절 본 적 없음

17.

정장 입은 슈리 보고싶다

제복도 좋아요... 야크샤는 동양풍 의복입고 부채랑 갓으로 얼굴 가리고 슈리는 정장(or제복)입고 흰 장갑 끼는데 둘 귀에 같은 디자인의 귀고리가 있으면

18.

슈리가 야크샤 과보호하는 게 보고싶다

19.

첩보물 얔슐 보고싶다

왕들은 전부 국장급 인사고 동족 나스들끼리 같은 부서의 중요 직급 차지하고 있는 거. 기관장은 아난타(젤 세서). 원래는 첩보 작전은 아수라족 전문인데 이번엔 아마 힘이 필요할거라고 전면전 전문인 부서 국장인 야크샤가 직접 나가는 거. 그리고 슈리가 휴가차 나간 곳에서 야크샤랑 마주치는 거.... 서로 한눈에 알아보지만 혹시 몰라서 티는 안 내고 각자 서로가 멀리 보이는 위치에 앉아서 암호 보내기. 대충 내용은 어디서 언제 만나자, 라져. 그리고 부관인 슈리에게 말도 없이 작전 나온 야크샤는 암호로 잡은 만남에서 멱살잡히기(??: 변함없이 화끈하구나..)

그리고 대충 계획 진행도랑 상세 정보 나누고, 무사히 돌아오라고 한 번 입 맞추고 슈리는 복귀. 야크샤가 보고하라고 한 거 그대로 보고하고, 아난타는 걱정이 태산..

원작대로라면 작전중 야크샤가 죽겠지만 싫으니까

걸렸지만 혼자서 유유히 돌파해 복귀했다고

20.

고딩에유

야크샤랑 도란도란 얘기하고 염장 지르다가 수행 하라고 불려온 슈리가

엄청 귀찮은 티 푹푹 내면서 쉬엄쉬엄하는데 신기록세우는 거 보고싶다

슈리: 야크샤~♡

야크샤: 대단했어(활짝

하누만: 무서운 불여우..

21.

그냥 뻘하지만

한 손에 슈리 안고 검을 겨누면서 위협하는 야크샤가 보고싶달까

야크샤는 안쓰럽다는 얼굴이지만 슈리 얼굴이 더 살벌해야..

22.

야크샤 생존해서 아난타 죄업 받아주는 게 보고싶다(쓸거지만

야크샤는 죄업 별로 없겠지

23. 맹세

【야크샤 님, 지켜드릴게요!】

보랏빛 어린 아이가 호기롭게 외쳤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어딘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아이들을 돌아보고를 반복하던 남자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한 번, 두 번, 느리게 눈을 깜빡인 남자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래주겠느냐?”

【네!】

“이리 고마울 데가 다 있나. 그럼 나중엔 부탁하마, 소나야.”

【맡겨주세요!】

아이의 보랏빛 정수리를 톡톡 쓰다듬어준 남자는 【수련하러 이만 실례하겠습니다!】라고 외치는 아이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위풍당당하게 어디론가 향하는 아이를 보며 미소짓던 남자는 제 목을 감싸오는 팔에 고개를 묻었다.

“우리 아이들도 안 하는 말이네.”

“들었어? 귀엽지 않느냐.”

“귀엽긴 하지만, 당신을 지키는 건 내 몫인걸.”

“내가 너흴 지켜야지… 자, 타티아. 왜 그리 서운한 얼굴을 하느냐.”

“어머.”

【아뇨, 그냥… 저도 지켜드릴 수 있어서.】

남자의 목을 감싸안았던 여자는 살짝 떨어져 남자와 시선을 마주쳤다. 우리 애 너무 귀엽지 않아? 누구 닮은 거지? 너 아니겠느냐. 당신같은데. 너다. 빠르게 시선만으로 말을 나눈 남자는 싱긋 웃으며 회색빛의 아이를 안아들었다. 익숙하게 안긴 아이에게, 남자는 나긋이 속삭였다.

“그럼, 우리 타티아도 할 수 있겠지. 아비는 든든하구나.”

“엄마는, 타티아?”

【슈, 슈리 님도…!】

“…대체 부모를 이름으로 부르는 건 누가 알려준 거니…”

“그러게나 말이다….”

짧게 한숨을 내쉰 남자는 아이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어트렸다. 뽀로통하게 볼을 부풀린 아이는 남자의 옷에 있는 털에 얼굴을 묻었다. 애정 가득 담긴 눈으로 둘을 보던 여자는 아이를 살짝 쓰다듬어 재우고 남자를 돌아보았다. 무슨 말을 할지 안다는 것처럼, 남자는 담담한 얼굴로 여자의 눈을 마주보았다.

“…근데, 걱정인걸.”

“…”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안 좋은 선택지만은 안 고르면 좋을 텐데…. 남자는 느리게 덧붙이고는 눈을 감아 여자의 어께에 기댔다.

【야크샤 님.】

아이를 돌아본 남자의 눈이 커졌다. 작은 편이긴 하지만, 이전에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많이 큰 모습. …설마, 남자는 최대한 천천히 숨을 삼켰다. 남자의 반응은 보이지 않은 듯, 아이는 뿌듯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야크샤 님을 지키다가 죽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어요. 이걸로 한 번 정도는 야크샤 님께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결국은…”

【…어… 야크샤 님?】

“…어쩌다, 그리 위험한 길을 택했느냐…”

남자는 많이 커진 아이를 안아주었다. 어리둥절한 얼굴을 한 아이는 머리카락 뒤로 살짝 느껴오는 뜨거운 물방울을 깨닫고 눈을 크게 떴다. 남자는 가만히 아이를 끌어안아주다가, 느리게 입을 열었다.

“아가, 소나야. 넌 존재 자체로 내게 도움이 된단다.”

【…! 정말요?】

“…그럼. 그러니 얘야, 날 지키는 것 말고, 다른 걸 부탁해도 되겠느냐?”

【…지키는 것 말고요?】

살짝 어두워진 금빛 눈을 알아차린 남자는 조심스레 아이의 등을 토닥였다. 살벌하게 올라오던 기세가 누그러지자, 남자는 아이와 눈을 마주했다.

“지켜주면 너무나 고맙지. 하지만, 날 지켜주는 것과 함께 타티아를 지켜주지 않겠느냐.”

【…타티아요?】

“응. 얼마 전, 그 아이의 언니가 죽었으니 말이다…”

【…아… …타티아를 지키면, 야크샤 님께도 좋은가요?】

“물론이지. 그 아이의 언니를 지켜주지 못했을 땐, 너무나 슬펐다. 네가 그 아이를 지켜준다면, 난 슬프지 않을 수 있을게야.”

【…그럼 할게요. 맡겨주세요.】

“믿음직스럽구나. 그럼 부탁하마.”

커진만큼 어두워진 아이가 가는 모습을, 남자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이가 완전히 사라지고,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은. ……저런 것을.”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섞여서, 쓰라린 얼굴로― 남자는 비참한 얼굴을 했다.

필멸이 아이를 삼키지 못하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었다.

24. 고딩에유 썰

슈리 바로 앞자리가 야크샤라서 (아무것도 몰랐던) 처음엔 안 보인다고 불만 많았는데 야크샤가 한번 뒤돌아보고 미안하다고 자리 바꿔줄까 물으니까 괜찮다고 무의식적으로 말하는 거 같은거..

댄스부에서 인원 부족하다고 야크샤 끌고가서 맨날 야크샤 바쁘다고 엄청 불평불만 내면서 쉬는시간에 독점하고 있는 슈리

음악시간에 쌤이 노래할 사람 불러서 조용한데 야크샤가 슈리 추천해서 슈리가 노래부르기.. 그리고 야크샤 시선은 슈리에게 고정

아이라바타가 영화보자고 해서 다같이 보는데 공포영화라서 슈리가 야크샤 손 꼭잡고 보는거.. 아니 야크샤가 잡는게 더 재밌겠다 근데 얘네 둘다 안 무서워할거같은데(점어디

슈리가 다쳐서 보건실 데려가는 얔샤.. 슈리는 암것도 아니라는데 얔샤는 본인이 호들갑 떨면서 걱정어린 얼굴로 다친데 살피기

진짜 친한 사람은 별로 없는데 대화는 웃으며 잘 나누고 모두가 반장 추천하는 사람 얔샤. 반장 관심 없고 야크샤가 되면 은근슬쩍 부반장 나가는 슈리

이건 고전이지만 비오는 날에 가만히 하늘 보다가 우산 없는 슈리에게 우산 주고 자기는 맡고 가는 얔샤

서클챌린지같은 거 야크샤 혼자만 60개 넘겨서 1등먹기.. 그리고 야크샤 손 계속 잡고 있던 진정한 승리자 슈리

1,2학년들 체육대회한다고 시끄러운데 쟤네 야크샤가 대회 나간거 못봐서 저정도로 저런다고 아난타가 농담하자 슈리가 진심으로 그렇다고 대답하기. 3학년은 참가 못함..

줄다리기 할 때 야크샤가 슈리 안 넘어지게 보호하면서 당겼는데도 잘 당겨서 이기면 좋겠다

아난타도 얔샤네 반일 경우.. 이거 아난타가 상대편이라 져도 슈리는 승자

체대에서 아난타 공평하게 사회맡기

사가라: 아니 그럼 우리가 불리하잖아 용용이들이나 멍냥이들은

용용이들: (단체 기권

그리고 우승은 멍냥이들

25.

페투판 현대패치.. 기장 크게 입어서 여자 느낌나기만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어차피 얼굴이 예쁘니까..

26.

우아하거나 귀여운 스타일 전문 페투판이랑 털털하거나 캐쥬얼한 스타일 전문 하누만(의외로 신경씀)

아무거나 입어도 다 괜찮은 야크슈리

27.

슈리 머리 묶어주는 야크샤 보고싶다

공부 안 하냐고 아수라가 웃으며 시비걸면 잠깐 굳었다가 내 사랑 신경써주는 게 더 즐겁지 않으냐 하기

제대로 굳었다가 라바나에게 가는 아수라랑 만족하고 야크샤에게 부비부비하는 슈리

28.

야크샤가 그랬을테니 아난타의 죄를 대신 받아주는 슈리가 보고싶다

야크샤의 유일한 미련에게 위험한 짓을 시킬 순 없어서 거절하는 아난타도..

그리고 회상으로 네 어려움을 함께 버텨주지 못해서 미안해, 미안하지만 슈리를 부탁한다. 하는 야크샤...

29.

슈리 꼬리 베고 자는 야크샤가 보고싶다.

아기 슈리가 야크샤 수라형에 누워서 자는 것도.. 아기얔샤가 꼬리 베고 자는 것도... 얔샤가 슈리 업어주는 거나 공주님안기 해주는 것도

30.

귀여운거 보고싶어요

아기얔샤랑 아기 슈리랑 란이랑 하누만이랑 페투판이랑 소나랑 타티아랑 다같이 옹기종기 모여서 자는 거 보고싶다

ㅓ 이거 언제 말한거같은

31.

ㅋㅋㅋㅋㅋ이마에 탁이.. 이안 이마에 탁이 버드키스하는 거 보고싶<저기요

-

아앜ㅋㅋㅋㅋㅋ 그그럼.. 짧게

이안이 (이유는 몰라도) 현실부정하다가 탁에게 저 정신차리게 한 대만 쳐주세요!! 하고 인간 대하듯이 하니까 탁이 가만히 고민하다가 이마에 톡 입술 대주는 거..요?(당연히 귀걸이 끼고

32.

“널 싫어했다.”

“……”

“지금은… 글쎄, 잘 모르겠고.”

“…네.”

게슴츠레하게 뜬 붉은 눈이 저와 똑닮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떤 식으로 받아들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의도대로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뭐, 상관없나. 분노만 남은 파멸의 용은 굳이 오해를 풀 의지가 없었다. 한숨조차 없던 짧은 침묵 후, 아비는 뒤로 돌아 아들을 보지 않았다.

“네가 지키고자 하는 걸 말해라.”

“…네?”

“나서서 볼 생각은 없다만, 이안의 유언이니… 네가 죽게 하지 않기 위해 신경은 써보마.”

이안. 아비의 의도 중 가장 명확한 이유.

짤막한 의문을 쉽게 털어버린 아들은 아비의 입장에선 긴 침묵 끝에, 먼 옛날과는 다르게 의문을 드러냈다. 용기를 낸 일이었다.

“제가 죽는다면, 신경써줄 이유가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

“그렇다면, 그냥 제가 살아서 지키는 편이 낫습니다.”

“…네가 죽지만 않는다면 네 맘대로 해라.”

“…네.”

죽음은 아들의 몫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일한 미련에게 파멸을 떠넘길 수 없기에. 아들은 마지막으로 반항했다.

아비는 그 반항을 묵인했다.

33.

검붉은 수라도, 고요히 눈을 감고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여인이 느리게 눈을 떴다. 분홍색 날카로운 눈에 비치인 것은, 그저 잠에서 깨자마자 온 것 같은 모양새의 세 개의 뿔이 달린 남자. 여인과는 거리가 있는 곳에서 앉아있던 청회색 피부의 여인이 태평한 어조로 말문을 텄다.

“왔나, 잠꾸러기들.”

“……하누만…”

남자는 가만히 여인, 하누만을 바라보았다. 뒤쪽에 펼쳐둔 망토를 흩날리며 남자와 여인이 자리한 곳에 착지한 하누만은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하누만의 이름을 부른 남자는 더욱더 느리게 주변을 둘러보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네가 왕인가?”

“그렇게 됐다.”

“…그런가…”

하누만을 통해 다른 누군가를 보는 듯,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남자는 이내 시선을 돌려 또다른 여인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둘의 대화를 바라보던 여인은 그제서야 앞으로 나섰다.

“…졸린데, 굳이 왔으니. 제대로 된 계책이 있길 바란다.”

“…”

“아이라바타.”

“…그래. 걱정하지 마.”

여인, 아이라바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몸을 돌려서 남자와 그 뒤의 녀석들에게 보인 것은, 혼돈의 아들. 거의 모든 이가 꺼리는 존재를 본 것 답지 않게, 남자와 그 뒤의 동족들은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였다. 그나마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인 것은 남자의 바로 뒤에 서있던 남자였다.

“…정말 반쪽짜리 혼돈이군. 칼리의 냄새가 나.”

“타크사카.”

“…내 아들에게 들었다. 별로 죽일 생각은 없어.”

“호, 옛날엔 패더니.”

“닥쳐. 아무튼, 아이라바타의 계획대로 하는 거냐, 브리트라?”

“…그래. 알아서 하라고 해.”

남자, 브리트라는 졸린 듯 반쯤 감긴 눈으로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마찬가지로 무미건조한 얼굴로 그 반응을 바라보다가, 타크사카라 불린 남자는 짤막한 한숨과 함께 거칠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 또 화가 났대, 능청스런 하누만의 물음에 짜증으로 대답하며, 타크샤카는 왕 대신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따르겠지만, 행여 잘못됐을 경우엔 각자의 판단대로 한다.”

불만 있나, 낮게 목소리를 깔면서 아이라바타를 바라보는 그 모습은 그녀를 인정했던 타크사카에게선 보기 드물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사안이라 생각했기에, 아이라바타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무감정하기에 단순히 넘어가는 이들을 보며, 하누만은 휙, 하고 휘파람을 내었다. 저렇게 간단히 넘어가다니, 옛날 우리 종족이었으면 꿈에도 꾸지 못했을 것을. ….

과거에 잠길 뻔한 것을 곧바로 떨쳐내며, 하누만은 피식 웃었다.

“그건 그렇고, 조용한 것들만 모여있으니 참 재미없네.”

“…”

“그래, 사랑을 해봤던 놈들이라면 내기라도 해보지 않겠나.”

저기 묶여있는 저 녀석과 그 인간 여자아이가, 본능을 이겨내고 우주를 존속시킬 수 있을지를.

34.

란은 완전히 지쳐서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이제는 거의 다 회복한 하누만은 봐주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와 같이 곰방대에 의해 날아가버린 하누만을 굳이 살피진 않으며 란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파란 하늘을 덮은 새하얀 구름, 익숙한 색에 란은 멍하니 떠오르는 존재를 불렀다.

“…야크샤님.”

“불렀느냐?”

“!”

불러서 나타난 것처럼, 란의 시야에 불쑥 나타난 소년은 가볍게 웃고는 일어나려는 란을 말렸다.

“일어나진 말거라. 기력부터 차근히 회복하고, 상처도 회복하거라.”

“…예.”

란은 언제나 그랬듯 조심히 대답했다. 이제는 그가 자신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한 톨만큼도 하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유난히도 혼나기 싫었으니까. 안그래도 다 낫지도 않은 채로 돌아다녔다고 혼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더 화나게 하기 싫으니까, 란은 가만히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따끔하지는 않느냐?”

“…괜찮습니다.”

“그래. 얼마 전에 받은 타박상에 효과가 좋은 약이니 걱정말거라.”

소년, 야크샤는 그리 말하며 거침없이 붉은 상처에 약을 발랐다.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고, 약을 발라주는 데에 집중하던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란은 느리게 입을 열었다.

“야크샤 님.”

“왜 그러느냐?”

“그냥 재생하면 될텐데… 굳이 약을 발라 치료하라 하신 건 어째서입니까?”

“넌 네가 정말 수라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야크샤는 질문이 떨어짐과 거의 동시에 물었다. 너무 빠르게 돌아온 질문에, 란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크샤는 그 모습을 분명히 보고 쓰게 웃었다.

“재생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기력이 필요하다. 지금이야 수명에 영향이 없지만,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면 네게 재생은 좋은 수가 아니야. 가뜩이나 짧은 인간의 삶, 그런 것 때문에 짧게 만드는 것을 버릇들이지 말거라.”

“…지금 하는 것과는 상관 없지 않습니까?”

“버릇이란 무서운 것이다. 얕잡아보지 않는 것이 좋을 게야.”

야크샤는 짖궂게 웃고는 약을 다 바른 곳을 툭툭 쳤다. 따갑게 아려오는 고통에 란이 일순간에 일어서자, 야크샤는 언제나 그래왔듯 어디론가 가버릴 것처럼 희미한 곳에 섰다.

“이곳에 있을 때만 약을 바른 다음에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돌아가서는 그냥 푹 쉬거라.”

“…돌아가면,”

“응?”

“…아닙니다. 다음은 언제인가요?”

“글쎄, 다음은 아마도―”

란은 밝힐 수 없는 진실을 꿀꺽 삼켜내고 그에게 다가갔다. 돌아간다는 것. 물론 기꺼운 말이지만, 그곳에는 그가 없었다.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택지는 없었지만, 그 사실은 언제나 란을 우울해하게 만들었다.

벌써 그에게 의지하는 것이 익숙해졌는데, 그가 없으면. 그의 사망을 다시 듣는 것은…

재생에 의지하지 말라는 것처럼 그에게도 의지하지 말라는 의미임을 알지만, 하지만.

란은 표정을 갈무리하고는 조금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야크샤에게 다가갔다.

수라의 힘에 의지하지 말라는 것은 알겠지만, 조금만 더.

그에게 너무 의지하지 말라는 것은 알겠지만, 이 순간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란은 야크샤를, 그의 보호자를 따라갔다.

어린 아이처럼, 말 잘 듣는 학생처럼.

성장해나가는 자식처럼.

35.

오늘 키스데이요...?

야크샤가 칭찬하면서 이마에 키스해줘서 칭찬할 때 이마에 입맞춰줘야 하는 건줄 아는 슈리가 보고싶네요.... 태초요 태초

그 이후로 딱히 칭찬해줄 사람 없어서(있어도 애들이라, 어른들 사이에선 칭찬하는 걸 못봐서) 그게 이상한 건줄 모르다가 하누만 칭찬해줄 일이 생겨서 잘했다고 이마에 뽀뽀해주려고 다가가는데 하누만 기겁

ㄴㅁ: ㅁ뭐하는 짓이야!!

ㅅㄹ: ? 칭찬해주려고.

ㄴㅁ: 근데 왜 다가와!! 미쳤어?!

ㅅㄹ: ?? 칭찬해줄 때는 이마에 키스해주는 거잖아?

ㄴㅁ: 누가 가르쳤어, 영감이지!! 영감은 몇만년 전에 고친 버릇을 왜 갖고 있는 거야!!

ㅅㄹ: ..? 야크샤도 아직 해주던데.

ㄴㅁ: 누구에게.

ㅅㄹ: 인간 아이들, 라크샤사들…

ㄴㅁ: 에이 씨x 애들이랑 다 큰 성인은 다르지!!

캐물어보니 슈리 말고 다른 나스나 아스나 인간 어른에겐 안 했다고 한다

=사심

=들키고 확 얼굴 빨개짐

36.

야크샤보고 아버지라고 부르는 란이 너무 보고싶어요..

37. 그 마법사와 남자

자줏빛 머리카락의 마법사는 쓰러지는 남자를 확인하고서야 주변을 돌아보았다. 온통 무너진 주변, 비릿하고 섬뜩한 검붉은색. …어제까지만 해도.

다시 한 번 남자를 바라보았다. 퓨즈가 끊긴 것처럼 멈춰버린 모습,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들썩이는 등이 아니었다면 죽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아니, 그냥 평소의 잠들어있는 모습인 것만 같았다. 다소 거칠게 흔들어서 깨우면 졸음기묻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살짝 미소지으며, 무슨 일이냐고 물어주는 상냥한. …상냥한.

조금 전의 포악한 모습을 떠올린 마법사는 한 발 늦게 무너졌다. 사랑해 마지않던 아빠인데, 이제 그렇게 볼 수 없었다.

엄마, 엄마가 옳았나봐요. …엄마는, 이럴 줄 알았던 건가요? 아니면, 엄마도 엄마가 이렇게 되어서도 아빠를 못 버릴 거라고 생각해서 먼저 가신 건가요. 아빠의 손에.

마법사는 흐릿한 시야를 억지로 들어 잠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저 손에 몇 명이 죽었는지, 저 손이 얼마나 다정했는지. 기억하고 있었기에, 마법사는 울면서도 그 손을 잡았다.

주변을 다 먼저 보내버린, 상냥했던 손을.

마법사는 번쩍 눈을 뜨고는 몸을 일으켰다. 너무도 힘들었던 그날의 기억은 때때로 마법사를 괴롭혔다. 바보같긴, 안고 가기로 했으면서. 원수를, 아빠를 데려가고 있으면서.

예민한 귀에 뭔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릴까, 이렇게 민폐를… 조금의 짜증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서던 마법사는 화들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계산했다.

“호티 바유.”

야크샤의 뼛조각인데, 카사크씨도 이거에 영향을 받나요? 아, 받나 보죠? 그때 그렇게 죽였는데, 이게 있었으면…

마법사의 푸른 눈에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이 둘러싸고 있는 그녀의 사람이 보였다. 가족이지만, 원수이지만, 이제는 그녀의 도움밖에는 받지 못하는 남자가 무력하게 무릎을 꿇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입술을 아득 짖씹은 마법사는 뒷 일은 생각하지도 않고 외쳤다.

“호티 아그니!”

한명이 들고 있던 누군가의 뼛조각이 불에 타기 시작했다. 들고 있던 것을 놓쳐버린 사람에게, 마법사는 자신의 무기를 겨누었다.

“뭐하는 짓이에요.”

“…아그웬 라조프?”

“뭐하는 짓이냐고.”

“…대변동 때 친지를 잃어서. 복수하려고 하는데요. 방해하지 마세요.”

“…우리 아빠라서,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이성적인 판단 못할 가족은 빠져요. 끼기만 해봐.”

“왜, 내가 끼면 안 되는데? 우리 아빠고, 내가 보호하고 있고…”

“당신은 보호하고 싶을 거 아니에요!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르면,”

“내가 더 많이 잃었어!!”

마법사가 격하게 외쳤다. 꿈에서 다시 봤던 이유는, 절망을 떠올리고 선택에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나보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선 남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부들부들 떨면서도 푸른 눈을 형형히 빛내며, 마법사는 뼈를 쥐고 있던 사람을 노려보았다.

“엄마, 친구, 애인, 다 잃었어. 그런데도 감싸기로 했고, 내 아빠는 내 책임이야.”

“…그,”

“꺼져, 나보다 원수라고 못 할 거면.”

사람들은 물러났다. 마법사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완전히 행동을 멈춘 듯 서있는 남자를 홱 돌아보았다. 짧은 머리카락, 인간의 팔. 가짜의 모습인데도, 뼈 하나에.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지.”

“…아그웬, 그.”

“됐어. …따라와, 카사크씨. 어서 이동하자.”

“……내일까진 쉰다며.”

“마음이 바꼈어.”

이런 곳에선 한시라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순식간에 다 죽였었으면서도, 자신이 없으면 무력한 사람을 이런 곳에서 데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런 사람이라도 아빠인걸. 하나밖에 안 남은 내 가족인걸. 지켜야지. 내가 정신 차려야지.

가짜 모습에 화풀이해봤자 의미없다는 것은 알지만, 한 번 쏟아내니 어처구니없게도 미안해졌다. 그 사람은 더 미안할 사람이니까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도. 본모습에선 어떤 것에도 감흥이 없을 텐데도.

마법사는 남자의 매끈한 손을 잡아 이끌었다. 어서 빨리 나가야했다.

38.

아니 지금 되게 제정신 아닌데 이와중에 비슈누랑 거래해서 첫사랑 죽이고 자신이 남아있다가 못 잊으니까 떠난 척 얔샤 동향 살피고(하누만은 눈치챘지만 차마 말 못하고) 얔샤는 자신이 잘못해서 슈리까지 떠난 줄 알다가 용기내서 다시 찾아가니까 무표정하게 얼굴 꾸며내고 적대하는 척하는 슈리가

39. 속이다

분홍빛의 여우가 고요한 눈으로 왕을 바라보았다. 텅 빈 푸른 눈, '그녀'가 떠난 자리만을 바라보는 시선. 왕의 감정은 나스티카인 여우의 가슴까지 끌어내릴 정도로 먹먹하고 깊다. 얼마나 있었더라, 여우는 한없이 이성적인 머리로 그의 곁을 지킨 세월을 떠올렸다. 그녀가 있기 전부터, 지금까지.

좋아한다는 티를… 냈던것 같기는 하다. 그녀와의 사랑놀음에 빠져있던 여우의 왕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지만, 여우는 충분히 티를 내었다. 정말 오랫동안, 같은 마음으로 같은 자리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여우는 이제는 잠시 빠져있을 때라는 것을 알았다.

야크샤.

야크샤.

…아, 불렀느냐.

…야크샤,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이젠… 놓아줄 때가 된 거 아닐까.

…슈리야, 너까지―

야크샤.

……

텅 비었던 푸른 눈이 제쪽을 담았다. 아무 감정 없는 시선 하나로도 난 이렇게 좋아하는데, 저는. 여우는 티나지 않게 소매 속 자신의 팔을 할퀴었다. 쓸쓸한 얼굴을, 할 말을 참으며 입술을 깨무는 모습을 꾸며냈다. 무언가 알아차린 것처럼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이 보였다. 입을 열기도 전에, 그가 작게 소리내었다.

미안해.

미안하다, 슈리야. …그렇지만, 나는.

됐어. 가볼게.

…잠깐, 슈리야,

오지 마. 지금 널 더 보면 비참할 것 같으니까.

…슈리야.

…그럼 이만.

여우는 몸을 돌렸다. 어차피 그가 잊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안했었다. 그러니, 자신의 중요함을 알아차리도록. 그가 자신을 찾도록. 그가 곁에 남아있도록, 묶어두기 위해서.

진실을 아는 유일한 자는 그 진실을 이뤄내는 것과 거울 속 숙적을 견제하다가 사라진 참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정도면 충분했다.

왕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차마 따라갈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무력하게 여우가 떠나간 자리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반려가 돌아오지 못할 길로 떠나고, 탄생부터 함께했던 심복이 울며 떠나고. 왕에겐 더이상 움직일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심복이 떠난 것은 그 때문이었겠지만 말이다.

영감!!

떠났던 여우와 거의 비슷하게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또다른 이가 나타났다. 또 뭔가를 부수고 죽였는지, 비릿한 피와 먼지의 냄새가 났지만 왕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제기랄, 이런 놈 두고 불여우는 어디 간 거야! 심복은 험한 말을 씹어삼키며 왕을 일으켜 세웠다. 뿌리치지조차 않는 모습이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제길, 걔는 왜 두고 가서. 이유도 없이…. …? …이유…? 어딘가 감이 짚힌 심복은 왕을 대충 부축해 움직이며 생각에 잠겼다. …맞을 것 같지는 않으니, 우선 입은 다물어야 할 것 같았다.

왕을 억지로 일으켜 끌고 인간들의 행성으로 온 심복은 멍하니 끌려온 왕의 입에 채소 꼬치를 꽂아 넣었다. 1초, 2초, 채소의 은은하게 달큰한 맛이 느껴졌는지 텅 비어있던 왕의 얼굴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정신 좀 드냐?

…굳이 음식을.

영감이 정신을 못 차리니까 그렇지. 불여우는? 걔가 영감 살피겠다고 해서 자리 비웠던 건데, 왜 영감만 바보같이 혼자 있었어?

…슈리는,

섬세하니 잘생긴 얼굴에 다시금 빗장이 쳐졌다. 울지도 못하고 삼켜내느라 엉망인 기색이 선명했지만, 그런 얼굴로도 미모는 안 가려졌고… 심복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얼굴을 하고 있으니 너무 시선이 쏠렸다. 왕이 중요한 얘기를 할 것 같지만, 그걸 들을만한 주변이 아니었다.

외모 나이 좀 낮춰. 시선 귀찮잖아.

…그래.

아니, 여기서 하라는 건 아니고…! …하아.

들을 정신머리 없는 수라에게 말해서 무엇하겠나. 심복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왕의 곁에 다가가 앉았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채였지만,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그래서, 슈리는?

…떠났다.

뭐?

내가 미련해서지…. …상처를 준 것 같구나.

아니리라고 확신했지만, 심복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별로 섬세하지는 않은 본인이지만 여우의 본모습을 들었다간, 심복이 품고 있는 의심을 알았다간 왕은 무너질 터였다. 아, 근데 진짜 복잡해. 어려워. 심복은 머리를 배배 꼬았다.

…뭐, 아난타나 아이라바타라도 불러줘?

…아.

잊고 있었구만…. …당분간은 같이 있어줄게. 대신 기운 좀 차려. 슈리 걘 그냥 영감 하는 거 봐주고만 있었겠지만 난 달라.

…그래, 고맙다. 노력해보마…

그 말 늘이는 것부터 고쳐봐, 좀.

…그래.

왕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생각보다 수월한데, 불여우 걘 대체 뭘 한 거지. …아니 그보단… 얼마나 오래 혼자 있던 거야? 깊어지는 의심에 심복은 왕 몰래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여우는 기다리던 기척을 느꼈다. 묵직하게 내려앉는 힘, 빛과 물의 향. 흐릿하게 미소짓던 얼굴은 눈앞에 그가 나타나자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췄다. 차갑기 그지없는 얼굴을 꾸며내며, 여우는 왕을 바라보았다.

…슈리야.

…무슨 일이야?

…미안하다고, 하려고.

왜, 그럴 필요 없는데.

미안하다.

…미안해.

그 이후,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만 다니던 왕이 지금 취한 모습은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어느정도 빛이 돌아온 푸른 눈을, 여우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직접 보지는 않아서 꼭 직접 보고 싶었다.

뭐가, 당신이 내게 그럴 이유는 없잖아.

슈리야.

왜.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그러니까, 뭐가.

…그걸 내 입으로 말하라는 게냐.

조금만 더. 여우는 말없이 왕을 바라보았다. 곤란한 듯 미약하게 물기어린 눈을 하다가, 왕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난, 네 마음을 받아주지 못해.

…그렇지만, 너까지 보낼수는 없어.

……

…미안하다. 너무나 이기적이고 잔인한 말이라는 것은 안다. 그러니,

좋아.

여우는 적기를 놓치지 않았다. 더 있었으면 사려깊은 왕은 용서만 해주면 안되겠냐는 식으로 바람을 낮출 터였다. 이걸 바랐는데, 놓칠 수는 없었다.

진심이냐고, 괜찮겠느냐고 묻는 듯한 시선이 돌아왔다. 괜찮다고 가볍게 웃어주고, 여우는 왕 몰래 미소지었다.

이제 왕에게 최우선 순위는 그녀가 아니라 자신이었다.

왕은, 먼저 떠나지 않을 것이다.

40.

“내 제안을 더 생각해보는 것이 어떠냐?”

부스스한 검은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자신만만한 얼굴을 하고선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청록색 눈이 인상적인 여자였다. 그녀와는 정반대로 가히 새하얗다 이를 수 있을 남자가 곤란한 듯 짤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로서는 곤란하기만 할 뿐이었다.

“글쎄…”

깊고도 푸른 남자의 눈이 건조하게 말라 있다가 여자를 바라보았다. 현 우주의 창조 이전부터 존재했던 자, 혼돈의 정점. 속내를 읽으려는듯 청록색 눈이 흉흉한 안광을 내비추고 있었다. 남자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경계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혼돈의 제안을 받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남자의 얼굴은 올곧았다. 그 어떤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얼굴이었다. 여자가 여유로운 태도로 손을 든 순간, 새하얀 빛이 남자와 여자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당신의 편이 될 생각은 한 치도 없으니, 이만 물러가시길.”

단호하기가 철옹성과 같은 축객령이었다.

“이제는 내 제안을 들을 마음이 생겼나?”

형형하게 빛을 발하는 청록색 눈이 다 해져서 너덜너덜한 마음을 바라보았다. 평상시의 맑은 빛은 온데간데없는 죽은 벽안이 힘없이 여자를 바라보았다.

“야차의 왕이 이런 꼴이라니, 불명예도 이런 불명예가 없구나. 그토록 아끼던 반려를 잃고…”

“…”

“너도 억울하지 않느냐? 너만큼 자애롭고 신들에게, 인간들에게 우호적인 이가 어디에 있다고… 호전적인 동족들을 누르기 위해, 하나뿐인 반려와 사랑을 나눌 때조차도 평정을 유지한 너이거늘.”

“……”

“내 제안을 받아들이거라. 네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마. 네 반려를 죽인 녀석들에게도―”

“그만.”

인형처럼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남자가 말했다. 빛 없이 메마르고 황폐해졌던 푸른 눈에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

“당신은 제가 머저리인줄 아시는 겁니까? 지난번에도 말했던 것이지만, 다시 한 번 말하겠습니다. 혼돈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일은, 당신의 편이 되는 일은 없습니다.”

새하얀 남자의 푸른 눈 뒤로 넘실거리는 격노의 불꽃을 확인한 여자는 오만하게 웃고있던 얼굴을 그만두었다. 거절은 진심이었고, 단단하고, 틈이 없었다. 평생에 걸쳐 사랑하기로 맹약했던 반려가 죽었음에도 그저 너덜너덜해졌을 뿐 구멍은 없었다. …믿을 수 없군, 여자는 남자 몰래 긴장을 숨겼다.

멍청한 비슈누, 멍청한 브라흐마. 그 아난타보다도 정신적으로 파고들기 어려운 놈을 만들면 어쩌자는 것인가. 남자를 창조해낸 이들을 잠시 욕하고, 여자는 다시금 시선을 돌리려는 남자를 보았다. 참으로 간단해보이지만 은근히 꼬여있는 저 속은 깨달음을 얻기 직전인 이들만이 지닌 것이고, 제 속을 저는 파악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드물게도 순수한 의문으로, 여자는 입을 열었다.

“왜 거절하지?”

“…”

몸을 이끌던 남자가 여자를 돌아보았다. 여자는 순수한 의문이라고 대충 어께를 으쓱하며 질문을 이었다.

“나와 손을 잡으면 네 고통을 확실히 사그라뜨릴 수 있을텐데.”

하, 남자의 입에서 가볍다면 가벼울 실소가 새어나왔다. 대답할 가치도 없는 질문이지만 여자는 자신 이전부터 있어왔던 존재이니, 남자는 최소한의 예의로 망설임없이 답했다.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일 뿐입니다.”

“…호.”

“왕으로서, 옳고 최선인 선택을 해야지요. 당신의 제안은 옳지 않습니다. 당신과 함께한다면 난 필연적으로 옳지 못한 일을 하게 될 테니까요.”

“변치 않으리라는 건가?”

“변치 않으려고 할겁니다.”

깨달음을 얻은 자의 눈은 잠시 죽었을 지언정 여전히 올곧다. 겁도 없이 여자의 청록색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던 남자의 앞에 또다시 빙벽이 나타났다.

“돌아가십시오.”

황폐해지고 의지없던 이의 소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단호하고 정의로운 목소리였다.

올리브빛 머리카락으로 눈을 가린 소년은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거대한 이름이 무너지는 순간을, 소년은 똑똑히 기억에 새겼다.

“무엇을 그리 보고 있지?”

상상도 못할 세월을 적대해왔던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소년의 예상 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소년은 잠시 굳었다가 살짝 미소지었다. 아무래도 평소와는 달리 대화할 성질머리로 맞춰둔 상태인 듯 했으니, 소년도 굳이 험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었다.

“야크샤의 이름이 무너지는 걸 보고 있지.”

“그래, 죽었나.”

“네 패 중 하나가 스러지는 걸 보는 기분은 어때?”

“내 패?”

여자의 청록빛 눈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소년의 형용할 수 없는 빛의 눈이 그런 여자를 바라보았다. 왜 침묵할까, 그런 녀석은 아닌데. 잠시 후, 여자는 피식 웃었다.

“글쎄, 계획엔 있었지만 수중에 들어오지는 않은 녀석에게 감흥이 있을리가.”

“…수중에 들어오진 않았다고?”

“그래. 저런 힘을 가지고, 내 설득의 힘에조차 휘말리지 않는 녀석을 만들어낸 너희를 꽤나 욕했었지.”

“…그럴리가…”

“뭘 그리 확신하지? 수라 중에서도 일찍이 깨달은 녀석들에 대해선 잘 읽지도 못하지 않나.”

“해탈할 가능성은 없었어.”

“그렇겠지, 왕이었으니.”

소년의 굳은 얼굴을 보며, 여자는 진심으로 웃었다. 멍청하게도 올곧고 다정하던 야차의 왕이여, 비록 수중에 들어오지는 않은 너지만 내 긴 생에 손꼽힐 즐거움을 만들어주었구나.

소년은 흔치않게도 굳은 얼굴이었다. 여자는 즐거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네 덕분에 이번에도 이길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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