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베라

#4 (23.01.31 재업)

~2023/01/30. 뒤로 갈수록 최신. 야크샤 위주지만 슬슬 리퀘로 다른 캐 o. 얔슐 있음.. 앞은 대부분 얔슐

ESAVIR by Riv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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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얔슐

비오는 날 슈리 꼬리랑 머리카락 젖어서 야크샤가 말려주는거 보고싶다. 같은 우산 쓰고 갔는데 야크샤가 훨씬 많이 젖어있어도 좋고....

비와서 주변은 차가운데 평소 시원한 편이던 야크샤 손이 상대적으로 따뜻해서 머리카락 잡아주다가 살짝 목에 스치자 그거 느끼고 움츠리는 슈리

2.

“착해 빠져서는.”

공감되지 않는 말이었다.

“착하구나… 안타깝네.”

이해할 수 없었다.

“…에이, 너무 착해도 문제야.”

내가 착하다면, 난.

내 앞에서 스러져갔던 이들은.

“…그런 거 아니다.”

언제고 부정해왔다.

놓쳤던 손을 떠올리면 받을수 없었다.

그런데,

“착한 너를, 좋아해.”

너만은.

3.

타장은 일단 여기서 끊고

야크샤 업고 다니는 란이 보고싶어요

조금 확장시켜서

의외로 장난기 많은 야크샤니까

란이 겉모습만 보고 무의식적으로 애취급하니까 피식 웃고 업히는 게 보고싶어요

4. 얼어붙은 우주

란 사이로페는 한순간 시야를 가로막은 새하얀 빛을 피해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꺼풀 너머로 보이는 빛이 사라졌을 무렵, 란은 조심스레 주위를 경계하며 눈을 떴다. 그저 새하얗기만 하던 공간에서, 이렇게 눈부신 빛이 나는 것도 불길하게만 느껴졌다.

“네가 왜 여기에 있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란은 놀라서 옆을 바라보았다. 금빛이 감도는 분홍색 눈을 가진 최강의 존재가 놀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난타 님?”

“여기 있으면 안돼, 여긴 곧 사라질 우주야.”

“…예?”

“얼른 돌아가자. 데려다줄게.”

아난타는 급하게 란의 팔을 잡아 이끌었다. 멍하니 끌려가던 란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한기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발을 멈췄다.

아난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눈으로 란을 바라보았다. 뼛속까지 얼어버릴 것 같은 한기 속에서, 란은 속절없이 몸을 떨었다. 추위 때문만은 아니고, 한기의 주인이 누구인지 깨달은 탓도 있었다.

“어서 와.”

“…아난타 님, 이거. 이 한기는,”

“…춥지? 지금, 정말 슬퍼하고 있거든.”

“대체…”

“…남은 것 중 가장 많은 마음을 건내줬던 존재가 죽었거든.”

아난타의 목소리엔 공허한 씁쓸함이 담겨 있었다. 곧 쓰러질 것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란은 애써 아난타의 모습을 살폈다.

이 한기에 조금의 영향도 받지 않은 모습인 건, 나스티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난타'라서일까.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란은 고개를 내저어 머릿속을 비우고는 어딘가를 똑바로 가리켰다.

“데려다주세요.”

“가는 도중에 죽을 수도 있어.”

“괜찮습니다.”

“보고 싶은 존재가 있잖아?”

“…절 죽이지는 않으실 테니까요.”

근거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길이 없는 자신감이기는 하지만.

아난타는 말없이 란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얼어가는 땅을, 자신의 입에서도 나오기 시작한 희뿌연 김을.

아난타는 란의 손을 다시 한 번 잡았다. 이제껏 가던 방향과는 반대쪽으로 이끌었다.

“야크샤는 이쪽이야.”

“…괜찮으신가요?”

“괜찮을 것 같니?”

“그건 아니지만…”

“자신마저도 얼어붙는 한기를 머금고 있어. 내가 최대한 막아주겠지만… 얼기 시작하면 떨어지렴. 야크샤는 널 죽이고 싶지 않을 테니까.”

비장한 얼굴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증명하기엔 충분했다.

서서히 둔해지는 몸을 억지로 움직이며 고개를 끄덕이고, 란은 아난타가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땅바닥에 굳게 깔린 얼음, 공기에 묻어나 공기와 마주한 것들을 죄다 얼려버리는 한기. 이런 두려운 온도가 그 다정한 왕으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려웠다. 아난타는 힐끔 란을 바라보곤 말했다.

“우주가 얼어붙고 있어서 더 차가운 거야.”

“…!”

“이 한기 때문에 얼고 있는 것도 맞지만… 서로 상호작용을 해서, 더 차가워졌어. 어느정도 조절하던 게 엉망이 됐네.”

하나같이 엄청난 얘기라서 진정하기는 힘들었지만, 란은 무사히 가장 중요한 지점을 들었다. '어느정도 조절하던', 그들의 왕이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말릴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안심한 김에 물은 말은 조금 위험했지만, 아난타는 말해놓고 저가 당황한 란을 대수롭지 않게 보고는 친구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말리면 야크샤가 마르고 힘들어질 텐데.”

“…!”

“굳이 그런 걸 감수하고 싶진 않아서.”

아난타는 란을 돌아보지 않았다. 이윽고 웬 벽 앞에 도달하자, 란은 그제서야 아난타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울음을 참는 듯한 얼굴은 아난타가 지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모습이었다.

“…아난타님. 실례지만…,”

“응. 뭔데?”

“…우실 것 같아요.”

“…”

“…몇번이고 본 것, 아니었나요.”

“…이렇게 아파하는 건 별로 없으니까.”

조심스러운 질문에 조심스럽게 대답하곤, 아난타는 벽 앞에 섰다.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 속에서도 멀쩡하게 움직이던 아난타의 손에 성에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놀라서 숨을 삼키는 란에게, 아난타는 방금의 대화가 없었던 것처럼 싱긋 웃어보였다.

“이 너머는 진짜 얼 수도 있어. 그래도 갈 거지?”

“…네.”

“…그래. 그럼 이걸 가지고 있으렴.”

“? 이게 뭔데요?”

“아그니의 마지막 선물.”

“…?”

“자, 가자. 잠깐만 능력 쓸게.”

그리고, 세상이 멈췄다. 놀란 눈의 란에게 딱히 부연설명을 덧붙여주지는 않으며, 아난타는 가볍게 뛰어서 벽 안으로 들어갔다.

“…윽,”

“괜찮아? 돌아가도―”

“괜찮아요. …버틸 수 있습니다.”

란은 사정없이 일그러지는 얼굴을 애써 부드럽게 만들어 보였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세상은, 벽 너머는, 정말 바깥과는 차원이 다르게 차갑고 아팠다.

“…너 얼고 있는데.”

“괜찮아요.”

“…그래.”

아난타는 침묵하다가 짧게 대답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여기부턴 조금 속도를 높일게. 너무 갑자기 차가워져도 얼 수 있으니까 멈추진 않을 거고…”

“…”

“…야크샤를 잘 부탁해.”

란은 지금, 어느 거대한 문 앞에 서있었다. 이미 몸이 어느 정도 얼어서 제대로 서있기도 버거웠지만, 최대한 버티고 있었다. 스승이 자신을 죽일 리는 없겠지만, 자신인지 모르는 상황에선 혹시 모르는데. 뒤늦게 쓰게 웃으며, 란은 만지자마자 손이 얼어붙는 문을 그에게 배운 초월기를 통해 부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그의 바로 앞인 이곳은 여태 지나온 곳들 중에서도 유난히 추웠다.

“…야크샤 님.”

그 추운 곳에, 새하얀 남자가 잠들어 있었다.

소년의 모습만을 보았던 란이지만, 그가 스승이라는 것은 굳이 그의 확언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란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야크샤는 굳게 감긴 눈을 뜨지 않았다. 서글프게 울상을 지은 란은 한걸음, 한걸음, 그에게 다가갔다.

“야크샤 님.”

“…”

“…저 왔어요.”

한걸음 다가갈 때마다 폐가 얼어붙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야크샤의 몸조차도 얼어붙고 있었다. 몸이 많이 얼어서 아예 통각이 무뎌졌다.

그래도, 란은 그에게 다가갔다.

“안 반겨…주시, 나요. 저 기대했어요.”

말 한마디 내뱉는 것이 버거웠다. 몸이 더이상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란은 마침내 그의 바로 앞에 다다랐다.

“…보고싶었어요.”

“…”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었어요.”

“…”

“…못, 만날 줄 알았는데. 만나서, 다행,”

눈앞이 새하얘졌다. 란은 더이상은 무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아니, 깨닫고 자시고 더이상 앞이 보이지도 않았고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란은 최대한 더듬거리며 야크샤를 찾았다. 찾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몰랐지만, 다른 이가 보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몰랐다.

그러다 문득, 너무나 따스해서 뜨겁게까지 느껴지는 것이 자신을 끌어안았다는 것을 알았다.

새하얗던 시야가 천천히 제 색을 되찾았다. 란은 멍하니 눈앞의 새하얀 털을 바라보았다. 따스한 체온, 차가운 공기 속 뜨거운 열기.

“…야크,”

“말하지 말거라. 아직 속이 얼었다.”

“…아. …네…”

“…이 지경이 되면서, 내게 다가왔어…”

너무나 익숙하고 다정한 애정이 느껴졌다.

(→얼어붙은 우주)

5.

비하인드

1. 가능성의 우주.. 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실시간으로 무너지는 우주네요. 야크샤는 육탄 전문이지만 감정에 영향받아서 초월기가 무지막지하게 세졌습니다. 아난타가 지키고 있어서 가루다도 못 막았음.

2. 원래는 얔슐에 란크샤 썰이었는데 아난타가 커졌습니당

3. 야크샤가 죽은 시점에 슈리가 대신 죽었다면?의 이프 세계입니다. 칼리와 거래해서 대신 죽고 칼리 손에 영혼이 들어갈 뻔 하는데 야크샤가 폭주해서 무사히 0차원.. 아니 이게 무사힌가? 아무튼 그런 설정.

4. 야크샤 나름대로는 벽도 만들고 자신의 한기로부터 세상을 지키려고 해봤는데 아난타가 안 도와줘서 장렬히 실패하고 우주가 얼어붙었습니다.

5. 우주가 얼어붙으면서 불은 사라졌습니다. 아그니는 소멸하기 직전 브릴리스의 영혼에게 전해달라고 자신의 힘을 담은 아이템을 아난타에게 넘겼는데 브릴리스 영혼은 그시점에 이미 저승에 있었다고..

6. 다른 속성들은 그나마 사라지지 않아서 다른 신들은 남아있지만.. 힘은 많이 약해졌습니다. 바루나의 힘은 강해졌지만 야크샤의 장악력이 더 강합니다. 비슈누는 시간을 돌리려고 시도하다가 칼리의 거래를 되돌릴 수 없어서, 너무 돌려서 사라짐.

7. 다 죽어서 야마의 일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자연사'라는 개념이 남아있는 존재가 거의 없어서 소멸 직전이긴 하지만.

8. 해당 행성은 윌라르브입니다. 슈리가 죽고 몇시간 뒤에 야크샤의 폭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수라도 및 신계까지 얼어붙어서 현재 살아있는 건 극소수의 나스티카, 아스티카, 10명 이내의 인간 뿐입니다.

9. 야크샤는 자신으로 인한 피해를 줄여야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런 것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마음의 대부분을 건넸던 상대가 자신 때문에 죽어서... 태초시절 이상으로 허무와 공허에 사로잡힌 상태. 아난타는 그런 야크샤를 설득하지 않습니다. 야크샤의 생존보다는 야크샤의 행복을 추구하게 된 계기가 된 가능성입니다.

10. 저시점 야크샤는 죽기 직전입니다. 야크샤의 한기에 얼어붙던 란에겐 따스하게 느껴졌겠지만 이미 살아있는 이의 체온은 아니었죠. 마주친 순간 한기의 근원이던 심장이 잠시 사라지면서 야크샤의 몸은 오히려 좀 녹았습니다. 얼던 근원이 사라져서 란도 야크샤의 바로 앞에서 말할 수 있었습니다.

11. 이후 란은 야크샤보고 아버지라고 부르고, 야크샤는 활짝 웃으며 이 세상에 남아있는 유일한 자식을 원래의 세계로 보냅니다. 아난타가 도와줬습니다.

12. 아난타가 얼어붙지 않은 것은 이름의 힘이나 상성이나 그런 게 아니라 야크샤가 얼어붙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어서입니다. 아난타도 야크샤와 자신 외의 시간을 멈추지 않으면 야크샤와 대화할 수 없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얼어붙습니다.

13. 야크샤족 수라들은 몇몇 남아있기는 했지만.. 감정 동조화가 심하게 돼서 자폭한 이들이 많습니다. 나스조차도 동조했고, 랔샤 이하는 전멸. 다만 다른 수라종도 비슷비슷한 상황이라 오히려 나은 수준. 제일 안 좋은 건 용족입니다. 아그니가 소멸해서 굉장히 약해짐.(반대급부로 바루나가 강해져서 그나마 나은 상황인 건 간달족)

14. 시간대는 본 시간대에서 야크샤가 죽은 시점에서 백여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15. 아난타의 계획은 야크샤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시간을 돌리는 거였는데.. 노뜬금 란의 등장으로... 그래도 웃으며 눈을 감은 야크샤를 보며 다행이라고 안도한 편.

16. 공허한 상태인 건 변하지 않았기에 란과 만난 시점 야크샤는 자신 때문에 누가 죽었다고 해도 그냥 그렇구나.. 합니다. 해탈 직전인데 가버린 슈리에 대한 그리움과 자기혐오가 너무 커서 해탈 불가.

6.

마지막으로 가장 많은 마음을 내어준 존재가 떠났는데, 그 존재의 유언이 "행복하게, 살아. 우주의 끝을 봐. 그리고 다음 우주에서 날 찾아줘. 그때는 내가 당신의 첫번째인 거야." 라서 따라가지도 못하고 서글프게 사는 야크샤

친구는 위로해주고 동족들도 공감해주지만 털어내지 못하고..

마침내 어린 제자를 만났을 때에는, 이제야 끝임을 짐작하고 미소짓기. 행복하라는 부분은 못 지킨 것 같은데, 그래도 애써 버텼으니 봐주지 않을까 희망하며..

란 지키다가 자신이 죽어도 좋아요. 우는 란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서 보여주며, "행복하게 살거라. 이 우주의 끝까지, 네 행복을 지키도록 해."...

그리고 무거운 눈꺼풀을 감는데, 유언을 못 지켰음을 깨닫고 씁쓸한 얼굴을 하기. 서글픈 물방울 하나가 볼을 타고 흐르고..

분홍빛이 다가옴..

7.

“…괜찮다. 차분히, 천천히… 너 자신을 되찾도록 해. 너 자신을 빼앗기지 말거라. 내 힘을 가지고선, 그리 약하면 오히려 민폐가 될 것이야. …넌 강한 아이이니, 괜찮겠지만 말이다.”

8.

란과 수련하다가 습관상 잠들었는데 하누만은 영감님 습관 알고 있어서 얌전히 이불 비스무리 덮어주고 란은 앗, 저기서 자면 몸 안 좋아질텐데. 하고 야크샤 안아드는거 보고싶어요. 물론 나스인 스승님은 그 즉시 깨서 란을 난처하게 만들기

9.

구배라au

란이 시험 끝나고 시험 왜이리 어렵냐고 윤사쌤(최애쌤)께 한탄하는게 보고싶다

야크샤: 다 맞았던걸(저기요 스포)

란: !

10. 꼭두각시

“가엾은 것…”

흐려진 바닷빛 눈이 실소를 머금었다. 새하얀 털이 엉망으로 피에 얼룩져 있는데도, 태연한 얼굴은 조금의 비장함을 띄는 것 말고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붉은 역안이 불쾌함을 가득 담아 찌푸려졌다. 아마도 우주에서 가장 교활할 이는 범의 목을 틀어쥔 손에 힘을 주었다.

“누가 가엾다는 거냐. 내가, 네가 그리도 약하게 보고 아래로 여기는 인간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거냐? 오만한 것도 정도가 있다, 야크샤…!! 너랑 난 같은 위치다. 난 네가 가엾게 볼만한 이가 아니야!”

“…내가, 인간을 약하게 보았다…라.”

가차없이 목이 졸리는 와중에도, 범은 가볍게 웃었다.

아니, 웃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어차피 가벼워진 의식, 범은 굳이 터져나오는 실소를 막지 않았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게 보였다면, 넌 내 생각보다 날 잘 몰랐나 보구나….”

“…뭐?”

“가엾은 아수라… 종족만을 위하는 모습은 대단하다 생각했건만.”

“무슨 헛소리를…!”

“계속 고민해보거라.”

난 이만 가지만, 내 견해를 받아들인 이들이 계속 나타날테니.

푸른 눈에 일어난 마지막 불꽃이 매섭게 타올랐다.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불쾌감을 품고, 아수라는 오랜 악연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야크샤의 목을 잡은 손에 뜨거운 열기를 쏟아냈다.

푸른 눈의 빛이 사라졌다.

아수라는 범의 뒤를 이어 짐승들의 왕이 된 여우에게 다가갔다. 우습게도 가엽다는 둥 헛소리를 지껄이다 간 야크샤의 연인이었지만, 어차피 수라는 연인 관계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종족 관계를 신경쓸 필요가 있으니 그쪽도 말을 들으리라 예상했다.

“여, 슈리.”

히죽 웃으며 다가간 벌레들의 왕에게, 차갑게 내려앉은 붉은 눈이 시선을 주었다.

아수라가 말을 끝맺자, 슈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입가에 실소를 머금었다. 아, 또다. 그 얼굴. 얼마 전 죽은 이가 마지막으로 보였던 얼굴을 비춰본 아수라 역시 고요히 얼굴을 찌푸렸다. 아수라가 무슨 말을 하던 바라만 보던 여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야크샤가, 네게 마지막으로 뭐라 말했을지 알 것 같네.”

“…뭐?”

“가엾은 것.”

“……”

“맞지? 참… 완고하단 말이야, 야크샤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별로, 야크샤를 죽인 너랑 하고 싶은 얘기같은 거 없는데. 가엽다고 해주고 싶지도 않고.”

검은 얼굴이 싸하게 굳었다. 슈리는 어느새 곁에 다가온 하누만의 손을 잡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적대적인 짐승의 눈을 입술만 씹으며 바라보는 아수라를, 슈리는 슬쩍 돌아보았다.

“야크샤를 죽였는데, 우리를 죽이면 어떻게 될지… 네가 모를 리가 없지.”

“…”

“넌 모든 걸 네 종족을 위해 하잖아?”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냥 그렇다고. 어차피 우릴 죽이지도 못할 거, 거기에 멍청하게 서서 계속 고민해. 야크샤가 했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슈리와 하누만은 그냥 걸어서 돌아갔다. 그 의도를 의심하던 아수라의 귀에,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그것이 의도였을 것이다.

“…응… 의도는 알겠어. …음. …응. 납득은 안 되지만. …그래…. …가엽네. 꼭두각시야.”

꼭두각시, 기껏해야 네 글자밖에 안되는 단어가 유독 선명하게 남았다.

아수라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눈앞의 인간을 내려다보았다. 하누만의 손자, 완전히 인간으로 분류되는 주제에 라크샤사에 비등할 정도의 초월 수치를 가지고 있는 인간.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익숙한데― 위화감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인간 주제에, 명령이냐?”

“……지금 그걸 따질 때라고 생각하신다면, 이 자리에서 당신을 죽일 수밖에 없는데요.”

“…하누만의 손자라고 봐주는 것도 정도가 있다. 건방지긴…”

“뭐, 협력 좀 해주시죠. 아수라족 나스티카를 둘이나 죽이는 건 이쪽도 전력 상실을 각오해야해서.”

인간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린 아수라의 얼굴이 차게 식었다. 과연 그걸 할 수 있을까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도를 넘은 건방진 발언에 흉흉한 기세가 오르기 시작했다. 인간은 뭐가 그리 당당한지 똑바로 서서 아수라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누군가를 떠오르게 하는 눈이었다.

“…적대하는 건가? 오래 전에 죽은 어떤 녀석과 닮은 눈이군.”

“…”

“그녀석은 적어도 나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는 했는데 말이야. 하누만도 나보다는 약한데… 인간, 넌 과연 뭘 믿고 이렇게 나대는 걸까? 그 야크샤도 결국 내게 죽었는데, 만나지도 못했을 그녀석과 닮은 넌, 과연…?”

“…!”

야크샤의 얘기를 꺼내자, 인간은 모든 반응을 짧게나마 멈췄다. 아수라는 기민하게 그 반응을 알아차렸다. 뭔가 관계가 있다. 무엇인가, 만나보지도 못한 조모의 친우라는 멀찍한 개념보다도 훨씬 가까운.

인간은 입술을 짖씹었다. 뭘 또 그리 참아내는지, 희미한 수라의 흔적이 드러났다.

“…당신은, 그분과 다르게 꼭두각시일 뿐이겠죠.”

“……”

“종족을 지키기 위함이었다지만, 시초신의 손 안에서 놀아나고 결과적으로는 위험을 떠안으셨잖습니까? 내려오는걸 따르기만 하는 살아있는 꼭두각시는 가엽군요.”

“…입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왜, 이 말도 그분께서 하셨습니까? 나와 닮은, 당신같은 깡패와는 비교도 할 수 없던 그분께서?”

야크샤와 만난 적이 있다는 시인과 같았다.

“적당히 좀 하시죠. 언제까지 꼭두각시로 사실 겁니까? 종족을 위해서, 가엾은 인형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입, 조심하랬지.”

“싫군요. 듣기 싫었던 말, 듣기 싫다면 정신 차리세요.”

닮은 모양새라고는 없는 보랏빛 눈이, 먼 옛날 누군가의 바다빛 눈과 같이 뜨겁게 타올랐다. 분명 혈연 따윈 없을 텐데, 죽은 이의 형상이 인간에게 겹쳐졌다.

아수라는 그제서야 아주 먼 옛날의 라크샤사를 떠올렸다. 심장을 잃은 야크샤가 지키던 놈, 알 수 없는 통로로 들어가서 쫓지 못했던 놈!

그래, 이 인간이었구나. 야크샤의 심장을 가지고 있구나. 녀석이 말했던, 의지를 잇는 자구나!!

아수라는 최대한 자신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딴 말을 지껄였던 놈의 흔적인 건방진 말을 지껄인 녀석을 찢어죽이고 싶었지만 참았다.

모든 것은, 아수라족을 위해. 라바나를 위해.

꼭두각시는 무슨. 그딴거 관계 없이, 모든 것은 자신이 원해서 종족과 사랑을 위해 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아수라는 어떤 감정이든 참을 수 있었다.

설령, 오랜 숙적의 흔적에게 드는 혐오감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11.

옳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캐가 좋아요.

단, 타인은 마음대로 버릴 수 없어야 함.. 타인의 의지를 존중하기에.

12. 이름

소년은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을 올려다보았다. 앳된 티가 나는 작은 얼굴이 살짝 옆으로 기울었다.

“선배, 무슨 생각하세요?”

어쩐지 분홍빛이 어울리는 것 같은 얼굴로, 여인은 웃었다.

“네가 아름답다는 생각.”

바다빛의 푸른 눈이 불가해를 담아 깜빡였다. 여인은 작게 미소지었다.

“기억해내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소년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들어왔던 말은 익숙했다.

소년은 특이한 이름을 가졌다. 먼 옛날에, 새하얀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털이 달린 코트를 입은 사람이 그에게 당부했었다.

"넌 □□□다."

"…?"

"네 이름을 알리지 말거라."

지금 와 생각해보면, 이름을 지어준 것도 그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자신과 꼭 닮은 귀와 꼬리를 가진 사람, 아버지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건 아닌 듯 했다.

그리고, '선배'를 처음 만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본명을 알던 사람.

자신의 이름을 알던 것과는 다르게, 본인의 이름은 말하지 않았었다. 울 것 같은 얼굴로 무너지듯 어깨를 잡아왔다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미약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조금만, 기다릴 테니까."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선배는 다음날 학교로 전학 왔다.

전날과는 다르게, 하얀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한― 비슷한 연령대의 모습으로. 처음의 분홍빛이 선명하게 남아있었기에, 왜 그런 모습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놀라서 뚫어져라 바라보자, 선배는 비뚜름하게 웃고는 빠르게 다가와서 이마를 맞부딪쳤다.

"맞춰주는 거야."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소년은 느릿하게 시선을 돌렸다. 선배의 말에는 이상하리만치 거부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수 년을 이해할 수 없는 말만 해온 선배지만, 언제나 그 말을 귀담아듣고 있었다.

“□□□.”

“…그거, 사람들 있는데 부르면 안된다니까요.”

“항상 묻지만, 어째서?”

“그러게요… 왤까.”

“뭐야.”

“본명은 말하지 말라고 들었었거든요. 습관이 돼서, 뭐… 그냥 가명으로 지내는 게 더 익숙하기도 하고요.”

“…네 본명, 인식하고 있는 거지?”

“? 물론이죠. 제 이름인데. 숨겨야 한다지만, 전 제 이름 좋아해요.”

“…그렇구나.”

“네. 선배는요? 제게도 본명, 말해준 적 없잖아요.”

“나 가명이라고 말한 적 없는데.”

선배는 장난스럽게 미소지었다. 소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고개를 저었다.

“상식적으로, 다른 모습으로 사는데 본명을 쓸 거 같지는 않아요.”

“아, 그런가.”

“응. 그리고 왠지 선배는 더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 것 같고.”

“어머?”

“이건 감이긴 하지만요.”

소년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이에 맞지 않게 차분한 얼굴에 자그마한 장난기가 감돌았다. 선배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소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언젠가와 같이 소년의 어깨를 잡았다.

“선배?”

“그럼, 내게 어울릴 거 같은 이름도 알아?”

“…알긴 하지만.”

“뭔데?”

분홍빛 대신에 드러낸 푸른 빛이, 정확히 뭔지 모를 열기를 안고 소년을 바라보았다. 선배의 푸른 빛보다 더 깊은 푸른 빛의 눈이 망설임과 함께 흔들렸다

시선에 형체가 있다면 아플 정도로 빤히 바라봐지며, 소년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소년이 생각한 이름은 나스티카의 이름이었다. 아무리 선하다지만, 인간에겐 무례일 수 있는.

선배에게 모욕을 씌우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이름과는 관계 없이, 선배라는 존재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 나스티카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니까. 선배는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다우니까.

그래서, 소년은 작은 침묵 끝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슈리.”

신을 홀린 미인, 야크샤의 두번째 기둥.

선배의 얼굴이 소년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으로 물들었다. 기쁨, 환희, 반가움, 감격. 어찌저찌 알아볼 수 있는 감정은 그만큼이었다.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선배는 소년의 어깨에서 손을 때고 부드럽게, 조심스럽게 소년의 손을 잡았다.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약한 것을 만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어린 마음에 가벼운 심장이 빠르게 뛸 정도로 가깝게, 소중한 것을 대하는 것처럼.

“야크샤.”

무언가, 무너진 것 같았다.

“돌아가자.”

너무나도 아름답게 웃는 그 모습에, 소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가 무릎을 굽혀야 겨우 시선이 마주칠 정도로 작은 몸이 어느새 선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년은 언젠가 본 그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억해냈다.

“…응, 슈리야.”

돌아온 왕은 짙게 미소지었다.

“돌아가자.”

언젠가부터 마을에 있던 소년과 여인의 모습이 사라지는 날이었다.

13.

사실 평소에 쓰는 거랑은 조금.. 많이 달라요

기억 지가 봉인하고 어린 모습으로 인간들 사이에 섞여있던 할부지가 찾아온 슈리랑 있는 과정입니댜

...사실 맨 처음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환생한 야크샤를 찾아온 슈리라는 설정이었는데

쓰다가 중간에 자연스럽게 틀었어요

ㅜ 슈리에 대한 기억이 없음에도 슈리의 이름을 부르는 야크샤가 보고싶어져서요.. 불가항력

맨 처음엔 슈리보고 선배라고 부르는 야크샤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분홍빛이 연상되는 갈색머리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귀와 꼬리를 가진 남자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슈리."

가 보고싶어져서(한숨

14.

...뜬금없이 마피아물 보고싶다

야크샤 마피아 보스면서 애들 아끼고 불법적인 일은 안 하고 지 몸 막 써서 눈 하나 잃어서 검은색 안대 끼고 몸 성한 날이 없기.. 붕대가 부족하고 피도 언제나 부족한데 맨날 그래서 슈리가 잔소리

야크샤 인품 때문에 마피아인거 안 믿는데 사실 인간 쉽게 죽였으면

죽이기는 쉽게 죽이는데 일단 죽이면 어지간히 나쁜 놈 아니면 마음에 담아두고 명복 빌어주기..

15.

아니 진심으로 눈 하나 잃고 검은 안대 쓴 야크샤가 보고싶어요 진짜 노뜬금;;

아기 란이 눈 왜 없냐고 놀라면서 물으면 살짝 미소지으면서 아니야 있단다, 그냥 앞이 안 보여서 가려뒀어. 대답하고 눈두덩이에 깊게 남아있는 흉터 더듬거리면서 "마니 아파요..? 란이가 호해줄게..!" 하면 쓰게 웃기

16.

뜬금없지만 란 이름 귀여워요. 란이가.. "란이만 믿어!!☆" 이런거 짱귀여워

17.

으악

깊은 흉터 남은 보이지 않는 탁한 푸른 눈을 어루만지다가 흉터 부근에 키스하는 슈리가 떠오른다

흉터 남은건 어린시절 슈리 지키기 위해서면 좋겠다. 슈리가 피튀기는 거 못 보게 머리 꼭 감싸서 안아들고 슈리 향해 휘두르는 검 피하다가 자기 눈 내어주기

어릴땐 아물지도 않은 그 상처 만지지도 못하고 울먹거리던 슈리가 커서는..

....ㅓㅅ 눈썹까지 잘린 흔적 있는 거 생각했어

눈썹에서부터 눈까지 키스하면서 내려오ㄱ

아 조용히 할게요 네넵(웃기

18.

파랑파랑

시원한 색 좋아요.. 야크샤 진짜 냉미인인거 환장하는 편

근데 햇빛 아래에서는 따스하기 그지없는 색일 것 같아서 미치겠네

19. 여행지

그날은, 너무나도 밝던― 맑은 날이었다.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을 보며, 여인은 사랑하는 이를 떠올렸다. 그의 털색인 하양, 그의 눈색인 파랑. 그의 원천속성인 물로 가득한 바다에, 종족의 속성인 빛이 가득한 뜨거운 한낮. 마치 세상이 그를 연상시키려고 작정한 것 같아서, 여인은 웃었다.

“슈리야.”

어느새 지근거리에 다가온 남자가 어색하게 입고있는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아무래도 평소에 입고다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의복이라서 그러는 것 같았다.

여인은 남자의 어색한 움직임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연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렇게 어색해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이렇게 입는 것이 맞느냐…? 이리 딱붙는 옷은, 실로 오랜만인데.”

“어머, 입어본적 있어?”

“글쎄… 옛날에 아난타가 입은 것은 본 적이 있다.”

“그럼 입는 건 처음인 거지?”

“…응, 아마도.”

“그럼 됐어. 어울리네, 야크샤.”

여인은 가볍게 웃었다. 남자는 어설프게 따라웃으며 몸에 딱 붙는 주름을 떼어냈다.

남자는 반팔 셔츠에 여름용 긴 바지로 된 차림을 하고 있었다. 보편적인 의복이었지만, 어울리기는 정말 잘 어울렸지만, 아무래도 몸에 안 붙는 옷에 익숙한 듯 움직이는 품새에서 미묘하게 큼직한 움직임이 드러났다.

남자의 짤막한 한숨을 후후 웃으며 들어주던 여인 역시 비슷했다. 몸에 거의 딱 붙는 원피스에 바람막이, 남자의 차림보다는 편한 의복이지만 남자와 마찬가지로 미묘하게 커다란 움직임이 드러났다. 다소 무겁고 몸에 안 붙는 옷을 입고 다니던 습관이었다.

남자는 때맞춰 불어온 바람에 챙 넓은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가볍게 짚는 여인을 보았다. 평소라면 몰라도, 이곳에 놀러온 이후부터는 연인의 마음을 읽기가 어려워서― 남자는 옷의 불편함도 잠시 잊고 여인의 옷자락을 잡았다.

“슈리야.”

“응, 야크샤?”

“…이제, 어디로 갈까?”

남자는 살풋이 미소지었다. 여인은 연인의 눈에서 어디든 따라가주겠다는 마음을 읽었다.

정말이지, 그런 게 좋다니까. 여인은 까치발을 서서 가까이 다가온 남자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저 멀리에 보이는 작은 섬을 가리켰다. 인간이라면 볼 수 없을 먼 곳에 있는 섬이었다.

“저기로 가자.”

“저런 곳으로…? 인간은 못 갈 것 같은데. 인간들을 좋아하지 않았더냐?”

“난 당신이 더 좋은걸. 계속 감추고 있는 것도 힘들고.”

여인은 남자의 왼손 넷째 손가락에 끼워져있는 심플한 반지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시선 역시 여인의 같은 부위에 있는 반지로 향했다.

수라형의 부위를 감추는 비슈누의 아이템, 여인이 어떻게 이런 걸 얻었을까는 언제나 품는 의문이었지만, 남자는 언제나 그렇듯 질문을 삼켜냈다. 알고 싶지 않았다.

여인은 장난기를 가득 담아서 환하게 웃었다.

“아무도 없을 테니까, 반지도 빼고 자유롭게 있자.”

남자는 연인의 즐거운 모습에 가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까 전의 여인과 같이 살짝 허리를 숙여 볼에 입술을 맞춰주고, 남자 역시 즐겁게 웃었다.

“그래, 네가 바라는 대로.”

남자는 여인의 무릎 아래와 목 뒤에 팔을 받쳐서 공주님 안듯 들어올렸다. 남자의 발 아래에서부터 새하얀 얼음이 나타나며 섬까지 나아갈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섬세하게도 되는 초월기였나?”

“이건 조금 다른 거지. 불편하지는 않느냐?”

“딱 좋은걸.”

지나온 길은 파도에 의해 다시 부서졌지만, 남자가 나아가는 길에 흔들림은 없었다. 간단히 목표했던 섬에 도착한 남자는 조심스럽게 여인을 내려주었다. 내려오자마자 입술에 입술을 맞부딪친 여인의 행동에 익숙하게 받아들인 것은 일상이었다.

“뭐야, 너무 익숙하잖아.”

“기습한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느냐?”

“그건― 그렇지만.”

“그래서, 뭘하고 싶느냐?”

“음, 우선 반지부터 뺄까.”

“그래.”

남자는 여자가 내민 손을 잡았다. 여자도 남자가 내민 반대쪽 손을 잡았다. 둘은 동시에 서로의 반지를 뺐다.

이 수라형을 감추는 반지를 만들어준 신은 이상한 구석이 있어서, 아이템 착용자끼리 동시에 빼지 않으면 해제가 불가능했다.

인간의 귀가 있던 자리에 하얀 늑대의 귀가 나타나고, 머리 위에 여우의 귀가 나타났다. 딱붙는 옷에 자연스럽게 구멍이 생기고 그 구멍 사이로 부드러운 꼬리가 나타났다.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 남자와 여자는 새삼스럽게 웃었다. 아무래도 본래의 모습에서 다른 옷을 입은 것은 느낌이 달랐다.

“왜 웃어?”

“그 모습도 오랜만이다 싶어서.”

“그건 그렇지. 한 달정도 됐던가~”

“응, 아무래도 그정도. 억누르는 것이니 조금 피곤한데, 괜찮아?”

“뭐, 이정도야.”

여인은 피식 웃고는 남자에게 기댔다. 앉아있던 몸이 갑작스런 접촉에 기울어졌다.

세상 편하게 몸을 뉘인 여인은 새하얀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렸다. 손가락에 배배 꼬아보고, 손가락 사이사이로 새어나오는 머리카락에 장난스레 입맞추고. 머쓱하게 귀를 붉힌 남자는 연인의 뜨거운 시선을 피했다.

“후후, 이런 건 안 익숙해지지?”

“그―, …당연하잖느냐…”

“헤헤.”

귀엽게 웃은 여인은 느긋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왕과 2인자의 초월수치가 선연하게 퍼져있는데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녀석이 있었다…―

“이건 간다르바족이려나.”

“바다라서?”

“응.”

“그럴지도 모르지.”

남자는 가볍게 답했다. 어떤 녀석이든 둘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여유를 형상화한 것처럼 유유자적한 두 사람 앞에 물기둥이 섰다. 생각보다 강한 초월 수치에 여인과 남자는 가만히 얼굴을 찌푸렸다.

“라크샤사는 아닌데.”

“우파니 5단계도 아니군.”

“그런데 초월 수치가 이만큼이라고?”

“무슨 일일까.”

나란히 상황을 한번 분석하고, 여인은 한숨을 내쉬며 남자의 위에서 내려왔다. 돌아갈 때인가, 남자가 덤덤하게 말하자 여인은 아쉬운 듯 눈썹을 모았다. 미안, 다음에 다시 놀러오자. 이마에 가볍게 입맞추고 쓰게 웃어보이는 남자의 얼굴에 여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 괜찮으니까, 빨리 정리하자.”

“그래.”

“들키면 곤란할테니까…. …하아.”

“하하… 나 때문에 미안해.”

“나도 마찬가지인걸. 어서 하자.”

“응.”

남자는 여인을 뒤로하고 나아갔다. 정확히 어떠한 형상이라고 묘사할 수 없는 형태의, 성장 단계를 알 수 없는 간다르바족 수라. …아니, 수라는 맞는 것일까? 깊은 바닷빛 눈에 선명한 의심이 드리워졌다. 나스티카도 아닌 일개 수라가 감히 올 리가 없는데.

“…네게 의사가 있을까는 모르겠지만…”

바다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남자의 서늘하고 낮은 목소리 아래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은 빠르게 움직임을 멈췄다. 차가운 공기가 밑에 깔림과 거의 동시에 어둑한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굵은 빗방울을 떨구었다.

사납고 공격적이던 그것은 움직일 수 없는데도 괴성을 내뱉었다.

남자의 푸른 눈에 굳은 결심이 섰다.

“…이곳의 이들에게, 넌 위험할 것 같구나.”

그 말을 끝으로, 그것은 갈라져서 무너져내렸다.

간단히, 생각보다는 조금 더 힘을 쓴 남자는 고운 얼굴을 미약하게 찌푸렸다. 이만한 힘이 필요할 리가 없는데, 필요했다. 라크샤사 3단계 정도의 힘으로 보였다.

“왜 그래, 야크샤?”

정리한 것을 확인한 여인이 가까이 다가왔다. 남자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가볍게 고개를 젓고는 의복을 다시 평상시의 것으로 되돌렸다.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털이 가득한 푸른색 코트, 몸에 붙지 않는 여유로운 옷.

여인도 아쉬운 듯 눈썹을 모았다가 마찬가지로 옷을 바꿨다. 분홍색 계열의, 품이 넓고 몸에 완전히 붙지 않는 옷. 오랜만에 보는 모습에 남자는 미소짓고 연인에게 닿아왔다. 조금 머릿속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었다.

연인의 마음이야 잘 알기에, 여인 역시 제게 닿아오는 연인을 꼭 잡아당겼다. 가까이 붙어서 토닥여주며, 여인은 느리게,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게 뭔지 알겠어?”

“…아니, 정상적인 수라가 아니라는 것만.”

“역시 그런가…. …우리, 이제 다시 가야하는 거 알지?”

“알아. 그래서 네게 이리 가까이 붙는 것인데.”

“응, 그치.”

여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는 것을 확인받은 것 뿐이니, 딱히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침묵 끝에, 남자는 느리게 연인에게서 떨어져나왔다. 이곳의 사람들을 위해 혹시 모를 위협까지 정리해둬야 한다는 의무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낸 듯, 한결 가벼운 얼굴이었다.

남자는 연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돌아가자, 슈리야.”

여인 역시 연인에게 활짝 웃어보였다.

“응.”

20. 연인

가장 조용하고 은밀한 것들의 왕은 이성적이고 헌신적인 편이었다. 그것은 종족 뿐 아니라 연인에게도 통용되는 부분이었고, 연인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왕은 오늘도 한숨을 내쉬었다.

“…라바나….”

다만 그 한숨에 묘한 안도가 들어있다는 것은, 평상시와는 다른 점이었다.

종족의 2인자, 많은 라크샤사의 부모, 왕의 연인. 라바나는 그 자신의 자신감이나 태도에 버금가게 강한 존재였다. 만약 그가 그렇게 강한 존재가 아니었다면, 아수라도 이렇게까지 그에게 약하게 굴지 않았을 것이다. 라바나는 오만하니까,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는 것들을 싫어하니까.

아수라는 라바나와 자신의 관계가 그런 식으로 추측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기에 라바나가 자신 말고 다른 연인을 만들어도 표정만 관리할 뿐 별다른 짓은 하지 않았다. 본래라면 그 상대를 찢어 죽여버리고 싶었겠지만, 이미지라는 것은 중요하니까. 유일한 약점으로 보이게 하고 싶었다.

아수라는 연인이 자신의 질투를 일으키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했다. 그가 자신에게의 소유욕을 충족하며 즐거워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런 것은 연인에게 일순의 불쾌함에 지나지 않으니까. 잠시라도 그렇게 느끼게 하는 건 미안하긴 했지만, 종족을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그리 생각하며 애써 자신의 감정에 눈을 감고, '자신'을 꾸며냈다. 종족을 위한 일은 곧 연인을 위한 일이니까. 종족의 보존을 위해, 눈엣가시인 녀석이 자신을 사랑은 진심이라고 칭찬할 정도의 이미지를.

…그렇게 노력해왔기에, 아수라는 라바나가 음모 없이 순수하게 다가올 때가 가장 골치아팠다.

“아수라.”

아니, 이게 과연 순수한 마음인가? 금색 눈동자를 반짝이는 욕망을 읽어낸 아수라의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떠올랐다. 이제 중요한 걸 해야 하는데, 이렇게 지금 오면.

“라바나.”

“응. 왜?”

“안돼.”

“뭐가? 내가 지금 바라는데.”

라바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수라는 급하게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는 왕의 침전, 주위 100km 이내에는 어떠한 이도 없었다.

어느정도 마음을 놓은 아수라는 얼굴을 굳혔다.

“안돼, 라바나.”

“…왜?”

라바나는 자연스럽게 아수라의 볼을 잡아 얼굴 이곳저곳에 입술을 맞추었다. 곤혹스럽다, 안돼. 이정도는, 정말 지금은.

혼란스러운 아수라의 눈을 본 라바나의 살살 녹을 듯한 얼굴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아수라는 라바나의 이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래. 지금 아니면 안 할 거지만.”

거의 유일하게, 연인이 자신을 위해 선택을 내리는 순간.

아수라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변화를 알기 어려운 검은 얼굴에 확연한 홍조가 깃들었다. 아쉬운 듯 눈썹을 모으며, 라바나는 흐트러뜨린 옷자락을 정리했다. 정리하면서도 와락 붙어오는 것이 이정도로 만족해주겠다는 엄포인 것만 같았다.

아수라는 이 순간을 정말 좋아했다.

“빨리 끝내. 지금만 봐줄 거야.”

“…고마워, 라바나.”

“끝내면 진짜로 오랜만에 할 거니까.”

아수라는 자신이 라바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었다. 정신이 날아가버릴 것 같은 유혹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얼마나 아쉽고 힘든지도 알고 있었다.

드물게도 별말없이 포기해준 라바나가 붙어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넘기며, 아수라는 그 어떤 때보다도 빠르게 용건을 끝냈다.

자신이 지금 정확히 일을 끝냈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수라는 자신이 현재 이성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얼마나 종족의 미래에 좋지 않은가도.

그런 것들을 알지만, 개의치 않으며 아수라는 라바나의 어께를 잡아 이끌었다.

이런 상태는 좋지 않았다.

아수라는 자신을 붙잡고 저 너머를 노려보는 라바나를 한 번 바라보았다. 저 너머에서 무심한 눈으로, 하지만 은은한 기세를 공기중에 흩뿌리는 자를 한 번 바라보았다.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타종족과의 관계는 최대한 우호적으로 해두는 것이 좋았다. 아수라 자신이 그토록 적대하는 야크샤야, 개인간의 불화를 종족간의 대립으로 만들지 않을 놈이니 상관 없었지만― 단신으로 종족을 휘젓거나, 종족간의 대립으로 만들 수 있는 상대는 곤란했다. 그리고 하필 상대는, 둘 중 하나를 완벽하게 충족시키고 있었다.

아수라 자신마저도 상대하기 벅찬 존재, 아수라는 쓰게 웃었다.

“라바나… 진정해.”

…그래도, 이 상태가 더 나으니까. 익숙하고, 편하고.

며칠 전 머리가 아득해지던 때를 떠올린 아수라는 내심 안도하며 바락 소리지르는 라바나를 안아 말렸다.

사랑스러운 만큼, 아름다운 만큼, 매력적인 만큼, 연인은 그에게 위험한 존재였다.

21.

이안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첫사랑이었다." 하고 용족이면서도 살포시 미소지으면서 추억하다가 숨이 멎은 그 순간을 떠올리곤 "…그리고, 멸망의 마지막 사랑이었지." 하면서 특유의 무감각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게 보고싶네요!

22.

소년에게 사랑에 대해 묻는다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아내의 이름이었다. 단호하고 주저없이 대답하며, 그 이상의 정답은 없다는 듯 상대를 내려다보기까지 한다.

하지만, 두번째를 묻는다면.

소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아들의 이름을 말한다.

…약한 녀석이지, 하고 먼 곳을 바라보면서.

23.

반룡의 삶의 의미는, 나고 자란 고향이나 어린시절의 두려움인 아버지가 아닌― 이제는 외모만 보면 저와 비슷한 또래의 작은 딸이었다.

자신이 정말 큰 죄를 지은, 그런데도 받아 안아준 소중한 사람. 죄책감 속 미약하게 남아있는 사랑의 흔적. 모든 것의 기준.

검붉은 것들에게 잡힌 딸을 보고 또렷이 기억하는 무너진 얼굴을 떠올려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에 아이를 생각하라고 꾸중하던 누군가의 목소리를 떠올려서.

보이지도 않는 숨결을 내뱉는 것을 머뭇거리고,

삶의 가슴팍에서 붉은 물결이 솟구친 순간.

반룡의 생명은 끝났다.

보이지 않는 숨이, 바람이 된 아이의 허물과 함께 세상을 지웠다.

24.

아마도 저러고나서는.. 거리낄 이유가 없으니 그냥 행성째로 타라카족 없애버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뒤늦게 몇몇 다정했던 인연을 떠올리겠지만 과연 의미를 다시 한 번 잃고 세상의 색이 사라졌을 사람이 그에 동요할까요..

어린시절의 두려움인 아버지가 와서 그 어린시절에도 본 적 없는 분노한 얼굴로 강제로 꿇리고 곁에 둔다고 해도, 삶의 의미를 이미 잃어버린 반룡은 수없이 자신의 복부 등에 숨을 내뱉지 않을까 싶어요. 용이 아닌 반룡이기에, 삶의 의미를 지키지도 못하고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는 나약한 이이기에.

회복시킬 수 없는 아버지의 공허한 꾸중에도 붉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붉은 머리칼의 삶의 의미들을 떠올리며 영원히 눈을 감지 않을지..

아그웬을 인질로 잡아서 마루나때처럼 무시하고 공격하려는 순간.. 그때의 절망한 얼굴이 떠올라서 머뭇거리겠죠. 하지만 마루나와는 다르게 타라카족은 기다리지 않고 아그웬을..

그리고 잠깐 정신없는 새에 윌라르브를 '아그웬'과 함께 사라지게 하고..

.

아하핳 조금..(잠시 먼곳 보고) 암울한 거는요

윌라르브까지 자신이 없앤 걸 보고 완전히 기력 없어졌을 텐데, 절대 죽음을 허락하지 않으려 하는 아버지가 와서 억지로 조금 더 살다가.. 자신은 재생 못하니까 그 어린시절 어머니를 떠올리며 아버지의 숨결로 피 많이 나서 죽는 방식..

그리고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버지가 막을 수 없는 죽음에 노성을 토하는 걸 희미하게 듣고, 붉은 하늘을 보고 메이웬이랑 아그웬을 떠올리며 눈 감... ...하지 말까요..

.

그리고.. 아들에게 물려준 자신의 힘으로 아들과 같은 것을 해봤다가 멀쩡히 재생하는 걸 보고 입술 꾹 깨물고 자신의 피가 튀긴 아들의 얼굴을 생전엔 해준 적 없던 따스한 손길로 어루만져주는..

.

실체없는 약속과 매개없이는 들여다볼 수 없는 닮기만 한 얼굴을 지키며 바람과 같이 떠도는.. 탁이...(차애 맞

25.

카사크는 두려움이자 성벽이었던 아버지에게 자신의 의미를 맡겨두고 삶의 미래를 위해 나서서 싸우겠죠. 그 누구보다도 두려웠던 분이지만, 어머니의 무엇보다도 든든한 성벽이었던 분이니까. 어머니를 제외한다면 그 등을 제게 보여주던 분이니까.

자신의 삶 자체를 지켜주리라 믿고, 자신은 나서서 싸우다가..

시간의 수겨루기가 끝났음을 직감적으로 깨닫고, 더이상 필요없을 것들을 모두 한꺼번에 쓸어버리고, 더이상 움직이지도 않는 발을 억지로 이끌어서 제게 찾아온 아버지와 아버지를 재촉하는 사랑을 보고.

가물가물한 시야를 억지로 들어 그 사람에게는 못했던 말을, 사랑을 전하고

눈을 감았다가.. 떴더니 새파란 하늘.

그리고 딸의 수명이 허락하는 한 곁을 지키다가 아버지의 곁으로 가서 함께 지내다가 어머니와 그 사람, 먼저 간 딸의 곁으로 갈 것 같네요.

26.

란크샤 란크샤.. 아기란이면

자신의 꼬리를 베고 잠들어있는 소년 모습의 야크샤를 보고 갸웃거리면서 다가오는 거 보고싶어요.

자그마한 인기척에 굳이 깰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가까이 다가와서 갸웃거리고 보드라운 귀를 조심스레 만지는데 아기 특유의 뜨거운 체온에 새삼 놀라서 눈 뜨기

아기는 미스티쇼어의 바다보다도 푸른 예쁜 눈에 저도 모르게 우와.. 하고 말 잃고

야크샤는 바로 눈앞의 아이를 보고 멍하니 눈 깜빡이다가

"..안녕, 아가."

하고 인사해주기..(*´ ˘ `*)

.

그리고 루츠가 앗 엄마, 란 저깄어요! 하고 외치고 하나도 달려오면 야크샤는 그제서야 이름이 란이었구나, 하고 작별인사하는거.. 란은 형아랑 계속 있고 싶다고 투덜거리는데 야크샤 하나 보고 피식 웃으면서 형아 이름은 야크샤란다, 하고 나중에 보자... 하는거 보고싶어요..

.

그리고 하나가 형아랑 뭐하고 놀았어? 하면 으움~~ 하고 세상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방싯 웃으면서 즐겁게!! 하는 란이요...

27.

오래전 카사크 옷 고르는 이안 따라갔던 거 기억하고 아그웬 옷이라고 아그웬 눈 색의 옷 사온 탁이.. 놀란거 표현 못하고 굳어있다가 살짝 미소짓는 아버지 보고 눈 크게 뜨는 카삭.. 방싯 해맑게 웃으면서 할아부지 감쟈합니다!! 하는 아그웬같은거요..

28.

29.

30.

최대한으로 수라형 줄여서 아기강아지만한 크기로 슈리에게 안긴 야크샤 보고싶어요

귀는 가리기 어려우니까

갸롱하고 울어서 모든 사람 시선 끌기(【아니 이거 진짜 안 하면 안 되느냐..??】)

31.

...엇

갑자기

불길 속에서 막연히 주위를 둘러보는 야크샤의 옷매무새를 정리해주고 마지막으로 깊게 키스하고

“나의 사랑, 영원히 군림하소서.”

“…슈리야?”

“다시 만날 때까지… 당신의 이상을 이루시는 겁니다, 폐하.”

하고 본모습을 드러내 불길 속에 뛰어드는 구미호 슈리가 보고싶다

32.

인간 황제랑 황후의 자리까지 올라간 구미호에요!

안 죽여서 쓰는 비하인드

1. 키스하면서 여우구슬 옮겨서 황제폐하 안죽음

2. 황후폐하 딱 며칠 전에 1000년 살아서 반신 느낌

3. 사라진거는 슬슬 인간들 사이에서 사는 건 지겨워져서. 나중에 남편 데려갈 준비하려고..

4. 근데 정신연령은 한참 연하 남편분이 더 높대요

33.

황제 즉위식 바로 전날에 잠깐 가출했다가 불길이 움직이는 걸 보고 따라갔더니 그 자리에 있는 슈리보고 멍해지는 야크샤라던가 대신들 앞에서 청혼해서 대신들 턱 떨어지게 만드는 거라던가 묘하게 거리낌없이 접촉해오고 예법 은근슬쩍 무시하는 슈리라던가

34. 신호(神狐)

황제가 죽었다.

새하얀 머리칼과 깊게도 푸른 벽안의 황태자의 볼에 그린듯 투명한 물방울이 흘렀다. 조각같은 얼굴에는 수심이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물러나거라.

평상시 온화하던 목소리가 꺼질 듯 아슬아슬하게 가물었다. 메마른 목소리를 우려하던 시녀들이 명에 따라 물러나고, 태자는 무거운 머리를 베개 위 머리맡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직접 올라가셔서, 내리던 비를 멈추신 겁니까.

별빛이 무성한 밤하늘을 보며 듣지도 않을 무정한 아비에게 한탄하고, 태자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궁에 드리운 죽음과 개천(開天)을 견디기가 버거웠다.

태자의 옷을 감춘 남자는 서늘하게 닿아오는 밤공기를 느꼈다. 메말랐던 하늘에서 폭약과 같이 터지듯 떨어지던 빗소리가 떠올랐다.

몇 해에 걸친 가뭄, 여신에게 바쳐진 황태자, 몇 달에 걸친 폭우, 황제의 죽음, 맑은 하늘.

나라를 뒤덮은 소식을 귀담아 들으며, 남자는 쓰게 웃었다. 틀린 건 하나 없지만, 나라가 이어지는 데에는 별로 도움되지 않을 일이었다.

장래 이 나라를 이을 이이기에, 아니, 이제 곧 스스로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에, 남자는 어두운 머릿속으로 생각을 잇고 이었다.

…이런, 정리하려고 나온 건데… 이리 무거워서야.

남자는 한숨을 푹 내쉬다가 문득 느껴지는 열기에 고개를 돌렸다. 몇개월만에 잊었다 생각했던 열기였다. 기억에 생생한 느낌에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어졌다.

빠르게 걸음을 놀려 근원에 다가가보니, 점차 주위와 비슷하게 식어가는 공기를 마주했다. 남자는 기묘한 분위기에 얼굴을 찌푸렸다. 한 여자가 그곳에 서있었다.

…저기, 그대.

혹,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았습니까? 뭔가 열기가―

없었어.

단정적인 말투였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태도. 무언가 흔들리는 그림자가 보인 듯 해서, 남자는 마른 침을 삼켜냈다.

아무것도 없던 겁니까?

아무것도…. …아아, 저런 건 있었는데.

여자의 단조로운 목소리가 가리킨 것은 어쩐지 뜨겁게 느껴지는 쓰러진 남자 몇이었다. 여자 한 명과 남자 여럿, 상황을 알 것 같은 기분에 긴장해있던 남자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당신에게 치근덕거린 겁니까?

응.

당신이 쓰러뜨렸고요?

어― 응.

그럼 정당방위군요. 경비대에 데려가겠습니다.

지금은 못 일어날텐데.

옮기는 데에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경비대에 아는 얼굴 있는 거 아니야?

…예?

남자의 눈이 살짝 커졌다. 맹세컨데, 남자는 여자를 몰랐다. 얼굴은 아직 안 보였지만 이런 목소리를 잊을 만큼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듣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가벼워진 것처럼 느끼게 하는 목소리는 쉽게 잊을 수 있을만한 것이 아니었다. 타박, 한발짝 뗀 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여자의 얼굴이 얼굴 바로 앞에 닿아왔다. 가까이에서 본 눈은, 너무나도 깊고 아름다운 분홍색이었다.

얼굴, 영 펴지지가 않네.

……네?

안 웃어? 웃는 거 보고 싶은데.

……예…?

아직 앳된 얼굴이 확 붉어졌다. 이성과의 접촉이 처음이기도 하지만, 여자의 얼굴을 보면 누구라도 얼굴을 붉게 물들일 수밖에 없을 터였다.

남자는 그리 합리화하며 여자의 집요한 시선을 은근슬쩍 피했다. 남자는 처음 만난 상대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당당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자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안 웃잖아. 어제도, 오늘도. 얼굴 찌푸리고, 눈썹 모으고, 하나도 안 즐거워 보이는 쓴 웃음이나 짓고. 웃어봐. 몇달동안 너 웃는 거 한 번도 못봤어.

……? 저희, 본 적이 있었습니까?

응, 나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지금은 무리입니다만.

…아, 그랬던가.

여자는 가볍게 눈 한 번 깜빡이고는 남자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눈 둘 곳을 찾던 남자는 간절한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한 번 여자를 바라보았다.

…분명, 본 기억이 없는데. 어딘가 익숙한…

기억을 더 더듬어보기 전에, 여자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이름, 야크샤였던가.

아. …예.

살짝 커져있던 푸른 눈에 한순간 경계가 깃들었다. 잘못 봤다는 가정은 소거, 정말 본 적은 없는데. 경비에 이상이 생긴 건가?

여자는 남자의 그런 경계에도 불구하고 살짝 입꼬리를 휘어 웃어 보였다.

난 슈리야.

…슈리…

응. 이번엔 기억해.

…이번이요?

지난번엔 잊었잖아.

지난번…. …저희 혹, 이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까?

응. 넌 좀 정신 없어 보이기는 했지만.

대체 언제…

이제 돌아가야하지 않아?

여자는 남자의 허리춤에 달린 1각하고도 반각의 시간을 헤아리는 모래시계를 가리켰다. …이런, 벌써 이렇게나. 궁까지의 거리를 돌아본 남자의 얼굴이 다시 한 번 일그러졌다. ……그렇지만, 이대로 헤어지는 건. 남자가 곤란한 얼굴로 여자를 돌아보자, 여자는 살짝 눈꼬리를 휘어 보였다.

나중에 다시 만나러 갈게.

…저기, …슈리.

응, 야크샤.

…당신은, 뭡니까?

기묘한 확신이 담긴 물음. 여자는 싱긋 웃고 남자의 입가를 가렸다.

아직은 비밀이야.

35.

36.

란크샤 뽕찬다

너무 고생하다가 기력 다 쓰고 잠들어버린 란이 꿈에서 야크샤 만나고.. 꿈속의 그에게 안겨서 천천히, 더듬더듬 자신이 버텨온 것들을 하소연하면서 (최근에 흘렸지만 본인이 힘들어서는) 안 흘린지 오래인 눈물 막 흘리는데 자신이 꾸며낸 허상인 그는 정말 그가 그랬을 것처럼 토닥여주고,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고생 많았다고 위로해주고, 흐느끼던 란이 조금 진정하자 미안하다고, 자신이 죽어서 네가 이리 고생한다고, 앞으로도 고생시킬 것 같다고.. 란이 당황하면서 부정하니까 씁쓸하게 웃으며(잘 안 보임) 믿고 있다고, 참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이제 깨어야 한다고 돌려보내주기. 란이 손을 뻗으니까 자신은 언제든 이곳에 있으며, 네가 지켜야 하는 이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눈을 뜬 란의 곁엔 라나가 란 손 꼭 잡고 란 옆 침대 맡에 엎드려서 자고 있기..

37.

최애가 너무 좋아요

그런 의미에서 란크샤 하나 더

윌라르브에서 타티아와 재회한 란이 이곳에 야크샤님께서 사셨었다는 말 듣고 이유도 모르고 막 윌라르브 어딘가를 뒤지기

한 네 번 정도 실패했는지 침울한 얼굴로 나오는 거 목격됐는데 어느날 울면서 라나에게, 루츠에게 막 안겨오는 거 목격됨

라나나 루츠는 당연히 물었고, 란은 울음을 그치질 못하면서 그분께서 내게 전달되기를 바랐던 말이 남아있었다고... 그리고나서 그 오랜 헤멤 속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셨던 분에 대해 지키고 싶은 자들에게 털어놓기

38.

이를테면 더운 여름날에 시원한 편인 야크샤에게 다가와 붙는 슈리.. 체온이 옮겨가서 어느덧 야크샤의 체온도 따뜻해지는데, 그무렵 반쯤 감긴 분홍색 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꼬리로 살짝 잡아서 편한 자세로 뉘여주고 초월기 써서 자기 체온 낮은 상태로 유지해주는거...

39.

원작 기반으로

야크샤=인간보다 체온 찬 편

슈리=인간보다 체온 뜨거운 편

란=인간 체온(≠수라화 상태일 때는 따뜻해짐)

이라는 날조가 있어요...

+야크샤 반려=인간 체온.

그래서 란의 체온에 익숙해졌던 야크샤가 슈리 찾아가서 손 잡았다가 순간 뜨거워서 란 떠올리는 거 보고싶다. 반려가 아니라 란을 떠올리게 되었다는 시점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거

40.

태초 인류가 창조되기도 전, 나스티카와 아스티카만이 존재하던 시절에 동족 나스들이 겁없이 덤벼서 죽기 직전까지 밟아버리는 야크샤가 보고 싶어요... 하누만은 제일 앞장서서 오뚜기처럼 계속 일어나고, 슈리랑 반려는 빠졌을 듯.

“…지치는구나. 차라리 한꺼번에 덤비는 것이 빠르게 끝나고 편할 것이다.”

라면서 태초시절 번식하기도 전에 싸워대고 정해진 서열에 반발하던 동족들을 봐주면서 찍어누르는 거 보고싶다

41.

동생과는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비록 어릴적에 타의로 잠시 헤어졌지만, 좀 크고 나서는 문제될 것이 아니었다. 잘 놀리기는 하지만 동생은 그런 것을 개의치 않아 했고, 서로가 서로를 아꼈다. 동생을 잘 안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렇기에

“형.”

저 눈을 한 것이 동생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넌 누군데 내 동생 흉내를 내는 거냐?”

동생은 아직 정도를 알았다. 더한 것을 알아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아이였다.

동생인 척을 하는 녀석은 웃고 있던 것을 멈췄다.

“나 맞는데.”

“웃기지 마.”

“진짜야… 내가 이해해서 이렇게 하는 거인걸.”

“이해해서, 한다고?”

비웃음을 지울 수 없었다. 이해, 이해야 할 수 있지.

“미안한데, 이해랑 실천은 다른 거거든. 이해하더라도 충분히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사정을 이해하는 것과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것은 격이 달라. 란은 올바른 길을 선택할 아이야.”

얼굴이 살짝 바뀌는 것이 보였다. 우습다, 어디 완고한 어르신같은 얼굴을.

“그러니까, 어서 내 동생에게서 나와. 같잖은 수작부리지 말고.”

42.

슈리 머리 쓰다듬어주는 야크샤가 보고싶어요....

무의식적으로 머리 쓰다듬으면서 가까이 해서 이마에 입맞춰주고, 꼭 끌어안았다가 본인이 화들짝 놀라기

43.

야크샤 노래 듣는거는 발랄하고 즐거운 쪽일 것 같은데 부르는건 아무리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잔잔한데 (남자기준) 고음있는 쪽일 거 같아요

슈리에게 사랑노래 불러줘.. 수라니까 만능이겠지

44.

뭔가 먹는다는 행위를 (처음으로 먹었던 게 누구의 영향이라 무의식중에) 꺼려하다가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차려준 음식을 큰마음먹고 먹었다가 놀라서 눈 크게 뜨는 아기 야크샤가 보고싶다....

(아기인 사유: 미안하지만 성인 모습은 안 귀여움

45.

담배하니까 다 바랜 눈으로 곰방대 물었다가 멀리서 아이가 다가오는 걸 느끼고 힘없이 곰방대를 다시 거둬들이는 야크샤가 떠오르기는 하네요..

나스티카에게도 효과가 있을 만한 물건이라서 절대 아이 앞에서는 피우지 못함. 아니, 향만 맡아도 어지간한 인간은 쓰러질테니 불을 붙이지도 못해. 그렇지만 너무 힘들어서 물기만 하려다가 아이가 다가와서 그조차 못하고 씁쓸하게 그 자리에 서있는..

46.

물에 젖은 거 좋지요... 물속이면서 아기 구하려고 초월기보다 몸 먼저 나가서 다 젖었는데 아기는 안 젖은 거 보고싶어요

아기 보고 살짝 미소지으면서 아가, 괜찮으냐? 우루루~ 하고 안심시켜주고, 애 엄마한테 들려주고 나서 강아지처럼 부르르 떨어서 물 털어내기

47.

헐 형아

귀여워요.. 짱 귀엽다

형아 소리에 루츠가 피식 웃고 몸 숙여서 시선 맞춰주면 목 끌어안고 안겨서 히힛하고 해맑게 웃는거 보고싶어요

야크샤족답게 뛰어서 거꾸로 업히는 것도 좋

48.

내게 멸망의 피가 없었다면, 으로 시작해서 멸망이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으로 끝나는 카사크 독백이 보고싶당

49.

50.

카사크는 탁이 캐해 디게 잘하고 있다는 뇌피셜이 있습니다… 자기 꽤 아껴주는 건 모르지만요. 기반이 이안인 것만 알고 그 정도는 잘 모르는 카사크)

탁이.. 사실 최근엔 오히려 이안 생각 안 했을 것 같은데 죽은 듯 눈감은 카사크 보고 이안이 머릿속을 잠식한 느낌…으로 해봤대요(찡긋

.

탁이는 뭐라 말 못하지만 카사크.. 따님껜 죄인이니 조용히 듣다가 아그웬 진정하면 말해야... 진짜...

얘네 왜 대화를 안 할 까요

.

솔직히 말씀드리면..

탁이랑 아그웬이 같이 살면 오히려 귀없카샄이랑 궨보다는 온화할 것 같아요... 근데 그 속에 가족의 정은 없는..

.

ㅜ용 하나가 관계를 참

아그웬은.. 정 들겠죠. 용 특유의 그것도 없으니까 어쩌면 일상 속 이안의 조언을 떠올린 탁이의 행동을 실낱같은 조부의 배려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아그웬이니까 길게 착각하지는 않겠지만

근데 탁이 이놈은 '손녀'에게 정드는 건 절대 없을거같네요.. 참 못된

.

불멸종과 필멸자의 필연적인 새드엔딩....

탁이.. 정은 들 거예요. 정 없다 정 없다 하기는 하는데 이놈 정 의외로 있더라고요... 섬세한게 >>정말<< 부족해서 그렇지

.

...(바스키랑(잘맞는건(바스키가성불이라<퍽

근데 용족은... 멀어야 잘 맞는 거 같기는 해요. 가까울수록 용족에게 상처받기도 쉬워서..(걔네 왕 힐끔

...아나 그러고보니 결국 멀어서 잘 지내는 거잖아요 탁이 나쁜놈

아니 용족 감정 지워버린 시초신들 나쁘다..

.

그 탁이면....... (임신페널티는 있다면) 미워하다가도 아기가 아기처럼 바둥거리면 안아주고.. (아기 무뚝뚝도 없을테니) 헤실 배싯 웃는 아기 보면 자기도 웃다가 사랑해줄 거 같은데

아나

.

시초신ㄴ누가 용족 감정 지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나와봐요... 나와봐...(이안 데리고 탁이 앞세우고

51.

뭔가 최근에 푼 게 없는데

오늘.. 고양이가 막 달라붙고 같이 놀고 해서

야크샤 꼬리도 진짜 부드러울 것 같아요.....

태초시절 짧은 치마 입고 다녔는데 야크샤 꼬리랑 부딪혀서 긴 치마로 바꾼 슈리라던가

아 아니다 태초시절에는 다리 조금 드러나는 바지 입고 다녔는데 슈리 꼬리랑 부딪혀서 다리 완전히 가리고 자기도 꼬리 내놓고 다니기 시작한 야크샤가 먼저라던가(본격 반려분 망각

52.

아 기타치는 야크샤 보고싶다ㅏㅏ

53.

아그웬 얘기하고보니까

아그웬..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저도 아빠 진짜 좋아하는데, 아빠가 갑자기 조종당해서 엄마랑 동생들 다 죽이고 막 그런다고 상상하면..(아빠 미안)

진짜, 아빠를 사랑하지 않게 되지는 않겠지만 무서워서.. 아그웬처럼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할 것 같은데. 대단해요..

54. 연민

사가라는 검붉은 여인 형태의 괴물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입만 있는 것 같아서 무슨 얼굴이 있다고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아니, 그때 봉인되었던 초월기를 생각하면 미치도록 혐오스럽기도 했다. 실제로 이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봐 왔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저 끔찍한 얼굴을 살피는 이유는. 사가라는 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게 그 녀석이라니, 그 착해빠진 멍청이라니. 기억 속의 저희만 깨끗하면 다라는 듯이 선량하게 웃던 얼굴과 저 얼굴을 비교해보았다.

“안 닮았어.”

사가라는 짤막하게 말했다. 버림받은 거지, 너도. 참….

“안쓰러운 생이었구나.”

별로 인정해주고 싶지는 않지만, 선량하기 그지없던 수라였다. 그런 녀석이 칼리같은 정신나간 신 아래로 떨어져서 모두에게 미움 받는 타라카가 되었다는 사실은 사가라에게도 꽤나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한때 그녀의 왕이 모두에게 죽음을 요구받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싫어도 동정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지켜주던 간다르바도 적대하니까― 참 보람없는 삶이었다고, 사가라는 그녀의 삶을 그렇게 평가했다. 어느정도 다른 이를 비추어 봤다는 것은 부정할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언젠가를 떠올렸다.

야!

아난타가 죽고 난 다음이었다. 힘없이 돌아다니다가 그녀를 보곤 달려들었다.

몸도 마음도 정상이 아닌 상태였으니, 메나카도 떨쳐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메나카는 사가라를 떨쳐내지 않았다.

사가라.

너 때문이야. 간다르바족만 도와줬다면…!

그럼, 아난타가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

너… 지옥으로는 안 끝날거야. 아난타가 없어서 이 세상이 멸망한다면! 넌 분명 지옥 밑바닥보다도 밑에 떨어져서, 멸망한 우주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알겠어?!

…떨어질 수 있다면, 말이죠….

…뭐?

아니에요.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잃게 한 거는, 미안해요.

부드럽게 미소짓던 수라였다. 그 웃음을 떠올린 사가라의 입꼬리가 무겁게 내려왔다.

칼리블룸에 나선 타라카가 간다르바의 손에 소멸될 확률은 굉장히 높았고― 그 덜떨어진 놈의 영혼을 소멸시키는 능력은 유일한 수였다. 남편이 아내의 영혼을 소멸시키는 행위지만 메나카에겐 구원일 터였다.

“…이제 푹 쉬어, 메나카.”

이렇게 빌어주면, 이쪽의 목적의식이 흐릿해질 수도 있겠지만.

사가라는 진심으로, 선했던 수라의 안쓰러운 운명의 끝을 기도해주었다.

55. 작별

수라라는 종족은 우주를 소모해가며 그 가벼운 목숨을 늘리는 존재이다. 따라서 우주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이들에게는 이유불문 적대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년의 모습을 취한 왕은 빈 담뱃대를 내려놓고 설움 가득한 숨을 내뱉었다. 그래, 이제는 그대를 놓아줄 때가 되었지.

파멸로 나아가는 이 우주에서 벗어난 그대를 내가 계속 잡고 있을 수는 없잖아.

왕은 느리게 고개를 돌렸다. 걱정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친우들이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많이 늦었지.”

“야크샤.”

“괜찮아. …괜찮으니, 말하지 말거라.”

다 바랜 푸른 눈이 힘없이 곡선으로 휘었다.

선한 존재였다. 살아가면서 필연적인 해 정도야 끼친 적이 있겠지만, 의도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없었다. 인간들과도 잘 어울렸고, 힘도 잘 쓰지 않았다.

그랬던 그대가 죽은 것은,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누가 죽였는지도 모르는데 이유를 따질 새는 없겠지만, 정말로.

적을 만들지도 않았고, 애꿎은 화풀이라 해도 한낱 화풀이에 말려들 수라가 아니었다. 의심이 가는 이들은 있었지만 이유는 없었다. 결국 굳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삶이라는 것에 있어 필연적인 움직임 뿐. 그 많은 나스티카 중 그대가 가진 영향력과, 그대가 사용하던 수명 뿐.

누가 그리도 그대를 눈에 거슬려 했는지는 특정할 수 없었다. 그대는 내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였지만, 우주에 있어 그대 개인에게 다른 나스티카와 구별되는 특이점이 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그대의 영향력. 그대가 가진 왕의 연인이라는 이름.

그 이름을 준 것은 나였다. 그대에 대한 애정을 주체 못하고 왕의 연인이라는 이름을 모두가 알도록 쥐어준 것은, 이 어리석은 나였다. 그대가 죽은 것은, 결국 나 때문일 것이다.

“…안녕, 그대.”

그리 생각하고 놓아주질 못했지만. 홀로 그대를 그리고, 그대의 명복을 빌고 있었지만.

더이상 이 우주에서 그대를 붙잡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대를 보낸 곳을 뒤로하고, 저 바깥에 나갔다 왔다.

“미래의 일부를 보고 왔어. …그대가 없어도, 살아갈 버팀목을 찾은 것 같아.”

이제는 받아줄 이 없는 어리광으로 붙잡고 있던 그대여.

“나, 이제야 그대를 따라가기 시작할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감히 먼저 간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주기를 바라.

56. 어린 신관

대변동 이전…. …그러니까, 우주 역사상 가장 젊은 반룡 카사크 라조프가 지금보다 더 어려서 외모만 보면 제일 어린 용이던 시절.

조금 구석진 행성에서, 5선급 물의 신을 소환한 존재가 있었다.

물의 신 바루나는 평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작은 보폭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별로 여유를 즐기는 편은 아니었던 그녀는 무심한 얼굴에 작은 금을 그었지만, 자그마한 다리로 종종 뛰어오는 어린 신관에게는 그마저도 따라잡기 벅찬 모양. 자신이 부른 신에게 함부로 말 붙이지도 못하고, 신관은 숨소리도 죽이며 바루나의 뒤를 따랐다. 예민한 편은 아니던 신이 걸음을 멈췄다.

어… 바루나 님…?

콩하고 부딪친 신관이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를 들었다. 아무래도 아이와는 신장에 차이가 있는 바루나는 느리게 몸을 숙이고 신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까이 오거라.

…에,

아무리 죽인들 신의 귀를 벗어날까. 힘들어하는 소리 다 들리니 더 효율적인 방법을 택하자.

어린 신관은 의문을 가득 품은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신이 내민 손을 잡았다. 바루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얼굴로 신관을 당겨서 안아들었다. 번쩍, 허공에 들린 아이의 얼굴이 화들짝 놀라서 동그래졌다.

어, 어아?!

왜 그러지?

이… 이래도 되나요?

아이는 조심스레 물었다. 길지도 않은 평생을 신을 섬기고 복종해야 한다고 교육받은 신관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 당황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바루나는 짤막하게 물었다.

그래서, 싫은가?

네에? 그,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그냥 있어라. 이것이 아까보단 효율적이니.

…네에…

아직 어린 아이인 신관의 볼이 복숭아처럼 물들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설레하는 것이 유리처럼 선명하게 비쳐 보였다. 통찰을 쓸 필요도 없군, 바루나는 드물게도 감상을 내리며 평소와 같이 걸음을 옮겼다. 큰 보폭으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속도에 신관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우와…

바루나는 반짝이는 신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면 이렇게 순수한 어린 아이를 보는 것은 오랜만일지도 모르겠다는 상념이 문득 들었다.

빨라요, 바루나 님!

그런가.

네!

사실 아예 이동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애저녁에 버린 듯한 순수를 향한 동경인가.

아! 다 왔어요.

아이답지 않게 침착하던 신관이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서 뒤늦게 아, 들키면 혼날지도. 하고 당황해서 허둥대는 모습은, 참으로.

위험을 모르는 안타까운 인간에게.

이제 내려주지.

네! 감사합니다!

물의 신 바루나를 소환한 존재가 있었다.

앞날의 위험을 모르기에 순수할 수 있던 이였다.

57.

슈리는 푸른 빛을 보았다. 온통 붉은색 사이로 유일하게 빛나는 흰 빛과 푸른 빛.

왜 자신을 말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목구멍 아래에서부터 목을 긁으며 튀어나오는 포효를 억누르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비켜.

안 돼. …진정하거라.

미친거야? 잠바반이…!!

슈리야.

야크샤!!

슈리야. 제발.

그걸 원할 사람이 아니잖아, 말하는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물에 젖어있는 목소리는 끝으로 갈수록 작아졌다. 태초 이래로 한번도 보인 적 없던 약한 얼굴이 보였다.

슈리는 느리게 고개를 떨궜다. 자신의 것이 아닌 감정이 노기를 잡아끌어 감추고 있었다. 먹먹하고 아픈, 눈앞의 왕의 감정이었다.

왕은 공허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친구들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부질없고 가혹한 세상, 발붙이고 살아있기는 너무나 힘들었지만 살아가고자 했다. 밉지만 어쩔 수 없는 동족들이 있었고, 신경써주는 친구들이 있었고, 먼저 간 반려는 자신이 살기를 바랐을 테니까.

여태껏 훌훌 털어내지 못한 감정이 꾸며낸 평정 속에서 넘쳐 흐르려고 하고 있었다. 자신의 충격을 뒤로 하고 저보다도 화내는 아이를 말렸다. 더 화내주기를 바랐는지 저를 말리는 자신에게 분노하던 아이를 기억했다. 그 이후로는 만난 적도 없었다.

아이도 걱정이고, 친우들도 극성이니. 왕은 차마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 보일 수 없었다. 그래서 조용히 친구들을 뒤따랐다. 그랬더니 억지로 앞으로 보내는 친구가 있었다. 속과는 다른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던 중, 익숙하지 않은 공허함을 느꼈다. 바람과, 공허했던 부위를 가지고 있는 아이.

하누만은 그 아이들이 아니었다. 찰나에 안심하고 아이를 살폈다. 미래에서 왔을 아이는 아직 저를 알아보지 못하고 긴장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사람이, 이런 기분이었구나 싶어서― 문득 웃음이 나왔다.

너무 어색하게 굴지 말거라.

다정하게 말붙인 것은, 어쩌면. 아마도, 분명히.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 듯 싶은 뿌듯함과 그리움이 빚어낸 모습일 터였다.

왕은 느릿하게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텅 빈 심장의 허전함이 아쉬웠다. 이런 걸 참고 끝내 재생하지 않다니, 새삼 사랑스럽던 그의 반려가 너무도 대단하지 싶었다.

잘 가라, 야크샤.

누군가가 말하는 것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곳의 것이 아니라, 훨씬 예전의 기억에서. 다정하고도 깊은 마음씨의 그 사람의 목소리가.

야크샤.

안녕, 잠바반.

드디어 네 곁에 가는구나.

58.

그대가 생각나서 가져와 보았는데.

고요한 푸른색 눈에 메마른 바람이 스쳤다. 남자의 손에 들린 따스한 빛깔의 꽃송이가 후두둑 떨어졌다.

그대가 기억보다 더 먼 옛날에 있는 것 같아.

봉긋이 솟아오른 흙더미를 화사한 꽃이 꾸며냈다. 남자의 큰 손이 흙더미를 어루만졌다.

좋아했을까?

59.

오랜만에 용족

아그웬 입에 과일같은 거 넣어주는 카사크..

그리고 그 너머 기억 속에 있는 서로서로 과일 먹여주는 선대 라조프 가(이안의 부탁).

이안이 카사크 먹여주고, 탁 먹여주고, 탁이 이안 먹여주고, 카사크에게도 (권유받고) 먹여주고, 카사크가 (이안 뒷배로) 탁 먹여주고, 이안 먹여주고.

60.

소년은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딘가 익숙한 아이였다. 어색한 끌림, 그래선 안된다는 본능의 경고. 오래전 떠나보낸 '아이'와는 하나도 안 닮았는데, 어째서.

“뭐라고 부르면 돼요?”

인간 아이가 멸룡의 이름을 알 리는 없었다. 그런데도, 소년은.

“…탁.”

.

조금의 시간이 걸린 후, 아이는 뭔가 만족스러운 듯 밝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웃음, 웃었다…. 소년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했다. 어색하다. 분명 처음 보는 아이인데, 왜.

“다음에 봐요, 탁! 기다릴게요.”

소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주 오래 전에 보았던 눈이었다.

61.

약간 그런 게 있어요

붉은색 사랑의 실과는 다르게

은빛 쇠사슬로 묶여있는 부모자식의 실같은 거

그리고 손목 부근은 경첩같은 걸로 녹슬거나 험하게 다루면 부러지게 되어있는...

사고로도 끊어질 수 있는 붉은 실과는 다르게

누구 하나의 의지로만 끊길 수 있는 사슬이 끊기면..

그래서 붉은 실의 한쪽이 사라진 채 매달고 다니는 야크샤랑

손목 한 쪽은 반대쪽 손목과는 다르게 쇠사슬을 달았던 팔찌같은 것만 남아있는 야크샤족,

그리고 반대쪽 손목(/한쪽 손목)은 헐거워져서 빠지기 일보직전인 야크샤족과 야크샤같은 게 생각나네요..

그리고 야크샤가 죽으면서 남은 한쪽도

62.

바람은 자신을 담은 상자를 빠져나왔다고 생각했다.

이미 나왔으니 다시 담길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 세상을 자유롭게 감싸 안았으니까.

하지만, 하늘이 감싸고 있던 상자를 부숴버린 그 순간.

바람은 그 순간에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안았던 세상은 자신을 담았던 상자가 있는 세상이었다는 것을.

63.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얘기하니깐 갑자기.. 진짜 뜬금없는 순도100%허위 au보고싶어요

초대왕들이나 아스티카들이나 신관들 모아서 하루에 한명씩 죽어나가는 au

특히 왕들 모아놔보고 싶다

간다르바가 뭔 헛소리냐고 다 죽인다 큰소리치다가 아난타에게 목 꺾이면서 제지받고

재밌는 장난이라면서 야크샤가 허허 웃는데 다음날 킨나라가 사라지고...

64.

해리포터 안 봤는데 기숙사 성향은 알아요

야크샤는 후플푸프일듯

65.

꿈을 꿨다.

내 안에 묻어둔 그 애와 내가, 기억도 나지 않는 먼 옛날의 바람과 같이 살고 있는 꿈.

그 애를 보고, 그 애와 대화하고, 마주보며 서로 살풋이 미소짓는, 그런 꿈.

깨어난 이 곳에는,

그 애가 아꼈던 그 녀석 뿐.

그 애의 아주 작은 흔적 뿐.

꿈 속에 더 머무를 수 있다면 좋을텐데.

66.

라트리 마법..

막 별같은 빛 떠오르는 그런 거일까요(판타지 회로 가동

어두운 밤중에 사용하면 별빛을 닮은 빛이 하나둘 나타나 길을 밝혀준다던가(날조

67.

아버지!

어린 아이의 높고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새되게 높은 목소리. 노인은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이 목소리는, 분명히. 그 아이들 중의,

야크샤.

잔잔한 목소리에, 노인은 고개를 돌렸다. 온화한 인상의 부인이 여느 때와 같이 부드럽게 웃으며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딜 그리 가려 하셔요, 무슨 일 있나요?

…아아… 아이들 중 한 아이가 비명을 지른 듯 하여서.

그랬나요? 그런 건 못 들었는데.

부인은 어린 아이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꿈결에 잘못 들은 것인가, 부인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으니.

노인이 그리 생각하고 다시 부인에게 기대어 몸을 뉘일 때 즈음, 노인이 꿈결로 의심했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버지..!! 제발, 일어나 보세요!

어떤 것도 정의되지 않은 초창기의 우주인데. 이 우주가 점차 발전해야 저런 개념이 나타날 터인데.

뒤늦은 깨달음에 노인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기묘하게도, 그런 자신을 보는 부인의 의아한 눈은 마주하기가 참 어려웠다.

야크샤, 또 왜 그래요?

…아무래도, 잘못 들은 게 아닌 것 같아요.

어머, 이상하네… 정말요?

잘 모르겠는… 하지만 의미는 알 것 같은 단어를 불렀어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단어일 텐데, 이건 잘못 들을 수 없겠죠.

잘못 들었을 수도 있잖아요?

…잠바반, 왜 그래요?

노인의 부드러운 얼굴에 미약한 의심이 깃들었다. 뭐가요…? 음, 그런 것보단요. 자연스레 넘어가려는 우직한 노웅(老熊)의 본모습이 흔들렸다.

아버지, 제발.

노호(老虎)의 푸른 눈이 굳건해졌다. 

…잠바반… 내 이름이 지닌 역할을, 아시죠.

알죠. 내 반려이고, 우리와 같은 모습을 가진 아이들의 보호자이며, 그 아이들의…

선뜻 대답하던 부인의 목소리가 멎어들었다. 노인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그러니… 더이상 여기에 머물 수 없겠습니다.

…야크샤…

당신을 불러내다니,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당돌하네요.

고맙다고 해야 하려나, 씁쓸한 미소 뒤로 가려지지 않은 그리움이 고개를 들었다.

'야크샤'는 완전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완전한 청년의 모습은 아주 먼 기억 속 노인의 모습과는 달랐다.

아이들을 지켜주다가, 당신을 보러 갈게요. 그러니 기다려 주세요, 잠바반.

평화로운 먼 옛날의 모습이 깨지기 시작했다. 자애로운 황록의 눈을 눈물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야크샤는 손을 꾹 눌러쥐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럼.

영감, 이제 깼냐!!

빨리 일어나, 야크샤.

저를 부르던 아이들은 벌써 이만치 컸건만, 아직도 너무나 걱정되어서.

혹시나 피치못할 일이 생기겨서 떠나야할 일이 생기기 전에, 조금만 더 자랄 때까지만.

일어났다. …잠깐, 그리워서 늦었단다.

짐승들의 왕이 입을 열었다.

68. 할로윈

란은 느리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황색, 검은색으로 가득한 세상. 무슨 일이 있기라도 한 것인가? 주황, 검정, 유령의 심볼... 아, 뭔가 떠오를랑 말랑한데. 답답한 속을 부여잡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란에게 마루나가 말을 걸어왔다.

“란 사이로페. 저기.”

“어? 왜?”

“할로윈이라는 게 뭐냐?”

아. 할로윈.

“…할로윈?”

“저기 쓰여 있잖아. 뭔지 모르는 건가?”

“…아, 아니. 알아. 그러니까…”

란의 시선이 주황빛 글자에 박혔다.

할로윈, 죽은 자를 기리는 날. 죽은 자의 영혼이, 다시 돌아오는 날…

“…할로윈은…”

보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죽어서 못 보는 사람도 많지만.

이런 날에 볼 수 있는 보고싶은 사람을 꼽으라면,

“란 사이로페?”

란은 멀뚱히 저를 바라보는 붉은 눈을 바라보았다. 이녀석도 보고싶은 존재가 있을까. 수라의 사고방식은 여러모로 다른 면이 많으니 이런 배려는 필요 없으려나. 긴 침묵 끝에, 란은 느리게 입을 열었다.

“…할로윈은, 죽은 이의 영혼이 돌아오는 날. 보고픈 존재를 불러들이는 날. …그 영혼이 어디에 갔더라도, 그 영혼이 어떤 자의 영혼일지라도, 단 한 번 볼 수 있는 날.”

“……”

“그래서 인간들에겐 중요하게 여겨지는 날이야. 뭐… 미신 취급도 받지만.”

“미신인가?”

“난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군.”

마루나는 대강 대답하곤 고개를 돌렸다. 향수에 빠져 잠시 가만히 있던 란은 뒤늦게 그를 바라보았다.

“궁금증은 풀렸어?”

“그래. 이쪽과 관련된 게 아니라니 흥이 식는군.”

“죽은 수라도 불러들일 수 있을걸.”

“수라가 죽은 이후 어찌 되는지는 이미 유명하다. 헛된 소망이야.”

“…그런가.”

“그래.”

어느새 깊어진 보라빛 눈동자가 마루나를 가만히 살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는 처음부터 못하긴 했지만, 그래.

“…그럼,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그러는데. 이따가 ―에서 만나지 않을래?”

“?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뭐, 필요할 것 같아서.”

“…그러지. 해가 지기 전까지는 오도록.”

“고마워.”

마루나는 잠시 란을 바라보고는 등을 돌려 어딘가로 이동했다. 그 뒷모습을 살피다가, 란은 반대쪽으로 향했다.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 최대한 보는 눈이 적은 곳.

어디에선가 들은 적이 있다. 황혼과 새벽은 가장 경계가 흐려지는 시간이라고. 무슨 일이 일어나면 대개 이 두 시간이라고.

야크샤족의 감각으로도 느껴지는 것이 없는 곳에 다다르자, 란은 긴장해서 아끼고 아끼던 숨을 내뱉었다. 아스라한 기억 너머에서 누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보고싶은 사람을 불러봐. 올걸?" 희박한 가능성을 바라며, 이 마음을 알아보고 와주기를 희망하며, 란은 꼭꼭 감추던 속마음을 열었다.

“…보고싶어요.”

헤어진 이후로, 한번도 소리내서 부른 적 없는 그 이름을.

“…보고싶어요, 야크샤님. 제발,”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답답함을 내뱉으며.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많아요……”

부디, 할로윈의 미신이 진실이기를 바랐다.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는 침묵이 이어지자, 란은 느리게 감았던 눈을 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떨리던 속이 실망으로 가라앉았다. 아니, 미신인 거 알면서 이렇게 서운해하는 것도 좀 이상한데. 자신의 아이같은 마음에 허하게 웃은 란은 몸을 돌렸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 순간이었다.

「포기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

우울하게 가라앉았던 보라빛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떨리는 몸을 지긋이 바라보던 푸른 눈이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이리 불릴 줄은 몰랐구나. 오랜만이다.」

“…야크샤님,”

「그래.」

제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자각은 없었다. 간신히 그 이름을 부르고, 돌아오는 대답을 듣고서야, 란은 몸을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머리카락에 짙푸른 범의 눈. 너무나 그립던 그 모습 그대로.

란은 물기어린 눈을 다급히 쓸어내곤 앞으로 한걸음 떼었다.

“…야크샤님, 야크샤님.”

「뭘 그리 계속 부르느냐. 예 있으니 안심하거라.」

“…보고싶었어요. 보고싶었어요, 야크샤님.”

진심이 가득 담긴 그 목소리에, 얼굴에. 멈짓한 반투명한 형체는 느리게 란의 어깨를 토닥였다.

「…나도 보고싶었다, 란.」

𝄞

마루나는 주변을 살폈다. 뭔가 부르고 싶은 존재가 있던 모양이지. 평소답지 않은 눈치를 뽐내며, 그 역시 주변의 기척을 확인했다. 누군가를 부르면 이상하게 보이리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주변을 확실히 살핀 마루나는 느리게 숨을 가다듬었다. 천천히, 조심스레.

“…어머니.”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그 존재를.

“…어쩌다, 가신 겁니까.”

본래는 아무 생각도 없었던 것을. 그저 죽으셨다니 죽으셨구나, 했던 헤묵은 감정을. 굳이 드러내면서.

“저희 종족의 유의미한 전력은, 삼파티와 저밖에 남지 않았는데. 칼라빈카의 행방도 모르는데. …그때 그 아카샤님께선, 무엇이었는지.”

그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답답함으로부터 꿋꿋이 서서.

“…말하니 좀 낫군요. 미신이라 하지만, 그들의 방식은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래 전 배웠던 진실을 되새겼다.

마루나는 고개를 숙였다. 아무도 없었고, 수라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존재도 란 사이로페 외에는 없었지만― 오랫동안 헤묵여왔던 것을 털어놓으면 누구나 쑥스러워할 터였으니까.

「…다행이구나.」

그러니 이렇게 목소리를 듣는 것도, 반투명한 불꽃의 날개도.

분명, 민망함이 불러낸 작은 허상일 터이다.

「많이 자랐구나, 마루나.」

눈앞이 흐릿해져가는 것도, 마찬가지로.

𝄞

마루나는 익숙한 기척에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본래 만나기로 했던 건 해가 지기 전이었지만, 이쪽 역시 해가 지고서야 온지라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살짝 부은 눈에, 짠 냄새. 울었나. 마루나는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생각을 이었다. 이쪽과 비슷한 일을 겪기라도 했는지, 행동이 어설픈 것이 보였다다.

“왔나.”

“…아, 어. 미안, 늦어서.”

“됐다. …나도 정확히 맞추진 못했으니.”

“내가 더 늦게 왔잖아. 미안해. …진짜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해서.”

“해가 지자 사라지던데.”

“…뭐? ……설마 너,”

“묻지 마라. 말해줄 생각 없으니.”

마루나의 단호한 말에 란은 멍하니 눈동자를 깜박였다. 깜박, 깜박… 얼마 지나지 않아, 란은 픽 웃었다.

“그래, 나도 말해줄 생각 없으니까.”

“…”

“할로윈의 기적이네. 또 있기를 바랄 수 없으니까.”

“……”

“…가자. 돌아가야지.”

힘이 난 듯이, 란의 목소리는 밝았다. 마루나 역시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성립되었는지 모를 만남을 뒤로하고, 둘은 앞으로 나아갔다.

69. 만남

뱀은 정처없이 걸었다. 떨어지기 위하여, 다른 점을 보지 않기 위하여.

그저 그 얼굴을 보는 것이 그리도 어려워서 피하던 도중,

“어, 아난타 아냐??”

“…넌,”

“얼굴 왜 그래?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어?”

“…아니…”

“우리랑 같이 갈래? 야크샤, 아난타랑 같이 가자!”

어딘가로 향하던 두 명을 만났다.

한 명은 알았다. 거의 마지막까지 살아있던 나스티카, 킨나라족의 아이라바타였다.

그리고 또 한 명은, 이름을 듣기 전까진 그 얼굴을 잊어버린지 오래이던 나스티카.

“나야 상관 없다만… 아난타의 마음이 중요하지.”

“…야크샤?”

“응. 왜 그러느냐, 아난타?”

어리디 어린 야크샤족을 이끌어가던, 너무나도 오래 전에 죽은 나스티카, 야크샤. 자신이 죽는 미래를 모르는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고, 뭔지 모를 감정을 일으켰다.

사가라나 마나스빈과는 조금 다른, 잘 모르겠는―

아난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모습의 야크샤가 느긋이 입을 열었다.

“네 동족들이 온 모양이구나.”

“……아.”

“어찌, 피하고 있던 듯 싶은데…”

야크샤는 흐릿하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담뱃대를 잠시 물었다 놓았다. 이질적인 향이 주위를 덮었다.

“이 녀석이 물었던 대로, 같이 가겠느냐?”

“아!! 신경 안 쓰는 줄 알았잖아, 야크샤!”

“그리 관심 없지는 않아.”

아직 그리 오래 살지 못했는데도 깊은 빛을 띈 푸른 눈이 뱀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원래 이런 수라였던가, 뱀은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다.

“어린 눈으로 저리 다급한 눈을 하고 있으면 모른 척 할 수가 없어서 말이지.”

“…안 어려.”

“내가 키워낸 아이들이 몇인데. 물론 넌 그들보단 나이가 있지만.”

주변이 이미 연기와 향으로 가득 찬 이후였다. 초월기 중 하나려나, 야크샤는 뱀이 도피하듯 머금은 생각을 손을 붙잡는 것으로 간단히 떨궈냈다. 가볍게 웃은 노호(老虎)가 뱀을 연기 반대편으로 이끌었다.

“이쪽이다. 딴생각은 그쯤 해두고, 같이 가자꾸나.”

야크샤, 이거 별로야! 투덜거리며 따라붙는 아이라바타를 눈으로 쫓다가, 뱀은 어딘가 즐거워 보이는 야크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연기의 범위 바깥으로 나오자 야크샤는 뱀을 뒤돌아 보았다.

“이정도면 네 동족들도 따라오지 못할 게야.”

“…”

“아난타?”

“아, 아. …고마워, 야크샤.”

“무얼, 간만에 즐거웠다. 내 쪽에서 고맙다 해야지. …아, 네 곤란함을 내 즐거움으로 삼으면 실례이려나.”

“아니야. 뭐가 즐거웠어?”

“그건―”

“야크샤는 애들 돕는 거 좋아하거든! 널 아이로 본 게 틀림없어. 맞지?”

야크샤가 대답하기도 전에 대답한 아이라바타가 맑게 웃으며 야크샤를 돌아보았다. 무엇이 그리도 호쾌한지, 너무도 맑고 밝은 그 얼굴은 보는 이의 마음을 한결 누그러트렸다.

야크샤 역시 같은 마음인지, 실례라 할 수 있을만한 행동에도 부드럽게 웃었다.

“이미 말했잖아. 뭘 또 묻느냐.”

“아차, 그랬지. 아무튼 야크샤, 저 연기 싫다니까.”

“더한 것도 겪어본 놈이 엄살은.”

“그거랑 저건 달라! 냄새도 강하고, 느낌도 요상하다고. 우리니까 영향이 없지.”

“우리만 있으니 쓴 것 아니냐. 자주 쓰는 것도 아니고, 이번엔 적당한 것이 저것밖에 없었으니 그냥 넘어가자.”

“체에― 엄격하다니까.”

아이라바타는 비죽 입술을 내밀었다. 뱀은 두 수라의 대화를 흘려 들으면서 야크샤가 사용했던 연기를 들여다보았다.

어느정도 중독성 강한 환각성 풀에서 나오는 연기― 이전의 세계에선 '담배'라 불렸던 물건의 증폭. 나스티카야 영향받지 않겠지만, 약한 이들에겐 충분히 영향을 미치고도 남았다.

아이라바타의 말이 틀리지 않은 것을 확인한 뱀은 푸른 눈과 시선을 마주쳤다. 웃음을 띠운 푸른 눈이 비밀이라고 말하듯 살갑게 접혔다.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뱀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한 것도 겪었다는 건 무슨 뜻이야?”

이후 그 질문을 던지려고 입을 연 것은 뱀에겐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없던 일. 그렇지만, 소중한 인연들을 이어준 가장 잘했던 일.

이 질문의 다음은, 아이 보듯 자애로운 눈으로 뱀을 도왔던 범과 언제나 그렇듯 모든 일을 즐기며 해야 할 일이었으니 뱀을 도왔던 말이 뱀의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70.

하나하나 같은 길이의 과자를 유심히 살피고 살펴

부인과 같은 색의 달큰한 것이 조금이나마 많이 묻어 굳어있는 것을 골라 건네며,

“ 부인과 같은 색인 것이 조금이나마 더 많은 것인데, 열심히 골라 보았는데 입에 대어줄 수 있소? ”물어

수줍은 얼굴을 발그레 붉히는 부인을 보는

그 얼굴의 미소는.

71.

라오 리즈는 행복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딸들. 자신은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고, 딸들은 어색해하는가 싶더니 어떻게 잘 다니는 것 같았다.

“애들은 어때?”

“쿠베라가 아샤를 데리고 다니는 것 같아.”

“친하게 지내는 모양이네! 다행이다.”

얼굴도 못 보고 떠났던 아비를 잘 받아준 딸.

갓 아이를 낳았는데 곁에 없던 남편을 기다려준 아내.

생판 타인이었던 자의 설득을 받아들여주고, 마음을 열어준 딸.

행복했다. 네 가족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았다.

꺄르륵, 웃음소리와 가벼운 미소를 보는 것이 좋았다. 언젠가 들은 적 있던 충고는 되새길 필요 없다고 여긴지 오래였다.

“…쿠베라?”

…그래―

꿈만 같은.

아니, 아마도 내 오랜 고생이 만들어낸 악몽을 보기 전까지는.

꿈이었을 것이다.

꿈이야.

어서 깨어나야 할텐데.

어떻게 해야 깨어날 수 있는 걸까.

방법을 모르겠다.

오랜 고생에도 멀쩡하던 무언가가 깨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72. 부탁

란 사이로페는 움직임을 멈췄다.

고개를 90도 돌려서 보기도 하고, 미쳤는지 제 볼을 제 주먹으로 힘을 가득 실어 때리기도 했다. "아우야, 정신 나갔냐." 라는 형의 부름도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헛걸 보는 건가.”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내놓은 첫마디가 저런 것이었기에,

걱정하며 지켜보던 루츠 사이로페의 주먹을 부른 것은 당연했다.

𝄞

변형된 팔을 이루는 수많은 이빨, 머리카락처럼 흘러내린 롭이어, 보랏빛의 색.

하지만 무엇보다도, 순하디 순한 얼굴이다가 인간을 발견하곤 서늘하게 웃는 얼굴이. 두 얼굴 모두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라서.

“왜 그러는데?”

보라빛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아니, 왜 그러냐고. 이유를 말해봐." 라며 손을 뻗은 형의 목소리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아니, 그 둘이? 가능한 일인가? 분명, 혼돈 속성 나스티카는 전부.

사진만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란 사이로페의 예민한 코에 어디선가 맡아본 듯한 냄새가 잡힌 것은 그때였다.

“나…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야!!”

루츠 사이로페의 당황과 분노가 섞인 고함이 방을 가득 채웠지만, 란 사이로페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

회색의 머리카락과 그와 같은 계열의 눈동자. 등 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커다랗고 복실한 꼬리.

란 사이로페는 긴장을 다소 내려놓았다. 제게 그리도 우호적으로 대해주었던, 그분의 후일담을 말해줬던 수라를 경계할 수는 없었다-

까지 생각했다가, 란 사이로페는 약간의 긴장감을 다시 일으켰다. 상급 수라가 인간계까지 올 일이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저 밖에서 결계를 파괴하는 저 익숙한 라크샤사와는 무슨 관계일까.

제게 남은 기억은 너무나 좋았지만, 이곳은 인간계. 의도를 알 수 없는 수라는 의심해야 한다는 것을, 잊을 뻔한 란 사이로페는 크게 호흡했다.

“-타티아, 였지.”

【그렇습니다. 인간의 기준에선 오랜만일까요, 란 사이로페.】

그때와 다름없이 나긋한 얼굴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때 분명. 이곳을 다시 밟을 용기가 없다고-

경계하는 낯을 읽은 타티아는 가볍게 웃었다. 저 얼굴은, 연령대는 달라졌지만 그때와 다를 바 없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지금 이곳을 공격하는 수라는 야크샤족의 5단계 라크샤사. 과거 하누만님과 페투판님 사이에서 태어났던- 야크샤님의 손에서 자랐던 혼돈 속성의 아이.】

“…!!!”

하누만과 페투판의 자식. 야크샤의 손에 길러진, 5단계 라크샤사.

곧바로 이름 모를 누군가가 떠올랐다. 필멸의 눈에 소원을 빌었던 네명의 라크샤사 중 한 명.

【이름은 소나. 필멸의 눈에 빌었던 소원을 잃어버린 수라입니다.】

타티아의 단조로운 얼굴이 무심하게 멀리, 저 너머를 바라보았다. 타티아는 란이 그 시선에 깃든 감정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다시 말을 꺼냈다.

【저희는 사가라라고 하는 아난타족 3대 왕의 지원군으로서 이 땅에 왔습니다. 그의 목표는 아난타를 부활시키는 것이죠.】

“…! 안돼. 부활시키는 건,”

보라빛 눈동자가 크게 떠지고, 안색은 사색이 되었다. 무언가 알고 있는가, 타티아는 지긋이 그 반응을 살피다가 눈을 감았다.

【예. 그건 그의 목표입니다.】

“그의 목표라고?”

【소나는 인간을 몰살하기 위해 이곳에 왔지요. 그리고 저는- 란 사이로페, 당신을 만나러 왔습니다.】

“…나를?”

【예, 당신을.】

커다란 꼬리가 가볍게 흔들렸다. 타이밍 좋게도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다.

마치 가벼운 것을 말하듯, 타티아는 미소지었다.

【소나를 만나주세요.】

누군가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그 애를 진정시킬 수 있는 건, 당신 뿐입니다.】

73.

74.

“셰스님!!”

그대를 처음 만났던 것은, 작고 어린 생명이 스스로의 힘으로는 일어서지 못해 어른의 힘을 필요로 했던 때.

나는 주변을 이겨내지 못했고,

그대는 이겨내지 못했지요.

내 두번째 성장은 사라져가는 그대를 붙잡지 못한 나의 무력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셰스님, 안돼요! 위험…!”

하지만 이제는 알아요.

그대가 성장한 나를 보며 웃었다는 사실을.

내가 그대를 잡는 데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셰스, 님…?”

그러니 내 마지막 성장은

그대를 지키기 위해 하렵니다.

𝄞

놀란 보랏빛 눈이 크게 커졌다. 거대한 말의 형상을 한 소녀의 보호자, 너무나 다정하고 착한 분.

다른 수라와의 싸움에서 밀리고 있었다. 싸움을 잘 모르는 소녀의 눈에서도 그는 점차 상처입고 약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선을 알 수 없는 분홍빛 눈과 눈이 마주친 것 같다고 느낀 이후-

새하얀 빛이 났다. 거센 돌풍이 나타나 주변을 쓸어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눈앞을 가득 채운 것은,

거대한 무언가. 작은 하프의 신장으로는 전체적인 모습을 보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인간에 가까운 모습.

거대한 날개가 하늘을 가렸다. 그를 밀어붙이던 수라가 당황해 한 걸음 물러섰다.

【 덤벼. 】

【 …! 】

【 이젠, 내 차례지? 】

75.

76.

77.

저요..? 어릴 땐 무섭다고 울던 아이가 커서는 울고 싶은데도 차마 못 울다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자신만의 공주님한테 솔직하게 사랑한다는 말 듣고 후두둑 눈물 쏟는 쪽이요..

.

오오... 약간 전 메이웬 때는 이 모든 일을 저지른 존재가 이 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결핍에 대해 눈물 흘릴 자격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쌓여 있어서(+그게 용족 특유로 안 드러나서) 못 울고.. 사랑한다는 말에 자신이 들어도 되는가? 라는 생각도 못 하고 무의식중에 후두둑.. 떨어진 걸 보고 본인도 놀라서 당황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윽고 아, 이 말을 듣고싶었구나. 하고 깨닫고.. 더 울면 좋겠네요. 기왕 우는거 공주님한테 사랑한다고도 해주길

.

ㅜ.. 말.. 말을 못하는 이이..

행동은.. 너무나 솔직했는데 아그웬은 모르는 쪽에서..(뒷목

그 순간에 딱 눈치없는 누군가가 공격하고 카사크가 그거 잡으면서 사백안 뜨면서 "내 공주님한테 무슨 짓이냐.." 해주는 건 어떠신가요..ㅜ 그리고 아그웬을 돌아보는 눈은 이상하게도 따스해 보이는 채로..

.

어색한 분위기 흐르다가 풋, 하고 아그웬이 소리내서 웃으면서 살짝 고인 눈물 훔치고 “그럼 아빠, 뭐 먹으러 갈까요? 아빠 좋아하시는 고기도 먹고.. 전 아이스크림 먹을래요.” 하면 카사크가 “…그래. 공주님이… 아니, 아그웬 네가 바라는 대로.” 라고 해주는거...!!!

.

장난끼 드러내면 아그웬도 방긋!! 해주면서 맞아요~ 아빠는 민초 카레 맛 드실래요? 해주고.. 곤란한 듯 침묵하다가 아그웬과 같은 걸로. 하고 대답하는 거 보고싶네요...

탁이요

걘 지금 수라도에 있지 않을지✧*。(*´ ˘ `*)✧*。

.

(반짝반짝)(차애 내쫓기)(어딜끼냐)

웃는 아그웬 보면서 이런 아그웬과 함께라면 세상은 가치있으리라고 그 무감한 얼굴에 은근한 미소를 띄우는 카사크도요ㅠㅠㅠ

.

..이ㅣㅣㅣ 눈치없는 용용이

그럼 아그웬 싸해져가지고 ........하고싶은 거.. 아빠랑 계속, 같이... 아빠 사랑 받는 건데요.

할거같(차마 캐붕 내지 못한 흔적

.

ㅠㅠㅠ아그웬 어뜨케요..

(그리고 그순간 나타난 핵폭탄씨: 어디가냐, 네 딸 저기 서 있는데.

.

일단은.... (눈치 못 챙기고 끼어들지 말라고) 잠깐 어디 보냈다가 돌아왔다는 느낌입니다만..

애매하죠... 얘네는 한짓도 종족간 차이도 있어서 더....

공주님이 나서서 할아버지! 아빠를 아끼시죠? 해줘야

78.

79.

왕 할아부지

햇살처럼 따스한 흰빛 머리카락과 바다와 같은 짙푸른 눈을 가진 아이의 모습을 한 왕

80. 인정

여인은 무심한 낯으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민트빛 머리카락의 남자를 밀어내고, 미련하게도 자력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공간에 스스로 갇히는- 소년에 가까운 청년.

【정말 엉터리 가르침 아닙니까, 쿠베라…】

죽을 것 같았다. 청년에게 정을 붙인 것은 이쪽이 아니었는데도, 죽음엔 익숙한데도. 그 미래를 아는 자가 죽는 것이 꺼려져서. ―제시하는 것 대신 현재를 보기로 결정했지만.

“그래서, 그 선택을 후회해?”

익숙한 낯보다는 앳된 얼굴이- 이쪽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

마루나. 새 모양의 수라. 붉은 깃털의 라크샤사.

잠시 떨어져 있던 사이에 5단계가 되었고, 란 오빠와 친해진. 이쪽의 편에 선― 일단은 동료.

하지만, 마을을 공격했던 적.

“…!”

분명히 저쪽은 이쪽을 구해줬지만, 믿을 수 없었다. 용서하고 싶지 않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끝없이 쌓여있는 절망을 더 깊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이미 눈치챘는데도.

“네가 왜…!! 놔.”

이전과는 현저히 달라진 그 눈빛을 모른 척 했다.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잊어버리고, 눈앞의 증오만을 보아서- 수라는 변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존재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데도.

이기적으로.

“…란 오빠…?”

믿었던 사람이 도시를 공격한 수라를 진정시켰다는,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아서.

“……”

붉은 날개를 가진 수라가 구해줬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눈앞의 모든 것이 받아들일 수 없어서.

“…가까이 오지 마.”

이기적으로.

부인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 밀어넣고- 경멸의 시선을 꺼냈다.

【―――】

수라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

4단계 라크샤사는 몇억을 기준으로 쌓인 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터져나가는 것이 당연했고, 세상으로 나갈 것이 분명했다.

'시간'으로서 그건 막고 싶었다. 그냥, 불가능하니까.

“그 죄는 내가…”

손을 뻗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고통에서도 해방될테니, 청년에게 막을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도 손이 내쳐진 것은, 예상 외의 일.

청년은 눈에 핏발을 세웠다. 검은 죄에 뒤덮여 잘 보이지도 않던 붉은 눈이 선명했다.

【아버지로부터 딸에게로 죄를 넘긴다고? 그럴 거면 이렇게 뛰어들지도 않았다.】

미처 보지 못했던 죄책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할 수 있어.】

미련하다고 생각했던 짓에 대한 책임이 보였다.

【인간인 라오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라면 나도 어떻게든…】

미력한 인간에게 보이는 일이 없던 동정과 자비가 보였다.

“……”

고통에 위로 쭉 뻗었던 날개가 크고 견고해졌다. 죄로 검게 물들어있던 모습이 색을 드러냈다. 연약한 4단계 라크샤사의 몸이 단단해지고 강건해졌다.

'우리 아이를 단 한번 만이라도 안아보고 싶어.'

여인은 눈을 감았다. 무엇에 흔들리는 거지, 이제 괜찮으니 손 떼고 물러나기만 하면 될텐데.

“…그래, 이젠 버틸 수 있을 것 같네.”

인정하기로 했다. 받아들이는 건 아직이어도, 인정했다.

이유는 뭐라고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아직도 심경은 복잡하지만.

“…지금도 딱히 아군은 아닐걸.”

아군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81. 옛날 이야기

보랏빛 라크샤사가 눈을 떴다.

샛노란 눈동자에 비치는 것은 새카만 암흑 뿐으로, 주변을 둘러본 그는 바로 앞에 주먹을 내질렀다.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붉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수라도인가.】

【소나!】

익숙한 목소리- 한눈에 성별을 알아볼 수 없는 라크샤사, 소나는 살짝 눈을 키웠다.

회색 늑대의 모습을 한 수라는 많았지만 이 목소리를 가지고 자신을 친근하게 부를법한 수라는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타티아.】

【소나, 어떻게… 일어난 거야?】

【뭔가 부르는 것 같아서.】

【…뭐?】

【야크샤님.】

회색 늑대- 타티아는 움직임을 멈췄다.

모든 야크샤족의 역린이자, 그리움의 대상. 특히 소나에게는- 금기시되었던 그 이름.

소나는 환하게 웃었다. 해맑은 그 웃음엔 미친 사람의 광기가 서려 있었다.

【야크샤님의 힘을 느꼈어.】

【…? …!】

【지켜드릴 수 있어. 이토록 강대했는데, 야크샤님이 아닐 리가 없지. 몇번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긴 했는,】

소나는 쓰러졌다. 광기어린 레몬빛 눈에, 그 절박함에 굳었던 타티아는 쓰러지는 소나를 받아 들었다.

소나를 기절시켰을 자가 느리게 다가왔다.

“기절했느냐?”

【…네, 하누만님.】

“그래… 일어난 것 같아서 와봤더니.”

그 아이를 느낀 모양이구나, 하누만이라 불린 여자는 씁쓸히 중얼거렸다. 한 소년을 떠올린 타티아는 하누만과 마찬가지로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야크샤의 심장을 가지고, 거래의 증거를 심장에 장착했던 가엾은 소년.

'…내 삶의 미련은, 재회란다.'

고단한 왕의 버팀목이었던 그 소년에 대한- 과거의 대화를 떠올리며.

𝄞

새파란 하늘에 녹빛 들판. 야크샤족의 어린 나스티카들이 왕의 비호 아래 자라고 있는 평화로운 행성에서- 소년의 모습을 한 왕이 저를 부르는 소리에 느리게 눈을 떴다.

【야크샤님!】

【야크샤님, 옛날 얘기 해주세요!】

“…소나랑 타티아로구나.”

【네! 타티아예요!】

【소나예요!】

“그래, 그래. 옛날 이야기라면, 어떤?”

왕은 아이들의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어떤? 뭐 듣지?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기울이던 아이들은 해사하게 웃었다.

【야크샤님께서 겪으셨던 인간들 얘기 해주세요!】

【겪으셨던 거! 야크샤님도 등장하는 얘기요!】

“나도 등장하는 거…? …그래, 몇몇 있지. 어디 보자…”

왕은 느긋이 기억 속에 빠져들었다.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 깊게 잠들지는 않았지만, 조금 전 꿈에서 봤던 그 아이가 떠올랐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인데 말이다.”

회보랏빛 머리카락과 짙은 보랏빛 눈동자를 가졌던- 심장을 내주었던 그 아이.

푸른 눈이 그리움으로 깊어졌다. 왕은 미소지었다.

“…너무나 보고싶어서, 지금도 기다리고 있단다.”

【좋은 사람이네요! 저도 만나고 싶어요!】

“그러느냐? 소나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구나. 착한 아이이니 말이야.”

【만나면 지켜줄래요! 야크샤님이 기다리는 사람!】

【아, 나도!】

토끼귀를 가진 아이는 해맑게 웃었다. 개와 비슷한 귀를 가진 아이도 당황해서 외쳤다.

왕은 살짝 눈을 키웠다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세상에. 이리도 귀여워서야.

“그래, 그 아이를 지켜주렴. 소나랑 타티아는 할 수 있단다.”

【네!】

【네…!】

아이들은 활기차게 대답했다. 왕의 미소 아래 그 인간을 상상하고 즐겁게 웃었다.

훗날은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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