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베라

#1 (22.04.29 재업)

~2022/04/25. 뒤로 갈수록 최신. 야크샤 관련만 있음 주의

ESAVIR by Riv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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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는데 보고픈 썰 여기다 적어둘게요..)

태초 인류 멸종되던 시기에 야크샤족 전체에 감정동조화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스티카급 수라에게마저도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슬픔의 감정동조화.. 야크샤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데리고 수라도에 왔는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는 않고, 왜 모습을 감췄는지는 거의 모두가 알 것 같은데 찾아도 안 나오니까 다들 답답해하고, 그러면서도 먹먹하게 동조화된 감정 때문에 뭘 할 의욕도 안 나고.. 아난타가 찾아 나섰다가 만나기는 하는데 기운 못 차려서 슈리 보내주는 거 보고 싶어요. 야크슈리.. 슈리도 대충 이유는 아는데 친하게 지내던 인간들이 멸종했으니까 본인도 기분 별로여서 시간 좀 주자고 생각했다가.. 너무 오랫동안 안 나와서.. 아 아난타가 슈리 부탁으로 야크샤 찾아갔던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부탁 굳이 없었어도 친구 찾아다녔을 것 같다는 망캐해가 있지만..

(→슬픔의 비)

2. 연상

아난타랑 아이라바타랑 같이 돌아다니다가 벚꽃 보고 슈리 떠올리는 야크샤.. 무심결에 조용히 미소지었는데 아난타랑 아이라바타가 그거 보고 놀리는 거 보고싶어요

슈리는 물 위에 구름이 비친거 보고 야크샤 떠올려주면 좋겠다!! 아니 하양 파랑은 떠올릴 수 있는거 많아서 자주 떠올렸으면,

봄이라는 계절은, 눈은 즐거우며 마음은 부드러이 풀리는 시간이었다. 봄에는 꽃이지! 꽃구경가자! 하고 활기차게 외친 친우를 따라 거닐던 장소에 자리한 것은, 연분홍의 벚꽃부터 진분홍의 진달래와 같은 화사한 꽃들. 분홍빛 꽃에서 분홍빛의 여우를 떠올린 짐승의 왕은 무심결에 미소지었다. 

어, 얘 웃는 것 봐.

 냅둬~ 슈리 떠올렸나보지.

 ...? 아니, 슈리가 갑자기 왜 나오느냐?! 

새하얀 피부가 붉게 물들어선, 그런 것 아니니 호들갑떨지 말아라- 하는 소년의 모습은 누가 봐도 지레 찔려선 쑥스러워하는 사람의 것이었다. 

얼씨구, 그러셨어~? 

그렇대도..! 

응응, 그랬구나~ 

그랬구나~ 

부끄러움에 홧홧하게 달아오른 볼을 문지르며, 짐승의 왕은 습관처럼 쥐고 있던 곰방대를 내려놓았다. 그만들 하거라.. 힘없이 작아지는 목소리에, 두 친구는 피식 웃었다.

슈리는 별 생각 없는 것 같던데, 얜 나중에 잡혀 살면 어째. 

음.. 글쎄~

 ...? 아난타, 너 뭐 알고있지! 

글쎄~! 

눈을 반짝이며 추궁하는 아이라바타 뿐만 아니라 놀림받던 야크샤 역시 궁금한 듯 아난타를 올려다 보았지만, 아난타는 말해줄 생각이 없는 듯 흐흥 웃어보였다. 푸른 하늘을, 하얀 구름을, 푸른 물을, 웃는 인간들을 보며 친우를 떠올리는 여인에 대해선, 친우의 나중의 기쁨을 위해 아껴야했다.

3.

앗 이런식으로 태초시절 첫 동족(슈리) 만나고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내적갈등하는 야크샤 보고싶다. 먼저 말 거는 건 슈리여야 하지만

4. 향내

야크샤도 슈리도 향에 민감하겠지.. 야크샤는 특히 더 민감하고 다닌 곳도 꽤 많아서 세세하게 향 구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슈리에게서 나는 풀꽃의 향, 새벽 이슬의 향같은 거 구분하고 그런 풍경 아래 웃어보이는 슈리 상상하고 웃는 거 같은 거..

슈리도 그거 잘 알아서 무슨 향 나냐고 장난스레 무슨 향 나느냐고 묻고, 야크샤는 너털웃음 지으면서 내 향인가? 하고 능청스레 답했으면.

명색이 짐승의 왕의 이름을 짊어진 남자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만큼 많은 시간과 장소의 향을 알고 기억하고 있었다. 비 갠 뒤의 향, 숲 속 높은 자리의 향, 새벽 밤중의 향, 꽃과 열매의 향. 남자가 사랑하는 세상은 많은 향을 지니고 있었으며, 연인의 주위에서 아른거리는 향을 구분하는 것은 남자의 소소한 취미였다. 자신의 어께에 기대어 다소곳이 눈을 감고 쉬는 연인에게서 나는 어느 풀꽃의 향을 맡으며, 남자는 연인 몰래 부드러이 웃었다.

무슨 생각해?

언제 깼는지, 연인은 나른한 눈을 고이 접어 웃으며 남자에게 물었다. 제 소소한 취미를 잘 알텐데, 묻는 의도가 훤히 내다보여 남자는 피식 웃었다.

네 주위의 향을 느끼고 있었다.

무슨 향이 나는데?

글쎄..

느껴지는 것은 어느 자그마한 하얀빛 풀꽃과 클로버.. 봄바람과 흙의 향이었지만, 연인이 원하는 답이 이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남자는 능청스레 웃었다.

내 향이려나?

원하던 대답에, 여인 역시 방긋 웃어보였다.

당신도 내 향이 나.

붙어있으니, 당연한 건 아니냐.

..야크샤, 그 대답이 아닐텐데?

하하.. 그래, 알았다. 사랑해.

나도.

서로 웃어보이는 연인의 모습이 참 달콤했다.

5. 사진

현대에유.. 쿠베라 판에선 구배라 버전이라고 하던가요

반 단체사진 찍는데 애들 다 자기 말만 하고 말 안 들어서 곤란해하는 야크샤(반장) 보고싶어요.

문제는 부반장(슈리)도 애들 말리다가 자기 말만 하는거..(얔샤: 개판이구나..

선생님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새학년의 봄이 만발하는 시기엔 반 단체사진을 찍기 마련이다. 어쩌다보니 반장을 맡아 사진 찍기를 진행해야 하는 야크샤는 가만히 침묵을 지키다가 한숨을 푹내쉬었다. 아수라장도 이런 아수라장이 있을까, 몇번 소리내서 불렀지만 듣지도 못하고 저들끼리 떠드는 반 아이들을 보며, 야크샤는 말리기를 포기하고 애들이 지칠 때까지 기다리기를 택했다. 질려버린 이탈자가 나오는 것을 막는 것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본래라면 그가 해야했을 일은 부반장인 슈리가 하고 있었다.

 너희, 세 줄로 서! 야!! 조용히 좀 해! 

가만히 앉아 슈리가 언성을 높이는 것을 보던 야크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딱히 저 아수라장에 끼고 싶지는 않지만, 연인의 목이 상할 바엔 스트레스 조금 받고 마는 것이 나았다. 보편적인 기준으로도 굉장히 큰 키인 야크샤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자연스레 시선이 쏠렸다. 

그만!

 커다란 목소리가 한번 울려퍼지자, 순간적으로 주위가 조용해졌다. 음? 생각보다 효과가 좋은걸, 자신의 성량을 자각하지 못한 야크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슈리에게 다가갔다. 

목은 좀 괜찮으냐? 무리하지 마, 네 목이 상할라. 

..진작 나서지. 

미안해, 네가 내 대신 나서주는 것이 좋아 보고만 있었어.

 ..흐응, 그럼 빨리 사진 찍고 우리끼리 데이트 가자.

 그래, 그러자꾸나. 

꽁냥질 본 애들은 싸아 식어서 얌전히 사진 찍고(사진 찍을 때는 에라이 웃어웃어! 외치며 하누만이 분위기 돋우고) 둘이서 데이트 가는 해피엔딩!

6.

구배라 얔샤는 학원 성실하게 잘 다니고 했겠지..

학원가기 싫다

7.

수라들은 밤 새면서 몇날 며칠 있어도 괜찮으니까 날씨랑 시간 맞춰서 우주적인 이벤트(ex 개기월식, 개기일식.) 잘 보지 않았을까

아난타에게서 은하수 뜨는 날에 대한 정보 받아두고 슈리 데려가서 보여주는 야크샤 보고싶다

야크샤, 그거 들었어? 이번에 행성 --에서 은하수가 뜬대!

들떠서 외치는 친우의 모습은 다소 생소했지만, 친우가 들고 온 정보를 들은 야크샤의 얼굴에 흥미가 어렸다. 은하수, 조금의 수고를 들이면 어렵지않게 볼 수 있는 것이나 그 수고를 들이기는 여간 귀찮은 법이다. 우주까지 가서 은하수가 보이는 은하계까지 간다는 것은 한순간의 여흥을 위함이라기엔 수고스러운 일, 하지만 행성에서 보인다라... 일전에 몇 번, 빛 없는 곳에서 때가 맞아 본 경험이 있던 야크샤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볼만하던데, 슈리도 좋아하려나. 언제나 그렇듯 연인의 웃는 모습을 기대하며, 야크샤는 소식을 전해준 아난타에게 감사를 표했다. 무슨 생각인지 대가로 어린 모습에서 긴 머리카락을 해달라는 것을 들어주고 난 다음(땋아졌다가 풀렀다), 야크샤는 슈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기척은 내지 않고 조심히 걸어왔건만, 어찌 그리 잘 알아차리는지 다가가자 제게 고개를 돌려 웃으며 무슨 일이야? 하고 화사하게 미소짓는 연인에게 야크샤 역시 웃어보였다.

아난타가 말해줬는데, 어느 행성에서 은하수가 떠오른다더구나. 같이 가지 않겠느냐?

은하수? ...그러고보니, 느긋하게 본 적은 없네. 좋아, 야크샤가 데려가주는 거지?

물론이지. 너와 함께 그 모습을 보고 싶구나.

나도 기대되는걸, 야크샤랑 보는 그 광경. 근데 야크샤, 그 모습은 나 기뻐하라고 해준 거야?

음..? ..아, 아난타가 알려준 대신 이리 해보라 해서 말이다. 녀석이 땋았던 것을 오며 풀었던 참이다만.. 네 맘에 든다면 계속 유지하마.

아니야, 앞으로 내 앞에서만 해주길 바라서 꺼낸 말이었어.

슈리는 곱슬기가 묻은 야크샤의 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말하였다. 마음에 들었단 게로군, 어렵지 않게 슈리의 생각을 읽어낸 야크샤 또한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래, 네가 바라는대로. 라 말하곤 슈리의 손을 꼭 잡았다. 슬슬 갈까, 흔치않는 기대하는 얼굴에 슈리 역시 마주잡은 손을 꼭 잡았다. 

은하수가 뜬다던 행성에 도착한 시간은, 때마침 밤이었다. 아난타가 다 고려해서 말한 것이었는지, 근처에 강한 빛도 없고 하늘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아 별 보기에는 좋은 밤. 어두운 통로를 지나 마침내 하늘을 본 순간, 슈리의 맑은 눈동자에 반짝이는 별이 떠올랐다. ..세상에. 슈리는 탄식을 감추지 못했다. 낮 하늘이야, 연인의 빛을 닮아 자주 올려다보곤 하지만. 이렇게 보고 나니 밤 하늘은 여유롭게 들여다 본 기억이 드물었다. 야크샤, 저거 봐. 하늘을 별이 수놓았어. 슈리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연인을 바라보았다. 저를 보는 야크샤 역시, 새하얀 머리카락이 밤하늘의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으며― 푸른 눈은 별로 빼곡하여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별을 보는 게 아닌데, 잠시 의아해한 슈리는 이내 야크샤가 보는 대상을 깨달았다.

예상대로, 너무나 잘 어울리는구나.

야크샤는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은하수)

8.

체육.. 플라잉디스크 수행하니까 생각난건데

야크샤는 격투기쪽은 백퍼 실력자일텐데 구기종목은 어떨까...

야크샤 한명만 보면 발로 하는 구기종목(아수라 던지는 거 보니까 던지는건 잘할듯)은 못해서 친구들(아수라? ..가 친군가?)에게 놀림받고 헤드락 거는 것도 좋은데

얔슐로 보면 슈리가 잘 못하고 야크샤가 알려주는거 보고싶다

물론 반대도 좋아요

(왠지 계속 구배라만 말하고 있는듯)

9.

책읽는 야크샤 볼에 입맞추고 도망가는 슈리 보고 싶어요.(온점찍기)

야크샤 방심하고 있었어서 도망가는 거 보고 놀라있다가 붉게 물든 얼굴 쓸어내리든가

애초에 책에 집중 안하고 슈리 오는거에 관심 쏟고 있었어서 슈리 잡아서 꼭 안고 독서 계속하든가 해야함

야크샤 하얘가지고 얼굴 빨개지면 더 잘 보이겠다 그려볼.. 아니다...

10.

슈리가 먼저 스킨십하는 얘기만 한 것 같은데 야크샤가 먼저 스킨십하는 것도 보고 싶어요.. (사실 말한 것들 전부 슈리랑 얔샤 위치 바껴도 좋아함)

막막 뭔가 기운 없이 거닐다가 슈리 보고 폭 안는 야크샤. 슈리가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충전 중이다.. 대답하면서 힐끔 올려다보고 되겠느냐? 해야

11.

깊은 숲 속에 잠들어 있다가 슈리가 숲에 발을 들인 걸 알아차리고 느릿하게 눈 뜨는 야크샤가 보고싶다

좀 오래 자고 있었어서 혼란스레 주변을 보다가, 자신을 찾아 나타난 슈리를 보고 혼란은 다 잊고 웃으며 "내 영혼을 가져간 네가 왔구나."..

비하인드) 슈리 지켜주다가 부상입고 사라져서 슈리가 찾아다님. 그래놓고 다시 만나서 하는 말..

22) 물론 어처구니 없어진 슈리에게 콩콩 맞음

12.

개인적으로 손편지같은 거 되게 좋아하는데

사귀는 사이면서 썸타는 것처럼 손편지보내고 서로 기뻐하고 하는 얔슐 보고싶어요

메신저는 하누만.

(새삼스러운데 하누만 놀리는 데에 진심인듯)

야크샤는 글씨체 정갈하니 멋지거나 단정하게 흘려서 쓰겠지.. 갭모에로 글씨체 귀여워도 좋겠다

슈리는 분명 글씨 예쁠거야

13.

졸리다

사소하게 자기 어께에 기대서 책보다가 잠든 슈리 보고 웃으면서 슈리 안아서 침대에 옮겨주는 야크샤 보고파요

14.

아 진짜 졸려

졸려서 가물가물한 눈 찡그리고 깨보고 하다가 고개 숙여지자 확 고개 들었다가 슈리랑 눈 마주치고 멎쩍어하는 아기얔샤 보고싶다

성인얔샤는 졸리면 잘듯..

15.

특별한 언급이나 표현같은 거 없어도 소소한 일상에서 애정이 드러나는 관계(+배려) 좋아해요

습관적으로 아기얔샤 머리(or꼬리) 쓰다듬어주는 슈리라던가, 뒷짐지고 있다가 슈리가 다가오면 익숙하게 슈리의 손을 잡는 야크샤라던가.. 곤히 자는 거 보고 미소지으며 편하게 자게 해주는 사이라던가

16.

진짜.. 졸린거... 안 깬다....

나스들은 잠 안 자도 상관 없다지만 몰라요 일단 무시해

슈리가 작정하고 얔샤 잠 못자게 만들어서 얔샤 정신 비몽사몽하게 만들면(목적은.. 대충 잔소리에 질려서라고 해둘까요) 얔샤 정신 끊길 거 같은거 부여잡고 어떻게든 멀쩡한 척 생활할 거 같은데 더이상 못 참을 지경이 되면 슈리 꼭 안고 잠들지 않을까.. 슈리 의도랑은 많이 달라서 당황하지만 잠든 얔샤 얼굴 제일 가까이서 보면서 만족하고 얔샤 품에서 본인도 잠들기..

17. 유혹

(주의)

소년의 새하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가, 분홍빛 여인은 소년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당황할 법한 행동이건만, 여인의 행동에 신경쓰지 않고 독서에 집중하던 소년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왜, 나른하기라도 한게냐.

...야크샤, 머리 길게 해줘.

그래, 네가 바란다면.

소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소년의 짧던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허리 아래까지 내려왔다. 부드럽고 좋은 향이 나는 머리카락을 장난치듯 손에 감아 꼬고 땋아보고 하던 여인은 재밌는 장난이 떠오르기라도 한 것처럼 생긋 웃었다. 갑자기 조용해진 뒤쪽에 의아해진 소년이 뒤를 돌아보자, 여인은 소년을 와락 껴안았다.

슈리야?

야크샤.

안아진 행동 자체는 익숙한 듯, 소년은 살짝 당황한 기색만을 내었다. 뭐, 이정도는 자주 하니까. 여유롭게 생각하곤, 소년의 이름을 부르며 여인은 매혹적으로 웃었다.

키스할래?

18.

구배라 에유로 일부러 얔샤 걱정 받으려고 점심 안 먹는 슈리 보고싶다

슈리는 어느순간부터는 습관인데 얔샤는 걱정해서 초콜릿 주다가 어느순간부터는 도시락 싸왔으면

19. 스타티스

앗 꽃말 가지고 고백하는 거 보고싶다

야크샤가 꽃말 꽤나 꿰고 있다는 걸 아는 슈리가 꽃말 알아보면서 그 꽃 주는 거

그 꽃은 백량금이다. 가치와 사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

...꽃에 의미가 있어?

그래, 꽃말이라 하지. 어떤 꽃은 꽃의 수에 따라서도 뜻이 달라지고, 꽃마다 뜻을 가지고 있다 해.

먼 옛날의 대화를 떠올리며, 슈리는 느리게 눈을 떴다. 슈리도 이제는 꽤 많은 꽃의 꽃말을 알고 있었다. 가령, 붉은 장미 한 송이는 '첫눈에 반하다', 백 송이는 '완전한 사랑'... 인간들에게서, 혹은 몇몇 수라와 신들에게서 받아왔던 수많은 꽃들. 당시엔 관심 없어서 버렸지만, 일부러 찾아본 결과 그런 의미들을 가지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런 걸 받고 싶은 건 한 명 뿐이었는데. 딱 한 번 받았던 분홍빛 장미를 떠올리며, 슈리는 살풋 미소지었다. 아마 뜻은 알고 있었겠지, 꽃에 뜻이 있다는 걸 알려준 건 당신이니까. 꽃에 숨겨 마음을 전해줬던 당신에게, 이번엔 내가 꽃에 마음을 숨겨서 줄 차례다. 처음엔 칸나꽃을, 다음엔 감귤, 다음엔 불두화, 다음엔 사스레피나무, 바로 이전엔 안개초. 존경과, 친애와, 은혜와, 당신의 소중함, 그리고 은밀한 기쁨을 전했으니, 이제 마지막 마음을 전할 차례다. 미리 불렀던 장소에서 기다리니, 야크샤는 조금 빠르게 도착했다. 슈리야? 놀라 부르는 목소리가 마냥 즐거웠다. 슈리는 환하게 웃으며, 마지막 꽃을 들어 보였다. 야크샤의 푸른 눈과 살짝 비슷하게 보이는, 스타티스. 눈을 크게 뜬 야크샤의 모습이 선명했다. 슈리는 한아름 안아 든 스타티스 꽃다발을 야크샤의 품에 안겼다.

야크샤, 받아줄거지?

...

내 마음이야.

스타티스, 영원한 사랑.

20. 반복

안녕, 야크샤. 오늘은 날씨가 좋아…

안녕, 야크샤. 오늘은 눈이 왔어…

안녕, 야크샤. 오늘은…

같은 인사로 시작되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딱히 실감나지 않지만, 잔잔하니 듣기 좋은 목소리가 전해주는 '오늘'을 기점으로 하루가 바뀐다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더라. 분홍빛 털의, 그 누구보다도 잔잔한 마음을 간지럽게 하던 그 사람은. 천천히 희미한 기억을 더듬다가, 야크샤는 번뜩 눈을 떴다. 자신의 배를 베고 불편하게 상체를 숙인 사람이 놀란 듯 일어섰다. …야크샤? 무슨 감정이 실린 건지 잘 알 수 없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순간,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가려진 듯하던 머릿속이 선명해졌다. …슈리야, 야크샤는 나지막이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얼마나 오랫동안 방금의 상태였는지, 어지간해선 멀쩡할 목이 목소리를 낸 것 만으로도 따갑다. 이해할 수 없는 몸 상태에, 목에 손을 얹고 얼굴을 찌푸리던 야크샤는 소리 없이 몸을 떠는 슈리를 바라보았다. 슈리야, 왜 그래. 무슨 일로 그리 울더냐. 붉은 눈에 방울방울 맺히다못해 떨어지는 눈물을 보곤, 야크샤는 바로 당황해서 몸을 일으켜 슈리를 꼭 안아주었다. 쉬이, 괜찮아. 왜 울어, 이제 괜찮다…. 왜 우는지는 모르지만, 이제 괜찮은지도 잘 모르지만, 야크샤는 진심을 담아 슈리의 머리를 토닥였다. 눈가에 맺힌 물기를 닦아내며, 슈리는 야크샤에게서 살짝 떨어져 그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이전과 같은 멀쩡한 얼굴, 슈리는 환희하듯 서서히 밝아지는 얼굴로 야크샤의 품에 파고들었다.

야크샤.

그래.

야크샤.

응.

야크샤.

어.

…기뻐, 야크샤.

이유는… 모르겠지만, 네가 기쁘다니 나도 기쁘구나.

앞뒤가 다 생략된 불친절한 말이었지만, 야크샤는 부드러이 미소지으며 제게 안겨오는 슈리를 마주 안아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야크샤, 야크샤. 계속해서 이름을 불러오는 마음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슈리의 이유가 있겠지. 오래 살아서 좋은 점은 상대를 기다릴 때 느긋할 수 있다는 것이였다.

야크샤, 우리 같이 다니자. 같이 구경도 하고, 같이 웃고 떠들고… 같이.

그래, 그러자꾸나.

…응, 많이 기다렸어.

기다렸다, 는 것은, 자신이 아까 전까지 들어있던 그 상태를 뜻하는 것인가. 야크샤는 짧게 든 의문을 지우지 않았지만, 환히 웃는 슈리의 모습에 잠시 뒤로 제껴두었다. 그래, 네가 좋다면 무엇이 중할까. 자연스레 자신의 손을 잡아오는 슈리의 손을 맞잡으며, 잠에서 막 깨어난 야크샤는 편하게 웃었다. 아니, 어찌 보면 아직 잠기운이 깨지 않았을 수도… 

슈리는 야크샤를 이끌어 이곳저곳 데려갔다. 깎아내린 듯 가파른 돌절벽, 솨아아 내리치는 물소리가 시원한 산 속의 폭포, 유채꽃, 철쭉.. 색색의 꽃들이 화사히 피어있는 꽂밭. 보는 정경이 아름다우니, 함께 있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니 절로 마음이 들뜬다. …그런데― 야크샤는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결핍감에 조용히 얼굴을 찌푸렸다. 뭔가, 무언가 자신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것이 사라진 듯 한데. 무엇이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야크샤!! 슈리는 다급하게 생각에 잠기는 야크샤를 불렀다.

아, 아아. 그래, 왜 부르느냐?

야크샤, 나 화관 만들어줘.

음…? 안 만든 지 오래인데… 여전히 예전의 실력이 나올까 모르겠구나.

괜찮아, 야크샤가 만들어준 거라면 다 좋으니까.

고맙구나.

야크샤는 느릿하게 슈리가 한아름 건넨 꽃무더기에서 꽃을 골라냈다. 슈리의 색과 어울리는 분홍색 꽃도 좋지만, 조금은 눈에 잘 띄는 것이 좋겠지... 야크샤는 능숙하게 꽃줄기를 엮어내기 시작했다. 노란색, 보라색, 붉은색, 꽃 하나가 다른 하나와 이어지고, 그것이 또 하나와 이어지고… 얼마 안가 야크샤의 손에서 하나의 화관이 완성되었다. 실력 안 죽었네, 슈리가 웃으며 넌지시 말하자 야크샤 또한 웃었다. 그러게, 네게 줄 것이라 그런가보다. 헌데― 이렇게 이어지는 모습을 보자니, 얼핏 떠오르려는 것이 있는데. 행복한 듯 웃는 슈리를 보며 마주 웃었지만, 속내는 살짝 달랐다. 뭘까, 뭐가 이리 허전할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느낌, 있던 것이 없어진 듯한 느낌. 그러고보면, 눈을 떴을 때부터 이상하던 것이 있었다. ―왜 둘 뿐이지? 의문을 구체화한 순간, 야크샤는 밀려오는 기억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았다. …야크샤? 야크샤!! 슈리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지만, 아무래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태초, 제자와의 만남과 인류의 멸망.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러서는―

야크샤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저를 살피는 슈리의 손을 잡았다. 자그마하던 그림자가 어느순간 커져서는, 슈리의 그림자를 가렸다. 길게 내려진 새하얀 머리카락이 슈리의 하얀 손에 스쳤다. 선명히 깊고 파란 눈을, 슈리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슈리야.

…응, 야크샤.

다른 이들은, 어떻게 되었느냐.

아수라는 어찌 되었지. 인간들은 무사하더냐? 아니, 그보단.

눈을 뜬 순간부터 느껴지던 결핍, 사라진 이음새. 야크샤는 왕이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짐승들의 왕. 아무리 생명을 사랑한다 할지라도 동족이 우선이었으며, 그렇기에 동족의 우주를 위해 포기했었거늘.

내가 어찌 살아있는 게냐.

왜, 내가 왕이 아니지?

동족들과의 연결이 끊겼다.

보이지않는 인간들에 대해 묻지 않는 것을 다행히 여겨야할까, 당연히 자신이 왕이라는 변하지 않은 저 자신감을 좋아해야 할까, 없으면 좋을 왕의 자리가 혹 저에게 넘어간 것일까 염려하며 자신이 떠맡으려 하는 것에 슬퍼해야 할까. 슈리는 입술을 떼었다 말았다를 반복하다가 곧은 시선을 피했다. 그래, 말해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 야크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글픈 얼굴로 저를 올려다보는 슈리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춰 주고, 저멀리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한 번, 살펴봐야겠구나. 기다리렴, 돌아오마.

―그 말을 끝으로, 그대가 돌아오지 못했던 것을 아는가. 슈리는 사색이 되어선 야크샤의 팔을 잡았다.

가지마.

…슈리야.

가지마, 가지마, 가지마… 미안해, 근데 네게 말할 수는 없어. 하지만 가지마.

제발, 야크샤…

…다른 녀석들과 연결이 끊겼어, 내가 왕이 아니게 되었다는 뜻이잖느냐. 네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되어 이래.

야크샤, 제발…

야크샤는 곤란한 얼굴로 숨을 내쉬었다. 왕은 자신, 정체모를 일을 알아보지 않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야크샤는 구슬피 우는 연인을 내버려두고 떠날 정도로 매정하지 못했다. 야크샤는 슈리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시선을 맞추었다.

그럼, 알려주겠느냐.

…그건…

슈리야.

난 왕이잖느냐.

야크샤는 쓰게 웃었다. 그래, 왕이다. 몰라서는 안되지. 결심을 굳힌 순간, 야크샤는 매섭게 흔들리는 세상을 보았다. 곧게 서있던 자세가 흐트러졌다. 슈리의 슬퍼하던 얼굴이 다시금 경악으로 바꼈다.

야크샤!!

이건 뭐지, 분명히 겪은 적 없는 기억이 머릿속을 멤돈다. '자신'을 쥐고, 누군가가 비웃으며 말한다. '자신'은 분노해서 그에게 덤비려다가 다른 자의 저지로 멈추고, '자신'은 하프에게― 아, 이것은. 심장의 기억, 육신의 기억. 그래, 난. 0차원에서―

야크샤, 괜찮아, 괜찮아. 다른 우주야, 너 안 죽었어. 여기선 괜찮아. 여긴 안전해… 야크샤, 야크샤.

까무룩하게 점멸하는 시야 속에서, 사색이 되어선 울부짖는 연인의 모습이 보였다. 아…― 눈물은, 닦아줘야 할텐데. 손을 뻗지만, 닿기 직전에 시야가 완전히 암흑으로 사라진다. 슈리는 쓰러진 연인을 끌어안았다. 한순간에 너무 많은 기억을 되찾았다. 안 찾아도 될 텐데, 굳이 찾지 말고 그냥 쭉 자신과만 살면 좋을텐데. 어느순간 등뒤로 다가온 올리브빛 머리카락의 소년에게, 슈리는 매섭게 눈을 번뜩였다.

꺼져, 비슈누.

에이… 심하다. 그거 다시 돌려달라고 올 거면서.

이 우주로 데려와준 것도 난데. 소년의 모습을 한 시초신이 능청스레 말하지만, 그런 게 슈리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경계하는, 증오하는 시선에 비슈누는 어께를 으쓱이곤 야크샤에게 다가갔다.

잠에서 깨기 전으로 돌려줄게.

…그래.

매번 떠올리고 부서지는데, 정말 포기하지 않을 거야?

당연한 것을… 내 야크샤야. 포기하지 않아, 절대로.

…그래, 널 좋아하는 나로서는 가슴아픈 말이지만.

헛소리하지 말고, 돌려. 그리고 꺼져.

알았다고.

시간이 돌아간다. 억지로 기억을 떠올려내고, 쉽게 깨졌던 몸이, 식은 땀이 흐르던 모습이 다시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다시 어린아이의 모습이 된 연인의 작은 이마에, 슈리는 꾹 입술을 눌러 찍었다. 비슈누는 사라졌고, 이제 다시 깨기를 기다리면 되었다.

괜찮아, 야크샤. 이곳은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너랑 함께하는 시간은, 몇 번을 반복해도 즐거우니까. 기다릴게, 깨어나면 다시 보자.

이번엔, 반드시―

21.

(여성형 아기 얔샤)

(슈리: ^^ '외모 연령 낮춘 채로 해달라는 게 아니었는데'

얔샤: 이제 됐느냐..? 아이 모습으로 여성형은 처음이라 꽤나 부끄럽다만..

슈리: ..이것도 나름?

얔샤: ?)

22.

신화..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야크샤랑 비슷한 신 있나 생각해봤느은데

사견이지만 왠지 이집트 신화에 오시리스랑 살짝 비슷한 것 같아요. 둘 다 죽었고.. 아끼는 사람 위해서(죽인 주체에 대한 애정도는 다르지만 퉁치면) 죽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앗 그럼 슈리는 이시스인가. 왠지 비슷한 것 같기도..?

둘 다 사랑하는 사람 살리려고 애썼..던 거 같고(안 밝혀진 슈리 과거에 좌절), 예쁜 이미지에 적극적인 성격..

아 다른 점이 훨씬 많지만요. 야크샤는 잠깐도 못 살아오지만(말하고 공격받기

23. 귀신2

「귀신은 이름을 부르면 나타난다」

슈리는 언젠가, 인간계에서 들었던 소문을 떠올렸다. 안타깝지만 얼토당토않은 헛소문일 것이 뻔하여, 소문을 들은 슈리는 진심으로 안타까워 했었다. 나스티카는 우주의 시작을 알았고, 우주의 작동 원리도 알았다. 죽은 자의 영혼이 곧장 지옥에 간다는 것도, 죽은 나스티카의 영혼은 0차원에 떨어진다는 것도. 진실을 아는 자는 무의미한 믿음에 기대지 않는 법이고, 슈리는 진실을 아는 자였다. 즉, 슈리는 미신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슈리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야크샤.

기대는 하지 않는 듯 무미건조한 모습이었지만, 슈리는 계속해서 왕을 불렀다.

야크샤, 야크샤, 야크샤.

수십, 수백, 수천번을 불러도 이제는 닿지 못할 그 이름. 저가 한 번 이름을 불러도 곧장 돌아보고 웃어보이던 그 모습은 이제 볼 수 없다. 슈리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렇기에― 헛소문을 불러냈다. 환생이 불가한 나스티카라는 점이 그렇게 슬픈 적이 없었는데. 그를 불러내려 하자, 그만치 다행인 점이 없었다. 수라는 어지간해선 지치지 않으며, 휴식이 필요 없었고, 시간에 무뎠으며,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

야크샤.

슈리는 계속해서 하나의 이름을 불러냈다. 천천히, 꾸준히, 마음을 담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슈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입술 새엔, 불러내는 데에 도움이 된다하여 스스로 물어서 낸 핏자국이 있었는데― 슈리는 가볍게 소매로 닦아내곤 주위를 훑어보았다. 몇 년의 부름에도 변화없는 주변, …0차원에서 찢긴 이가 돌아올 수 있을 리는, 역시 없겠지. 아니, 그 없이 의미없는 시간을 어떻게든 보낼 수 있던 걸로 되었나. 슈리는 자조적으로 픽 웃고는 주위를 정리했다. 다 정리하고, 슈리는 자신이 몇 년간 머물렀던 장소를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야크샤,

마지막으로 한 번. 그의 이름을 부르고― 어떤 변화도 없는 주위에, 슈리의 얼굴엔 짙은 상심이 깃든다. …그래, 역시, 죽은 자는 되돌아 올 수 없다. 불가해.

24. 귀신1

「귀신은 이름을 부르면 나타난다」

슈리는 귀신을 믿지 않았다. 아니, 어찌 믿을 수가 있겠는가? 사후세계에서의 처리도, 그 위쪽의 세상도 다 알고 있는데. 우주의 탄생과 그 작동 원리를 아는 자에게, 귀신이라는 믿음은 참으로 우스운 것이다. '아마도, 어둠 속성 수라를 보고 퍼진 말이겠지.' …그렇게 믿어왔지만, 슈리는 고운 입술을 잘근 씹었다. 피가 있으면 효과적으로 부를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가만히 있을 수 없기에. …귀신은, 죽은 자라 한다. 슈리에겐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이가 있었고, 그를 보기 위해선―

야크샤.

믿지 않는, 사실일 수가 없는 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야크샤, 야크샤, 야크샤.

슈리는 계속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수라에겐 시간 개념이 희박했고, 지치는 일이 없었으며, 마음만 먹으면 대부분의 일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이름을 계속해서 부르는 것 정도야, 너무나도 쉬운 일. ―하지만, 간절한 만큼이나 실망도 커지는 법이다. 슈리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주변을 훑어 살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사실일 리가 없지. 죽은 자가, 0차원에 가는 나스티카가 나타난다니, 그럴 리가 없다. 몇 년에 걸친 부름을 빠르게 포기하며, 슈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용없는 일에 힘을 쏟았지만, 시간은 떼웠으니 그걸로 되었다. 

…그랬을텐데.

이런… 이제 포기하는 게냐.

…!!

누군가 날 부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이제야 도착했다만… 더 늦었다만 큰일이 날 뻔 했구나. 그래, 그래서…

내 이름을, 아느냐?

장난기를 머금은 새파란 눈동자가, 슈리를 내려다보며 생긋 웃어보였다.

...야크,

슈리는 무심결에 그를 부르려다가 제 입을 막았다. 세상에, 죽은 나스티카가 나타나다니. 새하얗고 긴 머리카락, 호수빛 푸른 눈, 그 아름다운 얼굴은 그대로였다. 다른 점이라면, 본래라면 생길 수 없는 흉터가 전신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 입은 옷이 새카만 동양풍 의복이라는 점. 그가 야크샤라는 것은 분명했다. 왕을 알아보지 못해서야, 연인을 몰라봐서야 되겠는가? 슈리는 이름을 부르며 꽉 껴안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흉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만져진다. 아니, 어디서 이런 상처를 달고 온 거야. 흉터에선 아직도 핏방울이 베여나오고 있었다. 

…아니, 잠시만, 다시 생각해보자. 슈리는 어딘가 느껴지는 기묘함에 대해 고민했다. 죽은 자가 멀쩡히 육신을 지닌 채로 눈앞에 있으니 기묘하다는 건 당연했지만 어딘가 놓친 것 같은, 슈리는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리곳 눈을 크게 떴다. 내 이름을, 알고 있느냐. …멀쩡하다면 할 리가 없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슈리는 의문 가득한 얼굴로 저를 내려다보는 야크샤를 바라보았다. 고운 얼굴에도 여러 상처가 남아 있었다. 손을 뻗어 얼굴의 상처를 어르었다. 무슨 생각인지, 야크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더는 못 만날 줄 알았는데 만난 것에 대한 환희, 깊게 패인 상처들에 대한 서러움, 온갖 감정이 혼란스레 뒤섞여서, 야크샤를 바라보는 슈리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했다.

…왜 우느냐, 울지 말아.

이전과는 다르게 어색하지만 여전히 따스한 손길. 슈리는 야크샤의 넓은 가슴을 쿵, 쿵 두드렸다.

바보, 바보야. 어디서 이렇게 다쳤어, 네 이름은 왜 또 잊었는데. 바보, 바보…

서글피 우는 슈리에게, 야크샤는 고민하다가 느릿하게 등을 토닥여주었다.

…미안하다,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그리 우는 것을 보면 넌 나와 매우 가까운 인연이었겠지…. …미안하구나, 먼저 죽어서.

…바보…. …죽은 건 기억해?

그래, 그 사실과 해야할 것만을 알고 있다.

…뭔데.

이름을 알아내는 것. …나를 불러낼 의도로 내 이름을 부른다면, 난 그곳에 도착할 수 있다. 오는 길이 꽤 험난하긴 했다만, 생전의 내가 한 무력 했었는지… 어떻게든 잘 이곳에 도착했지.

….

내 이름을, 말해줄 수 있느냐?

당연한 것이다, 당신을 앞에 두고, 이름을 부르지 못해 안달인데. 당장에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껴안고, 예전과 같이, …하지만, 슈리는 순진한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왔다면, 이름을 알아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뻔하지.

이름을 알아내면… 넌 어떻게 되는데?

…글쎄, 그건 모르겠어. 아무래도 성불하지 않을까 싶구나.

…성불?

그래, 성불. 거의 기억나는 것은 없다만, 난 지금 거의 다 지워졌다. 찢겼다, 고 표현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는데… 흉터는 대부분 그때에 생긴 것이지. 이름을 알아내고, 아무래도 지금의 내 상태에 과분하리만치 클 이름에 완전히 찢기면 세상에서의 내 업은 끝이 나고… 해방될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듣고 이름을 말해줄 이가 어디에 있겠는가. 슈리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다 상처난다, 물지 말아. 하고 야크샤가 말렸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왜 야크샤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알았다. 0차원으로 보내진 나스티카는, 영원에 가까운 시간 동안 서서히 찢기다가 소멸한다고 하지. …야크샤, 넌 벌써 소멸하기 직전의 단계에 도달한 거구나. 이곳의 찰나가 억겁으로 늘어났을 테니, 이미 죽은지 꽤나 시간이 지난 야크샤는 이미 상상도 못할 시간을…. 슈리는 고개를 내저었다.

싫어.

…얘야.

'얘'가 아니야. 널 다시 한 번 보고싶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널 불러낸 연인에게 널 완전히 보내달라는 말을 하다니… 들어줄 리가 없잖아.

…연인?

…그래, 기억하지 못한댔지. …연인이야.

…미안, 미안하구나. 네가 나와 그런 관계였을 줄은,

무슨 의미야, 그거?

…넌, 너무나 아름답지 않느냐.

…기억, 잃었다며. 부끄럽지도 않은지, 곧은 시선을 거두지도 않고 야크샤는 말했다. 아, 짜증나. 기억 잃었다며, 근데 왜. …왜. 슈리는 다시 한번 입술을 씹었다.

…기억, 못 찾으면 어떻게 돼?

…글쎄. 이승을 떠돌다가, 잡귀가 되어 사라지지 않을까 싶구나.

…당신은, 나만 보여?

글쎄, 네가 더 잘 알겠지.

…보이겠네. 그럼, 얼마나 버틸 수 있어?

…글쎄.

글쎄, 글쎄, 그놈의 글쎄. 슈리는 야크샤의 옷깃을 잡아서 끌어내렸다. 그가 숙여줬으니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살기등등하게 그를 끌어내려서 귀를 가까이 한 슈리는 그릉 목을 긁어내서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한 번만 더 글쎄, 라고 해봐, 너…

슈리는 '글쎄'라고 대답하는 것들을 잘 알았다. 한때는 눈앞의 남자― 그녀의 것, 그녀의 왕에게도 그런 점 때문에 열받아서 자리를 비운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의 야크샤는 그들처럼 능청부리는 것이 아니라 진짜 아는 게 없어서 저리 대답하는 것이겠지만. 그런 건 슈리의 알 바가 아니었다.

내 왕, 내 사랑. …난 네 이름을 말해주지 않을 거야. 기껏 불러왔는데, 내 손으로 놓칠 리가 없잖아.

하지만, …네가 잡귀가 되는 걸 보고 있을 수는 없지. 네가 한계점이 온다면, 넌 분명히 알 거야. …그럼, 그때 말해. 그때가 온다면, 놓아줄게.

말하는 얼굴은 살벌하지만, 물기가 어린 눈은 분노 아래 숨긴 감정을 말하고 있었다. 야크샤는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얼굴로 침묵하다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을 벌었다. 슈리는 그제서야 굳은 얼굴을 풀었다.

…그래, 그럼 날 어쩔 셈이냐?

여기 있어.

…그래, 그러지. 그럼, 난 널 뭐라고 불러야 하지?

…. 

슈리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처음 만났을 때도 이런 식으로 물었던 것 같은데. …정말이지.

슈리.

슈리… 예쁜 이름이구나.

…뭐 어때. 그보다, 상처는 괜찮아? 안 아파?

그리 아프지는 않으니 걱정말거라.

하지만…!

괜찮대도. 넌 네 입술이나 신경쓰거라. 아프겠다.

…그거 내가 할 소리야. 너, 상처 아물지도 않고… 난 살아있잖아, 이런 건 금방 나아.

그래도 아프지 않으냐. 말할 때 조심하고, …내게 회복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좋으련만.

정말이지, 본인 몸에 있는 상처들 먼저 보고 말할 것이지.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야크샤의 걱정하는 얼굴은 좋아서, 슈리는 살짝 입술을 당겨 웃고는 야크샤의 얼굴을 잡았다.

당신이랑 키스하면 회복될 것 같기도 하고.

…더 악화되면 모를까, 그런 걸로 회복될 리가 없지 않,

그 어떤 이들보다도 가까운 거리에서, 슈리는 천천히 멀어져 나왔다. 찡그린 듯이 표정을 지었지만, 사실 저 표정이 쑥스러운 얼굴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부족한 숨을 몰아쉬며, 슈리는 물기어려 반짝이는 제 입술을 톡톡 가리켰다.

다 나았지?

…신기한 일이구나.

재생하면 되니까. 그보다 야, …당신은, 지금 어떤 상태인 거야?

…? 무슨 의미에서?

왜, 생명체라면 갖고있는 특성이라던가…

…모르겠구나.

…역시 그런가…

만져지고, 따뜻하고, 호흡도 하고 있다―그걸 확인하기 위해 입을 맞춘 건 아니지만―. 하지만 살아있다기엔 심장 박동 소리가 약하고, 상처는 나을 것 같지가 않고, 기척이 없다. 인간이라기엔 귀가 여전히 수라형이었고, 수라라기엔 초월 수치가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무슨 상태인거야.

보낼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지만, 보호하기 위해선 정보가 필요한 법이다. 떠오른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기억이 없는 그와 하기에는 조금 무리다. …어쩔 수 없지, 기다리면 될 거야. 슈리는 제게 시야를 맞춰주는 야크샤를 보았다. 목에 팔을 감아 그를 꼭 껴안고, 슈리는 속삭였다.

걱정하지마.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야크샤의 하얀 볼에 입술 자국을 남기고, 슈리는 나른히 웃으며 야크샤에게 기댔다. …꿈은 아니겠지, 아닐거야. 미약한 의심과 함께, 슈리는 눈을 감았다.

25. 귀신3

'야크샤'의 이름을 지녔던 남자는 제게 기대 잠에 빠져든 여인을 조심스레 안아들었다. 계속해서 씹었는지 패이고 패였던 입술은 다 나았지만, 아마 본인도 모르고 있었을 부은 눈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외간 남자에게 이리 부주의하게 안기다니, 강한 건 알겠지만 조심성이 없어. 연인이었다는 것은 들었지만, 지금의 저에겐 기억이 없었다. 연인이 더 위험할 수도 있는 법이거늘, 자신이 위험한 놈이라면 어쨌으려고.

지식만이 남아있는 남자는 저와 여인의 관계를 인간들 기준에서의 연인으로 받아들인 참이었다. 수라 간의 '연인'이란 깊은 관계를 이미 넘어버린 걸 뜻하지만, 그런 걸 모르는 남자는 깊은 탄식을 내뱉고는 근처의 침대로 여인을 옮겼다. 침대에 여인을 고이 뉘이고, 남자는 저도 자각하지 못한 깊은 눈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슈리.

잠에서 깨우지 않으려 조용히, 남자는 여인의 이름을 불렀다. 슈리, 슈리… 참으로 어울리고, 부드러운 이름이 아닌가. 피만 나지 않다 뿐이지, 아물지 않는 상흔을 보고 크게 흔들리던 분홍빛 눈이 선명했다. 시선을 마주했을 때의 당황, 불신, 기쁨, 환희, 열망… 욕망이 깃들었던 얼굴이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안돼, 생자에게 무슨 생각을 하는 게냐? 제 목을 틀어쥐고, 남자는 곤히 잠든 여인을 바라보았다. 곤히 잠들긴 했다만, 아마 저가 조금이라도 이 주변에서 사라진다면 바로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내가 네 곁에 있으면 안될 것 같구나.

잡귀가 되는 것은, 솔직히 아무렇지도 않아. 딱히 기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네 곁에 있으면, 상처입힐 것 같아.

희미하게 보이나 잡히지 않는 안개와 같이 흩어져버린 기억 너머의, '내가' 나 자신보다도 소중히 여겼던 사람.

사실은, 이름을 찾으러 온 게 아니야. 기억 속의 사람들을 찾고 싶었단다. 이름은 핑계지. …아마도 제자였던 것 같은 녀석과, 친구였던 것 같은 둘, 지켜줄 대상이었던 것 같은 이들과… …몸과 영혼이 찢기고 기억을 앗아갈 정도의 죄를 지은 이에게 가장 간절한 소원이 허락될 것 같지는 않지만, 된다면… 내 자신보다도 소중히 여겼던 너를.

남자는 조용히 속삭이는 것을 잠시 멈추었다. 방금, 딱 한가지 떠오른 것이 있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슈리야. 보고싶었다.

슈리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야크샤의 무릎에서 턱을 괴었다. 무슨 일 있느냐? 하는 다정한 물음에, 슈리는 가만히 입을 다물다가 눈을 데구르르 굴리곤 야크샤의 볼을 콕 찔렀다. 조금 눈을 키우고 저를 뚫어져라 보는 것 말고는 반응이 없어서, 슈리는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

…그냥, 

맘에 안 드는 게 있어서…― 슈리는 대수롭지 않은 척 대답하며 저를 부른 이를 떠올렸다. 언제 한계가 올지 모르니까, 같이 있는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 시간을 쓸데없이 감축시키다니. 저 멀리에 있을 이에게 분노를 표출하며, 슈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야, 안에만 있어. 알지?

…참, 그 호칭을 잘도 부르는구나. 낯뜨겁지 않으냐…

어머, 자기. 전에도 이랬다니까.

라기엔 그대, 내 이름을 부를 뻔 한 적이 상당하지 않습니까.

…당신이야말로, 참 잘도 존대하네…

장난이니 말이다.

야크샤는 웃는 낯으로 슈리를 바라보고, 슈리는 어색하게 웃다가― 둘은 동시에 픽 웃었다.

당신, 기억 잃고 장난 더 심해진 거 알아?

잃지 않았더래도 몰랐을 것 같구나. 자신의 변화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법이니.

그건 그래…. …그래서 오늘은, 버틸만해?

그래. 딱히 문제될 것은 없는 것 같아.

…기다려야 해. 안에만 있어.

네가 바란다면.

꼭이야.

그래.

당부를 잔뜩 늘어놓고, 슈리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다가 자리를 떴다. 저리 가기 싫어해서 어찌 하나, 자신 때문에 가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야크샤는 가만히 그 사실을 뒤로 넘겼다. 상당히 가까이 있었는데, 상처가 점점 깊게 패이는 것을 들키지 않은 것이나 다행히 여겨야 했다. 검은 도포 아래 가려진 축축한 핏물을 지우며―원리는 몰랐다―, 야크샤는 멀리에서 들려오는 웬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야, 슈리! 이번엔 못 미룬다! 저런, 길이 엇갈렸나…. 야크샤는 느릿하게 생각을 이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이미 간 것을 알려줘야, …가만, 집 안에만 있으라 했던가. 야크샤는 천천히 책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 목소리… 왠지, 기억에 있을 것 같은데. 만나고 싶었던 그 목소리인 듯 한데, 슈리는 나가지 말라 하였고…. 길게 고민하다가, 야크샤는 결국 고개를 저었다. 집에 있자, 그녀가 바라는 대로. …그래, 그녀가 행복한 대로…

…야크샤?

…하려 했는데.

익숙한 모습은 아니지만, 수라형인 털이 남아있는 저 모습은. 갈기갈기 조각났던 기억의 일부가 잠시 돌아왔다. 야크샤는 울 것처럼 입술을 씹어 내리다가 힘겹게,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한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하누만.

야크샤, 아니, 영감… 진짜 영감이야? 이게, 이게 어떻게 된,

…미안하다.

아니…!

하누만의 뒤쪽엔 문이 열려 있었다. 아마 슈리를 찾다가 들어온 것이겠지. 야크샤는 곤란한 얼굴로 웃었다. 아, 꼭 있으라고 했는데 말이다… 미안해, 슈리야. …또 두고가서, 미안하다.

이름을 되찾았다.

…슈리는, 이미 갔다. 길이 엇갈린 모양이다.

그건 됐어! 어떻게 살아있는지나, 아니, 왜 또 사라지려는 것처럼…!

…이제야, 완전한 끝인 듯 해.

야, 영감!!

하누만아,

슈리에게, 안부 전해다오.

'야크샤'는 웃었다. 상흔 깊숙한 곳에서부터, 지금의 몸으로는 감당하기 버거운 이름이 몸을 비집고 세상으로 나오려 했다. 안 되지, 세상이 혼란해질 것 아니냐.

야크샤는 이름을 억눌렀다. 이름의 주인으로서, 이 위험한 이름과 영원한 공멸을.

빛이 야크샤를 뒤덮었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한 하누만이 뭐라 외쳤지만, 이미 거의 다 사라진 야크샤는 듣지 못했다.

그래도, 다시 갈 때 만큼은 네게 사랑을 전하고 싶었는데.

불가능한 소원이었다.

26.

뭐야 저 타래 언제 저렇게 길어졌어

틈새로 귀여운 거 써야지

맨날 슈리에게 기습 스킨십 당하던 얔샤

어느날 용기내서 자신이 먼저 슈리 볼에 쪽하고 키스하고 도망가는데!(주의: 성인모습.)

27.

난 분명 현재의 시간을 넘어선 슈리가 그곳에서 살아있는 자들의 우주를 바라보고 있던 야크샤와 재회하는 걸 보고싶었을 뿐인데 왜 저리 길게(끊기

(→넘어선 시간)

28.

문장 하나로 웃음 나오게 하는 법........을 찾아요

슈리를 바라보는 깊고도 푸른 눈에 담긴 감정이 바뀌었다.

29.

왕은 심장이 있는 자리를 매만졌다.

심장이 잠시 느려질 때마다, 혹 사라진 것인가 주변을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운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는 것인가 했거늘.

왕은 쓰게 웃었다.

어느 날의 일이었다.

30.

소년은 제 뒤의 숨소리가 잔잔해진 것을 깨달아 뒤를 돌아보았다. 피곤해 보이더라니…. 말과는 달리 흐뭇하게 웃으며, 소년은 뒤의 여인을 업었다.

소년이었던 남자는 뒤에서 흘러내린 여인의 분홍빛 머리카락을 보았다. …자고 있으니, 이정도는 괜찮으려나. 남자는 조심히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사랑해, 좋은 꿈 꾸거라. 차마 깨울까 입 밖으로 소리내진 못하고, 남자는 즐거이 웃었다.

날씨가 참 좋았다.

31.

"그는 내 친구거든."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며, 친구를 떠올린다.

그 누구보다도 다정했던 존재, 상냥했던 존재.

야크샤, 드디어 네가 있는 곳으로 가.

32. 재회

란 사이로페는 자신이 식은 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니, 어찌 모를까. 몸상태만 보면 숨이 안 넘어간 것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여태껏 이 힘을 써온 경험상, 몇 분 더 있으면 수명을 죄다 쓸 것이 뻔했다. 아, 이러지 말라고 야크샤님께서 주변을 활용하라 해주신 건데 말이야. 물은 커녕 빛도 없는 공간에서 생각하기엔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다. 아, 이제 시간을 넘어가는 건 불가능할 텐데. 끝인가? 끝을 바라보며 눈앞의 적을 공격하는 란에게,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없으면 만들어내야 할 것 아니냐.

…!

…이리 말만 해주면 모르겠지. 잠시만 빌리마, 감각을 익히거라.

이건, 대체. 란은 시야가 뒤집히는 것을 느끼곤 얼굴을 찡그렸다. 순간적으로 감았던 눈을 뜨자, 자신은 자신의 몸에 있지 않았다.

…이, 이게 무슨…!

신들이 쓸만한 능력을 많이 내어줬구나. 보기만 했지 써보는 것은 처음이야.

…!

란아. 잘 보고, 방식을 다시금 익히는 게 네 수명에 이로울 게다.

'몸'은, 언제나 그리워했던 누군가의 자신있는 얼굴을 하고선 움직였다.

호티 바루나.

물을 생성해내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일텐데. 그보다도 어떤 지점의 위치를 기억해둬야 할텐데. 물을 가져오고…

호티 아그니.

오로지 빛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불을 떨구며, 그 순간에 기력을 회복한다.

어느 순간, 주변의 모든 것들이 고요해지고 본 적 있는 세상에 들어와 있었다. 란은 눈을 몇 번 깜박이다가 세차게 비볐다. …내가, 지금 보고있는 게 진짜인가. 혹시 아까 그냥 죽었나.

안 죽었다. 헛생각하지 말거라.

…!

녀석, 직접 보는 건 오래간만인데도 인사 하나 없고.

익숙한 말투,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실루엣. 소년의 모습만을 보았으나,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남자는 씩 웃어보였고, 란은 분명 떨릴 목소리를 주저없이 내놓았다.

…야크샤님,

오냐.

진짜… 진짜, 야크샤 님이십니까?

그래. 이 모습은 처음이지?

…야크샤님…!!

란은 확답을 얻자마자 그에게 달려들었다. 다 큰 제자의 어리광에 잠시 놀란 눈을 한 남자는,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고는 뒷짐지고 있던 손을 풀어 제자의 등을 토닥였다.

다시 뵐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런 의미로 그리 말한 것은 아니지만, 만날 날을 기대한다 하지 않았느냐.

…그렇네요. 야크샤님,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간단한 것이다. 지금의 난 심장에 남은 마지막 사념이고, 네가 이번엔 진짜 죽을 듯 하여 마지막으로 나왔다. 그뿐이다.

간단하다는 것치고는 스케일이 크다.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다가 오랜만에 만나서 들뜬 란조차도 그 점을 지적하려다 말았다. …아니 그보다, 마지막이라고. 란은 설명을 요구하는 얼굴로 스승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걸로는 부족한가? 어색하게 웃으며, 야크샤는 들고있던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의식이 생긴지는 얼마 안 되었다만, 난 심장에 깃들어 있던 사념이다. 영혼으로 취급되는지, 네 기억이 읽어지더구나.

아…

나오는 건 한 번이 한계였을 테고… 이제 끝이다. 이것이 마지막 만남이다.

…!

녀석, 그런 얼굴은 하지 말고. 음… 그리고, 이 공간에 들어올 수 있던 건 방금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너도 참 운이 좋아. 바로 나가면 문제 없을게야.

예…

이정도면 설명은 다 된 것 같은데, 더 필요한 것 있느냐?

곧 문이 닫힌다, 야크샤는 어딘가를 힐끗 보며 말했다. …아마, 없겠지. 마법을 쓴 것은 제 몸이었던 덕분일테고, 나스티카의 연산력은 본능적으로 되는 것일 터이다. 이해와 좌표는 제 기억을 보았을테고… 심장에 남아있던 마지막 사념이라 했으니, 어떻게 몸을 차지했는지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한가지 있습니다.

그래, 말해보거라.

야크샤님께선,

잠깐의 침묵을 보낸다. 꺼내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함께 지내던 그때도 결국 납득가는 답변을 얻지 못했던 질문이지만, 마지막이니만큼.

야크샤님께선, 왜 저를 도와주시는 겁니까?

받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때도 여쭈었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었고요.

그것이 중요하더냐?

예.

지금 시점에선, 난 이미 죽었는데도?

…그렇기에, 더욱이요.

…네 그런 점이 좋아 도와주기로 결정했었지.

야크샤는 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자랐나, 시간에서 벗어나있던 그때는 보지 못했던 자연스런 변화가 보였다. …이런 건 대답으로 부족하겠지, 실없는 생각을 하며, 야크샤는 미소지었다.

그 역시 단순한 이유에서다. 난 이 세상을 좋아하고, 이대로 끝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오직 그것 뿐이다.

…세상은, 당신을 죽였는데도요.

내게 살아갈 이유를 주기도 했지. 그 이유의 세상도 그 세상이었고.

자, 어서 가거라. 또 헤메면 안 되잖느냐.

…야크샤님.

그래.

…당신과 다시 만나서, 기뻤습니다.

그때는, 마지막에 죄송하다 했었지요. …이번엔, 기쁘실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

가르쳐주시고,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인데 울음을 보일 수는 없다는 일념으로, 란은 웃었다. 그때는 결국 눈물을 보이며 헤어졌었으니, 남은 기억은 슬퍼하는 모습이었겠지. 더이상 기억을 담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지만, 란은 그런 건 떠올리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읽은 것일까, 야크샤 역시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다 컸구나.

…하하…

잘 컸어…. …나도, 그때는 말한 적 없었지. 

!

나야말로 고마웠다. 함께하여 즐거웠어.

일이 다 끝난 다음에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거라. 야크샤는 웃으며 란을 다시 현실로 밀어보냈다. 아프긴 커녕 다정한 손길에, 란은 저도 모르게 그에게 손을 뻗었다.

…야크샤님…!

그를 부르는 자신의 목소리가 끝났을 땐, 이미 현실이었지만.

그가 자신의 몸을 이용하여 도륙낸 타라카족의 시신이 가득한 곳, 그와의 완전한 이별. 자신의 심장이 뛰는 것을 가만히 느끼며, 란은 결국 볼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을 소매로 닦아냈다.

좋아, 열심히 하자.

그가 준 마지막 기회를, 그가 사랑했고 내가 살아갈 이 세계에서, 라나와 아이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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