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샤샤샤
영상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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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째 되풀이 된 하루일까. 이제 거의 천 번쯤 되었을 거다. 이런 걸 기억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그만큼 힘든 하루니까. 지나간 하루에 한 번의 횟수를 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세다 보니까 어느새 천 번이라는 횟수까지 세었다. 나는 오늘도 샤를 만나고 돌아와 집으로 들어섰다. 오늘은 목이 타서 방으로 향하려는 몸을 부엌으로 돌렸다. 냉장고에서 꺼낸 냉수를 컵에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더운 여름날이긴 했어도 찬 물을 들이키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속이 탈 것만 같았다.
이제 방으로 들어가자. 내일은 부디 다른 일이 있기를 바라며 걸어가는데 문득 샤샤의 방문이 보였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하루가 반복된 날로부터 샤샤를 본 날이 드물었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침 일찍 샤를 만나러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왔다. 샤가 죽은 걸 본 날부터 그를 구해야한다는 생각에만 빠져 정작 샤샤를 돌볼 생각을 못 했다. 그래서 오늘은 평소와 달리 샤샤의 방으로 향했다.
철컥, 조심스럽게 연다고 열었는데 눈치 없는 문고리 소리는 어두운 적막을 울렸다. 천천히 안을 들여다보면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든 샤샤가 보였다. 슬쩍 문을 닫고 그 옆으로 가 머리맡에 앉자 으음, 샤샤가 잠결에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다. 곧 부스스하게 올라간 눈꺼풀 아래로 붉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자기?"
"미안. 깨웠어?"
"으응, 괜찮아. 잠시 저녁 잠 든 거여서. …자기, 무슨 일 있었어?"
하품을 하며 눈을 부비던 샤샤는 어둠 속에서도 곧잘 내 표정을 살폈는지 시선을 곧게 응시해왔다. 날선 고양이처럼 올려다보는 그녀의 머리를 쓸어주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 쉽게 지어지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어둠 속에서는 조금이라도 티가 덜 나지 않을까 싶어서.
"으응, 아니야. 그냥…, 샤샤, 묻고 싶은 게 있어."
"흐음~ 뭔데?"
"만약 말이야. 만약, 샤가 눈앞에서 다치거나…, 죽으면 샤샤는 어떨 거 같아?"
"뭘 물어. 당연히 걱정되지. 그보다도 샤를 다치게 한 녀석을 가만두지 않을 거고."
죽는다는 가정은 아예 하지도 못한다는 듯 샤샤는 샤가 다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대답했다. 하긴. 죽음이라는 게 이렇게 쉽게 다가올 줄 몰랐다. 아니, 사실 우리는 안다. 알지만서도 감히 그런 우리 앞에서 또 다시 죽음이 소중한 사람을 데려갈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렇게 배신을 당하고도 또 이렇게 지독하게도 배신당한다. 죽음이라는 놈 앞에서.
"그래. 그렇겠지. …그러면 말이야. 만약 내 눈앞에서 샤가 그렇게 됐는데…, 내가 샤를 지키지 못했으면 어떨 거 같아?"
나는 그 어떤 말보다도 두려울 다음의 말을 기다렸다. 내 손길에 머리를 부비던 샤샤가 얌전히 시선을 올렸다. 동그랗게 떴던 눈동자가 점점 눈꺼풀에 가려지며 반쯤만 보이게 됐을 때쯤 샤샤가 휙, 몸을 돌리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자기가 샤를 지키지 않을리가 없잖아."
"물론이지. 그래도…,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됐을 때 혹시라도 샤가…, 샤가 죽었다면…."
"만약 그렇더라도 나는 자기 탓 안 해."
그녀의 말에 나는 말을 멈추고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여전히 등 돌린 채였지만 그녀의 몸은 작아 보이거나 하지도 않았고, 들려오는 말소리에서도 떨림 같은 건 없었다.
"만약 탓을 한다면 내 탓을 할 거야. 그 자리에 없어서 지켜주지 못 했고, 자기한테 그런 모습을 보게 만든 나를 원망할 거야. 나를 수없이 원망하고 미워하더라도, 그 앞에 있었을 자기를 탓하지는 않아. 내가 자기를 몰라? 샤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쳐서 구해낼 사람이면서."
그런 사람을 어떻게 원망하겠어. 라며 뒷말을 마친 샤샤는 다시 몸을 돌렸다. 도대체 이런 걸 묻는 연유가 무엇인지 궁금한 듯 했지만 이걸로 답이 됐냐는 분위기였다. 하, 피식 웃음을 흘리며 나는 슬쩍 샤샤의 옆에 누웠다. 샤샤는 내가 누울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옆으로 물러서고는 내 목을 끌어안았다. 나는 내 시선을 마주하는 붉은 눈동자를 빤히 들여다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응. 그렇지. 어떻게든 구해낼 사람이지, 나는. 그러니까 샤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걱정하지 마. 그리고 설령 그런 날이 오더라도 널 원망하지는 마."
네가 그러지 않게 내가 모두 구해낼게. 그리고 내가 죽게 되더라도 절대로 그런 마음은 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는 가볍게 샤샤를 끌어안았다. 따뜻한 온기가 나를 감싼다. 평소라면 덥다고 칭얼거렸을 거 같은 샤샤도 오늘만큼은 나를 끌어안아주었다. 천 번째 반복 된 하루의 마지막. 그 날의 밤만은 평소와는 많이 달랐고, 다시금 내가 용기를 얻은 날이었다. 샤, 샤샤, 너희를 위해서면 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너희 둘만은 꼭 구해줄게. 그런 다짐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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