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샤샤샤

하이샤샤샤

캘버리를 향해 가는 100시간

*시나(@scena_sqj2)님의 COC 시나리오 '캘버리를 향해 가는 100시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ラックライフ(Luck Life), 名前を呼ぶよ (이름을 부를게) 


끼이익. 철문이 열리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뒤를 돌아보지는 않기로 했다. 이미 충분히 인사는 나눴다. 다시 만날 약속도 했다. 꼭, 다시 찾아가겠다고 말했으니까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다. 굳센 다짐을 했다. 내게 지금 이 다짐은 살면서 해온 그 어떤 다짐보다도 무겁고, 힘든 다짐이었다. 이것이 너의 삼촌으로서 있을 수 있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僕が僕でいられる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는
理由を探していた
이유를 찾고 있었어

"……."

그리고 문 안으로 들어가 다시 끼이익, 양쪽 면이 닫히는 순간 그 소란스러운 소리 사이에서도 멀리있는 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절로 고개가 휙, 돌아갔을 때 쿵. 철문은 육중하게 닫히며 틈을 막았다. 마음만 먹으면 다시 이 문을 열라고 외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이 문을 타고 넘어갈 수도 있으리라. 손에 쥔 노트를 꽉 쥐며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샤, 기다려 줘."

あなたの胸の中で
너의 가슴 속에서
生きている僕がいるのならば
살고있는 내가 있다면

네가 어떤 말을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사랑했다고 한 거 같기도 하고, 기다리겠다고 한 것도 같고, 다시 보자고 한 거 같기도 했다. 아마도 샤의 목소리는 들었으되, 정확한 내용을 듣지 못하여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일 테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저 벽 너머로 돌아가서 너를 끌어안고, 계속 너와 있어주고 싶었다. 우습게도 나는 너와의 약속보다는, 너를 지키고 싶었다. 어차피 똑같은 어둠뿐인 세계라면 너와 함께 있고 싶었다. 너와 함께라면 그곳이 어떤 어둠 속이든 걸어나갈 수 있으니까. 모순적으로 그 탓에 나는 네가 없는 어둠을 걸어올라갔다.

暗闇も長い坂道も
짙은 어둠도 긴 언덕길도
越えて行けるような 僕になれるはず
넘어갈 수 있는 내가 될거야

약속을 지켰다. 샤가 자신을 희생해서 만든 노트를 연구자들에게 넘겨주었다. 당연히 믿는 기색이 아니었지만 한 번 읽어보라는 설득과 몇 몇 말도 안 된다 말하는 녀석을 땅에 곤두박질 치는 것으로 그 여론을 잠재웠다. 미심쩍어 하며 펼쳐본 연구원들은 수많은 언어의 나열에 한 번 놀라고, 그 내용에 다시 놀랐다. 이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인사를 건넨 총책임자는 이 노트를 토대로 약을 만들어보겠다고 했으며, 모든 내용을 옮기면 노트를 다시 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로 나는 이곳에 샤샤가 있는지를 찾아보았지만 아쉽게도 샤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 세 사람은 처음 만났던 그 날 이후로 이례적으로 모두 각자의 길을 걸었다. 

결국 나는 홀로 안전지대에 서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있지만 내 하루하루는 고독하기 짝이 없었다. 이 느낌 어디서 느꼈더라. 아, 그 때를 닮았다. 세상이 멸망하고 겨우 일어서는 인간들, 그 와중에도 방벽이라는 것을 세워 터전을 나눈 인간들, 그 한정된 터전 속에서 그냥 제 살 길 바빴던 그 날들이 떠오른다. 너희들 없는 세상은 역시 아무런 가치가 없어, 샤, 샤샤. 여실히 얻는 깨달음 속에서 나는 둘의 이름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それぞれに今を歩いてる僕らが笑えるように
각자 지금을 걷고있는 우리들이 웃을 수 있게
生きている意味を確かめ合いながら進めるように
살아있는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나아갈 수 있게

나의 세계는 그 둘이다. 이런 발을 디딛고 설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 그 둘이 나의 세계이자 우주였다. 나는 샤와 함께 하는 동안 가지고 있던 물건들만을 위안 삼아서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고 오늘, 처음으로 노트의 공식을 사용한 실험에 들어간다고 한다. 치료제의 이름은 노트의 작성자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질 예정이며 그 이름은 [사야]다. 이 이름은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질 거다. 따사로운 봄과 같은 웃음과 함께. 사람들에게는 그저 희망을 줄 약의 이름일 수 있으나 나는 알았다. 이 이름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나의 소중한 조카의 이름이다. 사람들이 모두 그 약의 이름을 부를 때 나만은 너의 이름을 불렀다.

名前を呼ぶよ あなたの名前を
이름을 부를게 너의 이름을
あなたがあなたでいれるように
네가 너로 있을 수 있도록

실험에 들어간다는 소식과 함께 마침내 노트가 돌아왔다. 기회가 없어서 펼쳐보지도 못 했던 노트는 여러 사람들의 손을 타 처음보다 더욱 낡고 너덜거렸다. 나는 이제야 샤가 남긴 노트를 펼쳐볼 수 있었다. 한장, 한장 노트를 넘기면 알아볼 수 있는 모국어로 적힌 것 외에도 다양한 언어로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노트를 빠르게 넘겨 마지막 장에 도달했고, 그곳에 적힌 것은….

 

悲しみに暮れてあなたの涙がこぼれる時
슬픔에 잠겨 너의 눈물이 떨어지려 할 때
寂しさに溢れて心がしぼんでく時
쓸쓸함이 넘쳐 마음이 시들어가려 할 때

  

한 손이 눈가를 가렸다. 손의 감각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들이 느껴졌다. 나는 노트를 읽던 구석에 그대로 주저앉아 소리없는 울음을 토해냈다. 이것을 읽고야 알았다. 바보같이 그 어떤 말보다도 많이 들었을 게 뻔하면서 이제 와서야 깨달았다. 그 날, 그 때.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헤어졌던 그 순간, 닫히는 문 뒤로 네가 했던 말은 사랑한다도, 기다리겠다도, 다시 보자는 말도 아니었다. 아마도 네가 했던 말은 그 모든 걸 포괄하는 말. 하이엠스 삼촌. 내 이름일 것이다.

"샤…, 샤…, 사야…, 사야야."

잘생긴 우리 조카. 멋진 우리 조카. 사랑하는 내 조카. 나와 샤샤의 아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너. 나는 오늘도 너의 이름을 부르고 있어. 네가 그랬듯이.

名前を呼ぶよ あなたの名前を
이름을 부를게 너의 이름을
僕の名前を呼んでくれたみたいに
내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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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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