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샤샤샤
동양
우리는 떠돌이다. 허리에는 검을 차고,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혼에 새겨진 신념을 가지고 여행을 다닌다. 언제나 활기차게 앞장 서서 걷는 화나, 그 뒤를 쫄쫄쫄 따라다니는 어린 호. 마지막으로 뒤에서 따라가며 둘을 챙기는 나까지. 일부러 이렇게 걷는 것은 아니었는데 나란히 걷지 않을 때의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이렇게 다녔다.
"화."
"응, 자기야."
오늘도 어김없이 숲길을 지나던 우리는 천천히 그 보폭을 줄였다. 나와 화의 시선은 이미 주변의 나무들을 훑었다. 어린 호만이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둘 사이에 흐르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화의 옷을 쥔 채로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호에게 내게 오라는 손짓과 함께 웃었다.
"호한테 안 좋은 거 보여주면 안 돼."
"에이~ 알았어. 피만 안 튀기면 되지?"
"응."
"좋아!"
화의 눈치를 살피던 호는 조심스럽게 내쪽으로 왔다. 기지개를 피며 몸을 풀던 화는 단숨에 나무들 사이로 튀어나갔고 그곳에서 수 명의 자객들이 튀어나왔다. 그 존재가 누구인지는 알 필요 없었다. 그저 우리를 보며 살기를 겨누고 있던 살수들이었고, 우리는 그에 대응할 뿐이다. 처음 보는 상황에 눈을 크게 뜨며 내게 달려와 붙은 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나는 말했다.
"호, 잘 봐 둬. 네 엄마의 강함이 어떤지."
화는 각각의 무기를 들고 달려드는 이들의 한가운데를 검도 뽑지 않고 달려갔다. 하지만 결코 그는 다치지 않았다. 발과 주먹. 오로지 이 두개만으로 무기를 든 살수들을 쓰러트려 나갔다. 그러나 적은 그곳에만 있지 않았다. 뒤에서 튀어나오는 살수 한 명이 내 옆에 있는 호에게로 달려들었다. 뒤늦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느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호가 내 옷자락을 꽉 쥐었을 때, 내 검집이 그대로 뒤를 향해 찌르듯 튀어나가며 다가오는 살수의 명치를 쳐 기절시켰다.
"그리고 네 옆을 누가 지키고 있는지. 그 방벽이 얼마나 거대한지 말이야."
촤릉, 검집에서 검을 꺼낸 나는 눈앞으로 내려앉는 여러 명의 살수들을 보았다. 눈동자가 휘어접히며 주홍빛의 눈에 음영이 지고 화를 닮은 붉은색이 눈 안에서 번뜩였다. 호를 내 등 뒤로 숨기고는 검을 고쳐잡는다. 날이 아니라 칼등을 적에게 향한 채로 마지막으로 한 번, 뒤에 있는 아이를 뒤돌아보며 웃었다.
"걱정 마, 호. 너는 우리가 지켜줄 테니까."
- 카테고리
-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