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샤샤샤
어느 세상에서의 산타
12월 25일. 산타클로스가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날. 그리고 여기,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산타가 되기로 결심한 한 청년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사야. 하이엠스, 사야샤, 웨르를 위해 오늘도 힘내는 청년이었다.
'그렇게 산타를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사건의 발단을 이랬다. 그간은 산타 할아버지가 두고 간 거라며 선물을 줄곧 주었으나, 이번 해에는 어째선지 산타를 보고말겠다는 강한 일념을 불태우는 아이들이었다. 그 소심한 웨르마저도 산타는 언제 오냐며 저를 올려다보는 통에, 사야는 그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꼭 찾아올 거라는 허황된 소리를 해버렸다. 물론 어설픈 변장만 가득한 자신이 눈치 빠른 두 명을 속일 수 있을리 만무하니 아이들이 졸음에 못 이길 때 들어가, 인기척만 내고 빠르게 사라지는 것이 목표였다.
'혹시나 보일 실루엣을 위해 그래도 옷과 수염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았지!'
이 정도면 완벽한 작전이다. 사야는 제 머리카락만큼이나 빨간 옷과, 눈처럼 새하얀 수염을 자기 방에 꽁꽁 숨겨두고 완전 범죄를 계획했다. 오늘은 특별히 산타를 맞이하기 위해 거실에서 이불을 꺼내 자는 걸 허락했다. 몰래 창문으로 빠져나가 거실로 들어가고, 선물을 놓은 다음 밖으로 돌아와 다시 올라가면 완벽하다. 사야는 흠 하나 찾아보기 어려운 계획에 만족스러운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야는 들키지 않게 얼굴 표정을 가다듬으며 거실을 살폈다. 이불을 덮고 누운 형체들이 큰 움직임이 없었다.
좋아, 지금이다. 사야는 방문을 닫고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어 미리 준비해놓은 경로를 이용해 창문과 창문 사이를 넘어 거실로 이어지는 발코니로 내려왔다. 이 정도면 꽤 산타 같겠지? 일부러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구도 껐다. 마침 하늘은 먹구름 가득. 아이들이 자신을 본다고 해도 기억할 수 있는 건 산타의 실루엣뿐이다. 사야는 보따리를 들고 소리나지 않게 창문을 열었다. 찬 기운이 방 안을 식히기 전에 재빨리 트리로 가 선물을 놓아야겠다. 발걸음을 한 발 떼는 순간….
"왔다!"
"잡아라!"
"뭐, 뭐, 뭐야. 우와아악!"
갑자기 커튼과 소파 뒤에서 튀어나온 두 형체에 사야는 그대로 잡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선물이 든 보따리가 떨어지면서 박스들이 잔뜩 굴러다녔다. 탁! 스위치가 똑딱이는 소리와 함께 방 안에 불이 들어오면, 이불에 덮여진 인형 세 개와 저 멀리서 불을 킨 게 분명한 백발의 아이, 그리고 제 위에 올라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붉은 머리의 아이들을 보았다. 짓궂은 표정으로 내려다본 아이들은 신나는 듯 외쳤다.
"우리가 산타를 검거했다!"
"가진 거 다 내 놔!"
"올해 선물은 당신이야, 산타!"
"뭐뭐, 뭔데, 너희들!"
당황해서 산타인 체 하는 것도 잊은 사야가 놀라서 외치면, 히죽 웃는 하이엠스와 사야샤가 서로를 보다가 찍, 사야의 얼굴에 붙은 수염을 떼어냈다. 아야! 그렇게 세게 뗴면 어떡해! 수염이 있던 자리를 문지르며 사야가 소리지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이런 내용인 거다. 눈치 빠른 하이엠스와 사야샤는 진작 산타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웨르는 그 존재를 믿을지언정, 자신에게 매년 찾아온 선물이 산타가 아니라 사야가 준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올해는 사야 앞에서 더 떠들었다. 산타가 보고싶다, 고. 둘만 이야기했으면 그냥 넘어갔을 사야도, 웨르까지 합세하니 결국 이 일을 계획하게 되었다. 물론 삼인방은 진작 알고 있던 사실이다. 아무래도 사야보다도 눈치가 빠른 건 둘이었으므로.
그렇게 사야가 보는 앞에서 산타를 기다리기 위해 참다가 이내 졸아버린 척하며 이불 안에 누운 그들은, 사야가 방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빠르게 인형과 자신을 바꿔치기하고 어두운 거실 곳곳에 매복하고 있었다는 거다. 들키지 않기 위해 온갖 불을 꺼버린 사야의 계획이 역으로 이용당한 순간이다.
"그럼 너희 처음부터 이러려고 나한테 그런 거야?!"
"물론이지~ 설마 우리가 매년 받는 선물을 산타가 준다고 생각할까 봐?"
"우리가 가지고 싶다고 샤 앞에서 말한 게 그대로 오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
"샤 오빠가 매년 갖고싶은 걸 물어봤으니까…."
사야는 이 당찬 세 명을 보며 어이없음 반, 억울함 반이 섞인 표정으로 보았다. 산타를 보고 싶다더니, 결국 자신을 검거하기 위함이었다는 거 아닌가. 내 완벽한 계획이 이렇게 무너지다니. 게다가 그게 다 헛수고였다니.
"뭐야. 결국 산타가 올 거라고 생각 안 했던 거였어? 날 골리기 위해 이러다니. 너무해."
툴툴거리며 억울한 마음이 샘솟음치려는 그 때, 서로를 보던 아이들이 씨익 웃으며 사야를 내려다보았다. 멀리서 쫄쫄 걸어온 웨르가 그 옆에 앉으며 사야의 손을 잡았다. 하이엠스의 뒤에서 소심하게 몸의 절반을 감춘 웨르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한테는 샤 오빠가 산타니까…."
"어?"
"매년 우리에게 선물을 준 게 샤니까 당연하잖아?"
"루돌프 타고 오는 할아버지는 우리한테 필요없어. 우리의 산타는 단 한 명이야."
차례대로 말하는 웨르와 사야샤, 하이엠스는 곧 와락 넘어진 사야를 끌어안았다. 아이들의 입에서 동시에 메리 크리스마스, 샤! 라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하, 하하. 푸하하! 얼빵한 표정을 짓고 있던 샤는 결국 단단한 팔로 세 아이를 모두 끌어안았다.
"그래. 내가 너희들의 산타다. 그리고 너희들은 나를 위한 요정인가 보네."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그들에게 여느 때보다도 즐거운 크리스마스였다. 아이들은 산타를 만났고 산타는 자신만의 요정들을 만난 날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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