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샤
달의 비명 : 늑대의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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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막히는 이물감. 더 정확히는 외부에서 짓누르는 힘에 의해 사야는 감았던 눈을 떴다. 남들은 불쾌하다고 말할 이 감각을 느끼며서도 그의 입매는 호선을 그려냈고, 눈매는 눈꺼풀을 들어올리기도 전부터 이미 끝이 내려가며 서글서글한 인상을 그려냈다. 시선의 끝에 있는 붉은 눈동자를 담은 사야는 그 아래에 있는 흰 피부 위를 쓸어내렸다. 아직 시간은 어두운 밤이다. 밖에서는 힘 약한 달빛이 겨우 창문을 뚫고 들어왔지만, 커튼처럼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그늘처럼 시야를 가렸다. 정작 사야의 눈에는 선명히 다 보였지만.
“이런 방식은 안 통한다고 했잖아, 하이엠스.”
사야의 손이 하이엠스의 뺨을 타고 내려온다. 그것은 목을 지나고, 쇄골을 지나, 맨 가슴으로 내려와 유륜 주변을 뱅글 돌았고, 이내 가슴 중앙선을 따라 쭈욱 내려오다가 툭, 처진 성기를 한 번 건드렸다. 그대로 그가 깔고앉은 자신의 맨몸으로 올라온 손가락은 그대로 목까지 쭉 올라와, 그곳에 놓인 두 개의 손목에 닿았다. 그것을 단 한 손으로 쥐어 떨어트리는 것은 사야에게는 참으로 쉬운 일이었다.
“나를 죽일 방법을 알면서도 왜 맨날 이러는 거야? 사실은 내가 좋아서?”
“…개소리하지 마.”
“왈. 이렇게 짖어줄까? 아니면….”
일단 욕정부터 풀어줄까? 목 안쪽으로부터 터져나오는 웃음소리가 침대 위로 낮게 깔렸다. 사야의 팔이 하이엠스의 허리를 잡아당기자 그의 상체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만큼 그가 지친 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그는 한 번 사야와의 정사를 끝낸 몸이었다. 초저녁부터 시작된 정사의 시간이 자정이 지나서야 끝났으니 인간의 몸이 버틸 리가 없다.
그래. 늑대인간인 사야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하이엠스는 아니었다. 이 어둠 속에서 제 목 위치도 손으로 더듬어 찾아냈을 그와는 달리, 자신은 명백히 눈앞에 있는 사내의 모습을 다 볼 수 있었고, 코 끝에 닿는 향과 몸에 닿는 촉감으로 그의 몸이 어떤 상태인 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달이 기운 시간을 보면 자신이 눈을 감은 건 많아 봐야 한 시간쯤일 거다. 그 시간동안 하이엠스는 씻지도 않고, 아직도 뒤에서 제가 싸질러놓은 정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하고 싶었으면 그냥 깨우지. 진작 해줬을 텐데. 내가 눈감은 동안 어떻게 참았어?”
“…닥쳐. 헛소리하지 마.”
“네 마음 알지. 그래도 다음부터는 더 정중히 부탁해야 할 거야. 안 그러면 아무리 나라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안 들 테니까.”
“…죽어.”
사야는 픽 웃음을 흘렸다. 저 죽어있는 퀭한 눈빛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보인다. 그것이 제 식욕을 왕성하게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다른 방향으로도 욕망을 들끓게 했다. 한층 수그러져있던 아래가 뻣뻣이 서는 게 느끼지자, 사야는 잡고 있던 손목을 그의 뒤로 가져갔다. 그곳에서 입고있던 와이셔츠와 벗어놓았던 옷가지로 재빠르게 묶은 다음, 하이엠스의 얼굴을 제 얼굴 앞으로 치켜들었다.
“자, 이제부터 나는 안 움직일 거야. 하이엠스가 하고싶든 안 하고싶든 이미 시작한 이상 난 끝을 봐야 끝내줄 거거든. 그러니까 이걸 끝내고 싶으면 네가 날 만족시켜. 그래야 네가 잘 수 있을 거야.”
하이엠스가 무어라 입을 벌리기도 전에, 얼굴에서 내려온 손이 하이엠스의 둔부를 감쌌고 그것을 그대로 들어올려 발기한 성기 위로 팍 내려앉혔다. 하읏! 하이엠스가 고개를 쳐들며 신음을 흘렸다. 그의 벌어진 입에서는 벌써부터 타액이 질질 흘러내려 턱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듯 성기 끝에도 희멀건한 액이 맺혀 선단에서 떨어져내렸다. 그 모습을 보며 입맛을 다신 사야는 둔부에 있던 손을 허벅지 위로 가져와 필요 이상으로 일어서지 못하게 고정시키며 빙긋이 웃었다.
“이거 끝나면… 그 땐 진짜 죽일 거야.”
“그래. 이거 끝나면 그럴 수 있게 해준다니까. 그러니까 얼른 움직여.”
슬쩍 창문 너머로 들어온 달빛이 하이엠스의 눈가를 빛낸다. 더 정확히는 그곳에 맺힌 물방울을 비춘 거리라. 그것은 뺨을 타고 흘러내려 사야의 몸 위로 떨어졌다. 하윽, 스스로 허리를 들어올리는 하이엠스의 하체가 무너지면 다시 안쪽 깊숙한 곳을 찔러버리면서 앓는 소리가 났다. 지난 몇 시간동안 혹사당한 허리는 부들부들 떨며 자꾸만 무너질 뿐 제대로 움직이지를 못 했다. 허나 하이엠스의 그런 모습을 볼수록 사야의 것은 안에서 더욱 흥분해 부피를 키워나갔다.
“이대로면 아침이 되겠네. 근데 그 때가 되더라도 난 안 해줄 거야.”
여기서 움직이지 못하면 평생 제 위에서 움직일 수 없다는 말에 하이엠스는 입술을 깨물며 필사적으로 허리를 들었다. 눈앞에 있는 늑대인간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놈이다. 이미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그 전부터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먹잇감인 그의 주변을 도는 게 아니라, 늑대의 주변을 맴도는 사냥꾼이 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알던 거다. 하지만 그는 우습게도 사냥꾼이 되지 못 했다. 죽이는 법을 알고, 늑대는 매일같이 기회를 주는데도 사냥꾼은 그러지 않았다. 그것이 사야의 마음을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분노와 원한이 타오르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면서도, 슬픔과 두려움이 그의 눈빛을 잠들게 했다.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것보다 고독을 더 무서워하는 사냥꾼은 사냥감을 노리지 못했다. 그마저 사라지면 인생에 남는 게 없어, 증오하는 자를 애정할 수밖에 없는 굴레에 빠졌다. 그렇게 매일 늑대의 노리개가 되어 침대 위를 구르고, 바깥에 끌려다니고, 잠조차 제대로 못 자는 것이 그의 현 모습이었다. 늑대가 죽일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눈 감은 사이 찾아오는 악몽과 일어났을 때 마주할 더한 상황이 두려워서. 뜨겁게 타오르되 자꾸만 죽었다 살았나다를 반복하는 그 불꽃이 얼마나 다양한 색을 내고, 열기를 품어 아름다운지. 마치 와인을 숙성시키는 것처럼 그 별미의 끝이 언제일까를 기다리며 사야는 매일을 즐겁게 지켜보았다.
“아응! 하윽, 읏, 아…!”
하이엠스는 필사적으로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때때로 허리가 끊어질 거 같은 때는 풀썩 쓰러지기도 했지만 그럴 때면 늑대의 성기가 내벽 깊숙한 곳을 박았기 때문에 그마저도 몸을 소스라치게 만들었다. 꿀럭, 이미 이전의 정사로 지칠 대로 지친 성기는 이제 사정을 할 수도 없는지 희멀건하되 색이 옅은 액을 흘렸다. 하이엠스는 고작 몇 번을 박히는 것만으로도 사정을 하는 것처럼 자꾸만 상체를 눕히고 전율했다. 그의 눈가와 입이 엉망진창으로 망가졌음에도 사야는 그 눈빛을 들여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할짝, 그의 혀가 얼굴에 묻은 눈물을 핥았다.
“만약 ‘샤, 제발 도와줘.’라고 부탁한다면 내가 도와줄 마음도 있는데.”
“……개소리 마. 절대… 그렇게는 안 해….”
다 죽어가는 눈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말을 들으면 꼭 눈빛이 되살아났다. 부들부들 대면서도 상체를 일으키려던 그는 또 풀썩, 그의 가슴 위로 쓰러졌다. 허리는 자꾸만 떨리는데 그의 몸은 버티지 못하는 것처럼 일어나지를 못 했다. 이미 반쯤 의식은 희미해진 듯 했다. 정신 차려. 짝! 그가 정신을 잃을 거 같은 때 사야의 손이 그의 둔부를 매섭게 치면 그의 눈이 퍼뜩 뜨이며 전신이 떨렸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는 또 악바리로 일어서려 했다. 마치 와인의 향을 맡는 것처럼 일어서려다가 넘어지고, 계속 넘어지는 모습을 몇 번이고 지켜보며 입술을 당겨 웃던 사야는 그가 겨우 허리를 세웠을 때, 움직이지 않겠다 했던 허리를 팍! 쳐올렸다.
“하윽! 아아…, 아으윽….”
하이엠스의 두 눈이 크게 뜨이고 부르르 떠는 성기가 더 이상 뱉어낼 것도 없을 때, 그의 안에다가 늑대는 다시 한 번 파정을 했다. 허나 늑대의 파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전에 했던 것과 더불어 몇 번이고 그 안을 채워넣는 액이 사야의 성기가 막고있음에도 옆으로 샜다. 그동안 사야의 몸 위로 쓰러진 하이엠스는 히끅이며 자꾸만 몸을 떨었고, 어느 순간부터 기절한 듯 움직임을 멈춘 채로 작은 호흡만을 색색 내쉬었다. 사야는 만족스럽게 웃는 얼굴로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다가 그의 감긴 눈 위에 입맞추며 속삭였다.
“오늘은 열심히 했으니가 봐줄게. 남은 건 내일로 미루자. 잘 자.”
앞으로도 계속 너는 그렇게만 하면 돼, 하이엠스. 나는 평생 너를 사랑할 테니까. 그의 속삭임을 들은 것처럼 하이엠스의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이 떨어졌다. 사야는 하이엠스의 안에서 제 성기를 빼내지도 않은 채로 그의 등을 끌어안았고, 마치 자장가를 읊듯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그의 잠과 평생의 삶을 축복하며 저 또한 눈을 감았다. 늑대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고, 하이엠스는 찾아오지 않을 죽음을 두려워하며 오늘도 검은 세상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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