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샤
십월의 반딧불이 ED 3.
COC 시나리오 십월의 반딧불이 ED 3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는 사물함 앞에 섰다. 손이 의미없이 사물함을 여닫았다. 열면 평범한 내부가 보이고, 닫았다가 열어도 그 풍경은 똑같았다. 신목으로 만들어진 사물함. 그것은 이계와 인계를 나누는 통로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발걸음이 책상으로 향했다. 창가 맨 뒷좌석. 언젠가부터 선생님께 부탁해 새로운 자리를 지정받았다. 여기서 창밖을 보고 있으면 한때의 추억에 젖게 된다. 그래서 선생님께 혼나면서도, 친구들에 이상한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창밖을 내다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그 때 한 행동은 잘한 것이었을까?’
사야에게 방울을 넘겨준 후, 나는 이계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처럼 인계로 튕겨져나왔다. 그 후로 이계로 갈 방법을 수없이 연구했지만 애시당초 갈 수 있었던 이유가 방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탐구심도 가라앉았다. 학교 뒤편에 있는 다른 신목에도 가보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차라리 사야랑 같이 세계의 멸망을 바라보는 쪽을 택했더라면.’
그러면 이렇게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었을까? 의문만이 감돌았다. 하지만 곧 생각을 접었다. 함께 죽는다는 건 그렇게 낭만있는 일이 아니라고. 사야도 살고, 자신도 사는 결과가 가장 나은 결과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이 아픔은 무엇일까. 아직 졸업도 못 할 정도의 시간이었는데도 날이 갈수록 아픔이 배가되었다. 책상 위에 엎드리며 한 손으로 가슴께를 쥐었다. 심장이 울고 있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사야, 너를 만나고 싶다. 네가 나를 잊지 못해 학교를 떠나지 못했듯, 나 역시 그럴 것만 같았다. 이곳에 매여있을 거 같다.
오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어
앞으로도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것을
이젠 이 세상에 너란 사람은 없는 거니
내가 잘못 안 것이길 빌고 있어
우리 약속한 이 곳에서
‘……다음에 만날 때는, 이름 먼저 불러줄게.’
‘응. 나도 그 때 계속 불러줄게. 네 이름도, 좋아한다는 말도.’
‘……나, 진짜 너를 좋아해. 그거 알아? 하이엠스. 난 다음에도 또 다음에도 너를 만나고 싶어. 그러니 만약 내가 너를 찾지 못 하면 날 찾아줄래?’
‘진짜? 얼마만큼 좋아하는데?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응. 네가 이번에는 더 오래 기다리지 않게, 이번에는 빨리 찾아올게. 꼭. 약속이야.’
‘…마지막이 진짜 짜증난다. 너. ’
‘짜증나지만 그래서 더 얼굴이 선명히 남지?’
‘맞아. 사랑해. 오랫동안 사랑하고 있어. 그러니 약속이야. 다음에도 꼭 만나자.’
‘나도 사랑해.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널 사랑하고 있어. 약속이야. 다음에도 꼭 만나.’
좋아한다. 나도다. 너를 좋아했다. 너를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그 약속을 믿는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믿었다.
‘샤, 네가 오지 못할 거 알고 있어. 앞으로도 이곳에서 영원히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
책상에 엎드려 있던 나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았다. 아무도 없는 학교. 그곳에 점차 밤이 찾아왔다. 교실 안으로 달빛과 별빛이 들어온다. 나는 창밖에 보이는 별을 손 안에 담아보려 했다. 반딧불이를 닮은 빛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다시 찾아갈게.’
약속했다. 이계에 있는 신목 아래서.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의 장소는 이곳이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사야를 만날 수 없다. 그러니 나는, 꼭.
‘너를 만나러 갈 거야. 우리가 약속한 그 곳에서.’
오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어
앞으로도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것을
이젠 이 세상에 너란 사람은 없을 테니
내가 만날 수 있기를 빌고 있어
우리 약속한 그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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