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샤샤샤

Polaris

06

“사야샤!”

비록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사야샤의 몸에 쌓인 피해는 상당했다. 바닥에 박힌 굽을 빼낸 그는 그대로 걸으려했지만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그에게 달려간 선배는 재빨리 응급 키트를 꺼내 치료를 시작했다.

“하하, 기껏 이겨놓고 쓰러졌네.”

“말 하지 마. 너 피 잔뜩 흘린 건 알아? 뼈도 몇 대는 나갔을 거다.”

“괜찮아, 이겼으니까.”

“아이고, 내가 미친다 진짜.”

정말 머리가 아프다는 듯 선배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면서도 사야샤를 섬세하게 살폈다. 상처가 터진 곳들을 약을 바르고 붕대로 감쌌고, 급한 대로 몸 안으로 체력을 북돋는 약을 주입했다. 뼈에 이상이 생겼을만한 곳에도 압박 붕대로 고정하면서 선배는 사야샤를 한 쪽 벽에다 기댔다.

“잠시간은 못 움직이겠네. 하이엠스한테 가야하는데.”

“지금 그 녀석 걱정할 때냐?”

“걱정은 안 해. 하이엠스는 분명 잘 할 테니까.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지.”

그렇지만 그 시간은 조금 미뤄야할 거 같다. 사야샤는 숨을 내쉬며 몸 안에 도는 약의 기운을 느꼈다. 잠시 나른해지는 기분에 눈을 감으면 선배는 조금만 쉬고 일어나, 라며 그를 재웠다.

‘자기야, 부디 샤를 부탁해. 샤샤도 금방 따라갈 테니까.’

사야샤는 속으로 하이엠스에게 사야를 부탁하며 잠시 의식을 잃었다.

*

 

“용케도 일찍 찾아왔구나, 아미토.”

“삼촌!”

하이엠스. 그는 온몸에 불꽃을 두른 채로 차오르는 숨을 뱉었다 삼키며 앞에 있는 이들을 응시했다. 위층에 함정이 발동된 시점부터 카른은 사야를 데리고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불꽃이 그들을 덮쳤고, 그것을 여유롭게 막아낸 카른이 뒤를 돌아보며 나긋한 목소리를 뱉었다. 그 옆에 아마도 공간을 나눈 능력자인 것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사야가 안겨 있었다.

“내 조카를…, 하아, 데리러 왔다, 카른.”

“그 집념만큼은 높게 사지. 하지만 데려갈 능력이 너한테 있을까?”

“…!”

휙, 하이엠스는 순식간에 자신에게 달려드는 남성의 발차기를 피했다. 하지만 강한 소닉붐이 뒤늦게 그를 덮치며 뒤로 밀려나야 했다. 킬킬거리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뒤따랐다.

“저번에 찔린 상처는 멀쩡해지셨나?”

“그렇게 얕은 상처가 흉이라도 남았겠냐?”

하이엠스는 뒤로 밀린 발을 회전시켜 그대로 상대의 얼굴을 향해 돌려찼다. 얼굴만 간신히 뒤로 물려 피한 상대는 하이엠스와 거리를 두며 식겁했다는 듯이 휴, 한숨을 내뱉었다.

“와, 아플 뻔했네.”

“방심하지 마라. 레스.”

“예, 예. 죄송합니다. 루토 님.”

사야를 안고 있던 남성, 루토가 사야를 카른에게 떠넘기고는 레스라 불린 남자 곁으로 걸어왔다. 카른은 발버둥치는 사야의 손목을 꽉 붙잡고는 여유롭게 하이엠스를 응시했다.

“너의 지키겠다는 그 집념은 여전하구나. 넌 옛날부터 그랬지.”

“삼촌 조심해! 나는 괜찮으니까…!”

“샤, 기다려. 삼촌이 금방 갈 테니까!”

하이엠스와 사야의 대화에 카른은 쿡, 비웃음을 흘렸다.

“지켜? 사실은 이 아이도 네 동생에 겹쳐보고 있는 건 아니고?”

멈칫, 발버둥치던 사야는 그의 말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하이엠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으르렁댔다.

“거기서 한 마디만 더 해봐라.”

“군부가 네 동생을 구해주지 않았던 것에 앙심을 품고 있었지? 그래서 불을 지르고 떠난 거고. 여전히 어린 것들한테 네 동생을 대입해서 지켜주고 있다는 허영심 속에서나 살아가고 있는 걸 테지.”

“카른!”

“이 아이를 빼앗길 때는 어땠지? 네 동생의 대체품을 다시 빼앗기니 속이 쓰리지 않던가?”

가면 아래로 보이는 붉은 눈동자가 눈꺼풀 속에서 휘어졌다. 하이엠스 아미토. 그를 비웃는 눈초리였다.

“넌 약해, 아미토. 네 손으로는 아무것도 지키지 못 해.”

카른이 속삭이는 말에 하이엠스는 흥분해서 달려들었다. 다른 게 아니다. 그를 욕되게 해서도 아니고 그의 동생을 모욕해서도 아니었다. 아니, 후자는 조금 맞는 거 같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야가 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내 아이가,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발버둥치던 것도 멈췄다. 저 아이는 그 말을 믿을까? 그러지 말아야 할 텐데. 그 걱정으로 내달린 몸은 그대로 투명한 벽에 부딪히며 멈추었고, 와장창, 곧바로 음속으로 날아와 강하게 발을 차는 레스에 의해 뒤로 날아갔다.

“사, 삼촌….”

하이엠스를 부르는 사야의 목소리가 떨림을 가지고 작아졌다. 자신은 그저 대체품일 뿐이라는 말이 어쩐지 귓가를 스쳐지나가지 못하고 가슴을 쿡쿡 찔렀다.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간 살아오면서 절망을 가득 느꼈던 아이를 덮쳤다.

“쿨럭!”

하이엠스는 옆구리를 손으로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꽤나 깊숙이 찔렸던 상처가 다시 터진 게 느껴졌다. 화륵, 손아귀 위로 불꽃이 타오르며 그의 옷을 태우고 아래에 있는 상처를 지졌다. 후우, 숨을 크게 뱉었다. 이전에 꾸었던 꿈이 떠올랐다.

웨르가 나온 꿈. 눈 쌓인 겨울 속에서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눈과 바람은 애석하게도 작은 아이의 몸을 띄우고, 먼지처럼 흩어지게 만들었다. 자신의 손은 그 아이에게 닿지 못했다. 그 아이의 입이 열리는 순간 자신을 책망할 것만 같았다.

“그래. 맞아. 나는 약해.”

하이엠스는 온몸에 불꽃을 피워올렸다. 그것에 루토와 레스는 경계 태세를 취했다. 루토의 앞으로 투명한 막이 펼쳐졌고 레스의 발 아래로 강한 바람이 맴돌았다. 하이엠스는 그것을 모두 두 눈안에 담아냈다. 그의 눈빛이 불꽃처럼 영롱히 반짝였다.

“저 아이를 지키지 못하고 빼앗겼어.”

파앙, 강한 불꽃이 그의 다리를 휘감았다. 그것은 몸을 타고 올라가 곧 그의 손 끝에 모여들었다. 하이엠스는 손가락을 튕겨 그 불꽃을 날려보냈고 쾅! 큰 굉음과 함께 투명한 벽과 불꽃이 부딪혔다. 벽이, 아니, 그 공간이 크게 흔들렸다. 그렇게 여러 차례 불꽃이 부딪히며 세 사람의 시야를 빛으로 물들였을 때, 사야의 정신을 일깨우는 큰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도 저 아이는 자기 자신보다도 내가 다치는 걸 걱정했어!”

꿈에서 웨르는 말했다.

‘이번에는 지켜, 오빠.’

“나는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달려온 거야!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조카를!”

쨍그랑! 투명한 막이 그의 발차기에 사정없이 부숴졌다. 말도 안 돼, 라는 루토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하이엠스의 목소리에 의해 묻혔다.

“더는 손가락 하나 대게 두지 않아!”

하이엠스의 몸이 회전하며 사정없이 앞에 있는 두 사람을 양벽으로 차버렸다.

“크헉!”

“으악!”

“너의 패배야, 카른!”

두 사람의 비명과 함께 카른의 두 눈이 가면 속에서 커지고, 하이엠스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대로 사야를 잡고 있는 손목의 힘줄을 단검으로 그어 떨어트리고는, 눈앞에서 손가락을 튕겨 불꽃과 함께 저 멀리 날렸다. 펄럭이는 망토 뒤로 사야를 보호하며 하이엠스가 외쳤다.

“오늘 내가 너의 히어로가 된다, 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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