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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아 납치사건

로나OC by 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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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예민해진 청각이 받아들이는 모든 소리는 끔찍한 소음이 되어 그의 고막을 때려댔다. 실전에서 다루기 위해 무던히도 훈련을 거듭해 적응하고 제어해야만 했던 고통이 엄습한다. 뇌가 욱신거려 터져버릴 듯한 감각. 죽음이 가장 다정한 결말이라 할 수 있을 위험 속. 장비를 받고 나서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 귀가 따갑게 권고받았던 혜성은 반박하듯 말했다.

“그러니까, 그만큼 성능이 뛰어나다고요?”

 


수십, 수백 개의 소리를 구분하고 지워나간다. 바람. 자전거. 보일러. 웃음. 바퀴. 잠자리. 돌멩이. 비둘기. 모터. 아스팔트. 피아노. 전화. 바퀴. 아스팔트. 배기음. 소란. 비명. 비명. 이름. 반복. 이름. 살갗 아래 가로막혀 둔탁하게 울리는.

 

혜ㅅ…!

 

혜성의 고개가 한 방향으로 빠르게 돌아갔다. 어느 골목에서 뛰쳐나왔을 회색 밴은 불과 100미터도 채 떠나지 못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달리고는 있으나 이런 도로에서는 제법 높은 속도. 까맣게 선팅된 창문은 수상하기 그지없고, 그 속에서 들려오는 소동의 파편은 그들에게 변명할 시간조차 주지 못할 것이다. 혜성은 초록색으로 뒤덮인 빌라 옥상을 달려 난간을 딛고 그대로 추락했다.

쾅-!

천장이 움푹 찌그러진 회색 밴이 휘청거렸다. “뭐야!” 당황한 목소리가 우글우글, 귀를 후벼판 혜성이 몸을 숙여 앞 유리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하나같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집중하는 시선들이 보였다. 앞뒤 좌우 할 것 없이 낯선 얼굴이 익숙한 얼굴 하나를 둘러싸고 있다. 차라리 딱 좋다. 혜성이 까딱까딱 손짓하곤 소리 없이 입을 달싹인다.

고. 개. 숙. 여.

순간 홱, 소리가 들릴 것처럼 머리를 감싸며 웅크리는 인아를 본 혜성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지금부터 할 건 말이야. 노크라는 거야. ‘똑똑’은 아니고, 어쩌면 처음 듣는 소리겠지만. 어쨌든 손을 들어 두드렸다는 점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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