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 원우

아크라시아 차원에 휘말려버린 원우의 2X번째 생일.

루키모 by 루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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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지금 아크라시아라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생일이라는 좋은 날에 가족들과 멤버들, 우리 캐럿 여러분들까지 볼 수 없다는게 너무 슬프네요. 너무너무 보고싶어요. 그렇지만 돌아가는 단서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간단하게 음. 죽으면 될까? 생각했는데요, 그런 방법으로 돌아가는 방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조금 위험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정신을 차려보니까 스퀘어홀 위에 누워 있더라고요. 제 생각엔 이게 한 번 죽었다는 뜻 같았어요. 아, 스퀘어홀은, 포탈이예요. 음. 평범하게 죽는 것으로는 현실로 돌아갈 수 없나 봅니다. 여기는 점점 전쟁 분위기에 다다르고 있어요. 엔딩이 나야 돌아갈 수 있는 걸까요? 아니면 제가 꼭 해야만 하는 역할이 있는건지..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언젠간 돌아갈 수 있을 그 날을 꿈꾸며.

- 7월 17일 아크라시아. 2X번째 생일 축하해 원우야!ㅎㅎ

보내지 못할 편지를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으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삐걱이는 나무 의자에 등을 기대자, 나의 기척을 느낀 펫들이 다가왔다. 제멋대로 닮은 멤버들의 이름을 붙여버린 그들이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애교를 부리며 몸을 부벼왔다. 수달인 챤이, 개구리인 명오, 다람쥐인 정안이와 고양이 우즤까지 웬일로 모두 모여 있었다.

"얘들아~ 나 오늘 생일이야!ㅎㅎ"

몸을 부벼오는 그들을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답지않게 씩씩하게 외쳤지만 그들이 알아들을리가 만무하였다. 단지 이렇게라도 외로움을 채우고 싶었다. 소중한 가족들과 멤버들, 고향 친구들, 그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팬들이 모두 보고싶었다.

"내가 이런 사람은 아닌데."

자조하며 한숨을 쉬자, 고개를 갸웃거리던 챤이 작은 손으로 나의 바지를 끌어당겼다.

"응? 챤이~ 왜 그래?~"

그 녀석의 매끈한 몸통을 쓰다듬자 삐릿삐릿 울던 녀석이 문을 가리키는 듯이 행동하였다. 어쩔때 보면 사람같다고 생각하며 문으로 시선을 옮기자, 문에 난 작은 창으로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난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켜 문을 열어젖혔다.

"네!"

문 앞에 있던 것은 레티레이.. 라는 귀가 긴 여성이었다.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에 괜히 친근한 척, 누님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불편한건 어쩔 수 없었다.

"..원우씨. 지금 시간 있어요?"

"네? 아, 넵."

데이트 신청은 아닐 것이다. 이건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럼 이따 10분뒤에 만찬장으로 와요. 할 얘기가 있어서."

"아, 네. 그렇게 할게요.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한지,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인삿말에 속으로 스스로의 머리를 한 대 때렸다. 할 얘기라는게 뭘까, 우리 애들이 무슨 짓이라도 했나? 아니면 층간소음에 대한 복수? 아닌게 아니라, 그녀의 방은 내 방의 바로 아래층이었다. 방에 앉아 멍하니 내용을 추측하다 잠시후 만찬장으로 향했다. 그곳엔 영지의 모두가 모여있었다. 내가 무어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말했다.

"생일"

"축하해!"/"축하해요!"/“축하합니다!”/"축하해."/"축하하네."/"..."

"왜 나까지, 이 날짜 아니라니까.. 하 씨, 축하해. 제로원."

억지로 끌려온 것인지, 작게 궁시렁거리던 박사님까지 축하인사를 하자 사용인들이 웃으며 일제히 내 머리 위로 폭죽을 쏘았다. 인자하게 웃으며 사람들 사이로 걸어나온 요리사 하이드의 손에는 거대한 생일 케이크가 들려있었다.

그날 주머니에 구겨넣었던, 보내지 못할 편지에는 급하게 마지막 한 줄이 추가되었다.

[올해는 제법 행복한 생일을 보냈습니다. 모두 감사드리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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