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

원하시는대로 말아드립니다 타입(실제 커미션)

사랑의 형태는 무한하며,


“미아 씨의 경우엔 과격하게 표출이 되는 거예요. 옆에 두고 싶어 하는 게 좋아하는 거지…”


애정을 드러내는 방법 또한 다양한 법이다.


“ 손잡아 줄까요? ”


오터는 제 앞 청소부의 손을 끌어 조심스레 잡아끌었다. 어떤 의도였든, 분명 시작은 이 비뚤어진 애정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는 작은 이유였다. 처음에는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으나 마음속 깊은 한구석에서는 사랑받고 싶다고,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는 목소리가 요동쳤었다. 애정의 형태가 비록 비뚤어졌을지라도, 오터는 그 애정마저 자신의 것이기를 바라왔다.

그렇기에, 미아의 애정 방향이 자신으로 향한다는 것을 안 순간, 알 수 없는 만족감과 고양감이 자신을 감싸는 걸 어렴풋하게 느꼈다.

사람은 그 누구보다 감정에 쉽게 휘둘리는 존재다.

그렇기에, 오터는 다시금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 같이 씻을래요?”


좁은 욕조에 두 사람이 들어가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불편하다고 이야기할 법도 했지만, 둘에게 있어 좁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둘에게 있어, 작은 욕조는 서로의 온기를 느끼기에 적합했다.

조용히 올라가는 하얀 김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이에 오터는 머릿속을 비우고는 가만히 제 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둡고 더러운 것들로 가득하면서 모순되게도 모든 것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 괜스레 끌어안아 보았다. 타인의 온기를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은 몇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가만히 물을 끼얹고 있자니, 목소리가 욕실에 울려 퍼졌다.


“그거 알아?”


새하얀 여자는 자신을 끌어안고 있던 남자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새카만 눈동자는 그 어떤 생각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어쩌면 묘하게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고 오터는 생각했다.


“있잖아, 죽지 않은 몸을 보는 날보다 죽은 몸을 보는 날이 더 많았거든?”

“죽지 않은 몸이 따뜻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었어. 사람의 몸은 다 차가운 거로 생각했으니까.”


뒷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무저갱 속에서 살아남는 사람만이 정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싸움 속에서 살아남는 쪽이 옳은 것이며, 패배하여 스러져가는 쪽은 잘못된 것이라는 걸 오터는 수없이 봐왔다.

“근데, 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 좀 알겠더라고.”


사람은 경험에서 정보를 얻는다. 듣거나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정보는, 알지 못한다. 썩지 않은 사과는 빨간색이며 건강한 나무는 초록색이고, 썩지 않은 두부는 흰색이라는 것을.

오터는 감아두었던 눈을 뜨고는 찬찬히 모든 것을 관찰했다. 그는 정석적인 애정과 사랑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이 단단한 신뢰를 기반으로 차근차근 올리는 것이 아닌 힘에 굴복하고 짓밟아 위에 서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타인의 온기를 갈망하는 것은 약한 것으로 생각했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그의 일부분일 뿐이었다.


그는 애정을 가지고싶었다. 

그 누구보다, 갈망했다.


그 애정의 방향이 자신을 향하는 것에서 오는 고양감을 가지고 싶었다. 애정이 자신에게 향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감정을 휘두르는 것 또한 자신이라 생각했다. 이것은 일그러진 애정이었다. 하지만, 오터는 이것을 알지 못한다. 이것이 그가 알고 있는 사랑의 개념이었으며, 애정의 방식이었다.

눅눅한 감정은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새하얀 공허를 다독였다. 네가, 나로 인해서 휘둘리면 좋겠어. 결국 입가를 맴돌기만 하는 생각을 삼킨 채 가벼이 입을 맞추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온기가 잔잔하게 전해져왔다.


“..이제 슬슬 일어날까요.”

모든 것은 따뜻한 온기처럼 금방 사라지겠지,

오터는 그렇게 생각했다.

욕조의 물이 따뜻했던 만큼, 그 온기는 허무할 만큼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오터는 잠시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머리의 물기를 털어내고 있는 미아의 손을 잡아 침대로 이끌었다.


맞닿은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나쁘지 않았는지, 가만히 서 있던 미아는 눅눅한 초록의 시선을 받아들였다. 오터는 따스한 공허를 가만히 끌어안고는 살살 볼을 비벼보았다. 얇은 제 피부를 통해 전해지는 온기가 제법 기분이 좋다고 느꼈다. 제 뺨과 맞닿은 공허의 작은 배부터 모든 것이, 자신을 향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만히 떠올렸다.

자신에게 달라붙어 있는 초록을 보고 있자니, 미아는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손에 쥐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머리카락을 헤집고,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스쳐 가는 갈색빛 머리카락을 영원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엉킨 실타래를 쉽게 풀 수 없듯, 복잡하고 여러 갈래로 엉켜버린 애정의 갈래 또한 풀 수 없는 것이다. 엉킨 애정의 실타래는 결국 묶여 하나로 뭉쳐버릴 것이다. 오터는 이 애정의 끝이 삼켜지는 자신이 될지라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각했다.





이 또한 애정이니까. 

이 또한, 주도권은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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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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