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산양님에게,

편지 답장 감사해요! 선물이 잘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정말 기쁘네요. 물론 그 전에 여러모로 괜찮으신지에 대해 묻고 싶지만요. 큰 일은 아니셨으면 좋겠어요. 이 쪽은 한참 눈이 많이 와서 대설주의보가 내려졌거든요.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거리를 걷는 게 꽤 힘든 것처럼.. 그런 일이 검은 산양님에게도 생긴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곤 해요. 무서운 일이 아니였으면 좋겠어요.

다시 선물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입맛에는 조금 맞으셨을까요? (맛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싫어하시는 분들도 좀 계셔서요.) 맛이 있으셨다면 다음에 월급이 들어오면 다시 보내도록 할게요. (드렸던 선물을 전송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더라고요?! 저번에 쿠키를 보내셨을 때에 얼마나 많은 재화를 지불하셨나요?)

재화 이야기가 나와서 편지에 조금 덧붙혀요. 혹시 RQ사의 카탈로그에서 물건을 한 번 구입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혹시 구입하셨다면 금액으로 어떤 것을 지불하셨나요? 그리고 혹시.. '기억 파편'에 대해서 알고 계신 게 있으신가요? 다른 건 아니고.. 제가 물건을 사려고 했을 때 제 세계에서는 구할 수 없는 재화 중 하나인 '기억 파편'을 지불하라고 하시는데.. 그 단어를 보자마자 검은 산양님이 생각이 나서요. 혹시 아시나 싶어서 편지에 조금 그 이야기를 얹어봤어요.

편지를 쓰는 게 조금은 길어졌어요. (제 기준이지만요.) 편지를 받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감사해요.'였어요. 제가 적은 편지를 읽어주시고 상냥히 위로해주시려고 하셨던 게 느껴져서 되려 더 죄송해지고 감사해졌어요. 그래서 이 편지에 무어라 적는 게 좋을 지 더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괜스레 이전에 보냈던 편지가 참 창피하고, 제가 어려서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말씀해주신 바처럼 아마 그 모든 것들은 제가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제가.. 내야되는 해답이고요. 남에게 답을 얻을 수 있는 부류가 아님에도, 남에게 답을 얻고 싶어지는 것에는 아마 그런 것들을 혼자서 고민하긴 참 어려워서란 생각이 들었어요. 막막해서 누군가한텐 토로하고 싶었나봐요. (그런 의미에서 여러모로 감사해요. 편지를 주고 받는 일이 즐겁다고 해주시는 것도, 매번 답장을 해주시는 것도요.)

주셨던 모든 편지들은 마음이 불편하진 않았으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그냥 어렴풋.. 제가 마주해야했던 이야기들이 아니였는가란 생각이 참 많이 들더라고요. 좀 곱씹고,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아마 이번 한 달 동안은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만일 그걸로 인해 제 생각이 정돈이 됐거나 조금의 방향성이 생기게 된다면.. 그리고 그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제가 편지에 그걸 담아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편지의 내용과 관련해서 고민하던 게 있었어서 조금 몇 문장 적어봐요. 제가 너무 제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 많이 걱정되더라고요. 그건.. 괜찮으신가요? 편지를 쓰는 일이 즐거우시다고 하시지만, 사실.. 저희는 정말 다른 세상에 살고 있고, 같은 공통사도 많이 없잖아요. 그래서, 이 편지를 적으시는 게 너무 일방적이게 제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이전 편지의 내용이 그랬던 것도 신경쓰여서 그러나봐요, 제가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거나,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첫 편지에서 저와 제 세계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고 이야기 하셨지만.. 저도 마찬가지로 검은 산양님에 대해 알고 싶거든요. (물론 이것 저것 알긴했지만요!) 거래를 하며 돌아다니는 기분은 어떤지.. 뭐.. 저처럼 이런 고민이 있는지? 그런 것들이요? (다른 예시도 있을텐데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네요!)

좀 더 즐거우실 수 있는 편지를 적고 싶어서 많이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를 적어드리면 더 관심이 가시고, 도움이 되실 지 매번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 고민들이 산양님께도 도움이 되셨으면 하구요.

일하는 게 마냥 쉽진 않은데, 여러모로 고생이 많으세요. (신체적인 피로를 느끼시지 못 하신다면.. 이 말들을 위로 차로 받아주세요.) 부디 항상 행복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요. 여긴 늦은 밤 중이니 인사를 조금 더 덧붙히자면.. 좋은 저녁 보내시구요! 답장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