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문대] 먹고 싶은 거 없어요? (개정판)
문대 대신 입덧하는 청우로 청문
* 글 형식으로 다듬기/수정/추가를 거친 백업입니다.
데뷔 후 연차가 좀 쌓인 류청우와 박문대는, 연애란 것을 시작하게 됐다. 사귀기 전에도 몸 맞대고, 입 맞추고 사실상 사귀는 것만 빼고 다 하는 관계이긴 했지만 말 그대로, 사귀는 것만 빼고 다 했다. 사실, 류청우는 이 점에 씁쓸함을 느꼈다. 박문대의 말이니 '그래 그러자.' 하고 따르긴 했지만, 씁쓸한 감정이 비집고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류청우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안 돼요."
사귀지 않는 것뿐이지, 그 말은 뭐... 받아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렇게 연차가 쌓인 두 사람은 그제야 조용히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연인이란 타이틀을 달기 전보다 두 사람의 행동은 하나하나 다 조심스럽고, 또 부드러웠다. 특히 류청우가 그랬다. 정말 모든 방면에서 다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
정말 조심히 만난 두 사람은, 그 흔한 열애설 한번 터뜨리지 않고 조용히 연애하다 서른 중반에 결혼 소식을 알리게 되었다. 사내 연애에 '사내' 연애까지, 사내 연애의 종지부를 찍고 결혼하게 된 두 사람이었지만, 그들을 향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반응이 다수였다. 정말 조용히 조심히 만나다, 서른 중반쯤에야 조심스럽게 자필로 팬들에게 먼저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었을까.
큰 무리 없이 결혼하게 된 두 사람의 신혼은, 여느 부부들처럼 정말 달달했다. 아니, 그보다 더 달달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 마음을 숨기고 있다가, 간질거리는 것보단 담백하게 썸 좀 타고, 고백했지만 지금은 안 된다는 말에 사귀는 것만 빼고 다 하고, 그렇게 사귀고, 결혼하고. 5단계로 발전하며 결혼까지 성공한 덕일까. 정말 온전히 서로만을 느끼면 됐고, 조급할 것 하나 없었다. 또, 류청우 성격 자체가 워낙 자상한 탓도 있긴 했지만.
사귀기 전에도 얼마든지 몸을 맞댄 사이였고, 사귀고 나서도 두 사람은 자주 몸을 부딪혔다. 그런 두 사람이었음에도 결혼 이후의 섹스는 정말 부드러웠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야릇했다. 그뿐이었을까. 몸으로 나누는 사랑보다, 그저 마음으로 나누는 사랑 또한 더 짙어졌다.
류청우는, 박문대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도 이마나 코끝에 입을 맞췄다. 류청우의 입술이 짧게 쪽 하고 떨어지면, 박문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면 류청우는 그에 입꼬리를 예쁘게 휘어 웃었다. 박문대 또한 그에 픽 하고 웃었다. 그러면 류청우는 박문대의 품을 파고들어 안겼다. 전 같았으면 자신을 껴안았을 류청우였지만, 어리광을 부리는 듯한 류청우의 모습이 싫지 않았다. 긴장상태가 많이 풀어져 흐물흐물해 보이는 모습이 제법 좋았다. 정말 자신과 있는 게 편안하구나 싶어서.
그렇게 편안하고 따뜻한 신혼생활을 즐기던 어느 날이었다. 마주 보고 앉아 아침을 먹던 중,
"우웁..."
류청우가 갑자기 헛구역질을 했다. 박문대는 순간 마시던 물을 푸학 하고 뿜었다. 류청우는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박문대는, 닫힌 화장실 문을 보며 눈만 끔뻑거렸다.
"뭐야...? ...아니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입덧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왜 본인이 아니라... 떠오른 물음표들이 박문대의 머리를 도배했다. 물음표로 머리를 도배하다 박문대는 그날 임신테스트기를 사와 류청우 몰래 확인했다.
'괜히 아니면 또, ...그러니까.'
하지만 테스트기에는 두 줄이 선명했다.
'그럼... 류청우가 입덧한 게 맞다고...? 나 대신?'
박문대는, 임신이란 사실보다 류청우가 자신을 대신해 입덧한다는 사실이 더 큰 충격으로 와닿았다. 배우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크면 종종 대신 입덧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을 듣긴 했다만, 그걸 본인이 겪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류청우는 그저 속이 안 좋나 하고 입덧이란 생각조차 하지 못 했다. 임신이란 생각을 하지 못 했으니까. 설령, 임신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한들 그 대상이 본인은 아니니 입덧도 예상하지 못 했을 것이었다. 그렇게 류청우 모르게 박문대는 임신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날 밤,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던 두 사람은 여느 신혼부부처럼 갑자기 달아오른 분위기에 사로잡혔다. 입을 맞추던 류청우가 박문대의 위로 올라가 고개를 틀었다. 틀어진 고개로 인해 틈 없이 맞물린 입술 사이로 혀가 들어와 박문대의 입안을 훑었다. 진득하게 서로의 숨을 나누다 입술을 떼고 숨을 내뱉었다. 숨소리만이 공간을 메우던 때, 박문대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형. 저 임신했나 봐요."
류청우의 눈이 순식간에 커지더니 빠르게 깜빡였다. 임신이란 얘기도 놀랍지만, 지금 이런 분위기에 갑자기 이렇게 임신 소식을 알린다고...?라는 생각에 그 어떤 대꾸도 하지 못한 채 박문대의 위에서 아래를 세운 채 굳어있었다.
"...!"
박문대가 무릎을 세워 류청우를 건드렸다.
"일단 해요."
박문대가 류청우의 어깨에 손을 올려 그를 감싸 안자, 류청우 또한 상체를 숙여 다시 박문대에게 몸을 기댔다.
서로의 온기를 나눈 두 사람은, 다시 나란히 누워있었다. 류청우가 박문대에 팔을 내어주고 어깨를 끌어안은 채였다. 가만히 토닥이다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에 박문대는, 천천히 할 말을 골랐다. 류청우와 결혼 후 함께한 수많은 날들 중 어떤 날을 특정할 수 없었다. 그에 그는 자신이 아는 사실만 입 밖에 꺼냈다.
"임테기 두 줄 떴어요. 형이 저 대신 입덧하는 거 같은데."
류청우는 그의 말에 박문대를 더 꽉 끌어안고 그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러면 박문대는 그의 등을 토닥. 토닥. 천천히 두드려주었다. 몇 번 등을 토닥이던 박문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임테기잖아요. 병원 가서 검사해봐야..."
"오늘 가자."
류청우는 파묻었던 고개를 들고 박문대의 눈을 제법 진지한 눈빛으로 마주했다. 그 모습에 류청우가 임신을 기다린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박문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서야 했다. 밤새 운동 후 몇 시간 자지도 못 했는데, 저 혼자 쌩쌩해진 류청우가 날이 밝자마자 병원을 가자며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평소의 류청우였다면 박문대의 옆에 누워 자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을 텐데, 오늘은 아니었다. 어딘가 들떠 보였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다 가리고 갔지만, 그들은 여전히 탑 아이돌 테스타였다. 그들도 모르게 두 사람의 소식은 인터넷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헐 얘네 임신인가?
ㄴ 뭐야 맞네 셤별은 셤별이다... 가려도 다 티나
-뭐야 우리 곰머 임신한 거냐고ㅜㅠㅠ
-와 아빠 둘 미모 빼다박으면 ...미쳤다 상상도 안 돼 그냥 어나더 용안임
ㄴ 내가 2세 얼굴 합성해옴 (사진) (사진)
ㄴ 와 미쳤다 딸이든 아들이든 그냥 미쳤네?
두 사람의 산부인과 목격담이라며 올라온 게시글에는 빠르게 댓글이 불어났다. 홍수처럼 불어나던 댓글 아래
-근데 이거 사생활 침해 아닌가요
이 댓글을 끝으로 그 원게시글은 내려갔지만, 여전히 인터넷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두 사람의 산부인과 목격담이었다.
한때는 통제광이던 박문대도 인터넷을 안 본 지 좀 됐을 뿐더러, 류청우 또한 인터넷을 딱히 보지 않았다. 무엇보다 서로에게 서로가 가장 우선이었기에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자신들의 목격담이 인터넷을 얼마나 달구고 있는지는 모른 채, 두 사람은 나란히 소파에 앉아 TV를 봤다. 그러면서도 류청우는 계속 박문대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에 박문대가 왜 그러냐는 듯 쳐다보면
"음... 먹고 싶은 거 없어? 사 올까?"
이렇게 물었다. 박문대는, 정작 입덧하고 있는 사람이 저런 말을 하니까 되게, 묘했다. 박문대는 그저 말없이 류청우의 어깨에 폭 기대었다.
"없어요. 그냥 이렇게 있어요."
그런 그에 류청우는 피식 웃고 그의 손에 깍지껴 손등을 살살 어루만졌다. 그렇게 평화롭던 두 사람 사이에 메신저가 끊이지 않고 알림을 울려댔다. 휴대폰을 켜 메신저를 확인하려는 순간, 이세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 야!!! 박문대!!!!!!
스피커를 뚫고 들리는 이세진의 목소리에 박문대는 귀에 대고 있던 휴대폰을 멀리 떨어뜨렸다. 그런데도 이세진의 목소리는 생생히 들릴 정도였다.
- 너...! 너!!! 진짜야?!
평소 이세진이 흥분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던가. 아마 없을 것이다. 박문대는 그런 그가 갑자기 왜 이러나 싶었다.
"뭐가?"
- 뭐야 문대? 통제광이던 문대문대는 이제 없는 건가? 너 지금 인터넷이 무슨 얘기로 난리가 난 줄 알아?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류청우가 문대와 한번 시선을 교차하더니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인터넷을 확인했다. 인터넷에는 두 사람이 온갖 실시간 순위를 장악한 후였다.
"뭐야, 이거."
- 청우 형이랑 너, 목격담 떴어. 산부인과.
박문대는 그저 류청우와 함께 휴대폰 화면만 들여다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 그래서. 문대문대 임신 맞아?
오픈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두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모두가 그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된 꼴이 돼버린 것이었다. 박문대는 잠시 생각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태교에 안 좋으니까 끊어라."
이세진이 뭐라 소리지르는 듯했지만 박문대는 그저 통화종료 버튼을 누를 뿐이었다. 확인해보니 소속사에서도 이미 수차례 연락이 와있었다. 그뿐 아니라, 기자들까지 모두 그들을 찾았다. 테스타 단톡방에서도 이미 축하의 물결이 일고 있었다.
'와... 아찔하네.'
박문대는 우선 침착하게 소속사부터 연락해 상황을 알렸다. 그 후에야 단톡방에 짤막하게 답장을 남겼다. 그날 저녁, 인터넷은 다시 한번 뜨거워졌다.
[단독] 테스타 '류청우'♡'박문대', "임신 맞다. 조심스러운 단계"
그들의 임신 사실이 공식적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었다. 본의 아니게 오픈해버린 두 사람은 살짝 바빠졌다. 류청우만이었지만. 류청우의 스케줄은 그날 이후 조금 늘어나게 되었다. 반면, 박문대는 안식을 취해야 한다는 이유로 잡히는 스케줄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정신 없는 몇 주가 흘러 마의 10주경이 되었다. 이전까지의 류청우의 입덧은 입덧도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류청우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심지어 음식 자체를 쳐다보지 못할 정도였다. 스케줄을 가서도 류청우의 입덧은 멈출 리 없었고, 박문대 대신 입덧하는 류청우의 소식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사랑꾼이라면서. 정작 당사자들은 죽어가고 있었지만.
류청우는 그날 이후, 잡혀있던 스케줄만 다 소화한 뒤 더 스케줄을 잡지 않았다. 그저 집에서 박문대와 붙어있었다. 다른 냄새는 맡기만 해도 속에서부터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었는데, 박문대의 살냄새는 유일하게 그의 속을 편하게 했다. 그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던 류청우가 작게 침음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 힘든 걸, 문대 대신 내가 해서. 더 힘든 일 많이 남긴 했지만. ...이거라도 내가 해서 다행이다."
박문대는 생각했다.
'차라리 내가 해야 됐다 이건. 내가 하는 게 덜 심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시간이 흘러 12주경, 박문대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류청우가 너무 신경 쓰였다. 뭔가 해주고 싶어도 아무것도 못 먹어서 해줄 수도 없었다.
"형.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생각나는 거."
임신한 건 박문대 본인인데, 그 대사를 그 본인이 내뱉고 있자니 제법 웃겼다. 속으로 피식 웃고 있는 박문대를 보며 류청우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생각나는 것도 없었지만, 있다고 말하는 순간 당장 달려가서 사 올 기세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뭐라도 말하지 않으면 계속 물어볼 것 같은 느낌이었다.
"먹고 싶은 거 없냐고."
"음... 글쎄? 하하. 문대?"
장난스럽게 말한 류청우는 그냥 농담이라 말하고 빠져나가려 했는데, 몸이 뒤로 기울었다. 박문대가 류청우를 확 밀치고 그 위로 올라온 것이었다. 그렇다. 박문대가 덮친 것이었다.
"저, 저기, 문대야...!?"
"괜찮아요. 의사 선생님이 끝까지만 안 넣으면 된다고 하셨잖아요."
류청우는 자신에게 입을 맞춰오는 박문대에 그저 눈을 질끈 감을 뿐이었다.
그저 장난으로 한 말에 시작된 섹스는, 정말 류청우가 박문대를 먹고 있는 꼴이 되어있었다.
+
힘없이 침대에 늘어져 누워있던 박문대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만족스러워요?"
"음. 하하. 아직?"
류청우가 웃으며 박문대의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나 아직 배고파, 문대야."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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