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못죽] 트위터 썰 백업

[유진문대] 겨울아이

노래 부르는 문대 보고 반하는 차유진으로 윶문

2열 by 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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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형식으로 다듬기/수정/추가를 거친 백업입니다.

🔗https://twitter.com/bp_ttz/status/1436553395272257536?s=19

해변가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해가 쨍쨍한 낮부터 이어진 웃음소리는 해가 지고 나서야 차츰 줄어들었다. 집에 가자는 말과 함께 해변에서 놀던 이들은 옷에서 물을 짜고, 묻은 모래를 툭툭 털었다. 차유진 또한, 손으로 머리를 탈탈 털고 친구들을 뒤따라 걸었다.

몇 걸음 떼지 않은 순간, 그가 우뚝 멈춰 섰다. 어깨 너머에서부터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그의 발을 붙잡고 몸을 돌려세웠다. 뒤돌아 그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면, 해변가에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노을이 파도에 흐트러지는 걸 보면서.

뭔가에 홀린 듯 그쪽으로 가려고 한 발 떼는 순간,

"헤이 유진! 왜 안 와?"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 갈게! 답하고 다시 돌아보지만, 그 남자는 이미 저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아...'

아쉬웠다.

집 가는 길 내내 그 목소리가 귀에 울리는 것만 같았다. 저녁 먹는 내내, 씻는 동안에도, 계속.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니 그 목소리가 더 선명해졌다. 딱 한 번만 더 듣고 싶다 생각한 차유진은, 다음 날 다시 그 해변가로 향했다. 그 남자는 없었다.

'낮이라 그런가...'

노을이 지던 그 시간에 다시 그 해변가를 찾았다. 역시, 그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다음 날도, 그 다다음 날도, 그 다다다음 날도. 차유진은 계속 그 해변가를 찾았지만, 그 남자는 만날 수 없었다.

처음 며칠은 그 목소리가 그립고, 다시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그게 며칠이 되고, 몇 주가 되고, 몇 달이 되니 기억에서 차츰 잊어갔다. 뜨겁고도 강렬했던 여름방학과 함께 멀리 떠나가 버린 그냥 좀 아쉬운 기억이 되었다.

학교에선 쉴 틈 없이 친구들과 몰려다니고 뛰어다니다 보니 생각날 틈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복도를 지나던 차유진의 귓가에 아쉬웠던, 더 듣고 싶게 만들었던 그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뒤돌아본 차유진의 눈에 뒷모습 하나가 보였다. 그때 그가 본 모습은 얼핏 보이는 옆모습일 뿐이었기에 그 뒷모습이 차라리 낯익었다. 그 낯익은 모습에 팔을 뻗으려는 순간,

"유진? 너 왜 그래?"

친구들의 웅성거림에 차유진은 아무것도 아니라 말하며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속으로는 아쉬움에 쩝 소리를 냈지만.

'뭐, 만약 그 남자가 맞다면 학교 복도에서 마주쳤으니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금세 다시 긍정모드가 됐다.

하지만

'대체 이 크지도 않은 학교 건물에서 어떻게 한번을 보이질 않아...?'

그 사람을 마주치는 일은 어려웠다. 차라리 잊고 있을 땐 괜찮았는데, 다시 살아난 기억에 더 애가 탔다. 그 소리를 꼭 다시 한번 듣고 싶었다. 일단 그 남자를 다시 만나야 하는데, 거기서부터 실패였다. 차유진의 마음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렇게 또 흐른 시간 속 어느 날, 한 게임 하자는 친구들의 말에 차유진은 운동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

그 노랫소리였다.

"나, 오늘 빠질게! 미안!"

그 뒷모습이 마지막으로 보였던 곳을 따라 열심히 달려갔다. 그곳엔, 건물 뒤편 벤치에 눈을 감고 앉아 있는 남자가 있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지독히도 까만 그 생머리가 같이 흩날리고, 눈을 지그시 감고 벤치에 기댄 채 앉아 있는 그 남자 위로 나뭇잎 사이사이로 미세하게 들어오는 햇빛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이 봤던 모습은 끽해야 얼핏 보였던 그 옆모습이 다인데, 심지어 꺼지기 싫다는 듯 강렬히 자신의 몸을 태우던 그 태양으로 인해 그마저도 잘 안 보였는데, 차유진은 벤치에 앉아 있는 저 남자가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남자라 결론 내렸다.

벤치에 앉아 햇살과 바람을 느끼고 있던 박문대는 자신의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 그쪽을 봤다. 웬 남자가 자기를 빤히 보면서 앉아 있었다.

"안녕? 난 차유진이에요."

박문대는 그에 뭐 어쩌라는 거야 싶었다.

"아 그래."

괜히 엮이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그 차유진이라는 남자가 그의 팔을 탁 붙잡았다.

"그거! 다시 불러줘요."

붙잡자마자 내질렀다. 다른 거 재고 따질 것 없었고, 그게 목적이었으니까. 제일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박문대는

"??? 뭔 소리야."

"방금 그거 다시 듣고 싶어요. 제대로 불러주세요."

차유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사실, 제대로 부른 것도 아니었고, 그냥 저도 모르게 허밍하듯 흥얼거린 것이었기 때문에 차유진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런 박문대에게 차유진은

'별 이상한 애가 다 있네.'

의 감상일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차유진의 요구는 박문대가 그의 팔을 뿌리침과 동시에 공중에 뿌리쳐졌다. 자리를 뜨는 박문대를 보며,

"난 포기를 모르지."

하며 박문대 모르게 의지를 다지는 차유진이 있었다. 그 뒤, 차유진은 계속 박문대를 쫓아다녔다.

한번 제대로 마주치니까 그 남자 다시 만나는 일쯤이야 어렵지도 않았다. 얼굴도 알고 있으니까 더 쉬웠고. 그렇게 계속 쫓아다니던 차유진은 끝끝내 그 남자의 이름이 박문대라는 것도, 자신보다 2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오케이 이름이 박문대구나?'

박문대는 그런 차유진이 너무 귀찮았다. 심지어 차유진 때문에

"헤이 문대! 너 노래 끝내준다며? 우리 보컬 안 할래? 몇 달 후에 있을 프롬파티에서 같이 무대 하자! 우리가 축하무대 꾸미거든!"

하다 하다 이런 사람들까지 꼬이게 되니 미칠 것 같았다. 조용히 다니던 학교가 시끄러워진 것이었다. 심지어 자기는 부른 적도 없는 그 노래를 운운해대면서.

그런데 참 웃기게도, 귀찮고 짜증 나던 게 일상이 되니까 살짝 불편한 것빼곤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이제 차유진이 아무리 들러붙어도 반응 안 해주고 적당히 무시할 수 있는 경지까지 오르게 된 것이었다. 거의 뭐,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그렇게 일상이 되니까 그냥 가끔 시간 때우곤 했던 해변가에 차유진이랑 같이 앉아있게 되기도 했다. 앉아서 파도가 치고, 그 파도가 모래를 쓸어가고,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햇빛이 내려앉아 빛나고, 태양이 지는 모습을 봤다.

차유진은 옆에서 심심하다는 티를 팍팍 냈지만, 박문대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그저 멍하니 바다만 봤다. 턱 괴고 뚱한 표정으로 그만 보고 있던 차유진의 눈이 점점 커졌다.

"그거요!"

어깨를 붙잡고 말하는 차유진에 박문대는 눈만 빠르게 깜빡였다.

'아 깜짝아...'

눈이 깜빡거리는 속도보다 심장이 뛰는 속도가 더 빨랐다.

"방금 그 노래! 꼭 제대로 듣고 싶어요! 불러주세요!"

차유진이 호들갑 떨며 말했다. 근데 그 호들갑이 뭐랄까, 되게 진지한 호들갑이라 해야 할까. 정말 누가 봐도 진심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냥 이상하고 귀찮은 애가 하는 말이라 깊게 생각해 보려고 하지도 않았던 박문대는 그 모습에 골똘히 생각했다. 차유진이 계속 외치던 그 노래라는 게 뭔가. 그렇게 박문대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다. 고민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문제였다. 그렇게 답답해하며 며칠이 흘러 어느 날,

"...!"

갑자기 퍼뜩 깨닫게 되었다. 차유진의 말대로 정말 흥얼거리고 있었다. 자기가 흥얼거리던 노래의 멜로디까지 연달아 떠올랐다. 머릿속에서 맴돌던 것도 아니었고, 정말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던 그 멜로디가. 하지만 그뿐, 더 떠오르진 않았다. 한번 떠오르고 나니 그것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다음 날, 차유진은 또 다시 쫓아다니며 말했다. 노래 불러달라고. 이에 박문대는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나도 모른다니까!"

그 누구보다 그 노래가 안 떠올라서 미치겠는 것도 나고, 그 누구보다 기억해내고 싶은 것도 난데 왜 자꾸...! 하면서. 차유진은 놀란 나머지 굳어버렸고, 박문대도 아차 싶었다.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그 뒤, 계속 맴도는 그 멜로디, 점차 선명해지는 멜로디, 가사까지 하나둘 떠올랐다. 그리고...

차유진은 그 뒤로 박문대를 찾지 않았다. 박문대는, 그 몇 날 며칠 동안 그 노래를 열심히 찾아 헤맸다. 그렇게 몇 주가 흐르고

"....!"

차유진이 의자를 덜컹거리며 일어났다. 박문대가 찾아온 것이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벌떡 일어나 바로 나가서 박문대 앞에 서자

"...오늘 끝나고, 시간 돼?"

차유진은 눈만 끔뻑거리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임은 점차 빨라졌다.

"그럼, ...끝나고 봐."

박문대가 떠난 자리, 차유진 홀로 멍하니 서 있었다. 얼빠진 채로. 갑자기 무슨 일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았다. 박문대가 먼저 찾아왔으니까.

끝나고 만난 두 사람 사이엔 박문대가 '그럼, ...갈까.' 하는 말뿐이었다. 차유진도 별다른 말 않고 그저 고갯짓으로만 대답했다. 그렇게 걷다 걷다 해변가를 걷게 되었다. 차유진은 이 조용한 순간이 괜히 머쓱하고 힘겨웠다. 그 순간,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흥얼거리는 소리가 아닌, 진짜 노랫소리가.

바닥만 보며 걷던 차유진이 우뚝 멈춰 서 고개를 들고 천천히 한 발 두 발 멀어지는 박문대의 뒷모습만 바라봤다. 그러다 박문대도 멈췄다. 걸음도, 노래도. 박문대가 천천히 뒤돌아 차유진을 바라봤고, 차유진의 눈이 더 커졌다. 박문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자기가, 잘못 들은 게 아니었구나 하고. 그 모습에 놀라 달려가 박문대를 확 끌어안았다. 박문대 또한 그의 품에 고개를 묻고 조용히 울었다.

해안가에 앉아 파도치는 바다를 보며, 그 파도소리를 들었다. 얼마 지나 박문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노래, ...나 어릴 때 부모님께서 자장가로 많이 불러주셨던 노래였어."

박문대의 머릿속에도 떠오르지 않던, 그저 마음 한 켠에 있던 그 노래의 멜로디가 다시 머리로 끄집어 올라오고, 점차 선명해지고, 가사까지 하나둘 떠올랐다. 그리고, 그 노래를 불러주던 부모님의 목소리도. 함께였던 다정한 토닥임도. 그때의 안정감도. 모두.

그 뒤로 열심히 노래를 찾았다. 찾았는데, 찾긴 했는데 다른 건 떠오르지 않았다. 막상 떠오른 건, 차유진 하나였다. 안에서 뭔가 터져 나오려고 하는데 꾹 눌린 것처럼 답답했다. 차유진이 이걸 해결해주지 않을까 싶어 차유진부터 찾았다. 생각, 감정, 말 하나하나 차분히 전달했다. 차유진은, 아무 말도 없었지만.

차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가사가 한국어라 알아듣진 못했지만, 박문대의 목소리가 따스했다는 것. 그 따스함에 가슴이 저리던 것은 느꼈기 때문에.

그 뒤로 차유진은 박문대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거나, 노래 관련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그냥 전처럼 박문대를 찾아가고, 붙어 다니면서 지내기만 했다. 그에 박문대는 괜히 못마땅한 감정을 느꼈다. 괜히 말했나 싶기도 하고,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도 아닌데 싶고. 또 한편으론, 어떤 노랜지 막상 듣고 나니까, 그 궁금증이 해결되니까, 이제 됐다는 건가 싶기도 했다.

차유진은 그저 그 노랫소리의 무게를 깨달았을 뿐이었지만, 박문대는 몰랐다.

차유진과 박문대 모두 노래에 관한 얘기는 일절 하지 않은 채 몇 달이 흘렀다. 그 어느 날에 박문대가 차유진에 같이 해변가를 걷자 얘기했다. 차유진은 당연히 수락했고, 둘은 이미 수없이 걸었던 그 해변가를 같이 걸었다. 낯익은 흥얼거리는 박문대의 노랫소리도 함께.

차유진은 또 멈춰 섰다. 박문대는 몇 걸음 더 가다 멈춰 섰다. 흥얼거리면서 그 노래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 흥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뒤돌아보는 박문대를, 핑크빛 하늘로 물든 차가운 공기가 적셨다. 그가 차유진을 보며 씨익 웃었다.

"노래. 불러줄까?"

그의 말에 어떤 답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그 모습에 박문대는 괜히 한번 장난쳤다.

"어떤 노래인지 알게 된 것 같으니까, 더 안 들어도 된다는 건가? 아니면 음, 막상 내가 노래 부르는 게 별로라ㅅ..."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다급하게 소리친 것에 비해, 그냥 어 그러니까 하며 더 특별한 말 같은 것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에 박문대가 픽 웃었다.

"이 노래, 지금에 어울려. 아. 정확히는, 나한테?"

"왓? 무슨 뜻이에요?"

온갖 물음표를 다 띄우는 차유진에 박문대는 웃기만 하고 답은 해주지 않았다. 그 노래. 겨울에 어울리는 그 노래. 정확히는 박문대에게 어울리는, 그 노래. 속으로만 곱씹을 뿐이었다.

차유진은 그 뒤로, 다시 전처럼 그 노래를 불러달라 하기 시작했다. 박문대가 자주 가던 건물 뒤편 벤치에 같이 앉았을 때도. 박문대를 처음 봤던, 처음 그의 노래를 들었던 해변가를 같이 걸었을 때도. 산책하자는 핑계로 주말에 불러내 같이 걸었던 공원에서도. 통화할 때도.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그때마다 박문대가 미소 지으며 불러주면, 차유진은 진지하게 들었다.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편해지는 것 같았다. 좋은 노래니까, 그 기억과 추억은 따스한 거니까. 그냥 그 모든 것이 점점 녹아 갔다. 차유진은 왠지 점점 더 진지한 태도로 그의 노래를 들었다.

사실, 박문대는 차유진이 노래 불러달라는 말이 하루 한 번에서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고, 세 번이..., 점점 늘어나서 귀찮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진지하게 요구하는 차유진의 모습에 거절 않고 몇 번이고 불러주었다. 거절하기엔 차유진이 너무 진지했으니까. 그런데

"그 부분 불러주세요!"

"따라단~ 딴따단 하는 부분 불러주세요!"

차유진의 요구사항이 점점 구체적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박문대에게 차유진은

'지금은 이 부분이 듣고 싶은가 보다.'

그때그때 끌리는 것에 솔직하고 거침없는, 저돌적인 아이였기에 그냥 그가 말하는 부분을 불러주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그냥 일종의 일상이 되었다.

이들의 또 다른 일상 중 하나는, 밤마다 잠들기 직전까지 통화하는 것이었다. 매일 하는 통화인데도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차유진 혼자 떠들고, 박문대는 그에 나긋한 목소리로 응. 응. 그랬어? 응. 하면서 대꾸하며. 그러다 차유진의 목소리가 점점 웅얼웅얼하는 소리로 변하다 작아지고 툭 끊기면, 박문대는 자는구나 하고 듣는 이는 못 듣는 수화기 너머로 잘 자 하고 속삭였다.

그게 일상이던 날들이 하루하루 흘러 어느 날이었다.

자정도 되기 전, 차유진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아 얘 이제 자려나 보다 생각한 박문대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이제 1분 뒤면 수화기 너머로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올 테고, 자기는 그 너머로 잘 자라는 말을 넘기고 끊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아닌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 노래. 박문대가 겨울에 어울린다 했던 그 노래. 정확히는 박문대에게 어울린다 말했던 그 노래. 속으로만 곱씹고 말해주지 않았던, 그 노래가. 어눌한 발음으로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박문대가 노래를 불러줄 때마다 차유진은 정말 진지하게 들었다. 그런 듯했던 게 아니라, 정말이었다. 박문대의 입에서 나오는 가사 중 얼핏얼핏 아는 체하게 되는 한국말을 기억해뒀다가 조합하면서. 그 노래를 찾아 헤맸다. 그 노래를 찾은 차유진은, 어렵지 않게 그 노래가 지닌 의미 또한 알게 되었다.

그 노래를 열심히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그리고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전했다. 어눌한 발음으로. 박문대의 생일날 자정에.

사실상 제대로 발음하는 건 후렴의 영어가사뿐인 노래였지만. 수화기 너머 전해지는, 어눌하지만 따스한 자장가였다. 겨울아이 박문대만을 위한.

+

그 뒤, 차유진과 박문대의 상황이 전세역전되었다. 박문대한테 노래 불러달라던 차유진에서, 차유진한테 노래 불러달라는 박문대로. 그대로 돌려받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차유진은,

"얼마든지요!"

하면서 열심히 그 노래를 불렀다. 어느새 어눌했던 발음도 점점 나아지는 듯했다.

그리고 박문대에겐 그 노래에 또 다른, 좋은 기억이 더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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