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창작

의불 글 / 2023.07.14 업로드

피가 흘렀다. 폭력과 저주가 융해되어 바닥을 기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떠올리고자 애썼다. 밝은 아침, 창틀에 내린 한여름의 서리, 방향이 뒤틀린 광량, 식물도 동물도 아닌 것이 울창하게 자란 공터.

푸른 가방을 끌어안았다.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타인이 결코 보지 못하게 하리라. 신이 어제와 오늘 같은 모습을 취한다면 낡은 지하실의 먼지 쌓인 견사는 결코 열리지 않으리라.

발소리가 들린다. 알 수 없는 자들은 우물에서 퍼 온 지저분한 물을 지나온 길 가득 뿌리는 듯하다. 그는 그 이유를 알았다. 흙먼지는 현상을 남기고, 또 기적을 남긴다.

전화기를 집어 들고 머릿속에 당장 떠오른 네 자리의 숫자를 읊었다. 목숨이 하루 연장되었다.

발바닥이 아렸다. 빈 캔을 주워다가 힘껏 내리쳤다. 오류는 수정되었다.

빗어낸 머리카락이 누런빛을 띠었다. 행운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굴려 만든 구체는 꽤 비싼 목숨으로 바꿀 수 있었으니까.

머리 위에 지시등이 켜진다. 떠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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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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