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Esoruen
“아이렌, 슬슬 돌아가야지.” 파도 소리가 주변을 뒤덮고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고 있는 오후의 해변. 빌은 젖은 모래와 마른 모래의 경계선을 걷고 있는 후배에게 차분하게 귀가 시간을 통보했다. 반쯤 넋을 놓고 난색으로 물드는 수평선을 바라보던 아이렌은 그제야 빌을 향해 돌아보더니,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벌써요?” “무슨 소리니. 우린
“에이스, 너는 혹시 신을 믿어?” 아이렌이 뜬금없는 것을 물어오는 건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었다. 식사하다 말고 별의 탄생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숙제 중 내용과는 전혀 관계없는 질문을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이번 질문은 슬쩍 보아도 그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기에, 에이스는 이렇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그냥, 문득 생각나서.”
* 4장 이전 시점의 독백문. * 쟈밀이 아이렌에게 (다소 가부장적인 느낌의) 음습하고 과격한 욕망을 꿈꾸는 내용이라 그 부분만 소액결제 처리 하였습니다. 그 여자는 천사의 가죽을 뒤집어쓴 악마였다. 남자는 자주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여자를 마녀나 악마에 비유한다고 하지만, 나는 고작 그딴 이유로 저런 비유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 녀석은 누구에
“마드모아젤 르나르는 공주님 같군.” “네?” 툭. 루크의 한 마디에, 아이렌이 물고 있던 스푼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잠깐, 더럽게!’ 저 멀리서 에펠의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던 빌이 작지만 요란한 추락음에 주의를 주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를 향해 돌아보는 이는 없었다. “가, 갑자기 뭐예요?” “이런. 그 놀란 얼굴 귀여운걸. 네가 이렇게 까지
환상은 언제나 돈이 되었다. 지적 생명체들이란 결국 스스로 이상향을 그리는 존재였기에, 아무리 어리석은 자도 낙원을 꿈꾸기 마련이었고 자신의 완벽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지불할 수 있었기에, 환상과 소망은 언제나 타인을 가난하게 만들고 나를 배부르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나의 환상은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지는가. 그것은 대단히 어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