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꿈 꾼 봄
Pilgrims on a Long Journey - Child of Light
Pilgrims on a Long Journey
킹교는 물 비린내가 나는 펫숍을 빠져나와 가장 가까운 강으로 갔다. 형광 파란색의 플라스틱 물통에는 죽은 금붕어가 가득했다. 이 아이들에게서도 비린 악취가 올라왔다. 킹교는 야나기바를 꺼내 한 마리씩 해체하기 시작했다. 비늘을 뜯어 하얀 면포에 올리고, 살과 내장을 분리한다. 작업이 끝나니 강이 노을에 젖어있다.
금붕어 시체 덩어리를 한 곳에 모아 주력을 넣었다. 딱히 믿는 종교가 없었기에 (금붕어들도 종교가 있을 리 만무했다.) 두 손을 모아도 기도도 합장도 아니었으나, 킹교 나름의 장례를 치러주었다. 주령을 제령할 때와 유사한 힘으로, 아마 너희들도 이제 온전히 이 곳을 떠나가겠지. 퐁당─ 금붕어들이 돌아갈 곳을 간다.
강이 좀 더 짙게 물들어간다.
카나카가 보는 것은 일종의 영역전개였으나, 킹교의 것이 아니었다. 금붕어의 기억이다. 네 말대로 필중효과는 없어. 그래도 꽤 유용하지? 킹교는 손을 뻗어 수조 안의 금붕어를 움켜 잡았다. 어때? 이제 어떻게 할래?
하지만 너는 영리했고,
살기 위한 헤엄을 억척스럽게 시작했다.
카나쨩,
씨앗에서 싹이 트는 순간을 본 적 있니?
자신의 알을 깨고 삶을 맞이하는 새나,
번데기에서 처음으로 날개를 펼친 나비나,
가스와 먼지가 뭉쳐 갓 태어난 별을 본 적 있니?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란다.
네가 태어나는 순간.
네가 피어나고, 첫 숨을 마시고,
울음을 터뜨려 네 존재를 알리는 순간.
그 순간마다 난 늘 감탄했어.
너희는 아름답고 경이로워.
킹교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금붕어는 수조를 나오는 순간 죽는다. 그래, 그래서 금붕어의 꿈도 끝나고, 호접지몽에서 깨어나는 거야. 주력 멀미와 비늘 부적의 영향으로 너는 다소 휘청거렸지만, 바람은 네 편으로 불기 시작했다. 네가 흩날린 부적이 꽃잎처럼 내려와, 잠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온 줄 알았어. 이제 같은 꿈을 꿔보자.
느닺없이 찾아온 겨울의 봄.
덧없는 한바탕의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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