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最後の日、君が見えるのなら。

人生最後の日も愛をうたうのだろう。

「すいそう」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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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나 사실은 눈치채고 있었어

그거 있잖아, 네가 전에 말했던 거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잊고 있었지만



오늘도 스이소우의 문이 열렸다.

산뜻한 바람에 풍경이 맑은 소리를 냈다. 

스이소우는 원하는 사람이 올 수 있다.

당신이 원한다면 스이소우는 당신을 찾아간다.

무중력에 빠진 듯이 몸이 붕 떠오르고

참방거리는 소리, 흔들리는 물결,

폐가 젖는 동시 숨이 트인다.

현실과 꿈의 경계,

환상수조에 어서오세요.



맹목적으로 맹동적으로 망상적으로 살아서

충동적인 초조한 소극적인 채로는 안됐던 거야

전부, 전부 전할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모리 사소리는 눈을 떴다. 

어느새 자신 앞엔 문이 있었다.

사소리는 고개를 갸우뚱 까닥였다.

…이게 뭐지.

여기가 어디고, 지금이 언젠지,

자신이 뭘 하다 온 건지는 몰라도,

충동적으로 문고리를 잡아 열었다.

“어서와, 어서와─!”


킹교가 눈을 마주치며 인사한다.

그제서야 여기가 스이소우라는 걸 깨닫는다.


   그녀가 손을 잡고 카운터 앞의 자리로 안내했다. 높은 의자에 앉아 주변을 살펴보았다. 잔잔한 꽃무늬 벽지, 오래된 나무 가구, 벽에 걸린 하얀 커피잔들… 그에게 햇살이나 따듯한 조명이나 부드러운 카펫 따위가 어떤 의미를 품진 못했지만 굳이 평을 내리자면 사전에서 ‘다정하다’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었다.

“짠──! 이거 오랜만이지?”


   토마토 소스와 소세지가 꽉 담긴 기다란 빵 서너개가 접시 위에 가득 올려져있다. 빨간 홀토마토와 초록색 피망이 빵 사이에서 터질 듯이 가득했다. 새콤짭짤한 나폴리탄 빵. 익숙한 냄새가 스이소우에 퍼졌다.

“…이걸 다 먹으라고요?”

“물론, 할 수 있지?”

킹교가 히죽 웃었다. 

   먹어봐야 알 일이었다. 뚱뚱한 빵을 두 손으로 —한 손으로 잡다간 내용물이 전부 떨어질 게 뻔했다— 잡았다. 입을 크게 벌려 베어 물었다. 오랫동안 푹 끓여 뭉글해진 토마토와 터지지 않게 조심히 볶은 통통한 소세지가 잘 어울렸다. 진한 갈색으로 카라멜라이즈 된 양파의 깊은 단맛이 자칫 날카롭게 찌를 수 있는 산미를 잘 잡아주었다.

“……패밀리 레스토랑같은 맛.”

“에에~? 이젠 그때보단 더 맛있게 만들걸?”

   킹교가 카운터 안쪽에서 턱을 괴고 뾰루퉁한 소리를 냈다. 이제 일본에서 킹교보다 나폴리탄 잘 만드는 사람은 없을거란 말이지? 음…, 이탈리아는 모르겠지만. 그러면서 그녀도 빵 하나를 집어간다. 아무렴 어떠한가. 사소리는 한번 더 입에 넣었다. 젖은 블루베리 크루아상보단 당신이 만든 음식이 뭐든 더 맛있을 것이다. 

“있지, 사소리─.”

빵을 열심히 해치우고 반 개정도가 남았을 때,

그녀가 나지막히 자신을 불렀다.

“지금의 네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의 네가 속박 없이 웃길 바랬거든.”

그녀가 카운터 테이블 위에

빨간 리본이 묶인 포장 상자를 올렸다.


“어땠을까?”

사소리는 영문을 몰라 또 한번 갸우뚱거렸다.

당신이 나에게 상자를 밀어주기에

일단 리본을 풀고 열어보았다. 

빨간 애플파이였다.

킹교가 내미는 포크를 받았다. 사소리에겐 디저트의 개념이 없었다. 무엇보다 방금 그렇게나 많이 먹었는데 더 먹는 건…. 그래도 그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출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학습되어 있었다.

“글쎄요?”

은색 포크로 파이를 반으로 쪼갰다. 파이지는 단단하게 모양을 잡아주는 반면 부드럽게 갈라졌다. 시나몬 가루가 점점이 박힌 사과 퓌레와 커스터드 크림을 흘리지 않고 한 입에 넣었다. 달았다.


“하고 싶은 건 다 했어요.”

   …그래. 당신이 부드럽게 웃었다. 사소리는 심장이 답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는 질문을 묻고 자신도 모르는 답을 했다. 여기는 이상한 곳이다. 이상한 질문을 하는 이상한 금붕어. 사과 파이를 포크로 쪼개어 한 입 권하려다, 당신이 다른 곳을 보고 있어 제 시선도 같은 곳을 향했다. 게다가 지금 창밖엔─


“…눈이 와요, 킹교 씨.”


새 출발을 축복하는 순백이 내리고 있었다.



있잖아,

하늘이 푸르다는 걸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

밤 구름이 높게 떠있는 걸 어떻게하면 너도 알 수 있을까



후지와라 료헤이는 눈을 떴다.

방금까지 꾼 꿈이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 지금이 꿈 속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스이소우…? 

료헤이는 고개를 들어 간판을 보았다.

특이한 이름이네, 그리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귓가의 붉은 귀걸이가 한번 반짝였다.

   킷사텐 내부는 고요했다.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조명이 아늑하게 공간을 안았다. 오래된 재즈가 느긋하게 흘러나오고 자리에 재떨이가 준비되어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곳에 앉아 직접 적은 듯한 동글동글한 글씨의 메뉴판을 한 장씩 넘겨보았다. 


“어서오세요. 주문하시겠어요?”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와 함께

이곳의 마스터가 카운터 앞에 나타났다.


선홍과 백색이 섞인 머리카락, 

우아한 검은 치파오 원피스, 

접어 웃는 눈매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메뉴가 많아서 뭘 고를지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제게 맡겨주시지 않으실래요? 

가오픈이라 서비스로 드리고 있어요.”

“그래도 될까요? 너무 죄송해지는데….”

“영광이죠.”

   주인장이 싱긋 웃으며 메뉴판을 가져갔다. 료헤이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어떤 메뉴가 나올 지 기대했다. 금붕어를 닮은 그녀가 방금까지 담배를 피고 있었는지 재떨이에서 실처럼 가는 연기가 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료헤이도 품 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어라.

성냥갑 하나가 들어있었다.

어설픈 고양이 낙서도 붙어있었다.

   요즘같은 때에 성냥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 손에 쥐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고보니 메뉴판에도 비슷한 그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치워버렸으니 다시 확인할 방도는 없었다. 성냥에 작은 불을 부쳐 담배 끝에 가져댔다. 몽롱한 기분이 찾아오고 몸의 긴장이 풀린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분명 고된 하루였을 것이다.


   성냥 불을 끄지 않고 작은 온기를 느끼고 있는데, 주인장이 동화에 나올 법한 블랙포레스트 케이크를 들고왔다. 크리스마스 같죠? 밖에 눈까지 내리면 완벽하겠어요, 아직 3월이지만. 그녀가 쿡쿡 웃었다. 겉에 까만 초콜릿 컬이 잔뜩 묻어있고 달콤한 체리 리큐르 향이 코 끝을 맴돌았다. 


빨간 눈.

빨간 체리.

빨간 금붕어.


그것만으로 연결점이 생긴 것 같아,

료헤이도 푸스스 웃어버렸다. 

   포크로 케이크를 무너뜨려 조각을 입에 가져갔다. 초콜릿 시트에 수제 체리 잼을 듬뿍 넣어 고급스러운 맛이 났다. 케이크를 맛보는 동안 그녀가 하얀 커피잔을 옆에 가져다주었다. 커피가 생각보다 늦게 나와 의문이었는데 그 이유를 단번에 알았다. 밀크폼을 잔뜩 부풀려 만든 고양이 라떼 아트가 잔 밖에서 퐁실거렸다. 


처음 만들었는데 나쁘지 않죠?

주인장이 히죽거린다. 

너무 귀여운걸요, 같이 사업할래요?

료헤이도 장난을 치며 같이 웃었다.


“오랫동안 꿈을 꾸셨나봐요.”

니코틴과 몽환에 젖어있던 차,

주인장이 말을 걸어왔다.

“행복한 꿈이라면 깨우기 싫은데…,

아직도 뭐가 맞는지 모르겠어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그게 *거짓*인지 *꿈*인지 *현실*인지

*기억*인지 *과거*인지 *그리움*인지…

“그럼에도 깨어나야 하는 법이죠.” 

불쾌하진 않았다.

금붕어가 제게로 헤엄쳐왔다.

자신의 검은 머리를 천천히 쓰담는다.

료헤이는 수풀 속에 몸을 맡겼다.

“언제까지고 몸을 숨길 수는 없으니까.”

   파괴는 새로운 창조를 가져오죠. 그 이후로는 더욱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당신의 파괴가 새로운 운명을 가져온다면, 당신이 날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았어요. 새로운 우주에서 새로운 삶을 영위하고 당신이 살길 바랬는데─….

금붕어가 물에 사는 건 알아도

물을 뱉어내는 것까진 몰랐다.

방울방울 물방울이 떨어진다.

───오카에리, 룟군.


무척 그리운 단 맛이 났다.



있잖아,

이런 걸 고집불통이라고 하는 거겠지?

잊어버리고 싶지만

네가 말해줘



후쿠다 쇼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한 일은 제 손을 보는 것이었고,

쥐락펴락하며 몸과 주변을 살폈다.

허, 참─….

후쿠다는 기가 차다는 듯 혀를 찼다.

눈을 한 번 감고 생각을 비웠다.

결심이라도 한 듯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퍽.

들어오자마자 뭔가 맞았다.

마른 행주를 얼굴에서 떼어내자,

씩씩거리는 빨간 금붕어가 보인다.

“……뭐하냐?”

“왜 왔어?”


   커피 얻어 마시러 왔다─. 삐져나온 입술이 벌써부터 귀찮다. 후쿠다는 한숨을 내쉬며 성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안내 같은 건 필요없다. 고즈넉한 카운터 구석 자리에 풀썩 앉아 손짓을 했다. 주문 안 받냐? 메뉴판을 팔랑거리며 그녀를 타박했다. 마사루 군한테 내줄 커피따위 없거든?! 탁탁, 이쪽으로 걸어오더니 메뉴판을 가져가버린다. 


“당연히 메뉴판엔 없겠지.”

스페셜 에디션이라며? 

후쿠다가 놀리듯이 씨익 웃었다.


   킹교가 눈을 가늘게 떴다. 흥! 하고 홱 몸을 돌리더니 에스프레소 머신 앞으로 간다. 그래서 여기가 그 유명한 킷사텐이구만… 소문만큼 사장님이 귀엽진 않은데? 농담을 던진다. 있지, 커피에 뭘 넣을지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나한테 잘 보여야 할 걸? 그녀가 고개를 돌려 째릿 자신을 바라본다. 아, 그러셔─. 말을 받아줄 정도면 삐진 것도 어느정도 풀렸다 싶어 안심했다.


   제법 근사한 곳이었다. 작은 유리 창문을 통해 온화한 빛 줄기가 들어오고 고풍스런 턴테이블 옆에 가득한 LP판이 이곳의 역사를 전하고 있었다. 눌린 자국 없이 깨끗하게 관리된 나무 테이블로 네가 이곳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후쿠다는 몸을 숙여 테이블 아래를 살폈다. 혹시나 해서 그림자가 진 구석을 봤지만 초묘는 없었다. 뭐… 그 녀석은 알아서 갔겠지.


“자, 스이소우 마스터 블렌드, 마사루 에디션.”


탁, 거칠게 내려놓는 손과 대조적으로

커피에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깊은 향이 났다.

아마 너일테니 신중하게 골랐겠지.

후쿠다는 손을 까딱이며 입에 잔을 가져댔다.

잔 안의 갈색 표면이 윤기있게 반짝였다.

“말하러 왔어.”

천천히 커피 잔을 내려놓고 그렇게 말했다.

“말 안 해도 돼.”

킹교가 제 눈을 피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말했어. った。”

“말하지 마. うな。”


“생크림 케이크 먹자며?”

그건───…, 금붕어가 말을 삼킨다. 그녀가 다시 등을 돌려 부엌으로 들어갔다. 떨리는 팔을 붙잡고 들어가는 꼴을 보고 숨기는 것도 어설퍼서 어떡하냐 싶었다.

후쿠다는 느긋하게 커피를 마셨다. 첫 입을 머금자 강렬한 풍미가 입 안을 가득 채웠다. 후에 찾아오는 부드럽고 깊은 맛이 혀 끝을 자극하고, 잔 안의 커피는 시간이 멈춰진 듯한 느낌을 주었다. 오롯한 즐거움에 몸을 맡기며 커피 타임을 즐겼다. 

“…튼튼하다며.”

“그렇게 됐다.”

어느새 새하얀 케이크를 들고선 돌아왔다.

눈가가 빨갛다.

“……원하는 거 없어?”

“그럼 담배 한 대만 줘.”

네게 손을 내밀었다.

   …궐련은 없어. 그녀가 조용히 유리 선반을 열어 담뱃잎을 고른다. 작은 손바닥 위로 담뱃잎 가닥들을 문지르고 종이 위에 소복히 얹었다. 쏟아지지 않게 조심해, 그런 말을 하며 제 입가에 톡 건드렸다. 아아, 뭐… 그래. 그대로 입에 물고 테이블 위의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순한 담배라고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연기를 길게 빼내며 한 번 더 머금었다. 그래도 맛은 좋았다.

두 사람은 불이 꺼진 킷사텐에서

담배를 피며 생크림 케이크를 나눠먹었다.

담배에 케이크가 웬말이냐 싶겠지만,

생일 초 대신이든 장례향 대신이든

그렇게 생각하면 괜찮지 않겠는가.

“난 간다.”

거의 다 타들어간 담배를 비벼끄고

후쿠다는 코트를 다시 챙겨입었다.

“…있잖아,”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녀가 다가왔다.

코트 깃을 빳빳하게 세우고

삐뚤어진 넥타이를 풀어 다시 매줬다.

“안 가면 안 돼?”

소매 끝을 지분거리며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이 어떤 기억을 불러

손을 들어 귓가의 머리를 넘겨주었다.

다행히 붉은 부적 매듭은 없었다.


“허튼 생각하지 말고 앞만 보고 가.”

피식 웃으며 머리를 헝크러뜨렸다.


“다시 만날 건데, 뭘 우냐.

헌화 꽃이 하나 더 늘어난 게 뭐 대수라고.

좋은 술이나 준비해두셔.”

엉킨 머릿결을 다시 풀어주며

나 역시 네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었다.


“인사 안 해줄거냐?”

고개 좀 들어라.

나 봐, 하며 너를 툭 쳤다.

이제 마지막이겠지.


킹교가 고개를 들어 후쿠다를 바라봤다.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오묘한 얼굴로

분명 웃으려다가 실패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이 나름 흡족스러웠다.


이제 넌 금붕어도 잉어도 아니다.

네가 원한다면 이 수조에 살아도 되지만,

적어도 그건 인간으로서의 모습이다.


“평안해라. あばよ。”


후쿠다는 손을 흔들고 문 밖을 나섰다.

어디로 가야 할 진 몰랐으나 괜찮았다.

석류색 비늘 네 알이

자신을 어디로든 안내해줄 터였다.


言って。 ▶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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