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나이롱 신자 - 윤리애
귀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아…ㅆ… 진짜 미치겠네.”
https://youtu.be/kA_1chVgPVA?si=--Tr2gKt8ehmVDtd
- 나나(애프터스쿨)
윤리애
尹李愛
29세 여성
1996. 11. 18.
귀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직원 (직책: 퇴귀사) 근무 2년 반째
오래된 은제 십자가 목걸이
퇴귀 방식은 혈서로 부적 종이에 퇴귀할 대상의 이름을 쓰고,
가검에 꿰어… 빙의된 영매의 심장께에 내리꽂듯 누르기.
목제 가검
장난감 칼 하나 (해적통아저씨 칼 모양, 후배 퇴귀사 ‘여진’이 줌.)
오른 손목에 염주 (선배 퇴귀사 ‘권은혁’이 사줌.)
~윤리애의 연대기~
1996. 11. 18. - 서울 외곽에서 태어남. 李는 엄마 성씨를 붙여준 것이다. 이름의 뜻은 ‘오얏나무에 열린 사랑’.
2001 - 여섯 살. 처음으로 귀신을 본다는 걸 알게 됨. (엄마 왈. “거울에 뭐가 있는지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길래 설마…했는데.”) 그 길로 바로 엄마 손에 이끌려 유아세례를 받다. 세례명 ‘소피아’.
2005 - 열 살. 부모님 이혼. 아버지 쪽은 바로 다른 여성과 재혼.
2009 - 중학교 1학년. 이유 없이 시름시름 자주 아프기 시작함.
2012 - 계속 아파오다가 누적된 것으로, 2011년 말부터 엄청 앓게 되어 오랜 기간 입원, 차도가 별로 보이지 않음. 고등학교 입학을 1년 유예.
2016 - 아프지 않았다면, 더 상위권 대학으로 갈 수도 있었겠으나, 몸이 안 따라주어… 그래도 서울 소재 M대학 아동학과 입학.
2018 - 병증이 계속 심화되어 대학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자퇴계를 내고 찾은 곳은… 수도회. 수녀원 견습 과정에 들어감.
2020 - 청원기 과정 중, 중도 포기 후 모 신당에 찾아가 내림굿. 수소문 끝에, 이런 자신이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을 찾은 게 ‘귀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내림굿을 받은 이후로 병증이 사라져 깔끔한 몸상태가 되어, 공인중개사 공부 시작.
2022 - 년초에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 귀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입사 지원 후 정식 채용~ 현재까지 근무 중.
빠져나가는 영혼 십자가로 틀어막기
말 그대로. 틀어막듯이 교회에 다녔다. 엄마는 내가 일찌감치 신병인 것을 알았던 모양이다. 믿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빙빙 돌다가 나를 크게 앓도록 내버려둔 것에 가깝겠지만. 사람이 아닌 사람이 보인다고 했을 때, 엄마의 눈빛? 여섯 살에도 나는 그게 뭔지 정확히 느꼈다. 공포. 두려움. 매일매일 엄마는 기도했다. 나를 위해. 참회하듯? 고해하듯? 거의 절규하며. 교회 안에서는 나를 리애라고도 부르질 않았다. 소피아. 소피아야. 엄마는… 낸들, 그런 걸 알겠는가? 어린애가. 같이 교회 다니는 애들이랑 소꿉장난 하며 놀거나, 설교 시간에 밀려오는 졸음과 싸우기 바빴다. 물론, 그것도 크게 아파 나갈 수 없는 날엔 하지도 못했지만. 그러나! 당연히 이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리가 없었고. 그야말로 ‘틀어막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계속 들이치는 물을… 꽉 막아버리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당연히… 터진다. 1년을 아프기만 한 데에 보내느라 고등학교를 꿇고 나서도 엄마는 기도만 했다. 기도만.
열녀 이씨와 발광하는 딸
아… 난 영원히 아빠가 싫을 것이다. 우릴 버렸으면서, 우릴 버리고 뒈졌으면서. 엄마 손으로 당신 장례 치르게 만들어서. 열 세살. 내가 국화꽃들 사이에서 본 게 아빠의 원귀인지는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 다행인 것은… 나한테 안 달라붙었으니까. 내가 내 손으로 아빠 귀신을 쫓아내진 않았다는 거? 참나… 엄마는 그 이후로 더 광신도처럼 기도했다. 아빠의 몫까지 얹어서 나에게 전부 쏟았다. 아멘…아멘…아멘… 들릴 때마다 이불로 내 숨을 얼마나 틀어막아봤는지 모른다.
교회를 개판으로 뒤집어놓고 돌아오다
나도, 틀어막고 싶었다. 오래오래. 되는 대로 영원히. 그래서. 엄마가 악을 쓰듯이. “무당 될 거면 수녀라도 해!” 하던 말에 바로 공부고 뭐고 때려치우고 수도회에 들어갔다. 그럭저럭 버티는가 했다. 1년이 지나니까 너무 죽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적성에도 안 맞았다. 수련생들과는 계속 겉돌았다. 리애 소피아 자매님. 들리면 과하게 불안감이 들었다. 또, 또 무슨 잘못을 내가. 들어온 것 자체가 잘못이었어. 그래서 2년째에 그것도 그만두었다. 돌아온 교회. 역시나 소문이 파다했다. 무슨 낯짝으로 다시 왔느냐고… 어, 그쵸. 내가. 안 그래도. 그만 다니려고 오늘 마지막으로 오는 거였는데요. 평소, 엄마를 묘하게 짓누르고 무시하던 박 권사가 내 방아쇠를 당겼다. “소피아,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면… 나한테 살 날리겠어요? 이미 날렸을까?” 씨발 나 진짜 다 못해처먹겠어, 엄마. 교회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갔다. 그 교회 쪽으로는 머리도 두고 잠들지 않는다.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내림은 받았다, 근데 신당 차릴 돈이 없고. 무엇보다… 진짜로? 해야 된다고? 영 자신이 없었는데. 교회에서 무시 무시 개 무시를 당하면서도 여기저기 굽히며 이것저것 알아오던 엄마가 들은 바로는, 이런 데가 있다데. 하고 가르쳐줬다. 귀신 들린 집 귀신 없애서 팔아주는 공인중개사 사무소. 그래. 이제 정신머리도 돌아왔겠다. 그리고 자격증. 뭐든 따두면 좋지 않겠어? 무엇보다도. 일을 구하고 싶었다. 공부했다. 열심히. 1년 반 동안. 그리고… 이제 2년 반 정도 거기서 일하고 있다. 이제 좀 재미를 찾을 수도있을 것 같다. 이런 나라도 재밌는 삶을 원하는 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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