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온라인 게임은 무법지대
7화
“드디어 48층에 도착했다!”
긴 나선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다음 층을 향한 문이 열린다. 노을 진 풍경이 무척 아름다운 독일풍 마을이 펼쳐져 있었다. 47층을 막 클리어하고 올라온 플레이어들이 매번 그러했듯 새 층의 공기를 잔뜩 만끽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당연히 스테노도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노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스테노 씨. 수고하셨습니다.”
“아, 광안파도주먹.”
“그냥 파주라고 불러 주세요~.”
사글사글하게 미소를 지으며 스테노의 곁에 다가온 소년은 광안파도주먹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소년이었다. 겉보기로는 스테노와 동갑내기로 보일 정도로 어렸으나, 세 달 전 공략에 참전한 순간부터 험악한 공략파 사람들과 금방 친해진 사교성 좋은 사람이었다. 그 중 특히나 과묵한 스테노와는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풍경 참 좋네요.”
“그러게.”
스테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파주 또한 그 시선을 따라갔다. 그는 수 많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홀로 서 있는 마린을 발견했다.
“아는 사이라고 했죠, 말 안 걸어도 되나요?”
“지금은 괜찮아.”
“그래요? 그러고보니 저분과 47층 던전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 꽤나 무모하게 싸우던데……. 원래 그렇게 험하게 싸우시는 분이던가요?”
스테노는 대답 대신 눈을 가늘게 떴다.
1층, 10층, 그 이후에도 마린과 스테노는 몇 번이고 보스전 혹은 던전에서 마주쳤었다. 그 당시의 그녀는 변함없이 누군가와 엮이기를 꺼렸다. 혼자 있는 게 편하다는 건 이해한다. 스테노도 그런 편이니까. 걱정도 당연히 된다. 그렇지만, 스테노의 마음속에는 다른 감정이 싹트고 있었다.
“스테노 씨, 시간 괜찮으시면 48층 필드 한바퀴 둘러볼래요?”
“좋지.”
“뭐야, 너희들. 그렇게 싸웠는데 또 싸우려고?”
근처에 있던 신속배달이 다가왔다. 그 또한 꽤나 오랫동안 공략팀의 일원으로서 함께해 왔다. 몇 주 전에 만났을 때봐다 장비가 조금 더 화려해졌다. 본격적인 탱커로서 활약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오, 신속 씨도 함께 어때요? 듬직한 탱커 한 명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음? 하하, 물론이지! 난 아직도 멀쩡하니까!”
“좋아.”
스테노는 무표정이었지만 나름 기쁜 듯 화색을 띄웠다.
그렇게 세 명은 48층을 쭉 돌아보았고,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포근한 마을 분위기에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필드 몬스터도 세 사람의 레벨이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는 정도였다.
“끄으응~~~… 하아, 이제 좀 피곤해지려 하네.”
신속배달이 방패를 내려놓고 어깨를 붕붕 돌리고 있었다. 물론 어깨를 푼다고 피로가 풀리는 건 아니지만.
“그러게요. 아바타라 몸은 지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는 빨리 지치니까요.”
두 사람이 나무 그루터기에 기대 앉아 있을 때도, 스테노는 소드 스킬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 때든 쉬는 법이 없었다.
“……스테노 씨는 참, 뭐랄까. 멘탈 괴물이죠?”
“음, 전부터 느꼈지만 저 녀석은 지치는 법이 없어. 근성 하나는 끝내줘.”
신속배달과 파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스테노는 꿋꿋하게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한참 휘두르던 검신 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슬슬 돌아갈까.”
“그래요…. 읏차, 내일부턴 다시 48층 공략에 돌입해야죠.”
“나도. 흐아암~. 오늘은 일찍 자야 겠구만.”
신속배달이 크게 하품을 하자, 전염되는 것처럼 파주도 하품을 했다. 세 사람은 무너진 건물 오브젝트가 널린 필드를 지나 주거구역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잠깐.”
“응? 무슨 일이에요, 스테노 씨?”
스테노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무너진 건물 벽 쪽으로 다가갔다. 나머지 두 사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따라갔다. 주변을 둘러보던 스테노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사람의 다리였다.
“다, 다리?”
그러자 스테노는 놀라는 기색 없이 벽 뒤로 돌아갔다. 벽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다리의 주인은… 무척 익숙한 얼굴인 마린이었다.
“엥? 뭐야, 얘가 왜 여기에…….”
신속배달이 놀라 소리를 쳤다. 그러나 마린은 아무 말도 없었다. 눈을 감은 채 축 늘어져 있는 모습. 아무래도 의식을 잃은 것 같았다. 스테노는 마린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어깨를 흔들어 보았다. 이름도 몇 차례 불러 보았으나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지쳐서 잠든 건 아닐까요?”
파주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가상의 세계는 배고파서 안 먹는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졸린데 안 자고 버티면 결국 쓰러지게 된다. 그럴 경우 완전 무방비 상태가 되곤 한다.
“어느 쪽이든 이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인데…… 엉?”
두 사람이 무언가 결론을 내기도 전에 스테노가 쓰러진 마린의 팔을 잡았다. 등에 업으려고 한 모양인지, 끙끙거리면서 자세를 이리 저리 바꾸고 있었다.
“도와줘.”
“업으려고? 자, 잠깐만. 파주, 어깨 쪽 잡고 조심히 일으켜 세워. 범죄 방지 코드 작동되지 않게.”
“네에. 조심 조심~…”
신속배달이 마린의 팔을 스테노의 어깨에 걸쳤다. 그렇게 의식을 잃은 마린이 스테노에게 업혔다. 그는 꿇고 있던 무릎을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오, 역시 스테노야. 사람을 한 명 들려면 엄청난 강인 스텟을 요구한다던데.”
“저, 전 사람이 사람 드는 거 처음 봤어요. 보통 못하잖아요….”
두 사람이 감탄할 동안, 스테노는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너무 무거워서 움직이지 못하는 건가? 무게가 초과한 걸지도 모른다….
“……어디로 가지.”
“엥?”
“네?”
휘잉, 바람이 불어왔다. 밤 공기는 찼다.
“그러고보니……. 이 분을 어디로 모시는 게 좋을까요?”
“으, 으음. 스테노, 마린 집 알아?”
“몰라.”
“어쩔 수 없네, 여관 하나를 잡아서…….”
“아까 친구에게 연락이 왔는데 여관이 꽉 찼다네요. 애초에 파티를 맺은 게 아닌 이상 타인이 여관에 등록하는 건 불가능하고….”
“……….”
세 사람은 그 자리에 멀뚱 서서 한참동안 고민에 빠졌다.
“……이봐, 스테노. 어쩔 수 없다. 너네 집으로 하자.”
“나 집 없어.”
“자자자잠, 깐만요……. 집이 없어요? 플레이어 홈을 따로 마련하지 않은 거예요?”
“응. 필요 없어서….”
“끄응……….”
다시 한참 고민에 빠진다. 그렇게 몇 십 초가 지나자, 스테노가 입을 열었다.
“친한 사람 집으로 가면 돼.”
“친한? 누구?”
“슈크림.”
“아, 아아……. 슈크림이면 안심할 수 있지.”
신속배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파주는 모르는 사람의 이름이 나왔지만, 분위기상 괜찮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럼 전 여기서 이만 가 볼게요. 마린 씨는 두 분께 부탁할게요.”
파주와 헤어진 두 사람은 텔레포트를 타고 39층, 놀프레드에 도착했다.
“…………….”
“좋은 밤, 슈.”
슈크림은 저녁을 먹고 옷을 가볍게 입은 뒤, 혼자만의 시간에 돌입하려 하고 있었다. 착실히 레벨을 효율적으로 올릴 수 있는 법을 스테노에게 배운 덕분에 오늘 새로운 메이스를 단조할 수 있었다. 그 기쁨에 잠겨 새로운 무기를 들고 침대에 누우려던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스테…….”
방금 전까지 스테노의 생각을 하고 있었던 탓인지 문앞에 서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 찔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슈크림의 집에 방문한 건 한 사람이 아니었다.
“슈크림, 오랜만이야.”
“…! 신속 씨.”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 조금 곤란한 일이 생겨서 말이야…….”
슈크림의 시선이 스테노 쪽으로 향했다. 그녀가 누군가를 업고 왔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으나, 그게 누구인지는 이제야 인지할 수 있었다.
“스테, 설명 좀 해 줄래?”
“응, 마린을 잠깐 맡길 집이 필요해.”
“스테노……. 그건 설명이 안 되지.”
신속배달이 엣헴,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마린이 필드에 쓰러져 있었어. 의식을 잃은 것 같은데, 우린 마린의 플레이어 홈을 모르니까. 스테노는 집이 없고, 난 남자고. 여차저차해서…. 정신을 차릴 때까지 안전하게 맡길 장소가 필요했어.”
신속배달의 설명을 들은 슈크림의 표정은 실로 대단했다. 생각에 잠긴 듯 눈을 질끈 감고는 미간에 손을 얹었다. 눈썹이 몇 차례 꿈틀거리더니 이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알겠다고…. 상황을 들어보니 어쩔 수 없는 건 맞네.”
“슈, 고마워.”
“고맙다. 그럼 난 믿고 맡길게.”
스테노가 슈크림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신속배달과 인사를 나눈 후, 문을 닫았다. 플레이어 홈은 집의 주인이 허락하지 않고는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즉 마린은 이제 안전했다.
“스테, 이쪽….”
거실엔 사람이 눕고도 남을 큰 소파가 있었다. 슈크림이 그곳으로 안내하자 스테노는 업혀 있던 마린을 천천히 눕혔다. 이어서 슈크림이 여분 담요를 들고 와 마린에게 덮어 주었다.
스테노는 누워 있는 마린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부탁한다고 말한 뒤, 현관 쪽으로 걸어가려 했다.
“잠, 잠깐만.”
“응?”
“혼자 두고 가? 스테도 같이 있어. 어차피 아무데서나 잘 거면서.”
슈크림은 마린이 조금 불편했다. 어딘가 다가서기 어려운 분위기와 직설적인 말투. 그녀가 가장 꺼리는 인물상이었다. 눈을 뜬 직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니 그 상황이 어색하기 그지 없었던 것이다.
“알겠어.”
스테노가 흔쾌히 대답했다. 그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슈크림은 또다른 상황에 직면했다. 스테노가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 머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래도 되나? 싶었던 그때 문득, 손님이 잘 곳이 더이상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난 저 의자에 앉아서 자면 돼.”
“그래도…….”
“그걸로 충분해.”
단호한 스테노의 말에 슈크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기 직전, 누워 있던 마린을 한 번 바라보고는 이내 안으로 들어갔다.
스테노는 소파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는 눈을 감는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두 시를 가리켰다. 어스름한 달빛이 창가를 통과해 스테노와 마린이 있는 거실을 비추고 있었다. 굳게 감겨 있던 스테노의 눈이 떠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린이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마린.”
누워 있던 마린이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스테노가 먼저 마린의 이름을 불렀다. 굳어 있던 손가락을 꿈틀 움직이고는 천천히 스테노와 그 주변을 번갈아가며 둘러보기 시작했다.
마린이 뻣하게 굳은 몸을 어떻게든 움직이려는 듯 상반신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더 누워 있어.”
“됐어.”
마린은 아무래도 자신이 쓰러졌다는 사실을 자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몸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몇 번 끙끙대다 다시 소파 팔걸이에 힘겹게 등을 기댔다.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지?”
“네 시간 정도.”
“그래.”
마린의 얼굴은 폴리곤으로 구성된 아바타인데도 초췌해 보였다.
“쓰러질 때 일은 기억나?”
“…아니.”
“혹시 자주 그래?”
“…….”
마린은 침묵했으나 표정이 답을 말하고 있었다. 무언가 괴로운 일을 떠올린 듯, 담요를 손으로 강하게 그러쥐고 있었다.
스테노는 입을 꾹 다문 마린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마린은 주변 플레이어들에게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질릴 만큼 들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이, 격려가 전부 귀찮을 뿐이었다. 그저 위선 덩어리다. 마린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스테노 쪽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말 걸지 말라고 말하려던 찰나.
“어디 아파?”
덜컥.
심장이 뚝 떨어지는 기분. 트랩에 걸려 죽을 뻔 했을 때도 이 정도로 놀란 적은 없었다. 마린은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표정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설마 이 사람은 알고 있나? 내, 현실을.
……아니, 그럴 리 없다. 그런데.
“마린은 죽는 게 무섭지 않아?”
뜬금 없는 질문에 마린은 멍하니 그 질문을 곱씹었다. 죽는 게 무섭지 않냐고? 그게 무슨 소리야.
“……죽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벌벌 떨고 살게?”
“…….”
“너도, 마치 두려움을 모른다는 듯이 행동하면서. 마찬가지 아니야? 아무것도 못하는 게, 오히려 내겐 죽는 거나 마찬가지야. 나는 내가 해오던 일을 할 뿐.”
언제나 그랬다. 혼자.
쌓였던 감정이 조금씩 흘러 나왔다. 마린은 요 반년 사이 가장 많은 말을 했다.
“만일 그렇게 살다 죽으면, 그건 그것대로 어쩔 수 없어. 거기까지인 거겠지.”
비아냥거리는 말투. 스테노는 말없이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린은 스스로가 바보 같아졌다.
“…마린은 살아.”
“뭐?”
“마린은 열심히 살고 있어. 누구보다도, 살아가는 것에 진심이야. 그러니 살거야.”
담담한 표정. 익숙했다. 단단한 무언가가 쓰러지려는 몸을 지탱해주는 감각. 또다시 낯익은 불쾌감이 밀려왔다. 뭘 멋대로 말하는 거냐고, 속으로는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는 낼 수 없었다. 차마, 저 올곧은 눈동자에 대고 모진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언젠가, 그런 마린을 따라잡을거야.”
칠흑의 눈동자의 마린의 모습이 담겼다. 그 속에서 그녀는 드물게도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기한 기분이었다. 가슴 어딘가가 상처가 난 것처럼 쓰라렸다.
‘저런 걸 어떻게 따라가.’
‘게임 혼자 하네.’
‘그러니까 혼자지.’
수 많은 말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잊었을 거라 생각했다. 다른 게임에서 다양한 유저에게 들었던 말들. 마린은 그걸로도 만족했다. 혼자 다 하네? 좋다 이거야.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니까. 쫓아오지 못해? 알 바 아니야, 어차피 나만큼 강해지라고도 안 했어.
그런데,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생각했어. 당신을 쫓아가고 싶다고.”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언젠간 나란히 서게 되겠지.”
마린은 ‘고인물’을 넘어선 ‘썩은물’이다.
게임 경력만 10년을 넘겼다. 늘 병실에 있었던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게임 뿐이었고, 친구도 게임기 뿐이었다. 따라잡는다 해도 천부적인 센스를 지닌 마린을 따라잡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래? 그럼 어디 열심히 해 봐. 지금 네 실력으로는 네 몸 하나 지키기도 어려워. 그러니…… 착실히 따라와.”
툭 내뱉은 말이었다. 그러나 스테노는 그날 처음으로 기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왔다.
“스테, 스테. 일어나 봐.”
“…음.”
언제 잠들었는지 스테노가 눈을 뜨자 아침이 밝아 있었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소파 쪽을 보자 마린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내가 일어났을 땐 이미 나가고 없었어. 이 쪽지만 남겨 두고…….”
슈크림이 스테노에게 건넨 건 작은 종이였다. 종이에 직접 글로 쓰기 어려웠을 텐데도 제법 반듯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신세 졌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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