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의 고민

요한 프람

“뭐해?”

 

“아무것도 안해요.”

 

“왜?”

 

휴일 모든 것에 지친 요한은 프람의 장난을 몸으로 받아주면서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프람이 자신의 팔을 아령 대신 써도 머리카락을 주물럭거려도 요한은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요한, 무슨 일 있어?”

 

“아무 일도 없어요.”

 

요한의 말은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그냥 왜인지 모를 우울함에 사로잡혀 한 장소에 움직이지 않고 머물러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에 프람은 요한의 몸을 씹고 즐겼는데 그 방법이 신비하기에 짝이 없었다.

 

“프람...? 뭐 하는 거예요?”

 

“놀고 있어.”

 

손가락으로 요한의 두꺼운 다리털을 뽑거나 그의 볼살을 잡아당겨 늘리고 이빨로 물었다. 예전 고대인들이 했다는 감전 놀이를 하기 위해 요한의 손바닥을 이리저리 누르다 손목을 잡고 천천히 손가락으로 움직였다. 전혀 찌릿한 기운이 들지는 않았지만, 요한은 영혼 없는 신음을 내어줬다.

 

“요한, 정말로 무슨 일 없어?”

 

“...그러게요, 정말 왜 이럴까요.”

 

열심히 일하고 제때 쉬며 일과 휴식의 균형을 완벽하게 세운 요한이라도 어느새 지친 건지 그저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검을 잡아도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고 뛰어도 상쾌하지 않았다.

 

“...힘들지도 않은데 왜 이럴까요?”

 

“그러게?”

 

프람은 여전히 언제나 같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말했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진실을 말해주었다. 아무 죄책감도 없다는 듯이 행동하지만, 자신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정확히 알고 반성했다.

 

“프람은 안 힘드나요?”

 

“힘들어, 연무장을 몇 바퀴나 돈 걸까...”

 

그저 앞에 있는 것으로도 솔직하고 지치지 않는 그녀를 부러워한 요한은 더욱 자신을 낮춰 봤다. 그래도 요한은 프람의 곁을 따라갔다. 어떤 순간에는 서로의 등을 맞대고 한숨을 뱉었다. 어느 날에는 같이 뛰며 옆에 벌러덩 누웠다.

 

“이상해요, 정말로 이상해요.”

 

“왜, 난 똑같은데?”

 

“...모르겠어요.”

 

“달라진 건 없어?”

 

“전혀요.”

 

그날은 프람이 요한의 곁을 쫄래쫄래 따라다녔다. 익숙하지도 않은 장난을 하거나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요한은 그런 프람을 두고도 변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날수록 요한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가기만 했다.

 

“...요한, 괜찮아?”

 

“괜찮아요.”

 

“알았어.”

 

갑자기 프람이 요한의 등에 달라붙었다. 요한은 프람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며 그녀를 업고 그대로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도 프람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요한이 허공을 보며 멍을 때릴 때도 요한의 귀를 잡아당기며 장난을 쳤다.

 

“...이제 집이네요.”

 

“요한 집이지.”

 

“그렇죠?”

 

“요한.”

 

“네?”

 

“우리 같이 살래?”

 

“...네?”

 

갑작스러운 제안에 허공을 응시하던 요한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왔다. 당황한 탓에 고개를 돌리다 목에서 삐끗하는 소리가 들렸고 프람은 그런 요한의 목을 잡고 반대로 돌렸다. 너무 아픈 탓에 생기 없던 요한의 목소리에도 무언가 들어찼다.

 

“아야!”

 

“미안, 괜찮아?”

 

“...괜찮을거예요.”

 

“괜찮을거야.”

 

“프람...”

 

“전부 다, 괜찮을거야.”

 

등에서 내려온 프람은 요한의 앞으로 가더니 평소와는 다른 미소를 지었다. 한 손에 꽉 쥔 주먹을 요한의 가슴을 툭 건드리곤 뒤돌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하늘에 있던 유성우가 떨어지고 있었지만, 요한은 그저 프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일 봐!”

 

밤길을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에 요한은 어렴풋이 느낀 감정을 조금씩 펼치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서면 느껴지는 공허함과 신발에 치이는 먼지는 무시하고 침대에 누워 그녀를 상상했다. 누추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마음에 그녀가 말한 것들을 채우자 그만큼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프람은 왜 저한테 그렇게 친절해요?”

 

“내가? 그랬나...?”

 

“그러게요.”

 

“그럼 그랬나봐.”

 

언제 그녀에게 들었던 말 중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누구에게나 솔직한 마음을 전했던 프람이 자신에게만 특별하다는 말을 인정하니 그것보다 신기한 것은 없었다. 요한은 그런 그녀를 마음에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곤 점점 부풀어 오르는 마음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프람, 아직도 힘든 것 같아 보여요?”

 

“오늘은 안 그런 것 같은데?”

 

“그런가요?”

 

“다행이야.”

 

그 순간 프람이 요한의 손을 잡고 연무장을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새벽 훈련장에 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마음을 다잡고 빠르게 뛰는 심장을 부여잡았지만, 그녀와 잡은 손 사이로 이 모든 것이 들켰는지 그녀는 뒤돌아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너 얼굴 빨갛다!”

 

“...힘든가봐요.”

 

“그럼 더 뛰자!”

 

프람이 사라지는 새벽별 사이로 더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뒤를 따르는 자신에게 빠르게 다가오는 별을 신경 쓰지 못했다. 그냥 오르는 태양에도 눈에 띄는 프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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