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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준호] LOST! (1)

너도 나도 잃어버린 1년이 있다면

금방이라도 대가리가 깨질 것 같다.

발 한 번 잘못 들였다가 나온 시끄러운 클럽에 대한 첫 감상은 그랬다. 클럽 삐끼가, 아니, 관심 없다는데도 사람을 여기 집어넣는 게 아닌가. 에이, 빼지 말고, 여기 물 좋아! 한 번 발만 담가봐요! 여기 언니들 보면 뿅 갈 걸? 그러니까 그 뿅 가는 거에 관심이 없다고 한참을 말해도 일단 사람 붙잡고 출입문 안으로 꾸겨 넣으니 운동선수라도 뭐 어찌 할 여지가 없었다. 애초에 ‘누가 봐도 츄리닝 입고 가볍게 러닝 나온 땀냄새 나는 사람을 여기다가 집어 넣을 생각이 드느냐’에 대한 현실성 없는 일에 항의를 하고 싶어도 그 삐끼는 출입문 밖에 있고 본인은 인파에 밀려 클럽 한가운데였다.

프로농구 시즌이 종료되고, 모두가 재정비 시간을 갖는 기간에, 적어도 정대만만큼은 휴식을 취해선 안 됐다. 잃어버린 시간만큼 메꿔야 하는 것도 크다고 생각한 강박이었다. 그 강박에 따라 오늘도 숨이 찰 정도로 러닝을 하고 들어가겠다 생각했는데, 마침 오늘따라 왠지 러닝이 잘 이어졌고 숨 트이는 것도 괜찮아서, 괜히 안 가던 길을 통해 길게 뱅 돌아 러닝 거리를 늘린 게 화근이라면 화근인데, 정대만은 몹시 억울했다.

정신없이 번쩍거리는 조명과, 흡연 구역이 애매하게 지정돼있어 실내는 명목만 금연 구역이었다. 매캐한 담배 연기와 그 텁텁한 냄새까지 겹치니 머리가 아팠다. 거기에 영 취향도 아닌 요즘 유행하는 하이퍼 팝 계열의 리믹스는 두통에 맞춰 둥, 둥, 머리를 울렸다. 빨리 나가야지, 그 삐끼가 한숨 돌릴 때 슬쩍 눈치보고 빠져나가면 될 일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삐끼도 범상치 않았다. 현역 농구선수의 집중력을 말빨로 흐트러뜨리고 ‘어어어 아니라니까요 어어어 사람을 이렇게 미시면 안 되죠 어어어’ 하는 사이에 클럽 출입문 안으로 냅다 집어넣은 걸 생각하면 말이다. 그러니, 그 안에서 무얼 봐도 놀라지 말아야 했다. 거기서 가장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보게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거였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람이 있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권준호가 거기 있다는 건 예외적으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흔히 만화 속에 나오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소년 - 에 가장 가까운 사람을 꼽으라면 역시 권준호였다. 영 속엣말을 하지 않는 성격하며, 조용히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면 가끔 다른 세계로 아주 가버리는 것 같아서 괜히 준호의 어깨를 한 번 툭 쳐 나 여기 있노라 하며 심술을 부리게 되곤 했으니까. 얼핏 보면 문학 소년 같은 샌님 같은 구석이 있으면서도 3년동안의 농구를 한 번도 놓지 않은 근성은 누가 봐도 - 아니 애초에, 자기부터가 3년을 … 아니다, 됐다, 부끄러운 과거를 들춰서 정대만은 이득 볼 게 하나도 없었다… - 참 멋져 보이는 구석이 있으니까.

권준호는 자기가 평범한 축이라는 말을 종종 했다. 농구선수 중에서는 평범한 축일지 모르겠지만, 권준호는 제법 공부도 잘 하고 인기도 많았다. 생긴 것도 멀쩡한데 도대체 세상 천지 어느 사람을 갖다 둬야 권준호가 평범한 사람이 되는지 정대만은 이해하지 못했다.

온갖 원색과 형광색으로 덕지덕지 칠해져 사람의 형체조차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운 곳에서 혼자 가을이라도 된 것처럼, 권준호 혼자 색이 달랐다. 그렇게 보였다.

아주 오래된 밈이 머릿속에 스쳤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따지자면 나온 건 (나타난 건) 정대만 쪽이었음에도 대만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흡연실의 투명한 유리창 안 매캐한 담배 연기 사이에서 인파는 시시껄렁한 소리나 주고 받고 있는데, 권준호만 홀로 고요하게 앉아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정대만이 놀라 당장이라도 눈알이 튀어나올 것마냥 바라보자 그 시선이 느껴졌는지 권준호와 눈이 마주쳤다. 권준호는 언뜻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태연히 ‘안녕, 대만아.’ 하고 입술을 달싹이는 거 아닌가!

권준호가 모든 연락을 끊고 자취를 감춘 1년하고도 2개월 째였다. 정대만은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 인생이 너무 스펙타클해서 잠을 못 이루고 있다가 갑자기 글 영감이 와서 작성한 글 입니다. 여러분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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