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자려는데 대뜸 귓가에 '사랑한다' 속삭이기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태섭은 거실의 통창 앞에 앉아 물방울이 유리면을 타고 내리는 걸 보거나 아니면 좀 더 먼 도시의 풍경을 본다. 손에 들린 머그잔에선 김이 오른다. 커튼을 쳐두고 그 속에 들어가 앉은 상태라 자신이 마실 걸 챙기고 간단한 뒷정리를 한 다음 이제야 주방을 벗어나는 명헌의 눈에는 밑부분이 수상하게 불룩한 커튼이 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연인은 맑은 날의 선명한 풍경보다 비가 내리며 어지럽혀진 유리를 통해 보는 조금은 어그러진 밤 풍경이 좋다 했다. 어둠도 그 색이 짙어져 더 깊어지는 만큼 겨울의 건조한 색이 생기를 얻는 것 같다는 제법 감성적인 이유를 댔었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었는데, 태섭의 말을 들은 이후로는 그 감성에 제법 동화가 된 것 같았다. 수상하게 불룩한 커튼의 면적이 커진다. 태섭의 옆에 앉으며 머리 위에 입맞춤을 남겼다.
“눈이 온다고 했었는데, 안 오네요”
“기대했어?”
“조금요, 그래도 이것도 좋아요”
“알아 뿅”
“내일은 러닝 헬스장 가서 해야겠네”
한껏 감성적이다 갑자기 셧다운 시켜버리는 태섭의 현실 발언에 가져온 티를 마시려 입을 대고 있다 나온 잔웃음, 푸르르하고 액체가 떨린다. 디러, 이명헌. 태섭 때문 뿅. 아무것도 안 했거든요. 태섭이 어깨를 부딪치며 밀어와 밤중에 쏟아진 액체 청소 한바탕 할 뻔했다. 지금은 한 거 맞아요. 태섭이 큭큭대는 웃음과 함께 반대쪽으로 기우뚱 몸을 기울였다 돌아와 어깨를 대는 장난을 일정한 속도로 반복한다. 조용한 거실, 그리고 그런 공간마저 분리한 커튼 속의 고요함이 태섭의 흔들흔들 장난으로 요동치며 흩어진다. 명헌은 그런 태섭의 허리를 안아 당겨 움직임을 고정해 버린다.
“형”
“왜용”
“생각해 보니까 형은 계절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안 하는 것 같아서요”
“풍경이 눈에 들어오면 좋다, 멋있다, 이런 계절이 왔구나 라는 생각은 해용”
“은근 건조하다니까 사람이”
“대신 태섭이 말해주잖아”
“이명헌 때문이에요”
“왜?”
마시기 좋게 식은 티를 몇 모금으로 다 털어버리고 컵을 명헌에게 넘기며 태섭이 씨익 웃는다. 자신의 것을 들고 있느라 남는 손이 없어 태섭의 허리에 두르고 있던 팔을 풀고 컵을 받아 들자마자 커튼이 크게 펄럭인다.
“비밀이지롱”
순식간에 머그잔 둘과 커튼 속에 남겨진 명헌이 티를 마저 마시며 입꼬리를 올린다. 연인의 사랑스러움, 그리고 저 비밀을 말하게 하기 위해 또 한바탕 신나게 놀 생각. 오랜 연애에 함께 하는 시간이 잔잔해지면 무료하다 느끼게 된다고들 하는데, 자신에게 편안함을 갖게 되면서부터 벽이 없이 구는 연인의 귀여움이 있으니 명헌은 무료하다 느낄 틈이 없었다. 명헌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튼을 걷고 컵을 씻는 동안 잘 준비를 마친 태섭이 방으로 먼저 들어갔다. 그 뒤를 이어 명헌도 양치를 하고 집안의 불을 하나씩 끄며 방으로 들어간다. 머리칼만 보이고 얼굴까지 이불속으로 푹 들어가 있는 연인의 옆으로 파고 들어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살살 긁는다.
“비밀은 안된다 뿅”
“…비밀은 비밀이어야 한다 뿅”
잠에 빠지고 있던 중이었는지 명헌의 말에 돌아오는 반응이 한박자 느렸다. 옆구리의 손가락을 잡고 안아달라는 듯 등뒤로 위치를 옮기며 몸을 마주 붙여오는 게 영락없이 나 졸려요 하는 신호여서 작은 몸을 한껏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인다. 그래도 말은 해주고 자야해용. 여기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 대신, 침대 사이드 테이블로 보조등을 끄기 위해 팔을 뻗는 움직임에는 잠꼬대마냥 꿍얼꿍얼 소리를 낸다. 누르지 말랜다. 명헌이 소등의 목적을 달성한 팔을 거두고 기운 몸을 바로 세우며 고개를 살짝 내렸다.
“사랑해, 태섭”
들었을까. 더듬더듬 느린 손이 팔을 타고 올라오길래 포옹이라도 진하게 해줄거라 생각하고 대기타고 있었는데, 어깨를 지나 볼까지 올라온 손은 그대로 명헌의 입술을 밀어버린다. 자는 데 방해하지 말라신다. 꾸물꾸물 반대로 돌아누운 태섭의 몸을 다시 안으며 명헌이 웃었다. 품 속 연인의 등을 통해 전달되는 심장 박동이 굉장했다.
내일… 말해줄게요, 비밀.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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