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두고 온 것
미야기 료타 NCP / 미츠이 히사시 × 미야기 료타
어릴 적 살던 집의 부엌 찬장에는 사탕 단지가 있었다. 오키나와 고향집에서 세 남매가 부대끼며 살아가던 시절, 우리가 착한 행동을 하면 어머니는 그 단지에서 사탕을 꺼내 주셨다. 여러 종류가 섞여 있어 손바닥을 내밀기 전까지는 어떤 맛일지 알 수 없었는데, 나는 그게 퍽 두근거렸었다.
소짱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맛을 받은 날이면 내 입에 사탕을 쏙 넣어주곤 했다. 료타, 너 먹어. 이제는 그게 무슨 맛이었는지 도저히 떠올려낼 수가 없었다.
언젠가 어머니 몰래 사탕을 꺼내 먹으려 한 적도 있었다. 의자를 끌고 와 올라섰는데, 내려올 때 발을 헛딛는 바람에 그대로 넘어졌다. 유리 단지가 엎어지며 뚜껑이 열렸고 사탕은 구슬 굴러가듯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엉덩방아를 찧어 얼얼한 엉덩이를 문지르며 일어났다. 어머니가 오시기 전에 치워야 했다. 바닥을 기며 사탕을 줍고 후후 불어 그대로 단지에 담았다. 주운 사탕을 다 담았는데도 처음보다도 한 줌이 줄어든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행히 어머니는 눈치채지 못하셨다. 나는 안도하는 대신 납득했었던 것 같다. 소짱이 바다로 나간 후 그 단지는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던 까닭에.
이튿날, 나는 찬장 밑에서 개미 한 무리가 기어 나오는 광경을 보았다. 어제 단지를 엎지르며 흩어진 사탕이 저 밑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틈새를 엿봤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긴 막대를 틈으로 밀어 넣고 헤집자 개미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먼지 뭉텅이와 함께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구슬이며 지우개, 완두콩, 자석, 낚싯줄 같은 것들이 쓸려 나왔다. 한 주먹 가량 숨어있던 사탕은 전부 다 버렸다.
반나절이 지난 후, 나는 또 다시 줄지어 가는 이동하는 개미를 발견했다. 저기엔 굴러들어간 사탕이 아직 남아있던 거였다. 하나일까, 둘일까, 아니면 셋, 넷일까. 오키나와의 여름은 뜨겁다. 종내에는 녹아내려 하나로 뭉쳐지고 맛도 뒤섞였을 테였다. 주워 담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거기에 줄곧 존재하는 채.
오키나와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섬을 나가던 날이었다. 나는 문득 그 사탕이 아직도 거기 있을까 궁금해져, 박스에 글씨를 쓰다 말고 부엌으로 달려갔다. 찬장은 속을 텅 비우고 덩그러니 서 있었다. 이건 안 가져가요? 마침 부엌에서 짐을 정리하던 어머니가 답하셨다. 응, 두고 가려고. 짐을 줄이려면 무거운 건 두고 가야 하잖니. 그래서 나는 여름의 틈에 감춰져버린 결말을 끝끝내 알 수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것들을 오키나와에 남겨두고 떠나왔다. 너무 무거워서 내려놓아야만 물 위로 뜰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나는 그것을 칭하는 이름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는 대신에 남겨두고 온 것들의 제자리에 대해 계속해서 떠올렸다. 계속, 계속하여.
나의 유년 시절은 그렇게 끝나갔다.
어, 사탕 단지네요.
응.
저 어릴 때도 우리 집에 이거랑 똑같은 거 있었는데.
그래? 신기하네.
사탕 하나 꺼내줄까요?
어. 하나만.
무슨 맛?
오렌지.
엥. 안 보이네.
잘 찾아봐.
평소에 좋아하는 맛만 골라 먹는 편이죠?
좋아하는 거 두고 다른 거 먹을 이유가 있나.
하긴, 미츠이 씨답네요. 아 찾았다.
아~
아~ 무슨.
(쏙.)
달다.
사탕이 달죠 그럼.
넌 무슨 맛 좋아해?
기억 안 나는데요.
없으면 없는 거지 기억 안 나는 건 또 뭐야.
아... 특별히 없는데요.
그래도 더 끌리는 거 하나쯤 있을 거 아냐.
뭐... 오렌지?
나랑 똑같네.
(미츠이가 웃는다.)
너도 하나 꺼내먹어.
오렌지는 없네요. 아까 게 마지막인 듯.
그래?
(키스. 사탕이 료타의 입으로 도르륵 굴러간다.)
뭐예요? 키스하고 싶으면 정정당당히 해요.
원래 좋아하면 다 주고 싶은 마음이라 하잖냐.
말은 잘해요.
(까득, 깨물어 삼킨다.)
다음 번엔 오렌지맛 가득 채워놓을게.
됐네요. 저 오렌지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서.
아니, 같이 먹자고.
오늘처럼?
응.
머릿속에 그런 생각만 가득해 가지고는...
그럼 안 되냐?
안 된다고는 안 했네요.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