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철길
미츠이 히사시 × 미야기 료타
미츠이 히사시는 한 눈에 쉽게 파악되는 인간이었다. 밑단 줄인 가쿠란에는 다섯 번째 단추를 달 자리가 없고, 어깨까지 닿는 머리는 규범을 비웃는다. 어떤 외피를 뒤집어쓰는 건 거짓말을 하는 가장 쉬운 방식이다. 나는 딱 그 정도 뿐인 인간이라는 선언.
미야기 료타는 그로부터 다른 것을 목격했다. 미츠이의 얼굴은 흉터 한 점 없이 희고 깨끗하다. 탈선이란 결국 최초의 목적지가 있었다는 뜻 아닌가요? 미야기는 미츠이가 달려왔을 선로의 길이를 가늠해 보았다.
주워도 주워도 끝이 없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절망과 비관. 그래서 체념한 사람에게는 좌절이 꼬리처럼 따라붙는다. 저기요? 이거 흘리셨는데요? 미야기가 떨어트린 손수건을 건네는 듯한 말투로 제 그림자를 가리켰을 때, 그는 참을 수가 없었다.
엿같은 트롤리 딜레마는 집어치우자고. 미츠이는 선로에 묶인 무고한 사람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오로지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열차와 충돌하기 위해 레버를 당겼다. 쾅! 굉음과 함께 두 대의 차체는 나란히 전복된다. 강한 충격에 칸 사이의 연결이 끊기고 화물은 죄 우루루 쏟아졌다. 하하, 하하, 하하하! 내가 바란 건 이거야. 이런 게 내가 바란 거였어. 미츠이는 웃었다. 그러나 선로에 누운 채 바라본 세상은 여전히 뒤집혀 있었고, 미야기는 아직도 두 발로 똑바로 서 있었다.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나는 분명 이것을 바랐는데도...
선로에 묶인 무고한 열두 명에게로 눈이 돌아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미츠이는 그 날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한다. 레버를 당기기 전에 멈출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마모된 부품을 교체하고 바퀴축에 윤활유를 칠한다. 떨어져나간 칸을 연결하고 있으면 익숙한 목소리가 물었다. 저기요? 다시 달릴 작정이에요? 미야기가 물었다. 시끄러워, 여긴 원래 나의 길이라고. 미츠이가 답했다. 미야기는 대답 대신 허리를 숙여 쏟아진 화물을 같이 줍기 시작했다. 여기 내 거랑 네 거랑 온통 섞여 있다. 제 거 가져가도 돼요. 그러냐? 너도 내 거 좀 가져가던가.
그렇게 미츠이 히사시의 왼쪽 턱에는 삼 센티미터의 철길이 생겼다. 여전히 그의 외피는 첫인상에 선입견을 덧댄다. 운행을 재개한 후로 수도 없이 반복되는 질문이 하나 생겼다. 그 흉터는 뭐예요? 그러면 미츠이는 답한다. “제 신조입니다.” 그건 세상에서 단 두 명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무언의 결심이었다.
해가 떠오른다. 동트는 아침을 등지고 열차는 기적을 울리며 달려 나갔다.
댓글 0
추천 포스트